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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데이트폭력을 말하다, 세 번째 - 본격연애토크, 이토록 다양한 연애

by kwhotline 2015. 11. 17.

 데이트폭력을 말하다, 세 번째 - 본격연애토크, 이토록 다양한 연애






10월 29일, 데이트/관계/폭력을 주제로 포럼과 토크쇼가 열렸습니다. 지난 7월 23일 열린 논문발표회와 집담회, 8월 19일에 열린 현장전문가 간담회에 이어 올해 세 번째로 데이트폭력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데이트폭력을 말하다, 세 번째 - 본격연애토크, 이토록 다양한 연애(이하 본격연애토크)’는 전보다는 많은 사람들에게 연인 사이에서도 폭력 행위가 발생한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세간의 관심에는 빠져있던 이야기, 앞으로 해나가야 할 논의를 열었습니다. 


*참고

데이트폭력을 말하다, 첫 번째: 논문발표회+집담회 후기


데이트폭력을 말하다, 두 번째: 현장전문가 간담회 후기



‘연인’이라는 친밀한 관계와 더불어 다양한 위치를 둘러싼 위계와 권력-성별(젠더), 나이, 장애, 사회·경제적 지위, 이주경험, 성적지향 등-이 교차하는 ‘데이트폭력’은 단지 법에서 규정된 범죄행위가 아닌, 일상적으로 우리 삶에 깊숙이 스며있는 차별, 억압과 통제, 착취 등을 야기하는 힘의 행사입니다. 본격연애토크 1부, <데이트/관계/폭력을 말하다>는 이화영 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 소장의 발제로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배복주 장애여성공감 대표, 박현이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 기획부장, 허은영 전 아주대 성폭력상담센터 연구원, 정은영 법부법인(유) 원 변호사 총 7개 단체에서 친밀한 관계로 위장한 폭력적 힘의 관계를 구성하는 사회적 구조에 대해 각 계의 입장을 발표하고 서로에게 질문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데이트/관계/폭력을 말하다> 이화영 소장의 발제 일부를 소개합니다.



데이트/관계/폭력을 말하다


이화영 (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 소장)


최근 데이트폭력을 다루는 뉴스기사가 늘어나면서 자신의 상황을 상담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상담의 주된 호소는 “저는 헤어지자고 했는데…… 절대 그럴 수 없대요.”, “헤어지자고 해서 더 극단적으로 나오면 어쩌죠?”, “잘 헤어지고 싶어요.”라는 말이다. 연인관계는 개인의 선택에 의해 좌우되는 경향이 많아 ‘싫으면 헤어지면 되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데이트폭력을 ‘개인의 결단으로 헤어지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는 지점은 데이트폭력을 사적인 영역이라는 결론으로 쉽게 이끌고 간다. 그러나 관계와 폭력은 다르다. 둘이 형성한 사적인 영역, 즉 관계 내에 폭력이 개입되었을 때도‘사적인 것’으로 볼 것인가? 상담의 주된 호소를 잘 생각해 본다면‘싫은데 헤어지지 못하는 이유가 있는 건 아닐까?', '벗어나지 못하는 건 아닐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상담과정에서 드러나는 내담자의 경험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관계가 끊어지지 않거나, 이래서는 도저히 헤어질 수 없고,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헤어지고 싶어도 헤어질 권리가 박탈된 관계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긴급한 상황에 대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신고하면, 당사자의 긴박감이나 두려움은 공유되거나 공감 받지 못해 오롯이 자신의 몫으로 남게 된다. 그 문제는 가정폭력 방지법이 제정・시행되던 당시에도 그랬고, 현재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우리가 친밀한 관계의 폭력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 


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에 2014년 7월 1일 부터 2015년 6월 30일까지 전화・이메일로 접수된 상담 846건 중 187건의 데이트폭력 사례를 분석하였다. 피・가해자의 나이에서 피해자는 49.5%가 20대, 27%가 30대이며 가해자는 20대, 30대가 각각 32.8%, 40대 15.6%로 나타났다. 특정연령대에서 집중적이긴 했으나 전 연령대를 거쳐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의 결혼 상태는 비혼 82.3%, 기혼 6.1%, 이혼 5.5%, 사별 3%로 나타났다. 


데이트폭력 및 스토킹 피해자가해자의 나이 건수/비율 %)

 

 

13-19

20-29

30-39

40-49

50-59

60세 이상

미파악

합계

피해자

9

55

30

10

6

1

76 

187

(8.1%)

(49.5%)

(27.0%)

(9.0%)

(5.4%)

(0.9%)

가해자

6

21

21

10

5

1

123

187

(9.4%)

(32.8%)

(32.8%)

(15.6%)

(7.8%)

(1.6%)




데이트폭력 및 스토킹 피해자 결혼상태 (빈도/비율 %)

 

비혼

기혼

사실혼

이혼

동거

별거

사별

미파악

합계

135

10

1

9

3

1

5

23 

187 

(82.3%)

(6.1%)

(0.6%)

(5.5%)

(1.8%)

(0.6%)

(3.0%)


폭력이 시작된 시기는 사귀기전부터 6개월까지 관계초기부터 폭력이 있다고 응답하였으며응답비율의 54%가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력이 시작된 시기 (건수/비율 %)

 

사귀기전

3개월 미만

3-6

개월

6-1

1-3

3-5

5-10

10년 이상

기타

파악

합계

1

26

7

8

7

3

1

2

8

124

 

187

 

(1.6%)

(41.3%)

(11.1%)

(12.7%)

(11.1%)

(4.8%)

(1.6%)

(3.2%)

(12.7%)


데이트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의 유형은 정서적 폭력이 77%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성적 폭력이 46%, 신체적 폭력이 44%, 성적폭력이 4%로 나타나났다


데이트관계에서의 폭력의 유형(복수응답)

 

신체적

성적

정서적

경제적

빈도

83

86

144

8

(비율)

(44%)

(46%)

(77%)

(4%)


데이트관계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유형 중 강간 48%, 카메라 등 이용촬영은 17.7%였다.



