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회 한국여성대회 후기


유진 한국여성의전화 기획홍보국


 백여 년 전 미국 여성노동자들의 외침은 세계여성의날의 시초가 되었고,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유효한 그 메시지들을 전하기 위해 한국에서도 매년 3월 8일에 맞춰 기념행사들이 열리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세계여성의날 기념 한국여성대회는 올해로 33번째를 맞았다. 올해 대회의 첫 번째 행사인 <페미니스트 광장>은 지난 3월 4일 '페미니스트가 민주주의를 구한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개최되었다. 이날 행사가 열린 보신각 앞 광장은 성차별과 여성폭력을 근절하고 성평등을 촉구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한국여성의전화 서민정 회원의 낙태죄 폐지 촉구 발언도 그중 하나였다. 서민정 회원은 태아의 생명만을 중시하고, 여성의 생명과 직결되는 재생산권은 존중하지 않는 이중적인 시선과 장애를 가진 여성의 임신에는 낙태를 권하는 우생학적 관점이 동시에 존재함을 비판하였다. 여성의 몸이 법적으로도 온전히 여성 자신의 것이 될 수 있도록 낙태죄가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 외에도 동일노동 동일 임금, 차별금지법 제정 등 성평등을 위한 정책을 제안하는 발언들이 이어졌다.


 이 날 광장에는 한국여성의전화를 비롯한 한국여성단체연합 회원단체들과 함께 동국대학교 대학여성주의실천단 쿵쾅,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성소수자 부모모임, 정의당 여성위원회 등 우리 사회의 여성인권문제에 의식을 가진 다양한 단체와 사람들이 모였다. 총 천여 명의 참가자들은 부스와 발언 행사 이후 성평등 및 여성인권 신장에 대한 요구를 담은 구호들을 외치며 다 함께 행진하였다.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와 회원들은 '우리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없는 국가를 원한다'고 적힌 피켓을 들고 행진에 함께했다. 또 대회 참가자들과 행진 중에 만난 시민들에게 '한국여성의전화가 제안하는 여성폭력 근절을 위한 핵심과제' 유인물을 나눠주며 여성폭력 의제에 대해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활동을 하였다.




 이후 3월 8일 세계여성의날 당일에는 서울시청에서 <2017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3회 한국여성대회> 기념식이 열렸다. 모든 여성이 더욱 안전하고 행복하게 '지속가능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인종, 국가, 성별, 성 정체성, 지역 등에 상관없이 누구나 동등한 주권자로서 존중과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기치 아래, “성평등이 민주주의의 완성이다”라는 슬로건으로 개최되었다. 이날 행사에는 제19대 대선 주자들의 성평등 정책 공약을 듣는 '성평등 마이크'와 더불어 성평등 실현에 기여한 인물에게 수상하는 '성평등 디딤돌'상의 수상식도 치러졌다.


 특히 한국여성의전화와 함께 2년 8개월간의 법정싸움 끝에, 성폭력 가해자로부터 역고소 당한 무고죄의 무죄 판결을 받아내고 이후 성폭력 무고죄 적용의 문제점을 알려온 차진숙(가명) 씨가 '성평등 디딤돌'상을 수상하였다. 성폭력과 그 피해자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부추기고,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는 것을 방해하는 무고죄의 문제점을 알려낸 차진숙 씨의 공로를 치하하는 상이었다. 


 차진숙 씨는 뜻깊은 상을 받게 되어 영광이며, 그동안 애써온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들과 이 영광을 나누고 싶다는 말로 인사를 전했다. 또한 "이 상을 받으려고 그 고통스러운 일을 겪었나 싶다. 상 이름만큼 제가 겪은 일이 디딤돌이 되어서 대한민국 여성들에게 더는 이런 일이 없기를 간절하게 바랄 뿐"이라는 수상 소감을 남겼다.




 한국여성의전화 회원과 활동가들은 차진숙 씨의 수상을 함께 기뻐하고 축하했다. 또한 모든 ‘성평등 디딤돌’상 수상자들에게 ‘빵과 장미’ 캠페인의 보라색 장미와 함께 축하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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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

3.8 세계여성의날 자원활동 참여 후기


김인태 (前 장미공장 참여자, 現 한국여성의전화 회원, 평등문화를가꾸는남성모임 참여 중)


군 복무 중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여성의전화>라는 단체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평소 여성주의에 관심이 있었는데, 3.8 세계여성의날에 배포할 장미제작에 참여할 자원활동가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먼 길을 찾아 도착한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장미를 만들었는데 제 걱정과는 달리 어느 분도 제가 남자라서 당황한 기색이 없으셨습니다. 오히려 나이나 직업 등 ‘보통’ 물어보는 정보도 하나도 묻지 않으셔서 놀랄 정도였습니다.


