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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해결을 위한 새로운 모색 - 영국 법·제도를 중심으로

by kwhotline 2023. 8. 2.

[한국여성의전화 창립 40주년 기념 온라인 국제 세미나]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해결을 위한 새로운 모색 - 영국 법·제도를 중심으로

 

5 30일 오후 7, 한국여성의전화 창립 40주년 기념 온라인 국제 세미나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해결을 위한 새로운 모색 - 영국 법·제도를 중심으로>가 개최되었습니다.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진행된 본 국제 세미나에는 약 200여 분들이 참여하였습니다. 본 세미나는 사회를 맡은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이하 송란희 대표)의 국내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실태에 대한 발제로 시작되었습니다.

 

2022년, 1.17일에 1명의 여성이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해있다.

2022년 분노의 게이지: 언론 보도를 통해 본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한 여성살해 분석, 한국여성의전화, 2023.

 

 

송란희 대표는 최소 1.17일에 1명의 여성이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해있는 한국의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실태를 밝히며 발제를 시작했습니다. 이어서 가정폭력처벌법을 중심으로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관련 제도가 어떻게 마련되어 있는지 소개하며 가정폭력처벌법이 가정유지 관점으로 가정폭력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고 피해자의 인권보장을 가로막는 문제를 꼬집었습니다. 2021년 가정폭력 신고 218,680건 중 검거 인원은 21%밖에 되지 않고, 검거 인원의 절반이 가정보호사건으로 송치되며, 형사 사건으로 기소된 비율은 약 10%, 구속된 가해자는 0.5%에 그치는 등 가정폭력처벌법의 관점과 목적에 의해 가정폭력 가해자가 처벌받지 않는 실태를 밝혔습니다.

 

‘가정폭력’이라는 용어가 폭력의 구조를 충분히 드러낼 수 있는가?

 

마지막으로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가정폭력이라는 단어로 부르는 것이 충분한가에 대해 질문하며, 한국 사회에서 가정폭력과 데이트폭력이 구분되어 이슈화되며 대응책이 논의되고 있지만, 가정폭력과 데이트폭력 등 친밀한 관계 내에서 발생하는 여성폭력의 원인과 피해의 양상, 피해자에게 미치는 영향, 그리고 이에 대한 잘못된 통념이 궤를 같이하기 때문에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등과 같이 친밀한 관계 내에서 발생하는 여성폭력을 통합적으로 바라보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발제를 마무리했습니다.

 

 

여성단체와 피해생존자들의 노력으로 만들어낸 성과,
가정폭력을 폭넓게 정의한 영국의 가정폭력방지법

 

다음으로 영국 여성단체 위민스에이드 정책팀장(Senior Policy and Practice Officer, Women's Aid) 이저벨라 로언솔 이삭스(Isabella Lowenthal-Isaacs, 이하 이저벨라)의 영국 Domestic Abuse Act 2021(이하 가정폭력방지법)에 대한 발제가 진행되었습니다. 이저벨라는 가정폭력방지법이 가정폭력 피해 생존자들과 여성단체가 주도해서 만든 법안임을 설명하며 가정폭력방지법 전반의 내용을 공유했습니다. 영국 가정폭력방지법에서 가정폭력의 정의는 16세 이상의 개인적으로 관계가 있는(personally connected)’ 개인들 간의 행위가 폭력적(abusive)’이었을 경우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관계가 있는의 범위는 가정폭력 피·가해자 관계에 동거하지 않는 현·전 파트너, 아이에 대한 부모의 역할을 공동으로 수행하는 관계, 가족 등까지 포함합니다. 혈연·혼인 관계로 이루어진 가족 구성원 간에 발생한 폭력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 폭력에 대해서도 가정폭력방지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또한, ‘강압적 통제(coercive or controlling behaviour)’를 가정폭력에 포함 시켜 가정폭력을 폭넓게 정의하고 있다는 것이 한국 가정폭력처벌법과의 차별점이었습니다. 여기에서 강압적 통제란 강압적이고 통제적인 행동으로 상대방의 자유를 빼앗는 행위를 뜻합니다. 전반적으로 포괄적인 정의가 마련되어 있으나, 영국의 경우에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신고율이 낮으며, 특히 경찰이 강압적 통제에 대한 신고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는 문제를 공유했습니다.

 

 

영국에는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지위를 보유하고 있는 가정폭력감독관이 있습니다. 이 감독관은 가정폭력방지법안으로부터 피해자가 보장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모니터링하고 전국의 실태를 파악하며 공공기관에 대한 권고를 내리고, 연구를 수행하는 등의 폭넓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영국의 가정폭력 피해자보호명령 제도가 큰 차이점이 있었습니다. 영국은 여성들이 친밀한 관계 내에서 당한 신체적 폭력뿐만 아니라 자택 침입, 강요 등 다양한 폭력에 대해 가정폭력 피해자보호명령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가정폭력 피해자보호명령은 피해자가 아닌 경찰, 피해자를 지원하는 활동가 등도 피해자를 대신해서 신청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운 지점이었습니다. 영국의 가정폭력방지법에는 지방정부가 가정폭력으로 인해 피해자가 거주할 곳이 없다면, 평생 사회적 주택을 제공하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가 다른 지역으로 갈 경우, 주거지를 지원받는데 제한이 있는 미비점으로 짚었습니다.

 

본 국제 세미나는 영국의 사례를 통해 한국의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해결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모색하고자 마련되었습니다. 연사의 발제와 질의응답을 통해 가정폭력의 법적 정의를 확대하고, 경찰·검사·판사 등 가정폭력 관련 종사자들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의 필요성, 가정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영국의 가정폭력방지법에 대해 직접 들을 수 있어서 유익한 시간이었다’, ‘가정폭력 피해자가 전문가로서 자문위원이 되어 입법자들과 만난다는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다른 나라의 상황을 들을 때마다 한국의 상황과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된다. 연대의 중요성을 다시 느끼게 된다는 등의 소감을 나눠주셨습니다. 본 국제 세미나는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근절이라는 목표를 위해 국제적 연대를 다져갈 필요성을 확인했다는 점, 한국의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에 대한 논의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앞으로도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문제 해결과 피해자의 권리 확대를 위한 활동을 이어갈 것입니다. 한국여성의전화 활동에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자료집 다운받기: https://vo.la/LXM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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