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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죽거나 죽이거나, 그 후 : 가정폭력 가해자 사망사건 정당방위지원팀 원민경 회원 인터뷰 1편

by kwhotline 2019. 8. 6.

죽거나 죽이거나, 그 후

: 가정폭력 가해자 사망사건 정당방위지원팀 원민경 회원 인터뷰 1편

 

인터뷰어 : 박수현, 박선영, 박중헌

인터뷰이 : 원민경

 

 2018, 한국여성의전화 상담실에 걸려온 전화 1,579건 중 가정폭력 피해는 40.8%였습니다. 피해자 중 62%는 복합적인 폭력인 신체적·성적·정서적·경제적 폭력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2017, 언론에 보도된 살인사건을 분석한 결과, 2017년 한 해 동안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은 최소 85, 살인미수 등으로 살아남은 여성은 최소 103명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피해 여성의 자녀나 부모, 친구 등 주변인이 중상을 입거나 생명을 잃은 경우도 최소 55명에 달할 정도로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게 생명의 위협을 받는 여성들은 매우 많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가정폭력을 당해온 피해자가 국가와 사회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고, 가해자의 폭력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가해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기도 합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이러한 사건을 정당방위로 규정하고, 꾸준히 피해자를 지원해 오고 있습니다. 

 가정폭력의 끝은 죽거나 죽여야만 하는 현실입니다. 더욱더 안타까운 것은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가해자의 폭력으로 인해 생을 마감하거나, 가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인권과 정의가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여전히 가정폭력을 사적인 일로 치부하는 사회적 무관심 속에서 가정폭력 가해자 사망사건 정당방위지원팀 담당 변호사이자, 한국여성의전화 이사 및 여성평화를위한변호사모임 대표를 맡고 있는 원민경 회원을 인터뷰하였습니다.

*가정폭력 정당방위지원팀가정폭력 정당방위 사건지원과정에 직접 함께함으로써 여성 인권 문제에 대한 이해와 역량을 높이고자 한국여성의전화 실무수습인턴 활동을 하는 예비 법조인으로 구성됨재판지원 활동과 더불어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지원한 정당방위 사건 21건의 자료를 취합·분석하는 등의 활동을 펼침.


회원 인터뷰를 진행하는 회원 인터뷰단과 원민경 회원의 모습



Q :
한국여성의전화와 함께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원민경 : 당시 사법연수원 1년 차가 되면 2주씩 사회봉사를 하는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여기 처음 와서는 봉투에 풀칠해서 붙이는 일부터 하고, 변호사님 상담할 때 옆에 동석하고 그렇게 시작했었죠. 새로운 눈을 뜨게 되었던 시기라 생각하는데, 지금도 세대 교체되고 있음을 느끼고 신선한 시각을 가진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아요.


Q :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처음 맡으신 가정폭력 정당방위 사건은 무엇이고 지원 과정은 어떠셨나요?

원민경 : 제가 처음 맡게 되었던 A 씨 사건이 당시 저와 저희 회사 변호사들, 정당방위 사건 지원팀, 활동가 모두를 성장시켜준 것 같아요. 같이 공부하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가 정당방위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해외 판례도 정당방위지원팀이 많이 찾아서 연구했고요.

         A 씨의 시어머니가 도움을 많이 주셨던 사건이었어요. 어머님과 같이 살던 때에도 일상적으로 남편이 A 씨를 폭행했을 것이고 그래서 모든 정황을 알고 계셨어요. 또 손주들이 불쌍하니까 빨리 며느리가 출소했으면 좋겠다는 말씀도 하셨고요. 국민참여재판으로 1심이 진행된 뒤, 항소심에서 시어머님이 직접 울면서 증언을 하셔서 1년이 감형됐어요.

 A 씨는 출소한 다음에 여성의전화에 여러 번 오신 거로 알고 있어요. 저도 몇 번 만났고. 그때 함께 했던 회원 중에 몇 분은 A 씨가 수감생활 하실 때도 연락을 종종 주고받았고, 나오신 다음에도 같이 차도 드시고 식사도 같이하고. 편안하게 만날 수 있는 자리가 있으면 부르기도 하고요.

다 같은 마음이셨던 것 같아요. A 씨가 요리를 잘하셔서 회원, 활동가분들을 초대해서 식사도 같이했어요. 당시에 주고받은 편지에서 본인도 폭력 피해자들을 위해서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비치기도 하셨죠.


인터뷰에 참여하는 원민경 회원의 모습

 

Q : 가정폭력 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태도는 현장에서 느끼기에 어떠신가요?

원민경 : 미투 이후에 재판부가 조심하는 것은 생긴 것 같아요. 여성단체 회원들이 방청하고 있으면 보는 눈들이 있잖아요. 그래서 표현을 조심하는 편이고. 가정폭력 정당방위 사건의 경우, 무죄는 아니지만 A 씨 사건 때보다 형이 1~2년 정도 내려가는 경우도 있었고요.