복무 기간 동안 갈고닦은 단순반복노동능력을 한껏 뽐내며, 저를 포함해 모든 분이 열심히 일해 주셔서 이틀 치 작업량을 하루 만에 끝내는 위용을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가자마자 점심을 주셔서 맛있게 먹고 장미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한두 시간마다 활동가분들이 오셔서 간식을 먹고 해야 된다며 계속 먹을 것을 주셨습니다. 결국, 저는 점심, 간식, 저녁까지 먹고 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분명히 자원활동을 하러 간 건데 먹고만 온 것 같아 죄송했고, 전역일 일정을 계산해보니 장미 배포에도 잠시나마 참여할 수 있을 것 같아 3월 8일 활동에도 참여하였습니다.


 전역식을 마친 후 짐을 챙겨 들고 장미를 나눠드리기 위해 바로 광화문으로 향해 장미를 나누었습니다. 아마 제 평생에 살면서 가장 단시간에 가장 많은 웃음과 감사의 말을 들은 시간인 것 같습니다. 가게 점원분들도 나와서 받아 가시고, 동료가 받는 걸 본 남성분들이 “여성의날? 그런 날도 있었어? 오늘이야?” 하면서 관심을 가지시고, 세상 한가득 걱정을 짊어진 것 같은 분들조차도 장미를 받고 활짝 웃는 걸 보면 너무나 뿌듯했습니다. 점심과 간식도 먹고, -이곳은 정말 자원활동가들에게 마음의 빚을 남겨주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도 결국 회원이 되었습니다.- 신촌으로 자리를 옮겨서 장미를 배포했습니다. 


광화문과 신촌 모두 장미가 생각보다 빨리 동나서 정말 더 주고 싶은 분들이 많았습니다. 지나다니는 모든 분에게 더 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가족과의 저녁 식사 약속이 있어 강남역까지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전역일이었어도 절대로 아쉽지 않은 행복을 선물 받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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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


3.8 세계여성의날, 당신에게 빵과 장미를


은총 한국여성의전화 기획홍보국



1만 개의 장미는 무엇을 남겼을까

1908년 3월 8일 미국에서 2만여 명의 여성 노동자 시위대가 생존권을 의미하는 ‘빵’과 참정권을 의미하는 ‘장미’를 달라고 외친 후 100여 년이 지난 지금. 언론에 보도된 사건만 집계해도 남편이나 애인 등에 살해당한 여성이 1.9일에 1명(2015년). 성별임금격차 OECD 국가 중 1위(2014년). 한 세기가 지나도록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은 여전하다. 


2017년 3월 8일. 한국여성의전화는 모든 여성의 삶을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한 세기 전 여성들의 외침은 지금 우리의 외침이기도 하다는 뜻을 전달하고자 서울 방방곡곡에서 여성들에게 장미를 나눴다. 아침 일찍 광화문 광장에서, 오후 무렵 신촌 대학가에서, 그리고 눈이 오는 저녁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보라색 장미가 뿌려졌다. 뜻하지 않은 선물에 즐거워하는 여성들. 의미와 선물을 함께 나누며 힘을 얻은 활동가, 자원활동가, 회원의 행동으로 다양한 기쁨이 서울 곳곳에 가득했다. 




장미와 함께 당신을 향한 응원을!

올해는 2016년보다 한층 진화한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사연을 접수해 3.8 세계여성의날에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가 사연 대상자에게 직접 장미를 전하는 <배달의 장미>가 바로 그것이다. 원래 장미 배포 지역 인근에 한해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여성들의 삶이 녹아든 각양각색의 이야기에, 넘치는 의욕을 충전해 은평구에서부터 영등포구까지 퀵서비스를 방불케 하는 속도와 일정으로 장미를 배달하게 되었다.



“학교에서도, 사회에 나가서도 자신의 권리가 무엇인지 알고 그것이 침해됐을 때 당당하게 맞섰으면 좋겠다.”


아직 새벽바람이 쌀쌀한 아침 1교시 수업에 깜짝 선물이 나타났다. 학생들의 탄성과 비누 장미의 향기가 교실에 퍼졌다. 고등학교 선생님인 이진현 한국여성의전화 회원이 스물 일곱 명의 학생에게 장미를 선물했다. 이진현 회원은 학생들이 졸업 후에도 이날을 떠올리며 자신의 권리를 되새길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렇게 놀기 좋아하던 네가 워킹맘이 되어 열심히 일하는 걸 보니 기특하기도, 짠하기도 하네.”

동생과 공동육아 중인 언니가 혼자만의 시간이 ‘판타지’가 되어버린 동생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사연의 주인공은, <배달의 장미>를 신청한 사람이 언니라는 말을 듣자마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일하는 여성으로 살며 공동육아를 맡은 언니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에 연신 눈가를 훔쳤다. “오늘만큼은 여성들이 행복할 권리가 있지 않겠니?”라는 언니의 말에 사연의 주인공은 “우리 행복해지자.”라는 대답을 전했다. 




