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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집 밖에서 나누는 서로의 눈물과 온기, 그리고 용기-뜨거운 시선 집담회 후기

by kwhotline 2019. 11. 27.

2019 여성주의 집중 아카데미 뜨거운 시선’ <집 밖에서 집을 보다> 후기

 

집 밖에서 나누는 서로의 눈물과 온기, 그리고 용기

- 집담회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모르는> -


채연 '뜨거운 시선' 수강생

 

지난 14일 저녁, 한국여성의전화 지하 2층 깊은 교육장에서 2019 여성주의 집중 아카데미 뜨거운 시선’ <집 밖에서 집을 보다>의 첫 번째 시간인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모르는> 집담회가 열렸다. 정 한국여성의전화 인권상담소 활동가의 진행으로 <가정폭력 피해 여성이 직접 만드는 문화공연마음대로, 점프!’ 프로젝트> 참가자였던 명아, 파워가 이야기를 나눴다.

 




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 법과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집담회는 왜 가정폭력을 말하기 어려웠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했다. 파워는 아직도 폭력의 원인을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에게서 찾는 사회적 인식과 선입견을 문제로 지적했다. 미디어에서 가정폭력은 흔히 술 취한 남편이 이성을 잃고 행하는 것처럼 그려지지만, 가해자는 술에 취해서가 아니라 아내를 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성적 판단에 따라 폭력을 가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인식과 선입견은 경찰과 가사조사관에 의한 2차 피해로 이어진다.

경찰에 신고를 하더라도 경찰이 그 자리에서 폭력을 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사람을 데리고 갈 수 없다.”라고 말하며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거나, 진단서와 각서, 피해 사진을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본 사람이 있냐” “동영상이 있냐라고 물으며 피해자의 말을 믿지 않는다. 이혼 소송 과정에서도 가해자와 피해자를 한 공간에 앉혀 놓고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고, 가해자와 “12일 여행을 다녀오라.”라는 등의 가사조사관에 의한 2차 피해가 발생한다. 이러한 경험들을 나누면서 파워는 가해자가 경찰이 온 그 자리에서 폭력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가해자를 격리하고 데려갈 수 있는 제도가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엄마의 행복과 안녕, 평안을 내가 다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집담회에서 참여자들은 각자 가정폭력 피해 생존자로서, 혹은 연대자로서 경험을 나누었다. 한 참여자는 엄마로서 자신의 딸에게 너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 아니다. 내 삶이었고, 내 과정이었다. 부모는 부모의 삶이 있다.”라고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 명아는 <마음대로 점프!> 프로젝트를 통해 상황이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엄마의 상황들을 이해하게 된 경험을 이야기하며, “엄마에게도 엄마의 때가 있고, 엄마의 힘이 있다는 것을 믿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너 지금 마음이 어때?”


 명아는 프로젝트에서 느꼈던 온기와 따뜻함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감춰졌던 자신의 감정과 기억을 찾게 된 것이 선물 같다라고 표현했다. 파워는 춤을 추고 서로의 온기를 나누는 것이 내 아이를 위로하는 듯한느낌이었고, 이를 통해 몸에 보이지 않는 점같았던 가정폭력의 경험을 치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 참여자는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폭력의 경험을 하고 있는 와중에 어떻게 잘 빠져나올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라고 질문했다. 파워는 나를 자책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스스로를 자책하지 말았으면 좋겠고, 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명아는 가정폭력을 어떻게 끊어낼 수 있을까를 생각했을 때, 내가 설 수 있는 힘을 기르고 나의 이야기를 하자.”라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폭력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는 것이 아닌지 고민하고 이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이들에게 큰 위로와 힘을 준 순간이었다.

 



우리가 말해야 변화가 일어난다!”


각자가 겪었던 한국의 가정폭력 피해 지원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 자립을 위한 꿀팁을 주고받는 것으로 집담회는 마무리되었다. 파워는 “<마음대로, 점프!>에서 피해자들끼리 동그랗게 앉아 서로 아픔을 이야기하고 같이 소통하는 시간이 치유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많은 분들이 꼭 이런 프로그램을 경험해 보셨으면 좋겠다.”라는 소감을 남겼다. 명아도 오늘 만나 뵙게 되어 반갑고 만남을 이어가고 싶다. 다음 강의들도 같이 참여하고 싶다라며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집담회의 진행을 맡았던 정 활동가는 “<마음대로, 점프!>가 진행된 6개월 동안 참여자들이 서로의 안전망이 된 것 같아 든든했고, 집담회에도 <마음대로, 점프!>의 다른 참여자들이 오셔서 패널들을 응원해주시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집담회에 참여한 분들도 이런 든든함을 느끼셨길 바란다.”라며 이후 소감을 전했다. 집담회에 함께 했던 한 참여자는 묵묵히 혼자 견뎌내야만 했던 아픔과 슬픔을 비로소 이해하고 보듬을 수 있었던 따뜻한 시간이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이 울고, 위로받았던 시간이었다. 서로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나누는 것 자체가 주는 힘을 받고, 조금 더 강해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제서야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걱정하지 마, 네 잘못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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