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만세당 출범 기념 당대표 인터뷰


정 한국여성의전화 기획홍보국


2017년 3월, 드디어 한국에도 여성주의 정당이 출범했다. 이름하여 '여자만세당'. 창당 대회를 마치고 당원 확대에 여념이 없는 여자만세당 대표를 만나보았다. 


먼저, 창당을 축하드린다. 2017년 한국에서 여성주의 정당의 출범은 여러모로 큰 의미다. 어떻게 창당을 결심하게 됐나. 


“축하해주셔서 감사하다. 본격적으로 정당을 만들자고 생각하고 준비를 시작한 건 2012년쯤이었다. 2012년은 박근혜 씨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던 해인데... '여성주의 정치'가 정말 큰 위기를 맞았다고 느꼈다. 한국의 페미니스트들이 오랫동안 싸우고 투쟁해서 얻어낸 성과가 크게 후퇴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여성인권 관련 제도를 만든 단체에서 일하면서, 현실정치가 그 취지를 너무나 쉽게 흐리는 일도 많이 봤었고.”


“현재 한남연애금지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 씨의 말도 제법 솔깃했다. 혐오 세력들이 정당의 자격으로 정말 나쁜 플래카드를 실컷 다는데, 우리도 (정당 만들어서) 그거 한번 해보자고 하더라. (웃음) 그래, 해보자 싶었다.”


- 창당 과정이 쉽지 않았겠다. 한국의 정치 지형도 그렇고, 사회적 인식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은데. 


“당연히 어려웠다. 해방 이후 한국에는 여성들의 정치 활동이 매우 활발했다는데, 싹 사라졌었지 않나. 90년대 여성운동도 2000년대 들어서는 엄청난 암흑기였고. 한국이 사실상 양당체제로 군소 정당이 살아남기 힘든 구조인 것도 큰 어려움 중 하나였다.”


“당원 조직을 시작했던 초기에는, 기존 정당에서 탈당한 여성들의 호응이 특히 뜨거웠다. 특히 모 정당에서. (웃음) 내 손을 꼭 잡고 창당을 해 주어 정말 고맙다고, 같이 활동하던 친구들과 함께 왔다며 인사하던 친구들이 기억에 남는다.”



모 사이트에서 ‘여자만세당’을 폄하하기 위해 만들어 유포한 이미지 


- 여자만세당에 대한 이런 시각도 있는데. 


“저런 반응이 없으면 섭섭할 뻔했다. (웃음) 그러라지 뭐.”


- 현 여자만세당은 어떤 사람이 얼마나 모여있는지?


“이제 당원 수가 40,000명을 넘겼다. 연이어 터진 연예인 성폭행 사건이나, 인권감수성 관련 사건들 때문에 ‘오빠가 사고 쳐 강제로 탈덕한 사람들의 모임’, ‘애인에게 크게 실망한 여성들의 모임’ 등 별도 조직으로 있었던 여성들이 집단 당원 가입 의사를 밝혀오고 있다. 당원은 폭발적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여자만세당의 중점적 의제는 무엇인가. 


“우선은 여성폭력 문제다. 여성폭력 문제는 성차별의 극단적인 표현이기도 하고, 성차별을 강화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각각의 법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 사회가 이를 제대로 해결하겠다는 사회적 합의를 본 적도 없고.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을 계기로 '여성폭력근절기본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만큼, 우선 힘쓸 계획이다.”


“그 외에도 낙태죄 폐지 문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 및 2015한일합의 무효화, 성판매여성 처벌 금지 및 성구매남성 처벌, 디지털 성범죄 문제 등도 주목하고 있는 이슈이다. 물론 언급하지 못한 수많은 당면과제들이 있다.” 


- 19대 대선 정국이다. 출마할 계획은 없는지? 아니면 앞으로의 선거에 대한 목표는?

“'장미 대선'이라고들 하니 웬만하면 출마해보려고 했으나 아쉽게도 어렵다. 내년에 치러질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춘천시당에서는, 그남자반대위원회의 위원장인 김 씨를 중심으로 준비 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하니 내년 선거를 기대해 주시길 바란다.”


- 마지막 한 마디.

“여자만세당은 이제 유권자들이 ‘전략적 투표’ 하지 않아도 되도록 만들 것이다. 여자만세당은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여성주의가 해나갈 수 있는 다양한 도전과 실험 중 하나이기도 하고. 당원 가입과 다양한 활동으로 여기에 힘을 실어주시길 바란다.”


이 기사는 ‘전략적 투표’와 ‘비판적 지지’에 지친 여성주의자들께 바치는 가짜뉴스입니다. 아쉽게도 현실의 여자만세당은 아직 없지만, 조만간 한국에서도 여성주의적 가치와 성평등을 실현하는 제대로 된 정치를 볼 수 있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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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젠더폭력 근절 정책토론회

“현장의 목소리로 젠더폭력 근절 정책을 밝.히.다”  


유미 한국여성의전화 인권정책국






여성에 대한 일상적인 성차별 문화와 폭력은 여성을 통제하고 삶의 권리를 제약하며 성적 불평등을 지속시킨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2016년 한국의 경제·정치·교육·건강 분야 성격차 지수는 144개국 중 116위를 기록했다. 2015년 기준 살인, 강간, 폭력 등 한국의 강력범죄 피해자 10명 중 9명은 여성이며, 지난 5년간(2011-2015년) 2,039명의 여성이 살해되거나 살해위험을 겪었다. 한국의 성차별과 여성에 대한 폭력 현실이다.


