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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200528 상담활동회원 오프라인 모임 후기]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by kwhotline 2020. 6. 30.

[200528 상담활동회원 오프라인 모임 후기]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작성자 : 한국여성의전화 전화상담활동회원 김윤희님


햇빛이 따끈한 오후가 되니 짙푸른 녹음이 보이는 사무실에 반가운 얼굴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연초에 예정되었던 상담활동회원 신년모임이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5월 느즈막에야 열린 것이다. 그새 긴 생머리를 상큼한 단발로 바꾼 활동가도 있었고, 여성인권이란 같은 가치를 다른 행보로 걷기 시작한 정든 활동가 소식을 들으며 시간이 훌쩍 흐른 것을 실감하였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경쾌한 목소리로 던지는 질문에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한 회원이 동네 주민으로서 직접 활동하는 용화여고 스쿨 미투의 경과와 법정 재판일 소식을 알려왔다누군가의 피해 경험을 들으며 막연하게 필요로 여겼던 시민운동이 그에 의해 생명을 띄고 잠자던 의식이 파닥파닥 일깨워지고 있었다.

폭력 피해 전화상담을 하다 보면 익명이란 공간이 피해자에게 안전하게 여겨지는 이점도 있지만, 순간순간 민감하고 뾰족한 가시에 상담가 역시 아프기도 한데, 한결같이 그 길을 걸어와 이젠 면접상담활동회원으로 역할 변화를 앞둔 회원은 아픔만큼 성장도 있었음을 나누었다.

긴 시간을 성실히 걸어온 상담활동회원 선배들이 이미 삶 속에서 그 가치를 살아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무엇보다 작년 이맘때 함께 여성의전화 상담원전문교육을 받으며 교육관 오르막길을 숨차게 다니던 동기생이자 상담활동회원의 반가운 얼굴을 볼 수 있는 것으로도 기차와 전철을 번갈아 타며 온 피로가 상쇄되는 기분이었다.

주요 활동들과 이슈들이 공유되면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함께 모인 전화상담활동회원면접상담활동회원여성의전화 활동가들의 피해자 지원을 위한 수레바퀴 같은 연대 방안이 토의되고, 향후 활동방안들이 열심히 오갔다. 전화상담활동회원 입장으로서는 면접상담활동회원들의 상담연계지점에서 있던 고충을 듣는 것이 매우 유익하였는데, 면접상담이나 법률상담 연계 시 내담자의 어느 욕구를 보다 명료화해야 할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피해자와 첫 대면 역할을 하는 전화상담원으로서 한계와 어려움을 나누기도 하였는데, 전화상담 중 경험하는 고충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 그 고민을 같이 나누고 공감받는 것이 얼마나 가슴이 시원해지고 위로가 되는지! 내담자들 역시 공감받을 때 아마 이런 기분이겠지.


좀 이른 시간 도착해서인지 텅 빈 사무실을 나와 잠시 바깥바람을 쐬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인간이 유익이나 두려움 앞에서는 자신을 속일 수 있는 나약한 존재라는 순진하지 않은 생각을 하게 된 나로서는 폭력피해당사자들을 돕는데 자원하고 있지만, 사람을 신뢰하기보다는 나의 가치를 신뢰하고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그러나 가치뿐 아니라 사람을 사랑하는 활동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돌아오는 먼 길이 멀지 않게 느껴진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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