“지금은 비록 각자의 자리에서 투쟁하고 있지만, 우리는 틈틈이 여성폭력이 없는 세상으로 바꾸어 나가는 점으로 나타나 함께 선을 긋고, 도형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을 계기로 본격적인 페미니즘 활동을 시작한 불꽃페미액션 활동가들도 <배달의 장미> 주인공이 되었다. “함께 공부하고, 설치고, 떠들고, 소리치고, 싸웠던” 동료로부터 멀리서도 불꽃의 장작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전달받은 활동가들은, 신촌 길거리에서 “너무 행복하다.”며 울음을 터트렸다.


이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거리를 스쳐 지나가는 여성들에게 배달받은 장미를 나누어주는 참된 활동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여성으로 태어난 것을 축하해!”


이 외에도 힘든 나날들에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며, 여성으로 태어난 것을 축하하고 같이 성장해나가길 기원하는 각기 다른 두 신청자의 사연이 있었다. 예상치 못한 일상의 작은 기쁨에 이들은 연신 웃음을 터트리며, 소중한 우정을 되새기는 시간이 되었다.


또 6개의 시민단체와 3.8 세계여성의날 기념 한국여성대회의 ‘성평등 디딤돌’상 수상자들께 장미를 배달했다. 한국여성민우회에는 깜짝 선물을 주기 위해 예고 없이 방문했다. 그러나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가 아무도 없어 텅 빈 사무실의 책상에게 대신 장미를 배달하고 오기도 하였다.


“저 또한 가정폭력피해 생존자로서, 피해자가 두 발로 스스로 설 수 있도록 오랜 시간동안 활동해 온 한국여성의전화에 감사드립니다.”


<배달의 장미> 종료 직전, 마침 근방에서 모임을 하고 있던 여성주의자 모임 <로리타펀치>에서 트위터를 통해 장미 배달을 신청했다. 하루를 마무리하기 위해 홍대입구역 인근에 거주하는 활동가의 방에서 누워있던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들은 부랴부랴 남은 장미를 챙겨 마지막 장미를 배달하기 위해 다시 신발을 신었다. <로리타펀치>의 활동가는 장미를 받은 후 모임 구성원들이 함께 마련한 후원금을 한국여성의전화에 깜짝 선물해주었다. 감사를 전하는 활동가들에게 <로리타펀치> 활동가는 “오히려 자신이 여성에 대한 폭력이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해 온 한국여성의전화에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하며 큰 감동을 안겨주었다. 이 외에도 응원의 문자를 보내면 1건당 3천 원이 후원되는 #2540-1983번을 통해 3.8 세계여성의날을 지지하는 메시지로 힘을 실어 주신 많은 분들이 계셨다. 


2016년 1,500송이에서, 2017년 1만 송이의 장미를 준비해 더 많은 여성들과 3.8 세계여성의날의 의미를 나누는 시간이 되었다. 직접 전하진 못했더라도, 이 땅의 모든 여성에게 온 마음을 담아 ‘빵’과 ‘장미’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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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

3.8 세계 여성의 날,

여성에게는 여전히 '빵과 장미'가 필요하다


정은선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1908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의 유래가 된 이날 거리로 나선 여성들은 “빵, 그리고 장미를 달라”고 외쳤다. 이 절규 어린 투쟁에서 빵은 생존권을 장미는 참정권을 의미했다. 100여 년이 지난 지금, 과연 여성들은 빵과 장미를 제대로 누리고 있을까. 여성의 날을 사흘 앞둔 5일 토요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 32회 한국여성대회는 한국사회에 이 질문을 다시금 던지는 자리였다.

 

 '희망을 연결하라 - 모이자! 행동하자! 바꾸자!'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이날 대회에서는 성평등 걸림돌과 성평등 디딤돌을 각각 선정해 발표했다. 성평등 걸림돌에는 성평등을 후퇴시킨 박근혜 정부의 3대 정책(성교육 표준안, 노동 정책, 양성평등 정책), 양성평등기금을 폐지한 홍준표 경남도지사, 조선대 의전원 데이트 폭력 사건에서 가해자의 입장을 고려해 벌금형을 선고하는 데 그친 광주지법, 여성노조 지부장을 집단적으로 괴롭힌 인천성모병원, KTX 여승무원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대법원 판사 2인 등이 선정됐다. 사회자 김미화의 "오늘 단합된 힘으로 단전부터 끌어올리는 야유의 목소리를 보내주시길 바란다"는 말에 따라, 자리에 모인 시민들은 '성평등 걸림돌'들을 향해 거침없는 야유의 함성을 보냈다.