그러나 한국은 ‘여성에 대한 폭력’의 정의와 국가 기본방침도 확립해놓지 않은 사회다. 성평등 관점이 없는 개별 여성폭력 관련 법 집행과 근절 정책은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고, 여성들의 생존과 인권도 보장하지 않았다.


지난 3월 7일, 2017년 3.8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한국여성의전화는 성평등 관점의 국가 정책 마련과 집행을 촉구하고자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장애여성공감,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와 공동으로 젠더폭력 근절 정책토론회 <현장의 목소리로 젠더폭력 근절 정책을 밝.히.다>를 진행했다. 여성폭력피해자 지원단체 활동가 및 관련 기관 종사자, 다양한 개인 참여자 등 133명의 인원이 토론회장을 채워 여성폭력 문제와 정책과제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드러냈다. 




현장단체는 활동분야별 6개 정책 방향을 토대로 젠더폭력 근절을 위한 39개 핵심 정책과제를 제안했다. 19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젠더폭력 근절을 위한 정당별 핵심 정책 및 추진과제 발표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정당별 패널이 각 당의 여성폭력 가해자 처벌 및 피해자 지원 강화 정책을 발표했으며, 정책을 실제 현실화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토론회에 이어 같은 날 1시,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젠더폭력 근절을 위한 여성·인권단체 공동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15개 여성·인권단위가 공동으로 주최한 본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은 여성 인권 관점이 부재한 현행 여성폭력 근절 정책을 비판하고, 성평등과 인권의 관점에서 정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오는 5월 9일, 탄핵정국으로 앞당겨진 제19대 대통령선거가 실시된다. 차기 정부는 성평등 관점에서 여성폭력 근절정책의 기초를 세우고, 정책을 실질화함으로써 차별과 폭력에서 자유로워지고자 열망하는 수많은 유권자들의 요구를 분명하게 실현하여야 할 것이다.       






현장에서 제안하는 젠더폭력 근절을 위한 핵심 정책과제


“가정 보호가 아닌 피해자 인권 중심으로”


가정 보호와 유지를 우선으로 한 국가 가정폭력 대응정책으로 가해자는 제대로 처벌되지 않고 피해자는 생명과 안전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가정 보호가 아닌 피해자 인권 보장을 최우선 원칙으로,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목적조항 개정,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제 폐지, 체포우선제도 도입, 이혼 과정 중인 피해자 신변 보호와 자립 지원을 강화해야 합니다.


“성폭력 피해자 보호 정책에서 권리보장 정책으로” 

성폭력 피해자는 ‘정조’ 관념에 바탕을 둔 수사·사법기관의 왜곡된 통념과 편견으로 오히려 피해 사실을 의심받고 비난당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를 선별해 ‘보호’하는 것이 아닌, 피해자 권리 보장을 최우선 원칙으로, 형법상 ‘강간과 추행의 죄’를 ‘성적자기결정권의 침해죄’로 변경, 형사사법 절차에서 피해자 (과거) 성 이력의 증거채택 금지조항 마련, 가해자 혹은 검사에 의한 무고와 명예훼손 등 역고소 남발 방지조치 마련, 무단촬영 범죄 관련 현행법 개정 및 스토킹범죄처벌법을 제정해야 합니다.



“성착취 문제 대응- 성매매여성 비범죄화와 수요차단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성매매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며 성적 착취입니다. 성매매여성들은 성매수자에 의한 성희롱·성폭력과 폭행 및 살해 위협에 노출돼 있으며, 성매매에 대해선 피해를 입증해야만 ‘피해자’가 되는 현실에 놓여 있습니다. 성매매여성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고, 성매수자 처벌 강화로 수요를 차단하는 것을 최우선 원칙으로, 성매매여성을 처벌하지 않는 비범죄화로 성매매처벌법 개정, 성매매 알선 및 매수 행위에 대한 수사·처벌 강화, 국내외 성착취 피해자 인권 보장을 위한 인신매매방지법을 제정해야 합니다.


“다문화가족 중심에서 모든 이주여성에 대한 인권 보장으로” 


다문화가족 중심의 정부 정책으로 미등록 상태로 체류 중이거나 폭력피해를 경험하는 등 다양한 상황에 놓인 이주여성들의 인권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다문화가족 중심이 아닌 모든 이주여성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을 최우선 원칙으로, 여성폭력 피해 등 다양한 상황에 놓인 이주여성의 체류권 보장, 여성폭력피해지원 이주여성 통합상담소 마련, 이주여성노동자의 주거 안전 확보 조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통합적·교차적 관점의 폭력근절 정책 마련- 장애여성 폭력피해 경험을 중심으로” 


장애여성은 성차별과 장애차별이 교차하는 복합적 차별과 다양한 형태의 폭력에 노출되고 있으며, 공공 서비스·정보 접근권을 박탈당하고, 피임과 불임시술을 강요받는 등 심각한 인권침해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장애여성이 경험하는 복합적 폭력에 대한 통합적 관점을 최우선 원칙으로, 집단거주시설 성폭력 사건 대책 마련 및 장애여성 성폭력피해자 지원체계 강화, 장애여성 가정폭력피해자 지원정책 마련, 장애와 질병이 있는 경우 임신중절을 허용하는 모자보건법 조항을 전면 개정 및 형법상 ‘낙태죄’를 폐지해야 합니다.



