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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어디도 안전하지 않았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 신당역 여성노동자 스토킹 살해에 분노하며> 추모 집회 후기

by kwhotline 2022. 10. 6.

<어디도 안전하지 않았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 신당역 여성노동자 스토킹 살해에 분노하며> 추모 집회 후기

 

지난 9 22(), 한국여성의전화를 비롯한 여성·노동·시민단체들은 서울 보신각에 모여 신당역 여성노동자 스토킹 살해 사건에 분노하며 어디도 안전하지 않았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추모 집회를 진행하였습니다.

              

이날 집회에서는 700여 명의 시민이 참여하여 피해자를 추모하고 서울교통공사와 수사·사법 기관, 정치권, 정부 등을 규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공동주최단위로서 추모 집회 자리에 함께하며 발언에도 참여하였는데요. 한국여성의전화 도지현 활동가는 제도가 없어서 신당역 여성노동자 스토킹 살해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짚으며, 존재하고 있던 제도들이 작동하지 않게 만든 우리 사회의 사법 시스템의 한계와 스토킹처벌법의 반의사불벌죄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였습니다. 아래 도지현 활동가의 발언 전문을 공유합니다.

 

 

 한국여성의전화 발언

 

도지현(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

 

9 14, 우리는 또다시 한 명의 여성이 살해당한 사건을 목도했습니다.

피해자는 가해자에 의해 오랜 시간 성폭력과 스토킹 피해를 당해왔습니다. 이에 피해자는 두 차례나 신고를 통해 국가의 개입과 보호를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경찰, 법원, 국가는 피해자의 생명을 지키는 데 실패했습니다.

 

제도가 없어서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닙니다. 작년 4, 발의된 지 22년 만에 마침내 스토킹처벌법이 제정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가능하게 된 여러 조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조치들은 전혀 작동되지 않았고 우리는 이 참담한 현실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피해자가 첫 번째 신고한 당시, 법원은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고 두 번째로 신고했을 때 경찰은 구속영장조차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경찰은 피해자가 원치 않았다는 이유로 신변보호조치를 중단하며 피해자에게 범죄 대응의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를 보였습니다. 이는 스토킹처벌법 제정 후, 우리가 끊임없이 지적 하며 폐지해야한다고 외친 처벌법의 한계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제서야, 또 한 명의 여성이 죽고 나서야, 그토록 오랜 시간 지적하고 외친 한계인 반의사불벌조항을 뒤늦게 폐지하겠다고 합니다.

 

구조적 성차별과 여성혐오로 인한 여성 살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국여성의전화 분노의 게이지 통계에 따르면 1.4일마다 1명의 여성이 친밀한 관계 내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놓여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현실이 여성가족부 장관에게는, 국가에게는 보이지 않습니까? 이번 사건이 여성혐오 범죄가 아닙니까?

 

여성폭력 방지와 피해자 지원에 앞장서야 하는 여성가족부 장관이 현 법·제도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한 피해자에게 자신에 대해서 보호하는 조치를 강화했다면이라고 피해자를 탓하는 발언을 내뱉는 현실이 정말 분노스럽습니다.

 

얼마나 더 많은 여성이 죽어야 합니까? 얼마나 더 많은 여성을 잃어야 합니까?

우리는 더 이상 단 한 명의 여성도 잃을 수 없습니다.

 

스토킹 방지법을 보완하고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대통령의 말이 임시방편이 아님을 증명하십시오. 국가는 여성 살해는 물론, 이를 가능하게 하는 우리 사회의 성차별과 여성혐오가 절대 용납되지 않음을 명확히 하십시오.

 

직장, 수사기관 및 사법부, 그리고 국가의 무책임한 행태 속에서도 엄중한 처벌을 믿으며 부단히 애쓰셨던 피해자의 죽음을 마음 깊이 애도하며 더 이상의 구조적 성차별이 없는 사회와 여성폭력 근절을 위해 한국여성의전화는 끝까지 힘써 싸우겠습니다.

 

             

 

 

한국여성의전화 도지현 활동가뿐만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다양한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활동가 및 시민들의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이현경 서울교통공사 조합원은 고인에게 미안하다. 고인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는데, 그 모든 것 중에 하나가 되어주지 못해 미안하다. 고인은 온힘을 다해서 용기 냈는데 혼자서 오래 싸우게 했던 것이 미안하다라고 발언을 시작하며, 서울교통공사의 안일한 대처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한국여성민우회 박지수 활동가는 스토킹의 심각성을 희석하고 피해자에게 범죄의 원인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가해자 관점으로 해당 사건을 보도한 언론을 맹렬히 비판하였습니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연 황연주 사무국장은 우리에겐 성차별·성폭력 철폐를 위한 싸움 최전선에 서 줄 정부가 필요합니다. 여성들과 소수자 편에 서서 남성 기득권 정치를 비판하고 설득하고 맞서 줄 여성가족부 장관이 필요합니다. 일부 혐오세력의 목소리가 아니라 평등과 존엄을 향한 우리의 목소리를 듣고 응답해줄 정치가 필요합니다.”라고 외치며, 그간 수많은 여성들의 외침에 응답하지 않았던 국가와 정치를 규탄하였습니다.

한국여성노동자회 노헬레나 연대사업국장은 이 사건은 단지 한 명의 가해자가 충동적으로 벌인 참극이 아닌, 한국 사회의 구조적 성차별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참사임을 꼬집으며, 서울교통공사, 사법부, 여성가족부와 고용노동부에게 여성노동자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였습니다.

   

              

 

미리 예정되어 있던 발언 및 현장에서의 자유발언이 끝나고, 싱어송라이터 신승은님의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신승은님이 들려주는 잔잔한 노랫소리를 배경으로 참여자들은 서로 위로하고 위로 받으며 고인의 용기를 떠올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공연이 모두 끝난 뒤, 사법부와 수사기관이 책임을 다할 때까지 끝까지 지켜볼 것이라는 의지를 다지고, 모두의 안전한 일상을 위해 연대 및 연결되자는 의미의 퍼포먼스가 진행되었습니다. 이후 참가자 행진을 하며 연대 발언이 이어지고, 행진에 함께한 모두가 함께 모두가 안전한 일터를 요구한다”, “평등하게 노동하고 무사히 퇴근하자등의 구호를 외치며 이번 사건의 의미를 사회적으로 알려냈습니다.

 

그렇게 애도와 분노의 목소리로 뒤섞였던 <어디도 안전하지 않았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 신당역 여성노동자 스토킹 살해에 분노하며> 추모 집회는 끝이 났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고인의 용기를 잊지 않으며, 이 땅의 모든 여성들의 일상이 안전하게 보장될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평등하게 노동하고 무사히 퇴근하자!”

모두가 안전한 일터를 요구한다!”

어디도 안전하지 않았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가해자에 이입하는 사법부도 가해자다!

여성폭력 지우는 여가부 장관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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