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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후기] 2022 성폭력전문상담원교육 후기

by kwhotline 2022. 9. 28.

※ 2022 성폭력전문상담원과정은 2022년 5월 31일부터 7월 6일까지 진행되었습니다. 수료식은 온&오프 병행으로 당일 방역지침을 준수하여 수료식을 마무리하였습니다.

 

나의 작은 운동의 시작, 성폭력전문상담원교육!

 

2022 성폭력전문상담원교육 수료생 홍예린

 

저는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자란 것은 아니었지만, 남초 학과 졸업 후 남성 위주의 직장을 다니게 되며 여성을 둘러싼 잘못된 통념들과 성차별적 태도들을 자주 접할 수 있었습니다.

입사 후 가장 먼저 배운 건 남자 상사가 매일 마실 커피를 내리는 법이었고, 하루에 한 번씩 여자는 잘 꾸며야 한다.’라는 조언 아닌 조언을 들었으며, 때로는 농담을 가장한 성차별적, 여성 혐오적 욕설을 듣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조직문화가 옳지 않다고는 느꼈지만 무엇을 지적해야 할지 모르겠고, 내 의견을 말하면 예민한 사람으로 취급받진 않을까, 직장생활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닐까 싶어 머쓱하게 웃어넘긴 적이 많습니다.

 

그렇게 마음속으로만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가, 평소 구독하던 한국여성의전화 SNS에서 성폭력전문상담원교육 참여자를 모집한다는 게시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커리큘럼을 살펴보니 꼭 상담원 취업이 목적이 아니더라도, 제가 맞닥뜨리고 있는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비롯해 여성 인권에 대한 다양한 내용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신청해볼까? 생각했지만, 평일 100시간이라는 현실적 제약에 주저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냥 다니던 회사나 잘 다니자 싶다가도, 자꾸 교육을 듣고 싶단 마음이 들었습니다. 직장은 다시 들어갈 수 있지만, 이 교육은 지금 아니면 못 들을 수 있겠단 생각도 했고, 여성 차별적, 여성 혐오적 조직문화에 익숙해진 제가 이 교육을 통해 변화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결국, 저는 성폭력 상담원 교육을 듣기 위해 퇴사라는 선택을 했습니다. 당시엔 교육의 내용이 내가 기대했던 것과 다르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저에겐 교육을 신청하는 것 자체가 제 인권을 위한 자그마한 운동이었고, 큰 도전이었으니까요.

 

물론 저는 강의를 듣는 내내 제 선택이 옳았다고 느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저는 남성 위주의 조직들을 거쳐왔기에, 원치 않게 여성 차별적인 통념에 익숙해진 상황이었고, 여성주의라는 학문에 대해서는 일자무식이었습니다. 강사님들은 저와 같은 초심자도 금방 이해할 수 있도록 여성주의의 가치와 필요성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 주셨고, 저는 사회 내 공고한 여성차별 문제의 철폐와, 성평등한 사회건설을 위해 노력하는 여성주의의 가치에 큰 전율을 느꼈습니다. 또한, 여성폭력 통계 및 실태를 보며, 제가 직장에서 겪었던 일들이 생각나 공감되기도 하고, 큰 분노를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여성폭력 피해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 땐 제가 갖고 있던 여성 피해자에 대한 통념을 반성할 수 있었고, 생존자들과의 연대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함께 교육을 수강하는 동료 선생님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연대 활동도 진행되어 참 좋았습니다.

 

까마득했던 100시간은 정말 금방 지나갔습니다. 좀 더 강의시간이 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는 교육을 수강하며, 제가 가지고 있던 통념들을 한 꺼풀씩 벗겨낼 수 있었고, 잘못된 것이 왜 잘못되었는지 말할 힘이 생겼고,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과 연대하고 싶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습니다. 이 후기를 읽으시는 분들은 성폭력상담원교육 수강을 고민하고 계신 분들일 텐데, 수강을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꼭 상담원 취업이 목표가 아니더라도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이라면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많습니다. 물론 제가 그랬던 것처럼 교육을 신청하는 것부터가 큰 도전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단언할 수 있는 건,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겁니다!

 

수료증을 받고 신난 홍예린님

 

뜨거운 오프라인 수료식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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