“성차별적 미디어 환경 변화를 위한 정책 마련” 


성폭력 사건 보도에 담긴 성차별적 통념과 편견은 성폭력에 대한 왜곡된 통념과 몰이해를 재생산하며 성폭력 피해자의 인권을 짓밟고 있습니다. 미디어에 의한 여성폭력 2차 피해 방지 및 성차별적 미디어 환경 변화를 최우선 원칙으로, 지상파 방송사 및 미디어 정책 결정구조 참여 여성 비율 50% 할당, 성평등 관점의 미디어 사업자 평가시스템 마련, 성평등 콘텐츠 제작을 위한 미디어 교육을 실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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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폭력 없는, 성평등한 세상을 위해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 ‘우리가간당’ 



‘우리’는 원합니다

페미니스트의, 페미니스트에 의한, 성평등한 사회를 실현하는 모두를 위한 정치를


‘우리’는 저항하고 분노합니다

성별에 근거한 모든 억압과 차별, 착취에


‘우리’는 행동합니다

국회, 정부부처, 광장을 넘나들며 ‘여성에 대한 폭력’ 근절을 핵심 의제로 

관련 법·정책 이행상황을 감시하고 변화를 촉구합니다




2017 우리가간당 프로젝트 1탄 @19대 대통령선거

대선 대응 주권자운동



 선언운동  “나는 성평등한 국가를 원한다”


1-5월

 내가 원하는 성평등한 국가의 모습은?

선언운동을 통해 모인 N명의 페미니스트의 N개의 선언을 SNS를 통해 널리 퍼트리고 후보자에게 전달합니다.



 정책제안  “00정책으로 성평등을 앞당겨버려”


3-4월

 페미니스트 주권자가 원하는 젠더정책은?

우리가간당이 말하는 차기정부에서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젠더정책. 
주권자의 목소리로 성평등 실현을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말하고 후보자에게 요구합니다.



 후보자 모니터링  “대선후보 성평등정책 톺아보기”


4월

 성평등을 원하는 주권자는 어느 후보를 선택해야 할까요?

어떤 후보의, 어떤 공약이 우리가 바라는 성평등을 실현하는 데 좋을지 함께 살펴보고 관련 정보를 시민들과 나눕니다. 



 투표하기  “성평등에 투표합시다”


사전투표 5/4-5

투표 5/9

 주권자의 권리이자 의무인 투표권, 성평등에 투표합시다!

투표 인증샷 캠페인을 통해 더 많은 ‘우리’가 성평등을 위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독려합니다.   






   ※ 한국여성의전화 ‘우리가간당’은 페미니스트의, 페미니스트에 의한, 성평등한 사회를 실현하는 모두를 위한 정치를 위해 행동하는 주권자 모임입니다. 2017년 현재 ‘우리가간당’ 활동가는 23명으로, 1년 동안 여성폭력 및 젠더 정책 현안과 의제에 따른 대응활동을 펼쳐나갑니다.


페이스북 /femimonster 

트위터 @femimonster 

홈페이지 wouldyouparty.org/p/femimonster

    

   ※ ‘우리가간당’ 대선대응활동 프로젝트는 페미니즘 정치를 원하는 한국여성의전화 회원 및 주권자와 함께 만들어가며, 선거 관련 다양한 현안에 따른 대응주체들과 연대하여 활동을 전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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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

나는 매일 매순간 페미니즘에 투표한다


재재 한국여성의전화 인권정책국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3월 10일 오전 11시 21분, 헌법재판소의 결정문 낭독이 끝나자 헌법재판소 앞에서, TV 앞에서, 거리 곳곳에서 환호가 터졌다. 132일, 19차례의 촛불집회, 1558만 명의 촛불시민들이 한겨울에도 광장을 지키며 이뤄낸 결과였다. 


탄핵 인용의 환호 속에 지나간 광장의 날들이 떠오른다. 우리들의 광장은 어땠는가. 


국정농단 사태 이후 광장에서 세 번의 계절을 지나오는 동안 페미니스트 주권자들에게 끌어내려야 하는 대상은 국정농단 세력만이 아니었다. “저잣거리 아녀자”, 강남아줌마”, “00년”, “100년 내로는 여성 대통령 꿈도 꾸지 마라” 등등 주요 국정농단 사범들은 여성으로 치환되었고, 그들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물론 두둔하는 수많은 입에서도 그들은 ‘여성’으로 타자화·대상화되며 혐오의 정치는 공공연하게, 집단적으로, 거침없이 자행됐다. 국회에서, 언론에서, 광장에서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여성혐오의 정치는 여성들이 매일의 일상에서 마주하는 너무나 익숙한 것이었다.

 



불의와 억압에 저항해 온 역사 속에 ‘여성’들은 항상 있었다. 독립운동, 4.19혁명, 5.18광주민주항쟁, 87년 시민항쟁, 2002년과 2008년 그리고 오늘에 이르는 수많은 투쟁의 현장에서 민주화를 위해, 노동권 쟁취를 위해, 차별과 폭력에 맞서는 ‘여성’들의 목소리는 멈춘 적이 없었다. 그러나 부당한 권력에 맞서는 운동의 현장에서도 ‘여성’의 존재는 지워지거나 대상화되었다. 성차별주의와 이에 근거한 착취와 억압에서 자유로운 곳은 없었고, 이에 대한 문제 제기는 개인적인 것, 사소한 것, 원래 그런 것, (그들의) “대의”를 위해 포기하거나 미뤄두어야 할 것으로 간주되곤 했다.  


