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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한국여성의전화 회원 인터뷰: 남초집단에서 일하는 여성 산업잠수사편

by kwhotline 2019. 12. 19.

<미생> 보다 매운 맛

남초집단에서 일하는 여성 산업잠수사편

 

인터뷰어 : 나눔, 중헌, 선영

인터뷰이 : 거북이


직군 내에서 여초 집단이라 불리는 곳은 극소수입니다널리고 널린 남초 집단에서 일하는 회원 중 특히 남초 집단이라고 불리는 IT업계와 잠수부 업계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여성 회원들을 만나보았습니다

남초 집단 내에서 여성이기 때문에 겪을 수밖에 없는 어려움을 함께 보시죠!



 바다를 만끽하고 있는 거북이 회원의 모습


 

Q : 어떻게 산업잠수사를 하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거북이 : 전 회사에서 퇴사하는 과정이 힘들었어요. 퇴사 후 우울하고 지친 마음으로 시간만 보내다가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퇴사 전부터 다니던) 동네 수영장에 갔는데, 인명구조 강사 자격증을 따신 분을 보고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라이프가드 과정을 수강하면서 선생님과 동기들이 제가 잠수를 잘한다고 했었고, 잠수기능사 자격증이 있다는 걸 알고 취득까지 하게 되었어요. 자격증을 활용할 수 있는 일을 알아보다가 산업잠수사에 취업하게 되었습니다.

 

 

Q : 두고두고 곱씹게 되는, 재직 중에 여성이라서 겪었던 부당한 처우나 경험,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거북이 : 잠수조사가 필요한 기술팀 사원으로 들어가서 일을 했는데, 그 회사는 업계 전체가 남자만 일하는 걸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어요. 일단은 여자 잠수사를 처음 뽑아봤다고 했고 일할 때는 약간 말하기 미묘한데 여자를 대하는 것 자체를 그 사람들이 되게 불편해했던 것 같아요. 제가 다른 곳에서 사회 경험은 많고 경력은 있는데 잠수사 경력은 없으니까, 신입이긴 한데 또 신입은 아닐 수도 있어서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고 여러 가지 상황이 겹쳐있었죠.


       잠수조사를 하려면 배를 타고 나가서 다이빙해야 하는데, 사실 국내 어선 중에 화장실 시설이 잘 갖춰진 데가 없잖아요. 처음에 약간 당황하긴 했는데 배를 타면 아침 7시에 타면 오후 1시쯤 돌아오니까 그냥 물을 안 마셨어요. 그리고 화장실 가기도 편한 복장이 아니잖아요. 그런 부분이 별로 힘들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같이 일하는 남자들이 되게 안절부절못하는 거예요. “화장실 못가서 어떡해”, “못 가서 불편한 거 아니냐라고 하면서. 사실 ktx 탈 때도 화장실 가기 귀찮으니까 물을 안 마셔요. 여자로 살았으면 화장실 불편한 데 있으니까 이런 상황이 좀 익숙할 거 아니에요. 별문제 없었는데 남자들이 불편해하는 건지 걱정을 하는 건지... 너무 웃긴 게 나는 괜찮으니까 그런 거로 신경 쓰지 마세요.” 해도 되게 안절부절못하더라구요.

 

회원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회원 인터뷰단원들의 모습


Q : 얼마나 일하셨나요?

거북이 : 계약만료라면서 3개월 밖에 못 했어요. 제 이전 경력도 다 이력서에 써놨는데도 그거를 언급하면서 산업잠수사는 여자가 하기 힘드니까 다이빙강사를 해라라면서 계약을 끝내더라구요. 그 말도 너무 웃긴 게 다이빙강사가 여자에게 적합할 수는 있지만 사실 다이빙강사도 성별 분포 따지고 보면 남자가 많아요.

       사장이 나의 커리어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면서 걱정이랍시고 여자라서 힘들 테니까 이야기하고, 산업잠수사만 힘들고 다이빙강사는 안 힘든가요. 그리고 거기서 들어본 말이 경력단절 여성이라서 기회를 주고 싶었다.” 그러면서 자기는 여자는 차별을 안 하는데 너는 경력이라든지, 일하기엔 안 맞으니까 더는 못 쓰겠다.” 이렇게 얘기를 하는 거예요.

       막상 일은 해보니까 재미는 있었거든요. 나는 신입이고 아는 게 없으니까 열심히 배워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사람들은 일을 가르쳐줄 생각은 없었고 그냥 잘하는 사람만 와서 근무해주기를 바랐던 건데 여자라서 특이하니까 뽑아봤고 산업잠수사가 일이 되게 위험한데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고 묻더라고요. 프로펠러 근처에 갈 기회나 좀 주든가.

