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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궁금해, 여성들의 커리어! 한국여성의전화 회원 인터뷰 1편

by kwhotline 2022. 3. 2.

인터뷰어 : 지수, 아라

인터뷰이 : 조아영, 홍혜선, 김기영

 

한국여성의전화에는 여러 연령대의 회원들이 계십니다. 지금 회원들은 어느 자리에서 어떤 커리어를 쌓으며 일하고 있을까요? 한국여성의전화 회원인터뷰단은 이번엔 나이도 경력도 다른 회원 세 분을 모시고, 여성의 일과 삶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11년 차 강사 김기영 회원, 한국여성의전화 신입 활동가 조아영 회원, 시니어 모델 홍혜선 회원을 만나보았는데요. 이날 나눈 여성의 커리어에 관한 이야기를 2회에 걸쳐 들려드리겠습니다.  

 

 

Q. 지금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소개 부탁드립니다.

혜선: 2년 차 시니어 모델이자, 한국여성의전화의 9년 차 상담 자원활동가 홍혜선입니다. 패션쇼에 서거나 영화에서 작은 역할을 맡으며 즐기고 있어요. 코로나 이전에는 한국여성의전화의 열혈 활동가였죠. 지난 8년 넘게 매주 월요일마다 상담을 했었거든요.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상담 활동이 뜸해지면서 시니어 모델 학원을 다닌 것이 새로운 커리어의 시작이 됐습니다.

                                           

아영: 지난해 8월 한국여성의전화에 입사해서 신입활동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주로 회원들을 만나고 소통하는 업무를 맡고 있어요. ‘신입 회원 만남의 날등을 기획했고요. 회원들과 함께 여성주의 영화를 보는 소모임 페미니스트 무비먼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마침 어제 소모임 영화 주제도 직장 내 성차별이었어요. 그래서 오늘 커리어에 관해 얘기를 나눌 것이 기대됩니다.

 

기영: 11년째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기영입니다. 저는 청소년 진로와 진학, 창업, 자기소개서, 면접에 관한 강의를 진행하고 있어요. 대학생 대상의 취업 강의는 물론, 일반 기업과 군대에서도 강의하고요. 지금은 제가 프리랜서라서 일이 들어오는 대로 받고 있어요. 전문 분야라고 할 만한 분야는 없지만, 맡는 분야가 다채로워졌죠. 먹고 사느라 바쁜 강사입니다.

 

Q. 지금 하는 일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기영: 24살에 처음으로 교육 컨설팅 회사에서 영업 및 보조 강사 업무를 맡았어요. 저는 어릴 적부터 영향력 있는 직업을 원했죠. 사람 앞에 서는 직업을 갖고 싶었고요. 다행히도 원래 말주변이 좋아서 말을 잘하는 편이었어요. 이런 직업을 찾다가, 일을 배울 요량으로 회사에서 보조 강사로 첫 단추를 꿰었습니다. 1년 정도 하다 보니 내 것을 하고 싶단 생각이 생겨났어요. 이후에 화장품 회사의 사내 강사로 2년 반 일했는데 제품 강의만 하다 보니 재미가 없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회사로 옮겨 서비스 강의를 했어요. 그러던 중 어머니가 편찮아지셔서 직장생활을 이어나가기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이후에 프리랜서 강사로서 근근이 버티다가, 최근 몇 년 동안에는 강사로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아영: 사실 저는 행정고시를 준비하던 고시생이었습니다. 하지만 원래부터 여성과 사회 이슈에 관심이 많았죠. 어릴 적엔 위안부 문제에 관한 활동도 조금 했었고요. 특히 지난 몇 년 동안은 N번방 사건이나,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등의 많은 일들이 일어났잖아요. 이런 이슈에 관심을 갖다가, 한국여성의전화가 문제 해결을 위해 애쓴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SNS를 팔로우했죠. 그러다 마침 한국여성의전화 인스타그램에서 채용 공고가 뜬 거예요. 제게 준비된 것은 없었지만, ‘한 번 해보자하는 생각으로 지원했는데 됐습니다. 지금 저는 자긍심을 얻으면서 돈도 벌 수 있어서 굉장히 만족하며 살고 있어요. 일기에 이렇게 적었던 게 기억나요. “나는 살아서 내가 꿈꾸는 사람이 되어서 행복하다.”

 

혜선: 일단 제가 키가 커요. 예전에는 모델 해라!”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꽤 많았죠. 하지만 지금 제 나이는 60살이 넘었잖아요. 그 시절엔 모델에겐 딴따라라는 말이 따라붙었죠. 가족들도 반대하니까 모델은 엄두도 못 냈던 시절이에요. 그래서 지금까진 한국여성의전화 자원활동가이자 주부로 살아왔죠. 그러던 어느 날, 허리가 너무 안 좋아져서 입원했는데요. 의사 선생님이 제게 밥 먹고 운동만 하라더군요. 누가 먹여줘야 먹을 수 있었고, 부축해줘야 화장실에도 갈 수 있었어요. 누워 지내면서 우울하게 지내다가, 겨우겨우 일어나 하루 종일 운동하고 밥만 먹었어요. 그러더니 몸이 슬림해지더라고요. 그런 저를 본 친구들이 말했죠. “모델 해봐!” 2년 전에 모델 학원을 등록한 뒤, 지금은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Q. 지금 하는 일에서 자신의 강점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아영: 한 번 확신이 들면 뒤돌아보지 않고 전력 질주하는 편이었어요. 일할 때 집중도와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인 것 같아요.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찾아와도, ‘그래도 해내야지마음먹고 하고요. 얼마 전엔 한국여성의전화의 메타버스 사무실을 만드는 것도 힘든 일이었지만, 그래도 맡은 일 잘 할 수 있다고 스스로 다독이면서 했어요. 자신을 믿고 끈기 있게 해나가는 성격이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혜선: 모델로서는 키가 큰 것이 장점이고요. 자존감이 높다는 말을 종종 들어요. 저만의 기준과 색깔이 명확해요. 한국여성의전화에서 배운 덕분이지요. 여기서도 제 별명은 존버혜선이었거든요. 말 그대로 X게 버티는거죠. 덕분에 한국여성의전화에도 끝까지 남아 있었고, 모델 업계에서도 마찬가지예요. 또한, 사람과 신뢰감을 쌓으면 내게 이익이 돌아오지 않아도 끝까지 신뢰를 지키는 것. 이것이 일할 때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심어준 것 같아요.

