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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후기] 차별을 넘어 우리답게 보내주기 - 성차별적 장례문화 타파하기 교육

by kwhotline 2022. 10. 27.

기존의 장례문화, 꼭 이대로여야 할까요?

기존의 장례문화는 혈연 중심의 정상가족만을 애도의 주체로 인정하며 이에 속하지 않는 다양한 관계를 배제합니다. ‘전통의례라는 명목하에 가부장적인 의사결정, 성역할 고정관념에 따른 의복과 역할 구분 등 성차별적인 관행이 답습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례는 일상적인 상황이 아닌, 예외적인 상황이기에 장례를 치를 때 개인이 차별에 대한 문제를 즉각 제기하고 변화를 만들기 어렵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에 한국여성의전화는 2020년부터 성차별적 장례문화를 바꾸기 위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첫 활동으로 총 3강으로 구성된 <예외적 상황이니 그냥 넘어가야 하나요?_그래서 더 난감한 성차별 타파하기: 죽음과 장례 편>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더불어 인식개선 캠페인 및 대중 대상 설문조사 등의 활동을 진행했는데요. 본 캠페인을 통해 한국의 장례 절차 전반을 안내하고 장사시설 서비스 등을 운영하는 보건복지부 e-하늘장사정보시스템에 나와 있는 성차별적인 정보를 일부 바꿔내기도 했습니다.

 

2020 인식개선 캠페인 보기: www.instagram.com/p/CFdj3GolSNZ/

 

2022년에는 성차별적 장례문화를 타파하기 위해 차별을 넘어 우리답게 보내주기라는 이름의 교육을 시작으로 인식개선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본 교육은 929일부터 106일까지, 3강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교육에서는 기존의 장례문화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했던 분들의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교육 영상을 한국여성의전화 유튜브에서 확인해 보세요!

 

교육 전체 영상 보기: https://t.co/qxxMivT4Mg

 


1. 아끼는 사람의 장례를 치르는 법, 퀴어 공동체로서

 

제가 (장례식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 중의 하나는 운구 과정이었어요. 운구는 보통 다 혈연가족 중심으로 남자들이 하거든요. 저희는 6명 모두 여성이 관을 들었어요. 그 장면이 왠지 뿌듯한 거예요.” - 홀릭

 

페미니스트, 비혼인 친구들은 네가 늙어서 자식도 없이 어떻게 살려고 그러냐”, “주변에 사람도 없이 외롭게 죽을 거냐이런 얘기들을 많이 듣잖아요. 그런데 비혼인 친구의 장례식에 갔을 때 누가 봐도 혼자 사는 것 같은 친구들이 굉장히 많이 나타났어요. ‘내가 비혼으로, 퀴어로 페미니스트로 살아가는 것이 정말 괜찮은 것이구나라고 하는 것들을 적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이런 것을 보여주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다른 생각의 지평을 넓히게 하는 기회가 되는 것 같아서 앞으로는 장례식 같은 자리도 꼭 가야겠다고 다짐하기도 했어요.” - 캔디

 

내 삶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죽음까지 가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생략)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추모하지 못할 것 같다면 우리끼리 따로 추모하는 방법도 있고요. 우리가 퀴어의 장례식, 페미니스트의 장례식의 문화를 만드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너무 틀에 갇혀있지 말고 협상과 타협, 이런 것들을 가지고 많은 것들을 경험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 홀릭

 

왼쪽부터 정(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 캔디(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사무국장), 홀릭(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대표)

1강은 아끼는 사람의 장례를 치르는 법, 퀴어 공동체로서라는 이름으로 동성 파트너/퀴어 친구의 장례를 주관한 캔디(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사무국장)님과 홀릭(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대표)님을 모시고 고인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 애도 절차와 모습이 어떠했는지 나누고 나아가 성평등한 장례식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상상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수강자분들이 전해주신 후기를 통해 생생한 현장을 함께 보시죠!

