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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후기] 여성의 목소리로 쓰는 전쟁사, <관통당한 몸> 8월 여성주의 스터디 모임

by kwhotline 2022. 9. 15.

덥기도 하지만 가을이 찾아오나? 기대를 하게 만들었던 8월

무겁지만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이야기 <관통당한 몸> 을 읽고 여성의 눈으로 전쟁을 다시 돌아봤습니다. 

 

함께하기에 용기를 내서 직면한 진실 

회원님의 후기와 함께 살펴보시죠.

 

 

 

여성의 목소리로 쓰는 전쟁사, <관통당한 몸>

오유진(한국여성의전화 회원)

 

 

1. 전쟁은 여성의 역사다.

 

전쟁은 늘 남성의 역사로 여겨져왔다. 전쟁의 주체는 남성 군인으로, 분쟁 지역은 남성의 땅으로 인식되어왔다. 크게 문제시되는 일들도 남성 군인이 행하는 살인과 같은 잔혹행위, 남성 군인이 겪는 PTSD 등이다. 많은 전쟁들 속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전시 성폭력이 전쟁 무기이자 전략으로 만연하게 사용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여성이 겪는 전시 성폭력은 어디에서도 이야기되지 않는다. 도심의 전쟁 기념비에서는 전시 성폭력을 당하고 사망한 여성들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 역사책에서는 전시 성폭력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배운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이렇게나 많은 여성들이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도 살아 있고, 또 목소리를 낼 수 있는데도 말이다. 참 의아한 일이다. 왜 전시 성폭력은 이야기되지 않는 걸까? 전시 상황에서 너무나 자주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라서 그런 건지, 목숨이 붙어 있기에 살인만큼의 고통은 아니라서 그런 건지 모르겠다.

 

그러나 으레 일어나는 일이라고 해서 당연한 일은 아니며, 명이 끊기지 않았다고 해서 고통의 정도가 덜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전시 성폭력은 느린 살인이라고 불릴 만큼 한 사람의 삶을 크게 파괴하는 일이다. 더군다나 이 느린 살인은 우리의 일이기도 하다. 분단국가에 사는 여성으로서 전쟁이 발발한다면 나의 삶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자국의 남성이든 타국의 남성이든 내게 성폭력을 가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전쟁은 여성의 역사로도 쓰이고 읽혀야 한다. 종교, 자원 등 무엇을 계기로 하여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역사책에, 전쟁 기념비에 여성을 향한 전시 성폭력이 기록되지 않는다면 전시 성폭력은 계속될 것이고, 그 이후를 살아가는 여성 생존자들의 삶은 이야기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여성의 목소리로 쓴 전쟁사이며, 잊혀져가던 반쪽의 역사, 여성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모임원 모두가 책을 읽다가 여러 차례 책장을 덮었다고 했을 만큼 읽기 힘든 이야기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써야 하고 읽어야 하는 우리의 이야기다.

 

2. 그저 생존자들이 잘 살아갔으면 한다.

 

전시 성폭력이 늘 존재해왔다는 사실, 그것이 얼마나 끔찍하고 큰 상흔을 남기는지 아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피해 이후를 살아갈 생존자들의 삶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저 생존자들이 매일 해야 할 일 또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전시 성폭력의 기억을 모두 잊고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살아갈 수는 없겠지만, 때로는 그 기억과 상흔이 너무 크게 남아 힘들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현재를 살아갈 수 있었으면 한다. ‘기쁨의 도시와 같은 공간이 되었든 어디가 되었든 말이다.

 

우리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전시 성폭력을 으레 일어나는 일로 여기지 않고, 살아 있다는 이유로 성폭력을 살인보다 덜 심각한 일이라고 재단하지 않고, 전쟁 속에서 여성들이 내는 목소리를 열심히 듣고, 전쟁에 대해 이야기할 때 여성들의 역사가 있음을,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시 성폭력이 존재함을 잊지 않고 말하는 일이다. 이렇게 함께 여성의 목소리로 쓰인 전쟁사를 읽는 일도 생존자들을 살게 하는 힘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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