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자에게도 치유와 공감을

상담자에게도 치유와 공감을

- 상담자의 대리외상, 그 현상과 치료

 

폭력 피해자들은 상담자에게 마음의 상처를 털어놓는다. 그러나 상담자들은 이러한 상담치료를 통해서 대리외상을 겪기도 한다. 이러한 대리외상은 상담자가 공감적 계약관계에서 내담자의 외상 경험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결과로 상담자의 정체성과 내적 경험이 부정적으로 변형되는 과정이다.

 

지난 3월 25일 한국여성의전화 부설 한국여성주의상담실천연구소에서는 2015년 1차 논문발표회를 열어 이러한 대리외상의 치유방법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미혜 소통과 치유 공동대표(이하 이 대표)는 자신이 직접 겪은 대리외상 경험을 바탕으로 이에 대한 논문을 작성했다.

 

 

 

대리외상 미리보기

 

대리외상은 상담자 자신의 준거의 틀을 변화시킨다. 정체성, 세계관의 혼란, 무기력, 허무감 등이 이에 해당한다. 법원 사회복지사가 본래 세상은 공정하고 법 앞에서 만인은 평등하다 생각했지만, 일을 하면서 세상은 공정하지 않다고 느낀다면 자신의 준거의 틀이 허물어진 것이다. 또한 대리외상은 상담자의 기억구조에 영향을 미친다. 내담자의 경험을 이해하려고 할수록 그들의 입장에서 보도록 상상력을 열어놓기 때문에 악몽을 꾸거나 자신의 일상을 내담자와 연관 지어 생각하기도 한다.

이러한 대리외상은 상담자의 주된 역할이 공감이라는 데에서 발생한다. 공감이 상처를 받은 사람들을 돕는 가장 주요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공감을 통해 내담자 대신 상담자가 그의 감정을 느끼는 역전이를 경험하게 되면서 대리외상을 겪는다. 이러한 역전이를 겪은 상담자는 무력감과 공포감, 분노를 느끼거나 방관자적 태도를 취하고, 경계를 잃고 구조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대리외상은 부정적인 측면만 있을까? Arnold, Calhoun, Tedeschi, & Cann의 연구의 의하면, 내담자들이 외상 후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공감과 통찰력이 높아지고 영성이 변화되며 인간 영혼의 강점과 회복성에 대한 깊은 감사의 마음이 생긴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대리탄력성, 즉 위기나 역경을 극복하고 행복이나 긍정적인 상태로 돌아가는 인지능력을 얻는다고 한다.

 

‘건강한 상담자만이 남을 도울 수 있다’

 

이 대표는 2011년 한 내담자를 만난 후 이석증을 겪었고, 이 고통을 극복해 나가는 방법을 연구했다. 연구에 피험자로 참여한 상담자들은 경험하는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긍정적인 경험을 나누며, 의미발견 및 자신의 성격 강점 찾기, 사전 호흡명상 등을 통하여 대리외상을 극복해나갔다.

 

이러한 치유는 마음 챙김, 외상 후 성장, 연결성과 사회적 지지의 원리가 적용된다. 첫째, 마음 챙김의 원리로, 순간순간 의식의 장에서 발생하는 몸과 마음의 현상에 대한 즉각적인 자각을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부정적 사고나 정서를 인식하고 나와 동일시하기 보다는 수용하여 더 이상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함으로써 대리외상 증상을 약화시킨다. 둘째, 외상 후 성장의 원리로, 상담자들이 내담자들의 외상경험을 들으며 긍정적인 조절과정을 통해 서서히 인지구조가 변화되는 경험을 하게 되며 이를 통해 성장한다. 셋째, 연결성과 사회적 지지의 원리로, 자신이 살고 있는 공동체가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고 타인을 친근하게 느끼며 행복하고 충만함을 느낀다. 이를 통해 고립감과 무력감을 해소하며 적극적으로 대리외상을 보호할 수 있다. 실제로 이 대표의 대리외상 예방프로그램을 통해 피험자들은 자각이 증진되고, 문제와 거리두기를 하며, 그 과정 중에서 대리외상 증상의 감소를 경험하였다.

 

이번 연구는 상담자들의 대리외상 예방 및 치유에 폭 넓게 기여할 것이며, 이직률이 높은 폭력피해 상담분야 종사자들의 직업적 안정감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있다. 공감은 상처를 받은 사람들을 돕는 가장 주요한 자원이다. 하지만 '건강한 상담자만이 남을 도울 수 있다'는 이 대표의 말처럼 상담자에게도 치유와 공감이 필요하다.

 

혜린_한국여성의전화 대학생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