 

올해 초, 암 투병하시던 저희 할아버지와 작별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처음 암 판정을 받으신 지 3년이 지난 시간이었습니다.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는 건 너무나 괴로웠습니다. 제가 느꼈던 괴로움은 할아버지를 잃는 슬픔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죄책감에 가까웠습니다. 할머니께서 성치 않으신 몸으로 할아버지를 집에서 혼자 끝까지 간호하셨는데, 제가 한 일이라고는 가끔 할머니네에 간 것뿐 간병 과정에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할머니께서 더는 버티지 못할 것 같다며 할아버지의 요양원 입소를 고민하셨을 때 그 누구도 선뜻 그렇게 하시라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할아버지의 상태도 매우 좋지 않으셨고, 더욱이 코로나 상황에서의 입소 결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두가 알았기 때문입니다. 사회는 돌봄의 책임을 모두 여성에게 전가하면서 여성이 그 책임을 저버리면 죄의식을 느끼도록 합니다. 그때 빈말이라도, 요양원을 알아보겠다고 말했어야 했습니다. 또는 요양원 입소가 아니라면 돌봄의 책임을 어떻게 함께 분담할지 대안을 찾았어야 했습니다. 어느 한쪽도 쉽지 않은 선택과 그 선택의 결과를 할머니 혼자 짊어지시도록 한 게 지금도 후회가 됩니다.

그래서 한국여성의전화의 <차별을 넘어, 우리답게 보내주기> 교육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를 보내드리며 앞으로 결혼식은 못 가도 장례식에는 무조건 참석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아픔을 겪은 사람이라면 모두가 한마음인 것 같습니다. 퀴어 공동체에서 보낸 많은 조기와 조화들을 보며 그래도 잘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릅니다. 마지막 여정을 함께 고민해주는 공동체와 동성혼으로 상주가 되지 못할뻔한 캔디 님을 위해 먼저 유가족을 설득해준 친구들의 편지가 제가 찾아야 했던 대안의 실마리로 느껴졌습니다. 부러움도 잠시, 퀴어 공동체 이름으로 조화나 조의금을 보낼 때의 파장과 아웃팅을 우려해 새로운 이름을 고민해야 했다는 일화에 씁쓸한 웃음을 지어야 했지만요. 공동체라는 돌봄을 함께할 수 있는 대안이 있다면 홀로 죽음을 겪게 될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결혼과 출산을 도피의 수단으로 삼는 일도요.

캔디 님이 고인의 동성 파트너로서 병원에서 겪을 차별을 걱정하지 말라며 한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병원에서는 원무과만 잘 통과하면 된다. ‘이 환자의 진료비를 누가 낼 것인가’, ‘환자 본인이 이 사람을 보호자로 생각하고 같이 있고 싶어 하는가가 중요하다.” 평소에 가정 내에서 일어난 가부장적 언행에 서슴없이 일침을 가하던 저도 장례식에서 발생하는 차별적 관습은 묵인했습니다. 손주들 중에서 제가 맏이임에도 영정사진을 들 사람으로 장남을 찾으실 때 서운했지만 가만히 있었습니다. 형식적인 거니까, 굳이 분란을 만들고 싶지 않아 합리화했습니다. 강의에서 나눴듯 왜 상복으로 여자는 한복 치마를, 남자는 정장 바지를 입어야 할까?”라는 의문도 생각하는 것에 그쳤습니다.

그런데 영정사진을 들고 싶다고, 바지를 입겠다고 말했더라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를 불편해하며 이유를 묻는 몇몇 분들은 있을지언정 우려한 만큼의 큰일은 없었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애도에만 집중하니까요. 차별 없는 애도의 과정을 상상하고 말해야하는 일을 함께 말할 수 있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여성이든 퀴어든 누구든 나답게, 우리답게 애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보은

 

장례문화에 관심이 많은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신경을 써야 하고 관여할 수 있을지 막막했어요. 그런데 교육을 통해 많이 배우고 더 폭넓게 상상할 수 있게 되었어요. 제 주변에서 함께 하는 수많은 다양한 존재들의 죽음을 저는 저의 방식으로 애도하며, 다른 장례문화의 장을 만들 수 있게 조금씩 도전해가고 싶어요!” - 온빛

 

법적으로 나의 연고자가 될 수 없는 친밀한 관계가 생길 때마다 우리의 죽음과 장례에 대해 생각을 해요. ‘내가 꾸린 퀴어 공동체에서 우리 중 1명이 죽는다면, 우리 중 누구도 상주를 할 수 없겠지. 상주는커녕 걔네 엄마가 너희 때문에 죽은 거라고 장례식에도 못 오게 할 수도 있겠지. 우리더러 누구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요. 퀴어로 살아가면서 누구보다 가까운 관계를 구축하고 살아왔음에도 법적인 연결고리가 없기에 장례를 치를 수 없는 사람들의 소식을 자주 듣게 됩니다. 그런 시간들을 통과하면서 어떻게 퀴어한 장례를 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갖게 되었어요.

