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
구로디지털단지에서 먼지차별 탈탈털자!
글 I 활동가 낙타
11월 28일 목요일 아침, 오랜만에 독박골을 벗어나 구로디지털단지에서 활동가들과 아침 인사를 나눴습니다.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을 맞아 먼지차별 근절 캠페인을 진행하려 모였는데요, 생각보다 따스하고 맑은 날씨 덕분에 지체 없이 준비했습니다.
캠페인을 준비하며 신 모 종교의 자리가 좋아 보였던 활동가 일동은 근처에 둥지를 틀었어요. 볕이 좋은 자리에서 종교인으로 오해를 받는 상황이 생기기도 했지만 꿋꿋하게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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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차별이란 우리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도처에 깔려있고,
유해하며, 늘 치우지 않으면 쌓이는 ‘먼지’와도 같은 차별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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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널을 설치하고 신나게 시동을 거는 활동가와 굿즈
캠페인을 준비하는 사이에도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퀴즈도 제안해보았어요. 자연스럽게 시작된 먼지차별 퀴즈도 잘 맞히고,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의 의미도 귀 기울여 주셨습니다. 퀴즈를 맞히고 활동가만큼 즐거워하고 무엇을 하는 단체인지 궁금해하셨어요. (이렇게 퍼줘서 뭐가 남냐며……!)
점심시간이 되니 직장인 무리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캠페인의 피크타임이 시작되었는데요,
모든 활동가가 거리로 나가 포스트잇과 핫팩을 나누었습니다.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입니다! 캠페인 참여하고 가세요.”
“먼지차별 캠페인 참여하시고 포스트잇과 핫팩 받아 가세요!”
캠페인의 포스트잇 굿즈가 예뻐서 받은 후 ‘먼지차별’문구를 보고 “이게 뭐지?” 하며 설명을 읽으며 가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캠페인 전 답사에서도 있었던 상황이었어요. 단순한 시각적 흥미를 단체 활동의 관심으로 끌어낼 수 있었어요.
물론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 먼지차별이라는 말이 낯설었는지 보지도 않고 거절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멘트를 바꿔가며 계속 시도하긴 했지만 다른 방법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하여 뜨거운 감자인 직장 내 괴롭힘을 동원해보았어요.
“직장 내 괴롭힘 캠페인 참여하고 가세요!”
“먼지 같은 직장 내 차별 함께 근절해요!”
바뀐 키워드가 더 자신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는지 캠페인 부스도 고개를 돌려서 한 번 더 보고 가셨습니다.
한 번 더 권유해보는 방식보다 더 큰 반응을 보았습니다.
▲ 퀴즈를 푸는 참여자들과 더 신난 활동가
▲ 포스트잇과 리플렛 뭉치를 가져가신 직장인 여러분, 먼지차별 근절 사무실을 만드시길 바라요!
놀랍게도 사무실에 돌리겠다고 더 나눠줄 수 있겠는지 먼저 물어보신 분도 있었습니다.
어느 직장인 무리는, 활동가들이 엄선한 먼지차별 문장을 읽으며 탄식하며 갔어요.
“(동료에게) 나 좀 그만 괴롭혀~”
“이거 우리 사무실 남자들 책상 위에 올려놔야겠다, 많이 주세요!”
“옛날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안 되지~”
“하…(탄식)”
▲ 동행인 아니고 캠페인 중 맞습니다. ▲ 받을 때까지 함께 걸어요. 멀리 안 나갈게요.
(feat. 알록달록 코린) (feat. 낙타색 낙타)
▲ 캠페인이 막바지에 들어갈 때쯤 깜짝 방문해주신 수철회원님
한국여성의전화 밴드에 공유된 캠페인을 보고 근처에서 교육을 받다 오셨다고 합니다. 퀴즈를 풀고 간식 보따리를 선물해주셨어요. 당이 부족한 활동가들에게 힘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무리 정리도 함께 해주셔서 감동이었어요!
코린 활동가는 포스트잇 뭉치를 가지고 휴식 시간을 가지러 갔습니다. 흡연 구역에서 편안해진 흡연자들을 공략하자는 계획은 대성공이었어요. (모두 가만히 서 있으니 웃으면서 건네면 안 받을 수가 없다며……. 웃는 얼굴에 침 뱉는 사람 없다더니!) 이윽고 코린 활동가는 휴식 시간마다 포스트잇을 한 다발씩 가져갔답니다.
▲ 핫팩 300개, 포스트잇 1,500개를 모두 소진하고 한껏 귀여워진 짐과 깜짝 커피 선물
캠페인 정리가 마무리되어가던 중, 깜짝 커피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사연을 들어보니, 시간을 거슬러, 구로디지털단지 캠페인 장소에 도착한 활동가들은 근처 백모 카페에서 열매(캠페인 준비물을 담은 사무실 차량)를 기다렸는데요, 그때! 재재활동가가 입은 패딩의 FEMINIST 문구를 기억해주신 카페 관계자분이 커피를 건네주신 거였어요. 덕분에 따뜻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해요!
▲ 점심시간이 한참 지나 캠페인을 종료했습니다.
코린, 낙타, 수철회원님, 재재, 사진 찍는 서영, 먼저 사무실로 복귀한 개미와 혜경 고생했어요!
근처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5분 거리에 있는 허그미를 방문했습니다.
허그미는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주최하는 페스티벌 킥, 여성인권영화제 등 다양한 행사에 생리대를 후원해주신 기업이에요. 하여 감사 인사도 하고 캠페인도 함께 나누고자 잠시 들렀습니다.
▲ 매번 따뜻한 마음으로 후원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020년에도 함께해요!
▲ 개미활동가가 제작한 먼지차별 근절 영상. 허그미에 가던 길에 엘리베이터에서 만났어요.
이번 캠페인은 기업 밀집 지역에 광고 송출도 했습니다. 앞으로 버스 광고 등 다양한 방법으로 먼지차별근절캠페인이 계속되길 기대합니다. 오늘 캠페인에 참여해주신 분들도 사무실에서 포스트잇으로, 길거리에서 먼지차별캐릭터를 볼 때마다 반가워해 주시길!
캠페인이 끝나고 짧은 소감을 나눴습니다. 확실히 사람들을 직접 만나면 더 힘이 난다는 말에 모두 공감했어요. 지하철역 앞보다 기업이 밀집된 빌딩 앞이어서 가져간 굿즈를 거의 소진할 만큼 직장인의 반응이 좋았는데요, 해시태그 이벤트는 사진을 찍고 업로드를 해야 하기에 점심시간에 하기에는 품이 많이 들어 참여율이 저조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OX 퀴즈는 직장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령에서 관심을 보여주셔서 비교적 참여가 높았어요.
생각보다 매섭지 않은 날씨 덕분에 순조로웠던 구로디지털단지 먼지차별근절 캠페인! 여유 있게 경청해주신 시민분들께 감사드립니다.
2020년에도 계속될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과 탈탈털자 먼지차별 캠페인에 많은 기대와 호응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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