여전히 성차별주의는 만연하지만, 그 구조와 질서는 분명 무너지고 있다. 페미니스트 주권자들은 페미니즘으로 공명하며 다채로운 공감과 연대의 장을 열어가는 중이고,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5월 17일 이후 전국의 강남역 10번 출구로 이어진 “나는 우연히 살아남았다”는 외침. 그것은 이 사회가 여성을 어떤 방식으로 희생시키고 착취하고 억압하는지에 대한 여성들의 집단적 각성이었다.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 이후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주체화하며 행동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고, 페미니즘 지식과 정보를 생산·공유하고 행동을 조직하며 성차별적 언론 대응, ‘낙태죄’ 폐지를 위한 검은시위, ‘#00_내_성폭력’ 말하기, ‘가임거부 시위’, 집회 내 성폭력 성차별에 대한 문제 제기와 페미존 운영 등 온라인에서 광장을 넘나들며 페미니즘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시국에서, 5월 9일 제19대 대통령선거가 눈앞에 다가왔다. 페미니즘 정치를 관철하기에는 제도정치의 현실이 여전히 너무나 척박하기는 하다. 이번 대선 역시 페미니스트 주권자의 선택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 변화하고 있다. 대선 후보자의 입에서, 시민사회운동 안에서 페미니즘의 기치와 의제가 점점 많이 등장하고 있다. 물론 그것이 기회주의적이거나 허울뿐인 ‘공(空)약’이라면 그것은 가장 경계하고 철저하게 검증해야 할 대상이다. 페미니즘 정치에 대한 열망과 그 힘은 점점 더 거세질 것이기에, 대선 후보자들은 반드시 페미니즘 의제에 대해 제대로 응답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페미니즘의 명제처럼 여성의 권리 어느 것 하나도 ‘그냥’ 주어진 것, 정치적이지 않은 것은 없었다. 페미니스트의, 페미니스트에 의한, 성평등한 사회를 실현하는 정치. 성별에 근거한 모든 억압과 차별, 착취의 종식을 위해 페미니스트 주권자들이여! 더욱더 집단적으로, 끊임없이, 정치적으로 행동하자. 각자 발 딛고 있는 지금 그곳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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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


‘여성’대통령 박근혜를 넘어, 미래의 정치를 위하여



경은_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2월 9일 늦은 7시, 한국여성의전화가 주최한 여성주의집중아카데미 <뜨거운 시선>에서 “‘여성’대통령 그 후, 젠더 정치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강연이 열렸다. 이진옥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을 통해 보인 한국의 젠더 정치 담론과 그 미래의 방향에 대해 열띤 강의를 들려주었다.



‘여성’대통령 박근혜?


박근혜는 여러모로 최초의 사람이다. 그 중에서도 최초의 ‘여성’대통령이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름이다. 박근혜가 사용한 ‘여성’이라는 수식어는 당선을 위한 일종의 전략이었다.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측은 여성 리더는 선진화의 지표이며, “섬세함과 감성을 갖춘” 여성적 리더십이 대한민국에 필요하다며 당선의 정당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전략에 불과했다. 박근혜라는 사람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도구였을 뿐이다.


‘여성’ 정치인 이라고 말할 때의 여성은 단순히 성별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생물학적으로 여성인 정치인들을 수없이 보아왔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언제나 모순적이었다. 여성은 항상 남성을 기준으로 ‘여성’ 이라고 이름 붙여졌기 때문이다. 여성은, ‘여성’ 이라고 불리는 동시에 그 대상은 특별한 기대와 역할을 갖게 된다. 정치라는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여성’ 정치인들은 모성 혹은 평화의 상징이 되거나 능력주의 신화와 함께 남성화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여성이라는 것이 갖는 의미와, 여성 인권에 대한 고민은 부재했다. 박근혜가 “몸만 여성이다”라는 비판은, 오히려 여성이라는 맥락을 삭제한 채 젠더 문제에 대한 고민에는 기여하지 않았다. 이러한 요인들은 모든 여성을 단일한 집단으로 묶어버리는 오류를 낳았고, 여성 정책의 퇴보로도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대통령’ 박근혜


여성 대통령으로 이름 붙여진 박근혜와 여성의 권리는 그다지 관련이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는 여성 대통령으로 사람들에게 존재한다. 박근혜는 여성으로서 수많은 여성 유권자들의 지지를 등에 없고 당선되었다. 유권자들 중 대부분은 박근혜가 박정희의 딸인 것보다 여성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여성이 권력을 갖는다는 것에 대한 기대와 젠더 불평등의 해결책으로 박근혜에게 표를 던졌던 것이다. “여자가 나온다니까 좋아요”, “여자가 대통령으로 나온다는 게 자랑스럽다”라는 지지자들의 말들은 박근혜의 당선이 여성 유권자들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잘 보여준다.


박근혜는 박정희의 딸이고 여성을 위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여성 정치인이었다. 박정희 정권 당시 여성들은 국가 정책의 시행을 위해 끊임없이 도구화되었다. 가족계획도, 산업발전도 가족과 직장 속의 여성들이 없었더라면 그 가시적인 성과를 이루어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근대화 속 여성들에 대한 박근혜의 감사와 인정은 유신의 딸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박근혜의 대통령 당선은 2012년 대선 당시까지 활발하게 진행되었던 여성정치세력화 운동의 빛을 넘겨받은 덕분이기도 하다. 박근혜는 페미니스트 정치를 실현하지도, 여성 대통령으로서 성공적이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수많은 여성들이 박근혜를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박근혜가 남겨둔 ‘여성’ 정치인과 여성주의 리더십에 대한 수수께끼를 우리는 치열하게 겪고 싸워가야 한다.


페미니스트 정치와 페미니스트 리더, 남녀동수로부터!


