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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후기] 장애는 나의 일부일 뿐, <두개의 빛: 릴루미노> 9월 페미니스트 무비먼트

by kwhotline 2022. 10. 25.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찾아온 9월, 여성주의 영화 모임 페미니스트 무비먼트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와 함께했습니다. 이번에는 어떤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눴는지 후기를 통해 확인해볼까요?


영화 '두개의 빛: 릴루미노' 스틸컷 (출처 : 네이버)

조아영(한국여성의전화 기획조직국 활동가)

 

쌀쌀해진 날씨와 어울리는 영화 '두개의 빛: 릴루미노'는 시각장애인 사진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올해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떠올리기도 했는데요. 각자가 장애에 대해 가진 편견을 되돌아보고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특히나 인상깊었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정리해봅니다.

 

1. 장애인 주연 작품, 비장애인이 연기해도 괜찮을까?

본 영화에서 장애인 역할을 비장애인이 맡은 점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참여자분들께서는 아래와 같은 의견을 주셨습니다.

 

- 이번 영화와 같이 장애를 다룬 작품이 장애인의 현실을 알리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비장애인이 장애인의 상황을 연기하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을 비롯해 스탭들이 대부분 비장애인이라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담긴 것 같다. 영화에 실제 장애인은 몇 명이나 등장했는지와 같은 점이 궁금해졌다.

 

- 국내 인구의 5% 정도가 장애인인데, 영화에는 반영이 안 된 것 같아 아쉽다.

 

- 장애 특성에 따라서 당사자가 연기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 실제로 지적장애인의 경우 연기를 한 사례가 있다. 장애인, 비장애인을 나누기보다는 연기를 할 때 얼마나 왜곡되지 않게 잘 표현하는지가 중요할 것 같다.

 

- 여성 서사나 소수자를 다룬 작품은 최대한 장점을 먼저 보려고 한다. 절대적인 수부터 늘어나야 하므로 응원하고 싶다. 아쉬운 점들보다 좋았던 점들이 더 크게 다가왔다. 그리고 한지민, 박형식 같은 유명 배우가 촬영함으로써 이런 작품에 전혀 관심 없었던 비장애인들이 보게 되는 점이 의의라고 생각한다. 당사자들이 앞으로 더 많이 참여하면 좋겠지만, 아직은 그런 사례가 많지 않은 것 같다. 우리도 영화가 상영되는 30분 동안 다양한 걸 느꼈는데, 두 배우가 시각장애인 연기를 위해 열심히 준비하면서 알게 된 점이 많을 것이고 스탭들도 이 영화를 찍기 전과 후가 되게 다를 것 같다.

 

2. 시각장애의 다양성에 대해 알 수 있는 계기

많은 분들이 RP(망막색소변성증 / 빛, 색, 형태 등을 인식하여 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망막에 분포하는 세포가 변성, 퇴화되어 망막의 기능이 소실되는 진행성 질환)나 부분 시야와 같이 시각장애의 다양성에 대해 더 알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 장애인 관점에서도 많이 보여주는 영화였고, 비장애인이 가진 편견도 잘 보여줬다. 


- 개인적으로 준수한 감수성의 영화라고 생각했고, RP나 부분 시야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 이 영화를 통해서 많은 분이 알게 될 것 같아 좋았다.

 

- 미디어에서는 부분 시야에 대해 잘 다뤄지지 않는데 이번 영화를 계기로 알 수 있었다.

 

- 바다를 가는데, 비장애인 어머니가 앞에 바다밖에 없다고 하니까 장애인 아들이 "뛴다!" 하면서 함께 뛰는 장면이 나온다. '시각 장애를 가진 후로는 저렇게 자유롭게 뛴 적이 많지 않겠구나, 압박을 받곤 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포인트를 잘 짚어준 것 같다. 

 

3. 장애를 비관적으로 그리지 않은 영화  

장애를 '안타까운 것', '극복해야 하는 것'으로 표현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 영화는 그러지 않아서 좋았다는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 오랜만에 따스운 영화를 본 느낌이다. 안타까운 일이나 슬픈 일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서 개인적으로 좋았다.

 

- 영화가 엄청나게 비극적이거나 너무 좋은 면만 그렸거나 하진 않다. 잔잔한 와중에 비장애인들이 쉽게 저지를 수 있는 실수도 잘 담아냈다.


짧은 영화였지만 다양한 주제로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던 뜻깊은 모임이었습니다. 페미니스트 무비먼트는 10월에 또 다른 작품으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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