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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후기] 평등문화를 가꾸는 남성 모임, 평등남 모임 후기

by kwhotline 2022. 9. 6.

평등문화를 가꾸는 남성 모임, 평등남 모임! 벌써 20년 넘게 이어오고 있는 유서 깊은 소모임입니다. 그러나 최근 유행과 재유행을 거듭하는 코로나 상황 속에서 대면 모임을 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2022612일 일요일. 한국여성의전화 39주년 기념 후원 행사가 열렸던 날! 감격스럽게도 평등남 회원분들께서 한여전 생일을 축하해주러 직접 홍대의 한 카페로 와주셨답니다! 우선 오랜만에 본 회원들끼리 반가운 인사와 함께 근황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김인태 회원님은 요리사이신데, 작년에는 무려 남극으로 출장을 떠나셨다고 합니다. 남극에서 지내며 직접 찍은 사진을 인쇄하여 나눠주시고 재미난 에피소드들도 들려주셨어요. 남극에서 지낸 경험으로 <재밌으면 그걸로 충분해>라는 에세이집도 냈다고 하네요. (깨알 홍보!) 오랜 기간 평등남과 함께 하면서 명실상부한 평등남의 마스코트로 자리 잡으신 임영욱 회원님은 대학원에서 공부하시느라 바쁜 일상을 보내고 계셨습니다. 조완공 회원님은 올해 평등남 모임에 성실하게 참여하여 여성주의에 대한 지식의 폭을 넓히겠다는 열의를 보여주셨습니다.

근황을 나눈 이후에는 앞으로 있을 독서 토론에서 어떤 책을 다룰지 같이 의견을 교류했고, 논의 끝에 <한국 남성을 분석한다>라는 책을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성 문화 연구 모임 ‘도란스’에서 펴낸 책으로 여섯 명의 작가가 각자의 시선으로 한국 남성을 분석한 글 모음집입니다. 평등남 회원분들의 감상 및 비평은 어떠할지 기대가 되네요. 또한 현재 이슈에 관한 토론도 하고 싶다는 의견이 제기되었고, 이에 저희 한여전에서 매주 화요일마다 발행되는 화요 논평 자료를 중심으로 토론해보는 시간을 갖기로 하였습니다.


정식 첫 모임은 628일 화요일이었습니다. 본격적인 장마에 접어들며, 비가 많이 오는 날이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친 빗속을 뚫고 두 회원분이 한여전 사무실까지 직접 찾아 주셨습니다. 김인태 회원님은 너무 먼 거리에서 거주하고 계셔서 다른 일정이랑 시간을 맞추기도 어렵고, 비가 와서 이동도 너무 고된 관계로 특별히 온라인으로 참여해 주셨어요. 각자 모두 노트북으로 온라인에 접속해서 온오프라인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는데요. 마치 김인태 님도 이 자리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접속되는 느낌이라 참 좋았답니다.

첫 모임에서는 <한국 남성을 분석한다> 책의 첫 장인 한국 남성의 식민성과 여성주의 이론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어떤 말을 나누었을지, 조완공 선생님이 남겨 주신 후기의 일부를 살펴볼까요?

현대의 남성들은 공정한 경쟁을 통해서 경제적 성공을 한 사람을 최상의 모델로 여기는 것 같고, 동시에 성별적으로 약자성을 점유하려 하는 것 같다는 인태 선생님의 의견에 다른 참여자들 역시 많은 공감을 표했습니다. 이에 덧붙여 조이 선생님께서는 IMF 시절에 생겨난 '아빠 힘내세요 ‘ 식의 담론을 이야기하시며, 남성을 연민할 수 있는 것도 권력이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중략)...
모임 말미에는, 존재의 모든 이유를 강대국과의 관계로만 환원하는 식민지 남성의 특징과 어쩌면 비슷하게 우리도 젠더 갈등을 이야기하면서, 다른 사회문제들에서만 자꾸 그 이유를 찾고 그 이유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회문제의 해결을 더 우선시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는 영욱 선생님의 의견도 들을 수 있었고, 이에 공감했습니다..

두 번째 모임은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고 있던 84일 목요일에 열렸습니다. 김인태 님은 해외 교환학생을 준비하시느라 바쁘셔서 참석하지 못하셨고, 대신 그동안 육아로 바빠 얼굴을 비추지 못했던 김우용 회원님이 용케도 시간이 맞아 함께 해주셨습니다. 김우용 회원님의 육아 근황을 나누면서 토론도 하다 보니 2시간이 훌쩍 지나갔답니다.

이번에는 <한국 남성을 분석한다> 책의 두 번째 장인 근대 전환기 한국의 남성성을 읽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완공 선생님은 한국 남자들이 흔히 말하는 남자답다와 거리가 먼 것 같다며, 섹스를 밝히고 성욕을 과시하는 것을 남자다움이라고 착각하는 면이 있지만 어딘가 남성성을 과시하고 으스대는 느낌, 다시 말해 진짜 마초 느낌과는 정 반대인 듯한 점이 갸우뚱하다는 말로 논의의 시작을 열었습니다. 우용 선생님은 그것이 일종의 식민지적 남성성이기 때문인 듯하다고 하시며, 이광수의 친일 감각을 예로 드셨습니다. 무언가를 닮고 싶어 하고 선망하며 식민적인 질서를 스스로 체화하여 그 질서 내에서 윗단계로 올라가고자 하는 남성성을 근대 문학에서 자주 발견할 수 있는 듯하다고 하셨습니다. 영욱 선생님은 다른 결에서 지식인 특유의 자포자기 감성도 떠오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스스로를 정말 큰 일을 해야 할 사람으로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에 맞지 않아 오히려 아무것도 안 해버리는 일종의 냉소적이고 우울한 자세에 대해 여러 사례와 함께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이전 시간에 나누었던 이야기에 덧붙여, 오늘날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남성성의 모습이 근대 전환기와는 어떻게 다른지를 이야기했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리고 지역이나 문화에 따라 남성성은 계속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에 우용 선생님은 남성성이나 여성성이 이미 정해진 개념으로 선 제시될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유동적으로 변화되는 개념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셨습니다.

 

앞으로의 모임이 더 기대가 되는 평등남 모임! 평등남은 매달 한 번씩 정기모임을 갖는 한여전의 소모임입니다. 평등 문화를 가꾸는 남성 모임으로서, 다양한 연령대의 회원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독서와 토론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서로 의견을 교류할 수 있는 논의의 장입니다. 신입회원은 언제나 환영이라고 하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많은 연락 부탁드려요!

 

문의: 기획조직국 02-3156-5433 / member@hotlin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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