이전의 젠더 담론은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이야기하기 바빴다. 여성이 가진 특질을 담론적으로 만들어내고, 차이를 주입하는 과정의 반복이었다. 이러한 덫에 걸려 여성은 젠더적 차이를 스스로 부담해야 했다. 정치라는 영역에서도 여성은 과도한 기대를 짊어지고 스스로 모순적 존재라고 칭해야 했지만 남성들은 젠더 문제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면책되었다. 하지만 여성은 모든 곳에 있고, 모든 것은 여성적일 수 있다. 여성이 대표가 되었을 때 도출되는 특수한 결과에 주목하기 보다는, 모든 사람들의 “시민됨” 자체를 고민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페미니스트 정치에 한발 다가서기 위해서 여성 대표자의 숫자가 중요하다고 이진옥 대표는 말했다. 박근혜 같은 여성 정치인이 여러 명인 것이 여성 인권의 증진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물론 정치인의 숫자가 정책결정으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요구하는 사람이 많은 정책의 실현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점은 쉽게 상상해볼 수 있다. 박근혜를 넘어 새로운 페미니스트 정치를 고민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 단순히 고민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대표성을 갖고 정책결정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사람도 많아야 한다. 남성중심적인 제도 정치를 흔들어 놓기 위해서, 바로 그 제도 정치에 조직된 힘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지형이 마련되었을 때 비로소 다양성의 정치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이기 위해서 항상 균열이 있을 수밖에 없다. 끊임없이 흔들리는 정치라는 땅 위에서, 여성의 목소리, 페미니스트들의 목소리, 그리고 현재 국회와의 간극은 커졌고,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균열에서 피어나는 다양성의 정치를 위해서는, 팔로우십에 반하더라도 여성주의 담론을 안고갈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또한 남녀동수를 전제로 조직된 힘을 갖추고 목소리를 더욱 크게 내야 한다. 흔들리고 부딪치는 그 속에서, 여성주의 정치의 미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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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여성주의집중아카데미 <뜨거운 시선>은 페미니스트 ‘정치’특강을 주제로 2월 7일에 첫 강의가 진행되었습니다. 첫 강의는 ‘여성정책사 : 요보호여성에서 성평등으로?’ 라는 이름으로 차인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입법심의관)선생님이 오셔서 진행해주셨습니다. 정책의 개념과 의의부터 한국에서 여성정책은 언제부터 어떤 관점으로 시작되었는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자세한 흐름까지 설명해주셨습니다. “여성정책은 타협이 아니었던 적이 없다.”는 차인순 선생님의 말씀이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되던 여성의 권리를 보편적인 권리로 가져 오는 여성운동과 정책의 연관관계로 느껴졌습니다.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정책을 중심으로 여성정책이 여성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있는 가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다음은 강의를 들으신 현유선 한국여성의전화 회원님의 후기입니다.




평등이 뭔지 모르니?

<2017년 여성주의 집중 아카데미 뜨거운 시선 차인순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입법심의관님의 ‘요보호여성’에서 ‘성평등’으로> 를 듣고


대한민국에서 그나마 여성을 위한다는 법과 정책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 때는 1990년도를 전·후 해서다. 젠더 폭력의 피해자들과 여성주의 인권 단체들의 노력으로 성희롱,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와 같은 젠더폭력에 관한 특별법들이 만들어지고 발전되어가고 있다. 그녀들의 노력과 열정, 눈물에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한국의 많은 법과 정책들은 현실과 대립된다. 한국의 남녀 임금차이는 37%로 OECD국가 중 1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현실은 여성을 더더욱 빈곤함으로 몰아가고 있으며, 이는 피해 받고 있는 여성들이 남편이라는 굴레에서 탈출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사회문제는 그 사회의 평균소득보다 사회 내 소득 격차가 클수록 더 큰 사회문제를 야기한다고 한다. “불평등이 클수록 사회적 차이가 벌어지고 그 차이로 인한 계급적 편견에 사로잡히게 된다. 계급적 편견은 각종 사회 문제를 낳고 공동체 생활을 약화시키며 신뢰를 감소시키고 폭력을 증가시킨다.”-「평등이 답이다-리처드 울킨스&케이트 피켓」. 딱 대한민국의 현실을 말해주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평생 보지도 않는 법전에만 써놓지 말고 실행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녀 임금 차이가 14%인 아이슬란드에서 남성과 동등 임금을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아이슬란드 여성들은 오후 2시 38분 이후부터 사실상 '공짜로' 일해주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 이상은 일을 하지 않겠다고 시위를 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이런 시위를 해보면 어떨까하는 상상을 해본다. 광화문 광장에서 2시쯤 모여서 준비한 도시락을 먹으며 여성들의 광장으로 만드는 발칙한 상상을 말이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 최신호에 실린 ‘유리천장 지수(glass-ceiling index)’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00점 만점에 15.5점을 기록, OECD 27개 나라 중 꼴찌를 기록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유리천장이 사라졌다.’, ‘남성들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는 등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을 기사화하고 있다. 도대체 왜 그들은 우리와는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많은 차별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대다수의 많은 여성들이 차별과 폭력 속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살아가고 있다. 여성들조차 여자이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우리 주위에 많이 있다. 우리는 그녀들이 처해있는 상황을 알려주고 탈출할 방법을 알려주어야 할 의무가 있고, 그녀들에겐 알아야만 하는 권리가 있다. 어려운 법전 따위가 아닌 따뜻한 손 편지로 그녀들의 굳어버린 가부장제의 정신세계를 녹여주자. 물론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해결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쉽지 않은 길이기에 가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헌법 제 11조 ‘대한민국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그런데 왜 우리는 평등하게 대해주지 않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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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위한 정치는 있는가



