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략할 것인가 낙후시킬 것인가
예외적 상황이니 그냥 넘어가야 하나요? 이럴 때 더 난감한 성차별 타파하기!: 죽음과 장례 편
1강 <여성의 노년과 죽음에 대하여> 후기
작성 | 1강 참여자 펴란, 기획조직국 개미
이번 <주제가 있는 회원 교육: 죽음과 장례 편>은 “애도와 작별, 어떻게 잘할 수 있을까?”, “여성 독거노인으로 죽는 것을 왜 외롭고 슬플 것이라고만 생각할까?”, “부모가 돌아가셨는데, 여성인 나는 왜 상주가 될 수 없을까?”와 같은 질문들을 함께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3강에 걸친 교육은 6월 2일 최현숙 작가의 <여성의 노년과 죽음에 대하여> 교육을 시작으로, 6월 4일 선보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의 <장례식 속 여성들>에서는 장례식에서의 성차별적 사례들과 한국의 장례문화를 비판하는 시간을 가졌고, 6월 9일 양수진 장례지도사와 함께하는 <성차별적 장례문화 타파하기> 캠페인 기획 워크숍으로 마무리되었다.
<1강: 여성의 노년과 죽음에 대하여>에서는 최현숙 작가가 사회가 여성의 노년을 바라보는 시선과 그 이면에 있는 것들, 성차별적 장례문화에 대한 생각들을 나눠주었다. 성차별적 장례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남성들의 역할을 우리가 대신하겠다고 끼어드는 방식이 아니라 남성‧혈연‧가족 중심적인 장례를 우리만의, 대안적인 방식으로 하겠다는 선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즉, 현재의 장례문화를 “공략할 것인지, 낙후시킬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대안적인 방식이라 함은 사람들과 나누고 서로 배려하고 격려할 수 있는 방식, 고인의 삶‧성과‧한계 등에 대한 기억을 나누고 그 기억들이 우리 안에서 살아남는 방식이며 이런 식의 장례문화를 만드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여성의 노년과 그를 바라보는 시선에 관해서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넘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나이 듦에 대한 두려움의 이면엔 혐오가 숨어있다며, “실체 없이 흉흉하게 떠도는 소문”일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소문의 발원지는 자본주의이며, “효율성과 정상성과 미모와 강함과 물량 등에 관한, 편향되고 조작된 이데올로기”일뿐이고, 나이 듦과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소문에 속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1강에 참여한 펴란 님은 “사회가 재생산하는 죽음의 이미지를 넘어설 수 있는 여성주의적 상상력을 자극해보는 시간을 마련해 주신 최현숙 선생님과 한국여성의전화에 감사드린다”라며, 1강에서 감명 깊었던 이야기와 본인의 고민을 후기로 보내주셨다.
오늘의 강의가 ‘여성주의적 늙음과 죽음’에 대한 질문을 해나가는 연습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는 선생님의 말씀으로 강의의 물꼬가 트였습니다.
선생님은 가부장적 사회에서 한 데 살고 있더라도, 세대와 계급적‧문화적 차이, 장애 여부 등에 따라 다른 경험을 겪게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와 함께 우리가 서로의 다름에 주목할지라도 경험의 바탕이 되는 환경을 틀 지우는 사회적 경향성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하셨습니다. 선생님은 개인이 자신의 삶을 마무리 짓는 방식과 노화를 이해하는 사고방식에 자본주의 시스템과 가족주의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개입하는가를 설명해 주셨습니다. 보건 의료체계가 죽음을 개인으로부터 외주화하는 방식, 삶과 죽음의 전 과정이 수량화된 경제적 가치로 환산되는 방식, 그에 따라 생산물을 내지 못하는 노령기가 무력하고 혐오스럽게 그려지는 일, 개인의 삶의 여정과 선택 및 결정들이 가족주의적 도덕 가치에 받는 영향들에 대해서요.
“소박한 일상과 자존심을 다치지 않을 정도의 물질을 자급하면서 반자본주의와 여성주의에 기반한 소신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면서 “미래를 궁금해하지 않는” 것이 자신의 삶에 대한 태도라는 말씀을 들으면서, 살아있는 일과 죽음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함께 가는 것임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또한 독립된 주거지를 가지면서 각자의 삶의 여정에 연대하고 지지하는 공동체를 그려볼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바라는 독신의 삶과 서로 의지할 수 있는 관계망을 그려보기도 했습니다.
“죽음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내 어지러운 서랍”이라는 선생님 말씀처럼, 저도 언제 닥칠지 모르는 죽음 이후에 하릴없이 드러날 저의 단정하지 못한 방이 두렵습니다. 그 방의 모습이 제 일상의 방식을 설명해 주는 것 같고, 죽음 이후에는 그 어떤 평가와 오해들에도 변명하지 않는 정직한 사람이 되는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러니 “죽음은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라는 선생님 말씀이 참 명료하다고 이해하였습니다.
펴란
캠페인 기획단 참여 링크 ▶ https://forms.gle/ZhLSHU1UY2NSLLNn7
후속 캠페인을 위한 후원 해피빈 링크 ▶ https://happybean.naver.com/donations/H00000017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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