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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후기] 2022 여성상담전문교육(가정폭력전문상담원과정)

by kwhotline 2022. 6. 3.

 

2022 여성상담전문교육(가정폭력전문상담원과정)2022315일부터 511일까지 진행되었습니다. 수료식은 온·오프 병행으로 당일 방역지침을 준수하여 수료식을 마무리하였습니다.

 

2022 여성상담전문교육(가정폭력전문상담원과정) 교육 후기 1

- 눈뜸에서 새겨둠으로 나아간 여정-

 

2022 가정폭력전문상담원교육 수료생 전경자

 

수료식 마친 다음 주 화요일엔 미루어 두었던 소설책을 읽고, 수요일엔 초록 짙어가는 남산을 걸으며 수고한 저에게 상을 주었습니다. 마쳤다는 기쁨과 마칠 수 있도록 지원해주신 분들에 대한 감사가 가득한 때 후기 작성을 제안받았네요. 무엇보다 여성주의 상담 원리를 재확인하며 정리해보고 싶어 쓰겠다고 했습니다.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 39년 전 전화 한 대로 시작했던 상담 활동은 이후 한국 사회에서 여성폭력을 예방하고 처벌하기 위한 법을 만들고 개정하기 위한 운동으로 이어졌다는 역사를 들으며 확인했습니다. 여성의 소득이 남성의 2/3에 불과하고 불안정한 일자리에 여성들이 더 많으며 빈곤 여성의 비율이 남성에 비해 높은 성차별적 경제적 구조가 여성폭력과 관련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여성의 몸을 상품화하는 성매매와 디지털 성폭력 실태를 들으며 자본주의의 성장이 그 배경이라는 사실엔 놀라움과 분노를 참기 어려웠지요.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해주어야 할 이유가 백 가지도 넘는 사회구조를 보았습니다.

 

상담자와 내담자는 평등하다비대면으로 70여 명의 교육생과 교육을 운영하는 활동가가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에 만났습니다. 자기소개 시간과 연대와 만남의 날 행사, 수료식을 통해 연령이나 학력과 직업, 살고 있는 지역은 다르지만 가정폭력 상담원 교육을 함께 듣는 과정에서 서로 손을 잡고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생겼습니다. 교육과정 중에 강사로, 진행자로, 운영자로 만났던 여성주의 상담 활동가들이 보여주신 존중과 지지의 태도, 그리고 뜨거운 열정 덕분입니다. ‘도와준다보다 지원한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수료식에서 수료증을 수료생이 서로에게 전해주며 진심으로 기뻐하고 축하하는 방식은 교육생을 전문가로 바라보는 관점으로 기억날 것 같습니다.

 

역량을 강화한다 강사분들이 현장에서 만났던 가정폭력 생존자에 대한 이야기나 영화를 통해 본 사례들을 통해 여성의 보다 좋은 삶을 위한 역량을 키워가는 과정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생존자 말하기 시간에 직접 듣고 보면서 역량이란 바로 이런 모습이구나를 확인하고 실감할 수 있었지요. 점프라는 공연예술작품으로 표현한 고통과 슬픔, 기쁨과 자유, 그리고 아름다움은 역량의 차원을 훨씬 더 다양한 색깔로 상상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여성의 시각으로 재조명한다 100시간의 교육과정에 참여하면서 제 안에 있는 편견과 고정관념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참 많았습니다. 성소수자, 장애여성과 이주여성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정확한 개념을 배우고 인식을 넓힐 수 있었지요. 무엇보다 인권지원 실습 시간에 저 자신조차 강력한 성역할 고정관념과 규범을 온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음에 당황하기도 했고요. 상담자로서 제 자신의 시각을 돌아보며 내담자가 자신에 대해 새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미리 연습할 수 있어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이렇게 지난 교육과정의 내용을 정리해보니 참 귀한 시간과 경험이라 여겨집니다. 그 시간과 경험을 한마디로 말하면 여성주의 상담가로서의 정체성을 발달시켜온 것이구나 싶고요. 제 안에 아직 기존의 가부장제 질서에 익숙한 수용의 태도가 남아있기는 하나 자발적으로 가정폭력전문상담원교육을 받고 싶었던 출발 시점의 저는 2단계 눈뜸의 단계가 아니었을까요? 교육을 마친 지금 저는 새겨둠의 단계로 옮겨 왔다 말씀드리고 싶네요. 이제 적극적 참여 단계로 더 나아가기 위한 노력을 해보렵니다. 여성주의 상담자는 늘 성찰하며 학습하고, 지지집단을 찾아 만나서 평등의식과 자매애를 실천하며 미래에 대한 비전을 만들어가는 특성을 갖는다는 잊지 않겠습니다.