한국여성의전화 6기 기자단 김나율



여성 정치인에 대한 기대


 2013년 4월 8일, 이날은 어떤 이에는 탄식과 애도를 남긴 날이기도 했으나 페미니스트와 성 소수자들에게는 경탄의 축배를 들게 한 날이었다. 바로 영국 최초의 보수당 출신 여성 총리인 마거릿 대처가 1979년부터 1990년까지 영국 총리 사상 가장 긴 11년 6개월이라는 임기를 파란만장하게 보내며 뇌졸중으로 숨을 거둔 날이기 때문이다. 특유의 대담함과 탁월한 지도력으로 영국병을 이겨낸 여왕, 대처리즘, 그리고 철의 여인이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아직도 전 세계적으로 찬사받는 마거릿 대처. 그녀는 가난한 식료품점의 딸로 태어나 혼인, 출신, 집안의 도움을 받지 않았고 평민의 신분으로 당원에서부터 총리까지 이르렀다. 또한, 토론 당시 여성 정치인에게 기대하던 우아한 기품보다 남성에게서 볼 수 있었던 강경하고 치밀한 자기주장, 카리스마적인 면모로 남성사회의 유리천장을 깨부순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많은 여성이 그녀에게 여성 인권 신장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그녀는 시장 주의 체제로의 변화와 정부축소, 공기업의 민영화 등으로 인플레이션을 바로 잡고 소위 영국의 경제적 재정위기라고 불리던 영국병을 이겨내는 데는 성공했으나 여성이기 이전에 뼛속 깊은 가부장제의 보수적 인물이었다. 그녀는 아이를 낳고 살림과 일을 한꺼번에 짊어져야 했던 여성들에게 필요했던 국영 탁아소를 폐지했으며 사회적 약자와 노동자의 권리에는 취약했고 반 동성애적이었으며 스스로는 강력한 여성 지도자의 이미지를 구현해냈으나 “페미니스트는 나를 싫어한다. 나는 그들을 비난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페미니즘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은 독이다.”라고 표현하며 페미니스트 자체를 혐오한 인물이다. 그런데도 아직도 대다수에 존경을 받으며 전 세계의 여성 정치인들에게 영향을 주는 총리라는 것은 다소 아이러니한 일이다.



우리나라의 최초 여성 대통령인 박근혜는 마거릿 대처와 종종 비교되곤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부터 평소 마거릿 대처를 존경하고 그녀를 정치 인생의 롤 모델로 삼겠다고 발언해왔다. 그래서일까, 기사로 공공연하게 발표되는 박근혜의 패션 정치는 마거릿 대처가 색상과 패션, 액세서리로 자신만의 정치적 기호를 표현하던 것과 닮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8대 대선에서 ‘여성혁명시대’나 ‘여성리더십’, ‘최초의 여성대통령’등 성별론으로 자기 어필을 했으나, 취임 후 진보 여성단체가 발표한 여성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의 여성인권 정책은 아직 실효성과 장기적 전망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또한, 무책임한 한일 위안부 협상 행보와 반 동성애적 발언으로 여성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단순히 성별이 여성이라는 이유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모습은 지난 2015년 10월 29일, 박근혜 대통령이 전국여성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이화여대에 방문한 모습에서 그 정점을 찍었다. 이날은 여성을 위한 ‘대회’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질서없는 무력진압시위의 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여성 정책 없는 여성 대통령, 앙꼬 없는 찐빵 격인 박근혜 정부의 정치적 여성론이라는 수가 빤히 보이는 상태에서의 이화여대 방문은 학생들에게도 당연히 달가울 수 없었다. 학생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학교 방문을 완강히 거부하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했다. 학교 내에는 사복 경찰이 배치되고 진압과 폭력 속에서 경찰과 학생이 전면 대치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한 나라의 여성 대통령은 결국 후문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같은 여성에게 오히려 무관심했던 철의 여인을 답습하고 여성 상징만을 빌리며 정치를 꾀하려는 여성 대통령과 이미 한국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 정치, 남성 주류정치, 사회적 소수자의 배려 없는 정치에 희망은 과연 있을까. 최근 치러진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앞으로의 희망을 볼 수 있었을까.