그러던 참에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성평등한 장례문화를 주제로 <차별을 넘어, 우리답게 보내주기>라는 멋진 제목과! 제목에 걸맞은 멋진 강연들을 준비해주셔서! 감사히 참여하게 되었네요. 1강에서는 캔디 님과 홀릭 님이 퀴어 공동체로서 장례를 치른 경험을 나누어주셨는데요. 직접 무언가를 해본 사람만이 알려줄 수 있는 대놓고 할 수 없는 내 권리 몰래 찾기팁을 전수해주셨던 것 같아요. 언제든 사회의 허점을 파악하고 그쪽으로 숑숑 다닐 필요가 있는 퀴어로서, 팁 소중히 간직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해요~

그리고 보통 애인/파트너/동반자 등 관계가 아닌 사람들이 애도의 과정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있는데, 친구분들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라는 마음으로 일련의 장례 과정에 힘껏 개입했고 그게 큰 도움이 되었다는 말씀을 해주셨거든요. 그 말씀을 듣고 공동체가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구나라는 게 와닿으면서 나의 공동체가 발휘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게 되었네요. 또 저도 제가 평소에 하고 다니는 외양으로 장례식에 가면 무례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갖고 있었는데, 이상한 애들끼리 같이 가서 분위기를 바꾸면 된다(이런 얘기하신 적 없지만)고 생각하게 되어서 나의 공동체를 존중할 것을 사회에 더 요구할 수 있는 자신감? 배짱? 이 좀 생긴 것 같아요.

가장 마음에 남았던 이야기는, “너무 싸우려 하지 말고, 피해 가면서 해라는 말이었어요. 이 말이 물론 보통 나를 화나게 하는 사람이 하면 엄청 싸우고 싶게 만드는 말이긴 하지만 이 강연에서는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관철할 수 없을지라도 그게 실패가 아니고, 설사 실패라 하더라도, 내가 최선을 다해 더 나은 방향을 찾아 나의 방식으로 애도했다는 게 중요하다는 맥락에서 말씀해주신 거라서 무척 힘이 되었어요. ‘할 수 있는 데까지 바꾸고, 안 되는 건 양보하지 뭐. 장례식 못 오게 하면 우리끼리 하면 되지 뭐. 그런다고 걔가 우리한테 실망할 것도 아닌데. 우리의 장례식을 쟁취해야 해!’라는 생각에 제가 좀 얽매여있었는데, 그 마음이 많이 홀가분 해졌어요.

또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게 있는데요. 강연 내용이 아니라 행사 진행에서 인상 깊었던 건데, 죽음에 관해 이야기하는 태도에 대한 태도에 대한 태도였습니다. 강연 중 누군가 웃으면서 죽음을 말하는 태도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하였는데, 지적받은 내용을 공유하고 죽음을 이야기하는 태도에 대하여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어요. 존중의 방식이 다르다는 것까지 모두와 의견을 나누고 다음 이야기로 넘어갈 수 있어서, 소통이 잘 되고 있고 안전한 공동체라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필요한 교육 준비해주신 한국여성의전화, 귀한 이야기 나눠주신 캔디 님, 홀릭 님께 감사드립니다.“ - 라라청

 

저는 퀴어 당사자이며, 현재 법적으로 동성인 애인과 동거 중입니다. 이전에 뉴스나 기사로 접했던 부당한 차별이 내 일이 되면 어쩌나 걱정했던 적도 있습니다. 다만 그것을 실제로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지 알지 못했습니다. 당연히 가장 문제인 것은 차별적인 법과 제도, 관습입니다. 그것을 바꾸기 위해 투쟁하는 건 언제까지고 계속될 일 같아요. 하지만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불행한 상황에 대한 불안은 법과 제도를 바꾸는 것과는 다른 문제였어요. 그래서 이번 강의를 통해 그 불안함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알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파트너가 아플 경우, 임종을 앞두고 있을 때, 임종 직후와 장례식, 그리고 그 이후에 대해서도 말이죠. 경험담과 함께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상황, 그 상황을 어떻게 지내셨는지와 조금 더 현명한 해결법 혹은 생각해 볼 만한 지점을 짚어주신 점이 정말 좋았습니다. 특히 저는 장례 절차에서 파트너의 원가족과 협의해나가는 과정, 장례지도사와 협상하는 과정이 인상 깊었습니다. 많은 퀴어 당사자들이 해당 강의에 대한 내용을 듣고, 실제로 그런 불행한 상황을 마주쳤을 때 조금이나마 덜 힘들게 지나갈 수 있을 방법들을 미리 고민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이혜민