이수정 교수님이 여러 사건에서 굉장히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가정폭력 피해자분들은 오랫동안 폭력을 당하는 일상에서, 대체로 상담이나 병원 진료를 받을 경황이 없거나, 경찰에 신고했지만 신고한 기록이 제대로 안 남아 있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 이수정 교수님이 직접 구치소로 A 씨를 찾아가 장소변경 접견을 신청하셔서 여러 시간 인터뷰를 진행하셨어요. 장시간 피해자를 인터뷰하신 이후 피해자가 피학대여성증후군으로 면담 결과에서 아주 위험한 수치를 기록하였다.’라고 보고서를 제출했고, B 씨 사건에서는 법정에 전문가로 직접 증언을 하셨죠. 그게 참 감사하고 가장 열심히 해주신 분 중 한 분이셨어요.

 

Q : 가정폭력 피해자분들은 재판 중이나 후에 구치소에 계실 때에는 어떻게 지내시나요?

원민경 : 원가족과 관계가 끊어져 있거나 없으시거나, 있어도 실질적인 지지가 없는 경우, 당사자분이 재판을 받는 동안에 많이 힘들어 할 수밖에 없어요. 그럴 때 한국여성의전화 회원들이 꾸준히 편지를 쓰거나 직접 만나거나 하면 큰 힘을 얻으셨어요.

가정폭력 정당방위로 무죄를 입증받지 못했기 때문에 살인죄로 들어가셨는데 사실, 이 사건 이전에는 단 하나의 전과도 없는 분들이잖아요. 언어폭력은 물론, 어떤 전과도 없는 분들이시다 보니 가석방이 돼요. 대체로 교도소에서 생활하실 때 모범적으로 생활하시고 교도관들 평가가 좋을 수밖에 없었나 봐요. 다들 빨리 나오셔서 어떨 때는 생각지도 못할 때 나오셨다는 전화를 받을 때가 있어요.

 

일단 사건 발생 직후에는 , 내가 사람을 죽였구나.’, 하는 죄책감을 많이 갖게 되죠. 그런데 회원들의 지지를 받고 또 재판과정 중에 정당방위였음이 설명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본인에게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를 객관적으로 보게 되고, 스스로에 대한 죄의식을 조금은 덜어내게 되는 것 같아요.

이것이 우리가 같이 모여서 활동하는 이유인 거죠. 지금도 꾸준히 여성의전화가 여러 폭력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있잖아요. 저도 법률상담을 하다 보면 가정폭력부터 성폭력, 성매매 다양한 폭력 피해에 대한 상담을 하는데 그중에서 가장 원초적이고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폭력이 가정폭력이에요. 우리 단체와 개개인의 활동 모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회원 인터뷰를 진행하는 회원 인터뷰단과 원민경 회원의 모습

 

Q : 가정폭력이 일어났을 때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한 경우, 보호조치를 어디까지 요청할 수 있나요?

원민경 : 경찰이 갖춰놓은 피해자 지원제도가 있지만, 가정폭력상담소만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하우가 부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만, 신고자가 보호 조치를 요청할 경우, 경찰이 규정을 확인하고 관련 부서에 신청할 테니 폭력에 대한 근거가 남게 되겠죠. 사실 정말 위험한 폭력에 노출된 분은 접근금지조치는 소용이 없을 수 있고, 쉼터로 옮겨와야 남편 등 가해자가 찾아올 수 없는 곳에서 안전이 확보되기도 해요. 그런 경우는 경찰이 피해자가 상담과 보호를 제대로 받을 수 있게 쉼터 등으로 연계하는 역할이 있으면 좋겠어요.

경찰이 피해자에게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 스마트 워치를 배부하기도 하는데요. 피해 당사자가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경찰이 더 적극적으로 상담을 권유하고 피해자의 집으로 방문해서 그다음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게 필요해요. 아주 오래전에 있었던 일인데 가정폭력 피해자가 가해자인 남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경찰을 돌려보냈고 한 달 후에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가해자를 돌려보내는 게 일반적이거든요.

 

Q : 피해 당사자 이외에 자녀나 친정 등 폭력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주변 사람은 어떻게 보호를 받을 수 있나요?

원민경 : 직접적인 피해자가 아닌 경우에는 아마 쉽지 않을 거예요. 다만 민사상으로는 문자나 핸드폰 녹음 등으로 남긴 증거가 있을 때, 폭력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가족 등에게 접근을 못 하게 하는 방법이 있어요.


죽거나 죽이거나, 그 후 : 가정폭력 가해자 사망사건 정당방위지원팀 원민경 회원 인터뷰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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