제 20대 국회의원 선거, 여전한 남성주류정치


 2016년 4월 13일, 제20대 국회의원선거가 대한민국의 하루를 들썩이게 했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은 비례대표 공천 문제로 내내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소수정당과 정당정치 활성화, 여성 등의 정치적 소수자를 보호하는 민주주의 실현의 장치인 비례대표제는 다른 선진국들이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오랫동안 갖춰온 제도이다. 비례대표제는 국민 의사 반영 정도가 높지만, 우리나라의 불비례성은 20%를 돌파할 정도이며 그 반영 정도가 30위를 밑도는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대다수 55세 이상 명문대 중년 남성, 남성권력과 남성적 시선을 지닌 남성 정치인들이 모인 여야에서 다투어 비례대표제 축소를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적은 투표율로도 당선이 가능한 지역구 국회의원 자리가 비례대표제로 위태해지기 때문이다. 결국, 비례대표제 반대는 국민의 자유선거를 억압하고, 나라를 위한 일꾼이 아니라 자기 몫을 챙기기 위한 일꾼임을 시인하는 셈이다. 또한,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36명 후보 중 여성은 19명밖에 되지 않았으며 그들은 매 홀수 번호에 여성을 추천해야 한다는 조항을 어기고 15번에 남성 후보를 선택했다. 새누리당은 당내 보수혁신위원회가 결의안을 발표해 여성을 비례대표에 60%로 할당하는 의무할당제를 시행하겠다고 약속했으나 형식만 지키고 여성을 후반부에 배치하는 등의 꼼수를 부렸다. 그러나 여야는 이 사실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남성주류의 정치프레임을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특히 20대 총선에는 여성혐오와 성 소수자 혐오 발언을 한 정치인들이 출마하기도 했는데, 이 발언에 아무런 사과나 제재 없이 출마한다는 것은 그만큼 현존하는 젠더 문제에 대한 보수적 시선과 무관심, 약자를 대변해야 할 여야의 실효성보다 자기 밥그릇 지키기에 만연한 행태가 쉽게 사라지기 힘들다는 뜻이다. 새누리당 의원 김무성은 "애 많이 낳는 순서대로 여성 비례 공천을 줘야 한다" "애기 안 낳으신 분들은 잘릴 것", 이노근은 "동성애는 인류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가치를 파괴하는 행위다","반인륜적이고 패륜적인 것을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김을동은 "여성이 너무 똑똑한 척을 하면 밉상이다" "약간 좀 모자란 듯 표정을 지으면 된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영선은 "차별금지법과 동성애법, 이슬람과 인권 관련한 법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특히 동성애법은 자연과 하나님의 섭리에 어긋나는 법이다"라고 각각 여성, 성 소수자 혐오 발언을 서슴없이 했다. 정의당도 결코 여성 혐오 논란을 피할 수 없었다. 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인디 밴드인 중식이 밴드와 총선 테마송 ‘여기 사람 있어요’를 함께했으나 중식이 밴드는 연이은 여성 혐오 가사로 뒤늦게 물의를 빚었고 작사, 작곡을 맡은 정중식 씨는 ‘나는 남자라서 여성의 입장을 잘 모른다, 죄송하다’는 다소 의미가 모호한 해명 글을 SNS에 게재해 더 큰 논란을 만들었다. 또한, 이 사태에 대해 당내 갈등이 일어났으나 몇몇 당원들은 사건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정의의 실현이라는 당의 기본 슬로건을 무색하게 했다. 20대 총선은 마무리되었으나 여성들의 맹렬한 참정권운동으로 얻은 선거권의 가치가 값진 만큼 여성 유권자들을 소외시키는 상황은 없어야 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아쉬울 수밖에 없다. 현재 페미니즘이 사회적 화두이자 정치적 화두인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여성주의에 대한 섬세함과 검열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금씩 보이는 희망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희망은 보인다. 지난 19대 총선과 비교해서 20대 총선의 지역구 여성의원은 19명에서 26명으로 7명이 증가한 역대 최대 수치이다. 여성 비례대표가 포함된 숫자는 51명으로 19대 총선보다 6명이 더 많은 수치로 집계되었다. 전체 지역구 국회의원 중 여성의원 비율은 10.3%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또한, 새누리당의 테러방지법에 대한 여야 갈등 속에서 시작된 야당의 필리버스터 기간에는 ‘여성 정치인의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그동안 남성 정치인들에게 가려진 여성 국회의원들을 수면 위로 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필리버스터에는 여성의원이 절반을 참여했으며, 남성 못지않은 우먼파워와 탄탄한 연설로 찬사를 받은 의원이 많았기 때문이다. 정치가 남성의 영역이라는 숱한 편견을 깨준 것이다. 또한, 페미니즘 돌풍까지 합세해 여성 유권자들이 여성 정치인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들 중 몇몇은 필리버스터에서 한 연설로 유권자들에게 정치인으로서 이름을 각인시키고 20대 총선까지 정치적인 이점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필리버스터 연설에서 “10여 년간 판사로 지낸 자신이 봐도 이 법은 법이 아니다.”라고 특유의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어조로 2시간 34분 동안 연설을 진행하며 뭇 여성들에게 추다르크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이 필리버스터 발언에 힘입어 그녀는 20대 총선 결과에서 현재 헌정사상 최초 비례대표가 아닌 지역 선출직으로만 5선을 달성했다. 여성과 성 소수자 인권 분야에 주력해 온 변호사 출신 진선미 의원은 최근까지 음란물 웹 사이트 ‘소라넷’의 반대를 촉구하며 여성들에게 높은 지지를 받았고 이번 필리버스터에서 “국정원이 왜 누구를 의심하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고 9시간 14분 동안 차분한 어조로 호소했으며 이번 총선에서 43.8%의 득표율을 얻으며 강동(갑) 지역구 최초 여성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었다. 정의당의 심상정 의원은 “우리는 필리버스터가 끝난 이 자리에서 다시 싸울 것”이라는 발언으로 살아있는 정의에 대해 강력하게 연설했으며 50%가 넘는 높은 득표율로 고양(갑) 지역구 의원으로 당선되었다. 그리고 장장 10시간 18분 동안 필리버스터를 치르며 필리버스터를 마친 뒤 눈물을 흘리는 모습으로 수많은 20대에게 희망을 건넸던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은 1위와 약 3% 차이로 2위에 머무르며 아쉽게 낙선을 했으나 수많은 여성 유권자의 본보기가 되었다. 여성이 주체가 되는 정당이자 남녀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녹색당의 국회진출은 이번에 아쉽게 실패했으나, 앞으로 이겨내서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 여성이 참정권을 얻게 된 지는 70년이 채 되지 않았다. 또한, 아직 구조적으로 여성정치인이 설 자리가 부족하고 자연스럽게 여성을 위한 정책은 부족한 상태이며 그러므로 여성들의 정치 참여는 여전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정치는 남성의 몫이며, 정책은 남성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저변에 깔린 이상 한국 정치는 젠더 문제를 절대 극복할 수 없다. ‘여성을 아는’ 진정한 여성 정치인이 필요한 때다. 물론 마거릿 대처나 박근혜처럼 여성의 얼굴을 하고 남성성의 주류정치를 하는 인물도 있고, 남성 정치인이 여성에 대한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2016년 주요 도정 운영 방향으로 ‘여성과 소수자 인권 보장 및 양성평등 정책 진전’을 꼽았으며 여성의 관점에서 모든 정책을 재정비하겠다고 밝히며 최근에는 페미니즘 도서를 읽고 공부하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성별 자체가 아니다. 그러나 남성이 자신이 지닌 시각을 돌려 여성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여성이 위협받는 사회에 대해 생각하기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이 사회에서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며, 여성은 고질적인 젠더 문제 속에서 끊임없이 피해자의 역할을 감내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남녀 구분 없이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성을 아는 여성 정치인이 필요한 근본적 이유는 정서적, 신체적 조건이 비슷하며 여성으로서 겪는 수많은 불평등한 상황, 남성의 사회적 우위 독점을 같이 인지하고 있다는 믿음에서 온다. 수많은 여성유권자는 젠더 문제를 해결해줄 여성 정치인을 기대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많은 여성 정치인들이 이 시대 속에서 오늘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멀지만, 이번 총선은 부족하게나마 여성을 위한 길을 내주었다. 그러나 정치는 정치인만 하는 것이 아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말처럼 유권자들이 한국 정치에 꾸준히 관심을 두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자세를 보일 때 여성인권도 한 발자국씩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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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박골에서

