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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이슈/칼럼

'여성스러움'이라는 능력

by kwhotline 2013. 11. 23.

여성스러움의 능력

 

 

 

부드러움, 조신함, 곰보다는 여우 같이, 연약한, 잘 들어주는, 속이 깊은, 순진한, 청순한 ...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서 밥도 먹고 커피를 마시던 중 우리 또래의 최대 관심사라고 할 수 있는 연애 이야기가 나왔다. 난 반은 자기 애인 자랑이고 반은 신세한탄인 그 담론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마지막 연애가 언제였던가, 할 말도 딱히 없었다. 그리고 늘 그래왔듯 피할 수 없는 친구들의 잔소리(?)가 터져 나왔다. “야 넌 좀 여성스러워질 필요가 있어. 담배 피는 거야 우리는 괜찮지만 남자들은 담배 피는 여자 안 좋아 해.” 세상이 옛날만큼 보수적이지 않다고는 하지만 아직 멀었나 보다. 도대체 여성은 왜 여성스러워야 삶이 더 편해질까. 누가 정한 여성스러움이며 이것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여전히 일종의 요식행위인 여성스러움

 

 

 

여성스러움이라는 딱지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이어진다. 유치원에서 역할극을 해도 여자는 간호사/ 남자는 의사, 여자는 인형/ 남자는 로봇 이라는 공식은 좀처럼 깨지지 않는다. 여성스러움의 공식은 생물학적인 특수성에서 나오는 법칙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여성은 꼼꼼하고 섬세해서 남자를 보조하는 역할이 가장 잘 어울린다는 명제를 철저히 어려서부터 배운다. 최근 들어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지만. 그게 무슨 소용일까. 대한민국 여의사 비율은 전체 의사의 1/3이고 서울대 병원의 경우 과장급 이상의 인사 중 여성은 3년째 전무하다. 다들 가정과 육아의 문제로 개인 병원으로 이직한다. (한국여성정책 연구원, 2012)

 

 

 

여성성은 단순한 개인의 내면의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해 비만이 아님에도 자신이 뚱뚱하다고 생각하는 여성의 비율이 90%인 대한민국에서 자기 관리라는 이름으로 젠더화 된 성정체성에서 벗어난 이들은 게으름뱅이가 돼버린다. 여성은 자기계발이라는 이름으로 좀 더 사회에서 잘 팔리는소수의 인간상 혹은 관념적인 이데아가 되기 위해 많은 여성들을 오늘도 식욕을 참으며 간헐적 단식을 계속 하고 성형외과의 문을 두드린다.

 

개인의 몸과 정신을 넘어서 일생까지 통제하는 젠더화 된 성 정체성

 

 

 

개인의 능력으로 성 편견과 외모지상주의를 극복하고 성공했다고 밝히는 소수의 여성들의 사례들을 보며 우리는 안심하지만 희망고문일 뿐 희망이 되지 못한다. 여성과 남성의 근로자 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비정규직 역시 그 비율 각 성별별 근로자의 46%, 28%로 여성이 더 월등히 높으며 실제 3661천명, 2962천명으로 절대적인 수치도 여성이 더 높다.(2013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분석 결과) 또한 남성 정규직 임금을 100이라고 할 때 여성 정규직 임금은 66.5%, 남성 비정규직 임금은 54.1%, 여성 비정규직 임금은 35.4%로 그 격차가 컸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100 50으로 고착화되고, 성별·고용형태별 차별이 비정규직 여성에게 집중되고 있다.(한국노동사회연구소, 2013) 아무리 여성 개인의 역량을 가지고 발버둥 쳐 봐야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이 있다는 뜻이다.

 

97IMF 당시 구조조정의 1순위는 기혼여성, 2순위는 미혼여성, 3순위는 미혼남성, 4순위는 기혼남성인 것처럼 여성은 직장에서 업무를 현명하게 수행하는 존재라고 하기 보다는 가정을 돌보는 사람이라는 어쩔 수 없는 인식들이 결국 여성을 가정으로 돌아가게 하고 남성의 보조역할로서 성역할을 고착화하는 만들어진 운명의 수레바퀴에 내몬다. 10년이 훌쩍 흐른 현재 역시 항공 승무원 유니폼은 치마로 강요되었고 2012년 민우회의 고용평등상담실의 총 상담 건수 27944.8%(125)가 직장 내 성희롱 상담이라고 밝혀진 바 있다

 .

 

몇 가지의 단어로만 한정되는 여성스러움속의 오류

 

 

 

 여성스러움을 만족하기 위해서 요구되는 몇 가지 수식어들(청순하다, 연약하다 등등)은 그 자체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여성스러움이 일생에서 강요되고 범주에서 배제되어 차별받는 여자 같지 않은 여성들이 생기도록 만드는, 여성이 자기의 주체성을 버리게 만드는 모든 여성이 행복하지 않은 성차별적 현실에 살고 있다.

 

여성처럼 남성도 남성다운 남성이 되라고 요구하는 것이 성평등의 지름길이라는 이야기도 결코 아니다. 젠더화 된 성정체성이 이분법 적으로 혹은 몇 가지의 형용사로 한정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여성상과 혹은 남성상(성정체성들)이 공존하고 모두가 다르기에 오히려 아름다운 사회는 언제, 어떻게 만들어질까.

 

 

 

 

 

역사 속에서 가부장제는 그 형태는 다르지만 굳건하게 자리를 잡았고, 여성의 삶 역시 이러저러한 모습으로 성평등을 유지하지 못했던 것이 대부분이었다. 여성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오르면서 삶의 질이 나아졌다고 이야기 하지만 대부분 기득권 특히 남성 기득권에 의해 요구되는 여성상은 전문적이고 똑똑하면서도 더불어 여전히 여자다움은 필수조건이다.

 

한국여성의전화 대학생 기자단 김소영

kjcass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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