 

기영: 제 강점은 경험에서 통찰을 많이 얻는 것이에요. 좋은 경험이든 나쁜 경험이든 배울 점을 찾아내죠. 제 직업이 강사이다 보니, 어느 경험이든 강의에 녹여내려고 해요. 엄마가 편찮았을 때도 그랬어요. 특히 27살은 제게 정말 힘들었던 해였거든요. 죽을 용기는 없었고, 아침엔 눈을 뜨지 말았으면 좋겠다고도 느꼈어요. 그래도 매일 되새겼어요. 신은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크기만큼의 시련을 주신다고요. 내가 얼마나 큰 사람이 되려고 이런 시련을 주실까, 하면서 버텼어요. 지금은 제게 힘들었던 경험들을 리스트업해 강의에 녹여내고 있지요.

 

Q. 일할 때 현실적인 어려움을 마주할 때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기영: 일단 재작년에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부터 강의 업계는 비수기예요. 결혼으로 인한 메리지 블루와 일을 못 해서 오는 우울감도 겹치면서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제가 과거에 힘든 시기를 지나면서 마음 속에 새겼던 좌우명은 이것도 결국 시간을 못 이겨서 과거가 될 거다였는데요, 이번에도 그 말을 되새기면서 강사들끼리 북 스터디를 진행하는 등 계속 공부하고 배워나갔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일복이 터져서 그전에 못했던 것들을 다 채울 수 있었어요. 올해도 코로나 때문에 강의가 많이 취소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또다시 바쁜 시절을 보내고 있답니다.

 

혜선: 처음 모델이 되고 이탈리아에 갈 계획이 있었는데, 가지 못하게 되면서 일을 그만둘 위기가 왔어요. 시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시어머니께서 편찮으신데, 제가 다 돌봐야 하는 상황이었죠. 저는 매일 여성운동가라고 이야기하고 다니지만, 정작 가정에서는 시댁에 얽매여 살았어요. 아직도 가정 내 가부장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언제나 저, 며느리에게 모든 게 오는 거죠. 옛날에는 권력에 의한 가부장성이었다면, 지금은 불쌍하다는 감정에 의해서 통제를 당해요. 그런 상황이 제 일을 자꾸 포기하게 만들어요. 며느리 역할 때문에 일이 막히니까 전부터 쌓였던 것들이 다 합쳐져서 우울증이 오더라고요. 다 그만둔다고 했죠. 그러니까 우리 남편이 시댁에 선언해서 제사를 없애고, 설거지도 본인이 하고 하더라고요. 그게 위로가 많이 됐어요. 그래서 그때 모델을 그만두려다가 모든 사람들이 힘을 줘서 지금은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Q. 지금 하는 일이 본인의 삶에서 얼마만큼의 비율을 차지하나요?

아영: 심리적, 정신적인 측면에서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저는 정신과를 다니고 있는데요. 예전에는 고시 공부를 하다 보니 정기적인 수입이 있는 돈벌이를 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스스로 가치가 없다고 여겨지고, 이 사회에서 쓸모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많이 불안했었거든요. 그런데 한국여성의전화에 들어오고 나서 내가 이 사회에서 가치가 있는 사람이 됐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정기적으로 수입도 들어오니 심리적으로, 정신적으로도 안정되더라고요. 의사 선생님도 많이 밝아진 것 같다고 하시고요. 이 커리어가 저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것 같아요.

 

기영: 물리적인 비율과 심리적인 비율이 달라요. 강의를 하는 날엔 하루에 적게는 4시간, 많게는 7시간씩 강의를 해요. 이동시간 등 추가로 소요되는 시간까지 따지면 80% 이상의 비율을 차지하죠. 그런데 심리적으로는 일이 25%, 그리고 남편 25%, 가족 25%, 마지막으로 친구가 25%예요. 제 삶을 잘 유지하기 위해서 나름의 섹터를 나눈 거죠. 일에 물리적인 시간은 많이 빼앗기고 있지만, 그래도 일이 끝난 후에는 나머지 75%에 집중하려고 해요.

 

혜선: 제일 처음엔 5%도 되지 않았어요. 수업을 듣는데 재미가 없어서 매일 졸곤 했죠. 그런데 1년이 지나니 재미가 생기더라고요. 지금은 심리적으로 30%~50% 정도 인 것 같아요. 모델을 하는 시간은 오롯이 나한테 투자하는 시간이거든요. 옛날에는 남을 위한 시간이 거의 전부였다 보니, 이젠 모델 일을 놓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코로나때문에 한국여성의전화에서 활동하지 못했는데, 지난주부터 전화상담을 다시 시작했어요. 그러면 이제 모델 일은 조금 줄어들겠죠. 저에게는 여성의전화가 우선순위랍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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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시죠? 2편에 세 여성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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