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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성평등한 장례를 위해서: 2020 주제가 있는 회원 교육 <죽음과 장례 편> 3강 후기

by kwhotline 2020. 6. 16.

성평등한 장례를 위해서


예외적 상황이니 그냥 넘어가야 하나요이럴 때 더 난감한 성차별 타파하기!: 죽음과 장례 편

3강 <성차별적 장례문화 타파하기> 후기


작성 | 3강 참여자 이소율, 기획조직국 개미


<3: 성차별적 장례문화 타파하기!>는 교육을 듣는 시간보다 더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캠페인 기획을 위해 질의응답과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먼저 양수진 장례지도사가 앞으로 변화하게 될 장례문화를 중심으로 교육을 진행했다. 과거의 성차별적인 장례 관습이 현재에도 남아 있음을 지적하며, 이제는 큰 것에서 작은 것으로, 작은 가치에서 큰 가치로, 보이지 않는 것에서 보이는 것으로장례문화가 변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장례 문화 변화는 상조회사, 장례식장 등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장례식을 원하는 사람들로부터 시작된다고도 전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성평등한 장례문화 만들기() 캠페인 기획을 위해 필요한 정보들을 교류하고 궁금증을 풀어내보는 이야기들을 나눴다




Q: 한국 장례 절차에서 여성과 남성의 역할이 구분되어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전통이라는 이름하에 유지되었던 문화라는 생각이 들어요. 성역할이 구분되어 있는 것이 가족의 형태가 변함에 따라 많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Q: 장례식에서 성차별을 당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요?

A: 아직은 장례지도사들 중에 남성들이 더 많으니까, 저도 그런 질문들을 한 적이 있어요. 과거에는 무조건 남자를 상주로 세우려고 했었는데 요즘은 인식이 많이 바뀌었고, 장례지도사라도 그것을 강제할 수는 없어요. 요즘은 실제로 딸이 영정사진을 들거나 상주를 하는 경우도 많고요.

 

Q: 성평등한 장례문화를 만들기 위해 제안하는 안내문이나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장례식장이나 상조회사, 병원 등에 배포하면 어떨까요?

A: 캠페인을 위해 포스터나 안내물 같은 것을 제작한다면 상조회사 게시판에 부착하거나 사보에도 게재하는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이전과 현재를 비교했을 때 달라진 장례문화를 자주 접하게 되는지, 장례학과가 있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그 과에서 여성주의 장례를 가르치지 않을 것 같은데 모임이나 세미나가 있는지 주변 정보가 궁금합니다.

A: 저는 25살에 장례지도사가 되었는데요. 젊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이나 성희롱도 많이 당했어요. 그래도 현재까지 꿋꿋하게 일을 하고 있고요. 10년 전 입문할 때만 해도 여성이 장례지도사를 하겠다고 들어오는 것이 굉장히 드물어서 특이하게 생각하시더라고요.

장례학과에서 여성주의 장례를 가르치지는 않습니다. 저도 굉장히 아쉽게 생각하고 있어요. 장례지도사는 보건복지부에서 정한 법으로 1년에 한 번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게 되어 있는데요, 건의를 한다면 교육 내용에 장례식에서의 젠더 불평등에 대한 커리큘럼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질의응답 시간에 이어 진행된 워크숍은 내가 겪은 성차별적 장례식이를 바꾸기 위해 에게 를 하면 좋겠다!”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상주로 등록해 주지 않아 문제를 제기하고 결국 상주 자리를 쟁취했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교육 참여자들은 본인이 겪은 성차별적 장례식의 경험들을 공유해 주었다.


한 참여자는 2강에서도 이야기가 잠깐 나왔던 여성이라고 해서 상주를 하지 못하고, 영정사진을 들지 못하게 하는 절차가 성차별적으로 느껴졌다”라는 이야기를 나눠주었다. 다른 참여자는 가정폭력의 가해자가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상주가 되고 고인의 뜻에 따라 이루어지지 않는 장례식에 간 적이 있다면서 이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다. 이에 관해 여성도 남성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의 캠페인이나 공동 상주의 형식, 고인이 원하는 장례식을 따르는 방식, 가정폭력의 가해자는 장례식을 주도할 수 없게 만드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자는 것이 제안되었다.


