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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친밀한 파트너에 의한 여성살해의 현실을 짚다

by kwhotline 2019. 12. 12.

 

'분노의 게이지' 10주년 포럼 후기 

친밀한 파트너에 의한 여성살해의 현실을 짚다

 

 

 

 

한국여성의전화는 2009년부터 언론에 보도된 사건 분석을 통해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 통계 ‘분노의 게이지’를 발표해왔습니다. 
 
매일 같이 전/현 배우자 혹인 데이트 관계 등 친밀한 상대에 의해 여성이 살해됐다는 뉴스를 접하지만,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누구에 의해, 어떤 상황에서 살해되었는지, 범죄 수사와 처리결과는 어떻게 되었는지 등 여성살해의 현실을 파악할 수 있는 통계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습니다. 하나의 사건으로, 가해자의 변명을 받아쓴 보도로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닌, 살해된 여성들을 기억하며 여성살해의 실태와 진짜 이유를 밝히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분노의 게이지' 활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언론에 보도된 사건만을 분석한 최소한의 숫자임에도 '분노의 게이지'는 한국 사회에 친밀한 파트너 폭력(IPV: Intimate Partner Violence)에 의한 여성살해가 얼마나 보편적인 현상인지를 가시화하며, 이제는 우리 사회의 여성폭력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지표로 수많은 기사와 교육자료에 인용되고 있습니다.
 
어느덧 '분노의 게이지'를 발표한지 10년이 된 2019년. 지난 10년간의 분노의 게이지’ 데이터와 활동을 공유하며, 친밀한 파트너에 의한 여성에 대한 폭력/살해의 실태와 이의 근절을 위한 정책적운동적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 2019.12.10 창비서교빌딩 50주년홀에서 진행된 <'분노의 게이지' 10주년 포럼: 친밀한 파트너에 의한 여성살해> 현장 ⓒ한국여성의전화
 
 
12월 10일 오후 7시에 진행된 <'분노의 게이지' 10주년 포럼: 친밀한 파트너에 의한 여성살해>은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발표는 ‘분노의 게이지’ 를 통해 본 친밀한 파트너에 의한 여성살해 실태(재재 한국여성의전화 인권문화국 국장)”, “판결문을 통해 본 배우자 살인(심영구 기자, SBS 마부작침)”, “여성살해 국가통계 구축 현황과 과제(윤덕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분노의 게이지’ 10년 활동의 성과와 과제최소 2,000명의 피해자성차별적 테러리즘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를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패널 발표에 이어 질의 응답 및 종합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재재 한국여성의전화 인권문화국 국장은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집계한 '분노의 게이지' 분석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분노의 게이지' 통계에 따르면, 최소 3.5일마다 1명(피해여성 주변인 포함)이 친밀한 남성 파트너에 의한 폭력으로 살해되었고, 살인미수 및 이에 준하는 위험까지 포함하면 최소 1.8일마다 1명(피해여성 주변인 포함)의 피해자가 발생했습니다. 또한 가해자들은 "헤어지자고 해서", "잠을 깨워서", "밥을 달라는 자신의 말에 대답하지 않아서", "전화 받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명절에 시댁에 가지 않아서" 등 너무도 미약한 이유로 "홧김에", "우발적"으로 살인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재재 국장은 친밀한 파트너에 의한 여성살해가 이혼이나 결별 등 피해자의 관계중단 요구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양상이 두드러지는 것은 '여성에 대한 통제와 지배'라는 젠더에 기반한 폭력의 본질의 명백히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강조하며, 정부는 여성살해의 원인과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인 국가통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발표를 마무리했습니다.

심영구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 기자는 배우자 살인사건 판결문 분석 결과를 토대로 보도했던 '부부살인 리포트'를 소개하며 배우자 살인의 실태를 발표했습니다. 배우자 살인 사건의 경우 여성 피해자가 훨씬 더 많았으며, 특히 그 배경에는 가정폭력이 있었다고 분석했습니다. 피고인 성별에 따라 판결 내용(범행동기, 형량 등)이 달라지는데, 아내살해의 경우 가정폭력 등 범행 전력이 주요 가중요소로, 남편살해의 경우 가정폭력 피해 경험이 감경요소로 작용했다는 분석결과를 발표하며, 남성 배우자에 의한 여성에 대한 폭력의 연장선에서 발생하는 배우자 살인의 실태를 설명했습니다. 또한 가정폭력 피해 여성의 '남편 살해' 사건의 경우 지속적인 가정폭력이 있었음에도 정당방위로 인정받지 못했음을 언급하며, 이러한 판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제대로 된 해결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윤덕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여성살해에 대한 국가통계의 구축 현황과 과제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특히 여성폭력에 관한 통계 중 가정폭력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통계에 미흡한 점이 많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현재 범죄통계원표상 가정폭력의 발생건수를 유일하게 집계할 수 있는 항목인 '가정폭력 여부'가 필수입력항목이 아니고, '피해자와의 관계' 중 배우자 항목이 없어 가정폭력 발생건수를 정확하게 집계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뿐만 아니라 사법기관(검찰청, 법원)별로 가정폭력 범죄를 집계하는 유형이 다르고, 사건 처리결과를 표시하는 방식도 달라 정확하게 이를 드러내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윤덕경 연구위원은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여성폭력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일관성 있는 통계 구축을 위해 국내외 관련 기관 및 기구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하였습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분노의 게이지' 10년 활동의 성과와 과제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지난 10년 간의 활동은 여성살해의 주범이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 파트너이며, 폭력적인 파트너와의 관계 중단 과정에서 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해왔고, 피해 여성 외 주변인도 피해를 입게 된다는 여성살해에 대한 사실을 가시화했습니다. '분노의 게이지'를 통해 확인된 사실은 여성에 대한 통제와 지배라는 젠더 기반 폭력의 본질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며, 이 문제는 우리 사회 전반에 인적, 물적 피해를 야기하는 사회적 범죄라는 것임을 명백히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분노의 게이지' 활동을 통해 제안한 정책들은 대부분 실현되지 않았다며, 가해자에 대한 적극적 체포와 기소, 스토킹처벌법 제정, 관계 유지 및 회복 중심의 정책 철폐, 이혼과정에서의 부부상담명령 및 사전면접교섭처분 금지 등 여성폭력/살해 근절 정책은 일부의 개선이 아니라 전면적이고 혁신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송란희 사무처장은 10년간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된 여성 수 최소 887명, 주변인 피해와 미수 사건까지 포함하면 최소 2천명이 희생됐는데, 이것이 테러가 아니면 무엇이냐며 성차별적 테러리즘 앞에 정부는 강력한 의지와 실질적인 대책으로 응답해야 한다고 발표를 마무리했습니다. 

 

 

 

▲ 2019.12.10 <'분노의 게이지' 10주년 포럼: 친밀한 파트너에 의한 여성살해> 현장, 송란희 사무처장이 

‘분노의 게이지’ 10년 활동의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의전화가 집계, 분석한 남성 파트너에 의한 여성살해 통계와 정책 과제의 구체적인 내용은 자료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분노의 게이지 10주년 포럼> 자료집 다운로드(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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