눈치게임 중 가장 무서운 것

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눈치게임이라는 게 있다. 가령, 다섯 명이 있다 치자. 그 중에 누군가가 1을 부른다. 그 다음에 누군가 2를 부른다. 이런 식으로 서로 눈치를 보며 숫자를 부르다 보면, 마지막 숫자를 부를 수밖에 없게 되는 사람이 생긴다. 그러면 게임 끝! , 게임 도중 누군가 동시에 같은 숫자를 불렀다면? 역시 게임은 끝난다. 그야말로 눈치 없는 인간이 아웃되는 게임이다.


이번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도 정당과 후보들은 아마 눈치게임 같은 걸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올해 한국여성의전화는 20대 총선을 맞아 입법과제 중심으로 정책을 정리하여 각 정당에 제안하고, 후보자들에게 각 정책에 대해 찬반을 물었다. 선거에서는 정책이 우선이어야 한다는 너무나 당연한 생각, 그리고 선거 시기에 성평등과 여성폭력에 대한 정책 요구를 환기하겠다는 생각으로 진행한 일이었다. 지역구 후보자는 총 938. 질의회신에 대한 충실성을 담보하기엔 너무 많았다. 여성의전화 본부가 있는 서울과 25개 지부가 위치한 지역으로 지역을 한정했다. 질의서에 대한 답변율은 29.6%. 엄청 바쁘다고 하는 선거운동 기간이었음을 고려하면 높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이것이 성평등과 여성폭력 의제에 대한 낮은 관심을 보여주는 수치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무응답 이유를 들어보면, 그 이유가 그야말로 눈치게임 저리가라다. 실상, 어떤 질문엔 답변하기 곤란하기 하다는 것이 무응답의 이유였기 때문이다. 좋은 말로는 신중히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답변할 수 없다는 거고, 날 것 그대로 보자면 찬성하고 싶어도 그것에 반대하는 유권자들이 있기 때문에 찬성으로 말할 수 없고, 반대하고 싶어도 찬성하는 유권자들이 있기 때문에 반대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호형호제 못 해 한 맺힌 홍길동도 울고 갈 판이다.

 

그런데 그 어떤 곤란한질문이란 이런 거다. 성별, 나이, 장애, 성적 지향, 출신국가 등을 이유로 차별하지 말자는 차별금지법 제정, 피해당사자들이 인정하지 않는 한일 일본군위안부 협의”, 법원 처분 전에 검찰단계에서 가정폭력 가해자들에게 상담을 조건으로 기소유예 해주는 (그리고 그 실효성이 아직도 불확실한)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제 폐지, 여성만을 처벌하며, 사회경제적 사유의 임신중단 허용하지 않는 낙태죄 폐지 등이다. 2주기를 맞는 세월호 문제도 드러내어 이야기하는 하는 후보도 찾기 힘들다.

 

옳다, 그르다, 찬성한다, 반대한다를 말하지 않는, 혹은 말 할 수 없는 사회. 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후보가 되고, 득표를 할 수 있는 사회. 그러나 의견 없음은 침묵이고, 침묵은 묵인이다. 굳이 긁어 부스럼 만들지 않겠다며 서로가 서로의 눈치를 보느라 아무도 응답하지 않는 사이에, 우리 사회의 인권은 아무도 모르게 후퇴하거나 사라지는 건 아닐까라는 우려는 과한 것일까.

 

이런 뜻으로 읊었던 것은 아닐 것 같지만, 한명희는 <가장 무서운 것>이라는 시에서 형체가 없으면서도 부드럽고 부드러우면서도 천천히 움직이는 것 그런 것들은 모두 무섭다고 했다. 우리는 정책질의서라는 형태로 아주 부드럽게 질문을 던졌다. 눈치게임 중, 응답은 실종됐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는 때로 천천히 움직여 왔을지라도 멈춘 적은 없었다는 것이다. 부드럽게 천천히 움직여왔지만, 멈춘 적이 없었다는 것은 무서운 것이다. 어쩌면 변화, 어쩌면 희망 같은 것들과 맞닿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총선이 코앞이다. 멈추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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