장례식에는 장례지도사와 상조회사뿐만 아니라 영정사진을 찍는 사진사, 장례식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도 모두 관계하고 있으니 이들을 대상으로 인식 개선 캠페인을 진행해보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에 더해 이 장례식에서는 여성과 남성의 역할이 정해져있지 않습니다’, ‘이 장례식에서는 채식을 제공합니다등의 안내문을 제작해 부착하는 것도 제안되었다. 또한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지 않을 수 있도록 성평등한 장례문화를 위해 알아야 할 내용들이 담긴 매뉴얼이 제작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었다. 한편 상복, 완장 등 여성과 남성의 의복에서도 차이가 나는 점을 지적하면서 성별에 따른 상복이 아니라, 누구나 달기만 하면 고인에 대한 추모의 뜻을 표현할 수 있는 뱃지를 만들어 활용하는 방식이 제안되기도 했다.





3강에 참여했던 이소율 님은 각자가 자신의 목소리와 자세를 가지고 하나씩 준비해 가는 과정에서 대안을 찾을 수 있겠다"라고 느꼈다면서 후기를 보내주셨다.


(강의를 듣기 전) 죽음과 영원한 이별의 마무리 과정인 장례에 대해서 정말 많이 생각하지 못하고 보지 못하고 감각하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번거롭고 힘든 과정에 내가 있지 않았음에 안주했고, 상주의 몫을 누가 하던 문제로 여기지 않았고 그 어떤 책임과 선택의 과정을 내가 하지 않음이 차라리 다행이었다고 할까.


길지 않은 강의 후에 이어진 질의응답과 워크숍 형태로 진행된 내용은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것들이어서 좋았다.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것에서부터 일상의 대화로 죽음을 이야기해보기, 유언장 쓰기, 장례 주관과 계획에 대한 노트를 만들어보고, 장례 안내서 준비하기, 성평등한 장례 매뉴얼 만들기, 장례 교육에 성평등 교육과정 넣기, 비건식 제공 등 다양한 생각과 제안이 나왔다.


다양한 삶의 영역에서 여성이 존재하고, 살아가고 있지만 없는 존재인 양 빼앗아 버린 여성의 몫과 자리가 있었구나 확인하면서 페미니즘은 질문하는 것’,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을 당연하지 않게 생각하기라는 말이 떠올랐다. 또한 기존의 장례문화를 살펴보면서 왜라고 질문하며 새로운 판으로 장례문화를 펼쳐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강생들 각자의 경험과 희망하는 장례의 모습은 대체로 비슷하게 성차별적 경험으로부터 오는 변화의 의지가 있고, 의식과 절차에 연연하기보다 애도와 위로에 집중하는 장례를 고민하고 준비하는 마음가짐이었다. 각자가 자신의 목소리와 자세를 가지고 하나씩 준비해 가는 과정에서 대안을 찾을 수 있겠다 싶다.


이소율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겪을 수밖에 없는 장례식. 내가 기억하고 있지만 보내줘야만 하는 고인에게 제대로 인사할 수 있는 기회는 이번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잘 알지 못하는 의례와 절차에 압도되어 불편한 상황들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기존의 성차별적인 장례문화를 낙후시키고 우리가 원하는 새로운 장례문화를 상상하고 실현해볼 수 있도록, 그래서 예외적 상황에서도 성평등하게 존중받을 수 있도록, 이번 교육을 시작으로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성평등한 장례문화 만들기> 캠페인을 기획할 예정이다. 캠페인 기획을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참여해주시기를 바란다.


캠페인 기획단 참여 링크 ▶ https://forms.gle/ZhLSHU1UY2NSLLNn7

후속 캠페인을 위한 후원 해피빈 링크 ▶ https://happybean.naver.com/donations/H00000017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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