 

경황없이 상실을 맞이하는 순간에도 일상은 돌아가고 손님은 맞아야 할 텐데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그럴 때 어떻게 하셨는지 팁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캔디 님과 홀릭 님의 사례를 듣고 정상가족에서 벗어난 미래의 저 자신에게, 그리고 저와 비슷한 길을 걷는 주변인들에게 연대와 지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제힘만으로는 이뤄낼 수 없는 것이라 고민이 많이 필요한 지점이지만, 그런 연결고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 가깝기에 내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현실적으로 파트너를 간병하고 파트너의 가족들과 협상하는 과정을 공유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2. 아끼는 사람의 장례를 치르는 법, 여성 상주로서

 

저는 완장을 차고 수트 입고 넥타이도 하고 머리에 꽃도 꽂고 이러고 있었어요. 국화가 너무 안 예뻐서 꽃을 하는 제 친구가 핑크핑크한 꽃다발을 만들어왔거든요. 그 꽃을 빈소에서 나올 때 언니 친구들도 다 머리에 꽂고 나왔어요. 그런데 그렇게 한 복장으로 화장터에 가거나 버스에 탑승하거나 이렇게 다른 장례 치르는 사람들과 뒤섞일 때 제 모습이 별나잖아요. 너무 뿌듯한 거예요. 여성 상주로서 모든 행사의 맨 앞에 서고 표식을 갖고 머리나 얼굴이나 이런 모습으로 여성인 것이 보이는 상황에서 모든 진행에서 앞에 나와서 가고 있을 때 다른 상주들이 보면서 저게 가능해?’라고 생각하는 그 기회를 스스로 만들고 있는 것에 프라이드가 있었어요.” - 이랑

 

시민장, 국가장 이런 거 많이 하잖아요. 남성 위인들이 성차별적 업적이 있더라도 나머지 것으로 추앙받으면서 떠나잖아요. 이문자 선배님은 30년 가까이 활동하셨고 은퇴하신 후에도 현장을 떠나지 않고 수십 년을 헌신하신 분이니까 당연히 그분의 공이 인정받아야겠다고 생각해서 한국여성의전화 장()으로 진행했던 겁니다. (생략)

이런 장례가 훨씬 더 많은 여성들에게 당연해지는 날이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가 성평등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들이 저희가 최초라고 말할 수 없잖아요. 이전에 했던 수많은 여성들의 시도가 있고, 여성들이 만들어낸 것들이 있을 텐데 계속 전수 되지 않거나 들리지 않는 이야기로 남아서 다른 여성들이 또 저기서 시도하고 저기서 시도했던 일들이 함께 뭉치지 않는 게 아쉬웠죠. 그런데 이 장례를 통해서 그간 이런저런 장례에서 경험했던 것들을 쫙 힘을 다 같이 모아서 추모식을 모두가 선생님이 살아오신 궤적대로 보내드릴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

 

왼쪽부터 이랑(아티스트), 정(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

2강은 아끼는 사람의 장례를 치르는 법, 여성 상주로서라는 이름으로 상주로서 장례를 치른 이랑(아티스트)님과 한국여성의전화 장()을 치른 정(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님을 모셨습니다. 성차별적이고 획일화된 관습을 넘어선 장례를 주관했던 경험을 나누고 대안적인 추모 문화에 대해 풍부하게 이야기했는데요. 수강자분들의 후기를 공유합니다.

 

이랑 사진 제공

 

“‘장례라는 것에 대해서 깊이 생각했던 적은 없었다. 그래서 이번 교육은 장례, 그리고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가까운 사람을 보내며 언젠가에 이런 일을 다시 겪게 될 수 있겠다고 종종 생각했다. 하지만 아끼는 사람을 어떻게 보낼지, 혹은 내 인생을 어떤 방법으로 마무리해 볼 수 있을지는 이제껏 생각하지 못했다. 죽음이라는 것은 너무나 무겁고 쉽게 입에 담을 수 없는 것이라는 무언의 사회적 압박이 작용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장례문화를 겪으며 이곳에 뿌리 깊게 존재하는 성차별을 직접 보고 느꼈지만 이에 대한 의견을 내는 것은 어쩐지 무례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더 나아가지 못한 것도 있다. 그런데 이랑 님의 경험과 이야기를 들으며, 장례식을 참여했을 때 느낀 불편함에 관해서 이야기할 수 있겠다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이랑 님이 상주는 남자라는 기본값을 마주하며 여자 상주로서 하나씩 요구하고 성평등한 장례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을 보며 나도 이렇게 할 수 있겠군이라며 마음먹을 수 있었다.