데이트관계에서 발생한 성폭력의 유형 (건수/비율 %)

 

강간

유사

강간

성추행

카메라등이용촬영

통신매체이용음란

성적모욕,비난

성관계강요

미파악

합계

48

1

7

14

1

3

5

7

187 

(60.8%)

(1.3%)

(8.9%)

(17.7%)

(1.3%)

(3.8%)

(6.3%)



데이트 폭력으로 인한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피해 중 신체적으로는 상해, 임신, 인공유산 등의 피해가 나타나며, 심리적 피해로는 공포・두려움, 불안, 우울・무기력 등이 높게 나타났다. 더불어 대인관계의 어려움과 단절로 인한 사회적 피해와 학교 및 직장 등을 중단하면서 생기는 피해도 있었다. 


폭력에 대한 대응으로‘더 심해질까봐 참음(그냥 당하고 있음)’37명,‘거부의사를 표현한다’30명으로 소극적 대응이 주를 차지했고,‘경찰신고’11명, ‘주변인 도움요청’16명이었다.



당시 대응방식 (중복응답)

잘못했다고 하거나 무조건 빔 (달램)

더 심해질까봐 참음

(그냥당하고 있음)

자리를 피하거나 도망침

거부의사

표현

맞서

대응함

주변인 도움

요청

경찰

신고

기타

19

37

12

30

12

16

11

5


상담 전 대응 방식 (중복응답)

병원치료

경찰신고

법적대응

대화

시도

(설득)

주변인 도움

요청

사과요구

(각서,

내용증명등)

이별시도

치료

(상담)권유

참고기다림

타기관에 상담등 지원요청

기타

12

23

8

30

23

9

29

3

6

9

10



상담실에 데이트폭력으로 상담을 요청한 내담자들은 여러 방법으로 폭력 중단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었다.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폭력에 저항하거나, 폭력에 순응하더라도 자신의 상황을 덜 고통스럽게 만드는 방식을 찾아나가고 있었다. 상담소와 상담 이후에는 주변의 이용가능한 자원이 있는지 모색하고 적극적인 전략을 통해 데이트폭력이나 전애인의 스토킹으로부터 벗어나고자 노력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아직 데이트폭력에 대해 어디에, 어떻게 도움을 요청할 지, 데이트폭력을 벗어나기 위해 상담소나 경찰 등에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더 많았다. 특히 데이트폭력은 가정폭력과 성폭력 등 여성폭력(gender violence)의 맥락에서 발생되고 있으므로 가깝게 접할 수 있는 상담소들이 좀 더 체계화된 지원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는 데이트 상대자로부터 겪는 다양한 폭력을 지원하고 드러내는데 있을 것이며, 제도화된 틀 안에서 움직이는 현재 활동을 재조명하는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본격연애토크 2부, ‘[토크콘서트] 본격연애토크 <愛:say>(이하 토크콘서트)’는 한국여성의전화 데이트공작단 2기 모임이 약 1년간 차별적이고 폭력적인 데이트문화와는 다른 ‘무엇’을 만들어 나가고자 했던 고민의 흔적을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데이트공작단 모임원, 그리고 주변의 가까운 관계의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겪고 있거나 겪었던 차별을 말하기의 힘, 글쓰기의 힘으로 풀어냈습니다. 데이트공작단 2기 11명이 발행한 매거진의 이름은 ‘愛:Say vol.2 <아주 작게만 들리더라도>’입니다. 차별과 폭력에 대한 불편함은 어떤 것도 사소하지 않듯이, 자신의 피해를 세상 밖으로 꺼내는 당사자들의 발화는 아주 작게만 들릴지언정 생존자 스스로가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으며 오히려 그 폭력의 기억에서 벗어날 수”있게 합니다. 토크콘서트에서는 매거진의 섹션인 <방문>, <마중>, <곁에>의 순서대로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이 글쓴이들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인터뷰를 마친 후 싱어송라이터 최고은님의 콘서트를 끝으로 <데이트폭력을 말하다, 세 번째-본격연애토크, 이토록 다양한 연애>가 막을 내렸습니다. 이와 동시에 2015년도 한국여성의전화에서 기획한 <데이트폭력을 말하다>의 공식 행사가 종료되었습니다. 데이트폭력 피해여성들의 ‘말하기’로 인해 데이트폭력에 대한 담론이 활발해지기 시작한 한 해였습니다. 그러나 데이트폭력은 가정폭력과 마찬가지로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사적으로, 개인의 결단을 통해 알아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여겨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데이트폭력에 대한 여성주의적 담론 생산 및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내년에도, 데이트폭력 근절 및 성평등한 데이트문화가 확산되도록 더욱 다양한 방식의 운동을 지속해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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