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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소음이 목소리가 되는 순간 연극 그집여자

by kwhotline 2013. 2. 20.

소음이 목소리가 되는 순간

연극 그집여자리뷰

 

 

 

 

진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두 여자

여인의 뒷모습은 울고 있었다. 침묵하고 있지만 덤덤하게 가는 믹서기 소리에서도 그녀는 살고 싶다고 소리치는 듯 했다. 그 집만의 방식이라는 사람들의 방관 속에서, 가정폭력의 피해자인 주인공은 사람들에게 그집여자로 불리는 며느리 이다.

그리고 그녀의 침묵을 덮는 수다쟁이 시어머니가 있다. 연극은 마치 그들이 대화를 주고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가시적인 말일뿐 서로의 목소리에 깊게 귀 기울이지 못한다.

서로의 침묵에는 옆집 가정의 소리, 윗집 공사소음, 창문건너편에 기차소리들이 공간을 채운다. 일방적으로 내는 이 소음들처럼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대화는 마치 불안한 감정을 덮기 위한 임시방편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들이 진짜 대화를 시작하게 되었던 것은 바로 가정폭력이라는 같은 아픔을 공유하면서 부터다. 폭력으로 인한 비명에 서로 귀 막았던 지난날들을 꺼내며 비로소 조금씩 소통하게 된다.

 

죄책감의 목소리

며느리의 살려달라는 비명조차 한낱 소음으로 처리되었던 지난날의 역사가 빤히 눈에 그려졌기 때문일까. 극장을 가득 채우는 일상소음은 빤히 폭력상황임을 알면서도 방관하고 있는, 사람들과 경찰, 그리고 무심코 지나쳤던 나를 반성하게 한다.

그들에게 가장 괴로웠던 소음은 윗집 공사도 아닌, 바로 옆에서 내는 비명소리였을 터. 그리고 폭력을 방관해온 자신의 마음에서 나오는 죄책감의 목소리였을 것이다. 그리고 관객들에게 빤히 보이는 폭력상황을 제지할 수 없는 무기력을 느끼게 한다. 이 역시 제3자로써 가정폭력 문제에 개입하기 힘든 현실적인 상황과 겹치며 극이 진행될 때마다 마음이 불편해진다.

 

관객과 호흡하는 연극 그집여자

딩동

초인종소리가 들리자 순간 객석에서는 정적이 흐르고 모두가 현관문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짧은 순간에 한숨과 희비가 엇갈리면서, 평범했던 그 소리는 가장 괴롭고 고통스러운 상황을 떠올리게 하는 폭력의 순간으로 다가온다. 관객들 모두, 항상 긴장하며 살아야 했던 두 여인의 고통을 함께 느끼고 있었다.

 

이처럼 이 연극은 관객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 관객은 그집여자를 방관하는 이웃집 사람이 되어 벽 이면에 숨겨져 있던 그들의 이야기에 눈 뜨게 한다. 그리고 귀 기울이게 한다. 극이 절정으로 치 닿을수록 남의 이야기라고 여겨지는 가정폭력을 간접경험하며 그 폭력의 정도와 고통을 체감하는 것이다. 가정폭력 피해자에겐 이것이 단 하루가 아닌 일상이라는 것에 더욱 괴로움을 느끼면서.

 

연극 그집여자는 두 주인공의 하루를 통해 수많이 스쳐갔던 그리고 침묵했던 가정폭력사건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이 누군가에겐 삶이며 우리 가까이에 있음을 느끼게 한다. 또한 가정폭력 문제를 내면 깊게 파고들어 연극이 끝난 뒤에도 꽤 오래 고민하게 하는 힘이 있다. 이제 소음으로 느껴왔던 주변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당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오늘, 두 여인의 대화를 통해 가정폭력에 대한 고민과 아픔을 함께 나누어 보는 것은 어떨까.

 

 

 

한국여성의전화 대학생 기자단_황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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