 

 

Q : 그런 기회조차 안 준거잖아요. 괜히 엄한 걱정이나 하고 춥게 입었다느니. 화장실이나 

     걱정하고. 그러면 같이 근무했던 잠수팀에서의 반응은 어땠었나요?

거북이 : 서로 폭탄 돌리기를 했었어요. 사장은 기술팀 부장이 너랑 일하기 싫다고 하고, 기술팀 부장은 사장이 지시가 있으면 너랑 일하겠지만 사장은 별말이 없다고 하고요. 서로 떠넘겼어요.

 

 

Q : 같이 일을 했을 때는 괜찮으셨나요?

거북이 : 도구, 장갑을 포함해서 모든 용품이 제 기준에서는 너무 컸어요.

       그리고 회사에서 체력 문제를 지적했는데, 남자들이 무거운 공기통 두 개씩 들 때 저는 하나 겨우 들거든요. 그런데 솔직히 제 생각에는 내가 두 번 왔다 갔다 하면 얼추 맞출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할 수 있지 않나.’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 사람들은 남자들이 항상 하던 그 기준에 저를 끌어오려고 하거나, 기준에 못 맞추면 버릴 생각 둘 중에 하나만 했던 것 같아요. 왜 이런 힘든 육체노동을 하려고 하느냐는 질문에 왜 나는 하면 안 되지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채용할 때부터 남자를 선호하는 것 같더라구요. 출장 많이 다니는 일이면 여성은 힘들어해서 안 될 것이다. 먼저 단정을 해버리는 그런 분위기를 어떻게 부당하다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기분이 나쁜데 아니 뭐 집 멀리 떠나고 출장 가는 그런 일을 남자도 좋아할 리는 없잖아요, 솔직히. 그렇지만 흔히 미혼남성을 부리기 쉬운 존재로 산정을 해놓죠. 여성을 보호하는 척하면서 여성을 배제하는 프레임이죠.

       속마음은 여성을 차별하고 있지만 약간 숨겨두고 평가 논리를 다 따지면서 낮은 평가를 주기 위한 핑계를 교묘하게 만들어내요.

 

회원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회원 인터뷰단원들의 모습


Q : 산업잠수사 업계에서 일하고 싶은 다른 여성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거북이 : 남초 업계인 곳에 여자가 일하려면 남자보다 일을 더 잘해야 한다거나 독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쉽게 하죠. 남자보다 더 독해야 하는 건 맞는 것 같아요. ‘네가 여자니까 더 잘해야 인정하겠다편견을 가진 사람들과 맞서려면 어쩔 수 없으니까요. 체력이 많이 필요한 일이지만 여자가 일하고 싶다면 동등하게 일할 기회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체력과 체격의 차이를 어떻게 설명하고 이해하고 극복해야 할까.’ 이 문제는 저도 아직 풀지 못했습니다. 기존의 업계 성비 구성이나 일하던 환경이나 장비의 규격 모든 것이 남자에게 오랫동안 맞춰져 있었으니까요. 여자가 일하려면 기존의 조건에 맞춰서 성과를 내거나, 아니면 여성에게 적합한 기준과 조건을 찾아서 업계가 원하는 성과를 낼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저는 이것을 실수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해결책을 고민할 시간을 얻을 기회라고 부르고 싶네요. 저는 제가 겪은 차별에 맞서기에 앞서 차별에 맞설 기회조차 얻지 못했습니다.

 

      국가기술 자격의 최고 등급이 기술사이니까, 적성에 맞는 분야를 찾아서 경력을 계속 쌓고 다른 여성과 연대를 할 수 있다든지 저 혼자 생존을 한다든지 그런 방안을 찾는 게 궁극적인 목표예요. 현재는 다이빙을 취미로 하고 있고 프리다이빙도 배운지 1년 반 정도 넘어서 이제 강사를 준비하는 단계에 와 있어요. 다이빙 업계도 사실 아재들이 많아요. 그래서 여자다이빙 강사가 있어도 뭉쳐서 뭘 한다거나 그런 거는 잘 없는 것 같고, 한다면 다이빙 업계에서도 그런 걸 만들면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트위터에 민주노총 여성활동가 사진이 많이 올라오더라구요. 민주노총이 예전에는 남초 이미지가 되게 강했었는데 여성노동자에 관해 새롭게 조명하고 행사도 열고 하더라구요. 저도 제가 관심을 갖고 있는 업계에서 목소리를 낼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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