반면, 이랑 님이 아끼는 사람을 보내며, 그 사람을 온전히 기릴 방법을 생각하고 기존의 장례식과는 다르게 아끼는 사람의 을 가득 담아 장례를 진행하는 부분도 무척 인상 깊었다. 그 사람이 살아온 지난 시간을 함께 돌아보고 추억하며 그 생의 마지막을 같이 하는 것이 우리가 장례를 하는 이유가 아닐까라고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다. 사실 무례한 것은 성차별적이고 각 사람이 가진 인생의 다양함을 담지 못하는 지금의 장례문화다. 이번 교육을 계기로 나도 어떻게 나의 삶을 마무리할지, 어떻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낼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예비 여성 상주로 성평등한 장례문화를 실천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노력하는 동시에, 우리 사회의 성차별적인 인식이 변화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이어가야겠다.” - 도지현

 

여성인권운동가 故 이문자 님 추모식

 

"이랑 님이 장례를 치른 소식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만, 직접 말씀해주시는 걸 들으니 훨씬 공감되었습니다. 한국여성의전화 장()에 관한 이야기도 감동적이었고요. 제가 고 이문자 선배님의 나이쯤에는 그런 모습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는 데는 순서가 없으니 먼저 가게 된다면 이랑 님 같이 생전의 저를 믿고 저를 위한 장례식을 만들기 위해 밀어 붙여줄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또는 그런 친구가 되어야겠다 싶기도 하고요.

정상적이고 건강한 가정에 대한 집착은 분명히 시대착오적입니다. 보이는 것만큼 정상적이고 건강하지 않다는 건 우리가 누구보다도 잘 알고요. 그 멍에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해 분투하고 있지만, 외따로 떨어진 고군은 아니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

 


3.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장례를 치르는 법, 문제와 대안

 

누가 나의 장례를 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살펴봤으면 좋겠습니다. 연고자의 범위라고 하는데요. 가족의 범위보다도 훨씬 좁은 범위로 장례를 할 수 있는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생략) 10년 사이에 무연고 사망자가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주요 원인 중의 하나는 바로 이런 협소한 가족의 규정 때문에 그렇다고 분석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명시적으로 내가 원하는 사람이 내 장례를 할 수 있도록 하려면 이제는 근본적인 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민법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이 바뀌어야 해요. 그리고 다른 연관된 법률, 의료법,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 등등 전부 다 법체계가 법률혼과 혈연 중심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들입니다. 근본적으로 법체계가 이제는 바뀔 때가 된 거죠.” - 박진옥

 

박진옥((사)나눔과나눔 상임이사)

3강은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장례를 치르는 법, 문제와 대안이라는 주제로 박진옥(()나눔과나눔 상임이사)님을 모시고 공영장례에 관해 이야기하며 현 장례 제도의 문제점과 제도적·정책적 대안을 탐구해 보았습니다. 수강자분의 후기를 통해 교육의 의미를 함께 나눕니다.

 

"앞선 1, 2강은 현 제도와 관습 하에서 개인이 취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과 정보들을 알 수 있었다면, 3강은 현재 한국의 장사 관련 제도가 어떻게 되어있는지 상세히 알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저의 사후에, 제가 삶을 오래 함께했던 사람들에게 장례를 부탁할 수 있으려면 아직도 바뀌어야 할 것들이 많더라고요. 여러 이유로 기존 장례 제도에 포섭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공영장례가 서울뿐 아니라 전국에서 가능해지기를, 장례 주관의 우선순위가 혈연 외 다양한 범위의 사람들을 포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차별 없이, 개인의 삶을 존엄하게 마무리하는 장례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아이디어를 준 교육, 최고였어요!" - 익명의 수강자


교육이 끝난 후 성차별적 장례문화를 실제로 바꾸기 위한 캠페인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성평등한 장례문화 만들기 리플렛을 장례지도사분들에게 발송하고 국어사전에 성차별적으로 기재되어 있는 표현을 바꾸는 등의 캠페인 활동을 펼쳐나갈 예정입니다. 앞으로 진행될 한국여성의전화의 성차별적 장례문화 타파하기 활동도 기대해 주세요!

 

장례문화를 바꾸는 한국여성의전화 응원하기: https://vo.la/f1y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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