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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여성의전화는 내 삶에 ‘의미’라는 이름과 ‘자유’라는 날개를 달아주었어요(정은경 회원 인터뷰)

by kwhotline 2015. 5. 15.

여성의전화는 내 삶에 ‘의미’라는 이름과 ‘자유’라는 날개를 달아주었어요(정은경 회원 인터뷰)

 

취재, 글 : 김윤정(회원, 한울타리 모임)

 

 

김윤정  정은경 선생님 안녕하세요? 형식적인 인터뷰로 만나니 좀 쑥스러워요, 그렇지만 한여전(한국여성의전화를 줄여서 부르는 말)의 핵심 회원활동가이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시는 은경쌤을 인터뷰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바쁘신 분이시니 바로 질문 들어갑니다, 한여전은 쌤께 어떤 의미인가요?

 

정은경  내 삶에 의미라는 이름을 붙여주었고, ‘자유라는 날개를 달아주었어요. 어우, 너무 오글거리네요, 후후

 

김윤정  와우, 삶의 의미와 자유... 두 단어로 표현해 주신 한여전과 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얘기해주세요, 처음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정은경  늦둥이 셋째를 낳고 일을 그만두면서 나이와 삶의 의미를 생각해 보던 중세 자녀 무상보육의 수혜자로

셋째를 놀이방에 보내면서, 보답 차원에서 일주일에 한 번 입양원 자원봉사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 이후 시민단체에서 지역 소외계층 아동들에게 책 읽어주는 자원활동을 하면서,

가정폭력. 아동학대에 노출된 아이들을 대하게 되었고, 이 사회에 공적인 서비스의 필요를 느껴서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했구요, 함께 활동하던 선생님의 권유로 한여전의 성폭력상담원 교육을 듣게 되었던 거예요

 

김윤정  아하, 역시..., 쌤에게 느껴지는 내공의 힘과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가 이유가 있었네요

 

정은경  후후, 무슨.. 과찬이십니다

 

김윤정  그렇게 달려오시다 보면 슬럼프가 있으셨을 텐데,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정은경  , 슬럼프라기보다 외로웠던 시간이 많았던 것 같아요, 성폭상담원 교육 후 취업, 학업, 자원활동 한계 등의 이유로 동료들이 떠나고 혼자 남았을 때, 함께했던 활동가들의 자리이동과 퇴직 등의 순간이 힘들었어요,

하지만 이미 여성주의에 눈을 뜬 저는 나의 활동 목적을 늘 고민하고 우리가 함께 추구하는 것을 되새기며 의미를 찾았구요, 내 삶을 자유롭고 솔직하게 고백할 수 있는 이 곳을 떠날 수 없었네요.

 

김윤정  네에, 저도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쌤과 같은 고민과 순간들을 느꼈던 것 같아요

 

 

<정은경회원(좌)과 예은화 회원(우)> 

 

 

 

김윤정 여전 활동 하시면서 쌤이나 가족의 변화에는 어떤 점이 있었나요?

 

정은경  개인적으로는 사회구조 안에서 저를 다시 보게 되어, 자신을 더 사랑/이해/성찰하는 시간과 폭력피해의 아픔이 상처가 아닌 경험과 자원으로 변화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파트너와 아이들의 자유도 존중하게 되었구요, 여성주의와 만나 전화상담을 하면서 내면의 억울함과 화를 치유하기도 했고, 이유 없는 분노로 자신이나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지 않아 감히 행복한 가족 관계를 유지한다고 생각해요(후후후)

서로의 사생활도 존중하고 나이와 권력 없이 자신의 밥은 스스로 챙기면서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어요, 과거 연좌제의 두려운 기억에 시위 등에 참여하기 힘들었으나, 이제는 정당한 분노에 함께 참여하고 행동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어요.

 

김윤정  정말 쌤 자신과 가족들이 자유로운 관계를 유지하고 서로를 편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됐다는 점이

부럽고 존경스럽습니다. 결코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닐 텐데요. 박수 보냅니다. 짝짝짝

 

 

<김윤정 회원>

 

 

김윤정  보람되었던 순간도 많으셨죠?

 

정은경  얼굴을 드러내지 못하고 전화 상담하는 내담자들이 상담을 통해 조금은 밝은 목소리를 찾고, 세상 밖으로 한 발 내딛게 해 주는 전화상담을 통해 보람을 느껴요, 또한 내 폭력피해 경험이 누군가에게 자원이 되어 삶의 새로운 문을 여는 용기가 될 수 있음에 고마움과 보람을 느껴요.

 

김윤정 그렇죠, 전화상담이 힘들기도 하지만 그런 보람 때문에 저도 지속하는 것 같아, 지금까지 너무나 열심히 활동하신 은경쌤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정은경  일단 10년은 채워볼 계획이구요, 사는 동안 여성폭력을 없애고 성평등을 이루기 위해 강의와 상담을

오래 하고 싶어요, 목표라면 한여전의 옆 건물을 살 능력이 되어 그곳에서 가정폭력.성폭력 상담실을 좀 넓게 쓰고,

회원들이 여러 가지 일을 도모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것이네요

 

김윤정  오호, 역시 역시. 오며가며 옆 건물 저도 계속 눈독들이고 있는데, 우리 건물계라도 들어서 확 사버릴까요, 후후후. 너무 좋겠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요..하하하

 

 

<정은경 회원> 

 

김윤정  마지막으로 슬럼프를 겪고 있는 후배들에게 한 말씀 해 주세요

 

정은경  긴 인생 속에서, 슬럼프가 없다면 도움 청할 기회도 없을 거예요, 슬럼프는 특히 많은 도움을 받을 기회라고 생각해요, 주저 말고 충분히 요구하면서 누리세요. 승승장구만 하면 지루 하잖아요. 롤러코스터처럼 다시 오를 때 스릴있고 재미지게... 저도 지난 3년간 참 많은 일이 있었어요, 생각해보니 나쁜 것만은 아니었고, 힘들었지만 그 힘듦은 가치를 남겨 놓는단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힘들 땐 말하세요, 아프다고 힘들다고 말하세요.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수 있어요, 혼자 아파하지 마세요

무엇이든 솔직하게 이야기해도 흉보지도 탓하지도 않는 이곳 한국여성의전화 여전사들이 있으니~ 걱정말고 머리를 맞대고 슬럼프를 겪어보자~ 사랑합니다. 여전사님들^^  (여전사는 '한국여성의전화사람'의 줄임말로, 이중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김윤정  감동적인 인터뷰였습니다. 은경쌤~~, 한여전을 사랑하고 아끼는 쌤을 느낄 수 있었고, 앞으로 후배 선생님들에게도 많은 힘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힘들 때 소리 내어 말하고 도움을 요청할 거니까 손 꼭 잡아주세요.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정은경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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