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_임경희 회원
지난 6월 29일 화요일 저녁 7시 반, 페미로 모임을 가졌습니다. 이번 모임에는 저, 민아, 주희, 채연, 희권, 이렇게 5명이 참석했습니다. 서로 한 달 동안의 근황을 공유하면서 6월에 한국여성의전화에 있었던 이벤트 소식도 들었습니다. 특히 6월에는 차별금지법 제정 국회 국민동의 청원 10만 명을 달성한 기쁜 소식이 있었죠. 모두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제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해당 청원을 본회의에 부의할지 결정한다고 하는데요. 많은 분이 노력해서 어렵게 얻어낸 기회인 만큼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져서 좋은 소식으로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페미로의 자랑인 ‘솔선수범하여 발제에 자원하는 시스템’을 통해 이번 모임은 제가 발제를 맡았는데요. 이번에 함께 살펴본 판례는 ‘미투 명예훼손’과 관련된 판례였습니다. 2016년 10월에 있었던 ‘#문단_내_성폭력’ 해시태그 운동, 기억하시죠? 박진성 시인에게 입은 성희롱 피해를 폭로하며 최초로 문단 내 성폭력을 고발한 김현진 씨의 민사소송 1심 판결이 지난 5월에 선고됐습니다. 김현진 씨가 승소했어요! 🎉 폭로 내용이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하는 박진성 시인의 청구는 모두 기각되었고, 법원은 박진성 시인이 김현진 씨에게 1,1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이 성폭력 고발 게시글은 허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점에서 ‘무고녀’라는 낙인으로 훼손되었던 김현진 씨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의미한 판결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노하게 만드는 판결문 내용에 페미로 회원들이 불주먹을 날리고 있습니다.
반면, 이번 판결문에는 아쉬운 점도 있었는데요. 김현진 씨는 성희롱으로 인한 인격권의 침해를 주장하며 31건의 메시지 내용을 제출했는데, 법원에서는 그중 2건의 메시지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인격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로 인정했습니다. 나머지 메시지에 대해 법원은 다소 부적절하다고 볼 여지는 있으나, 내용의 정도가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수준의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이로 인해 성적 수치심이나 모욕감 등으로 참을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부분에서 페미로 회원들은 분노를 금치 못했는데요. 이 판결문에서 ‘피해자다움’을 기준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면 안 된다고 한 부분을 보며 기존의-시대착오적 문장의 향연을 보는 듯 했던-성폭력 판결문에 비하면 진일보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회공동체의 상식을 기준으로 피해자의 성적 불쾌감의 정도를 평가하려 한다는 점에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느꼈습니다.
위 판례는 1심 판결문 내용으로, 현재 김현진 씨는 항소와 함께 형사고소까지 준비하고 계신다고 합니다. 이 소송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알고 싶으신 분은 https://www.vop.co.kr/A00001578292.html, 이 링크를 눌러 인터뷰 기사를 살펴봐 주세요. 김현진 씨의 명예 회복을 위해 많은 관심과 연대를 부탁드려요.
이 후기를 읽으며 혹시 머릿속에 질문이 떠올랐거나 더 나눠보고 싶은 이야깃거리가 생각났거나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차올랐나요? 결속은 페미로의 무기입니다. 페미로로 걸어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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