 

함께 하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2022 여성상담전문교육(가정폭력전문상담원과정) 후기 2

 

2022 가정폭력전문상담원교육 수료생 배윤주

 

안녕하세요? 한국여성의전화 2022 여성상담전문교육(가정폭력전문상담원과정)을 여러 선생님들과 함께 연대하며 소중하게 배운 배윤주입니다.

현장경험의 생생한 강의는 참으로 인상 깊었고, 매 강의마다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과 종종 진행되는 소그룹 모임을 통해 다양한 배경과 강의를 듣게 된 동기와 소감이나 의견 등을 안전한 공간에서 진실하게 나눌 수 있음이 행복했습니다.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가정폭력을 포함한 젠더를 기반한 폭력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바라보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이 사회구조가 무너뜨리는 여성인권의 보장이라는 근본적 해결을 위해 움직이며 역동적인 목소리를 내시는 강사님들, 활동가님들, 그리고, 함께 연대하시는 모든 분들이 계셔 든든하고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저에게 이 강의는 매우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저는 한국여성의전화를 내담자로서 알게 되었거든요. 10년이 넘는 긴 시간을 상습적인 폭력에 시달렸고 살기 위해 신고와 고소를 했지만, 경찰, 검찰, 그리고 법원의 1심과 2심을 거쳐 가해자의 유죄판결을 받아내기까지의 지난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사회의 피해자 비난은 상당했고, 그들이 요구하는 피해자다움에 순응하지 않으면 제 진술까지 모두 무시를 당해야 했습니다.

가해자의 폭행으로 5대의 갈비뼈가 다발골절 되었는데, 폭행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앓고 있는 제가 자해를 했다는 가해자의 거짓말이 받아들여져 검찰은 3대는 자해이기에 불기소시키고 2대만 기소를 시키더군요. 제가 검사님께 어떻게 자해를 하면 갈비뼈 3대를 다발골절 시킬 수 있냐고 물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일을 계기로 저를 자해하는 정신병자라고 모욕하는 가해자의 2차 가해는 점점 심해졌습니다. 2차 가해를 견디다 못해 더욱 처참했던 불기소된 사건들을 재고소하였지만, 그들은 늦장 수사 후 공소시효가 지났기에 공소권이 없다고 하더군요.

이러한 일들이 이 사회가 제게 보여준 가정폭력이라는 범죄를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이었습니다.

 

피해자 비난으로 알 수 없는 죄책감과 무기력에 시달리던 제게 한국여성의전화가 상담을 통해 알려주신 것이 당신의 잘못이 아니고, 가해자의 잘못이며, 이것은 사회 구조적인 문제입니다.”라는 것이었고, 전 엄청난 눌림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제 느낌을 믿어 주셨고, 제 내면의 힘을 낼 수 있게 용기를 주셨으며, 제가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보셨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해야 할지 함께 고민해 주셨기에 전 피해를 극복하는 저의 역량을 강화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 교육을 듣고 제가 받은 상담이 여성주의상담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제 상담은 조용한 상담실이 아닌 상담실 밖에서 제가 움직이며 완성되었기에 여성주의상담은 운동이라는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이 강의는 제게 피해 생존자로서의 아픈 기억들을 정확하고 올바른 지식으로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더욱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역량 강화의 근간이 된 듯싶습니다.

강의를 들으며 때로는 억울하고 힘겨운 기억으로 분노를 느낄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분노를 일으키는 이 개탄스러운 현실을 우리들의 연대와 목소리로 조금씩은 변화시켜 왔고, 앞으로도 계속 변화시킬 것이기에 더욱 힘을 내어 봅니다. 그 중심에는 피해자와 연대하는 여성주의상담이 있으며, 우리의 이러한 연대는 가해자와 이 사회의 공모를 반드시 이길 것입니다.

이 여성인권 보장이라는 정의로운 일에 함께하시는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와 존경을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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