 

 이어 성평등 디딤돌에는 시설 내 장애인 인권 보장을 촉구하고 법인 설립 허가를 이끌어낸 '자림성폭력대책위원회',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대학생 단체 '평화나비네트워크', SNS 상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편견을 거둬내고 여성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한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선언 운동', 원천사업장의 구조조정과 용역회사의 해고를 막아낸 '전국여성노조 인천지부 연세대 국제캠퍼스 기숙사 분회', 업소의 불법 성매매 영업 행위를 세상에 알린 '여수 유흥업소 여성 사망 사건 제보자 9명' 등이 선정됐다. 무대에 오른 시상자들이 소감을 마칠 때마다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박기춘 연세대 국제캠퍼스 기숙사 분회장은 “인디언 속담에 혼자 가면 빨리 가고,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이 말이 참 좋습니다. 조합원과 여성노조 다 함께, 잘 가야겠습니다. 디딤돌, 참 좋은 단어입니다. 저는 여성 노조와 함께 디딤돌 잘 밟으며 내 일터에서 내 자리 잘 지키며 열심히 살겠습니다”라는 진솔한 소감을 남겨 환호를 자아냈다.


 올해의 여성운동 특별상은 비정규직 차별 철폐와 여성 노동권 실현을 위해 투쟁해온 KTX 열차 승무지부에게 돌아갔다. 지난 1일은 이들의 파업이 시작된 지 딱 10년이 되는 날이었다. 김승아 지부장은 "대법원에서 KTX 승무원이 안전을 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현실을 보니까 후퇴하고 있다는 생각만 들었는데, 다시 투쟁의 현장으로 돌아와보니 이렇게 용기 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끔씩 좌절도 있고 지치기도 하지만 여러분들 덕분에 앞으로 더 힘내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감사드린다"라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참석자들은 격려와 연대의 박수갈채를 보냈다.

 

 기념식이 끝난 후, 폭우가 쏟아지는 날씨 속에 참가자들은 종로를 거쳐 평화의 소녀상으로 이어지는 행진에 나섰다. 행렬은 걸음을 옮기며 성평등 가치 실현,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차별 반대, 성평등한 국회 등의 구호를 외쳤다. 궂은 비를 헤쳐나가는 참가자들이 바로 수많은 ‘성평등 걸림돌’들에 대항하는 또 하나의 ‘디딤돌’이었다. “희망을 연결하라”는 한국여성대회의 구호는 그래서 이 절망적인 시대 속에서도 모호하게 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




 

 한편 여성의 날 당일인 8일에는 지난 5일의 폭우가 무색할 만큼 맑은 날씨가 펼쳐진 가운데,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날 한국여성의전화는 광화문 일대에서 여성들에게 보라색 장미를 나눠주며 여성의 날의 의미를 되새기고, 일상 속에서 험난한 투쟁을 해나가고 있을 그녀들을 응원했다.

 

 광화문을 오가는 제각기 다양한 나이, 국적의 여성들은 모두 한 송이 장미를 받아 들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그러나 사람답게 살 권리라는 의미의 '장미'는 아직까지 여성들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KTX 승무지부의 10년이 넘게 이어진 투쟁을 외면하고 ‘성평등 걸림돌’이 된 대법원의 예가 증명하듯, 심지어 생존권으로서의 ‘빵’조차 온전히 가지지 못한 것이 여성의 현실이다. 1908년 3월 8일부터 현재의 여성의 날까지 약 100년이 흐른 가운데, "빵과 장미를 달라"는 여성들의 외침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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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토론회
  여성안전정책 ‘보호’를 넘어 마을을 움직여라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움직이는 마을 모델 만들기 3년’



정종란 한국여성의전화 회원





제목에 끌려 다른 여러 기념행사를 뒤로 하고 참가했다. 3.8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토론회여서 그런지 참석자 모두에게 장미꽃을 나누어 주는 것이 인상 깊었다.  


  정춘숙 한국여성의전화 이사의 ‘정부의 가정폭력 근절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발제로 토론회를 시작했다. 가정폭력 근절 정책을 위한 대안으로 예방 교육의 실질화와 의무화를 통한 의식의 변화, ‘신고합시다’ 운동,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다기관 네트워크와 협력이 제시되었다. 이어진 서경남 한국여성의전화 교육조직국장의 ‘움직이는 마을 모델 만들기 3년 경과 및 평가’를 통해서는 3년의 활동 과정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 마지막 발제로 김홍미리 여성주의활동가의 ‘움직이는’ 마을에서 ‘폭력 말하기’에 대한 숙고’가 있었다.



‘움직이는’을 통해 마을 사람들이 ‘가정폭력’과 ‘나’를 연결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는 것과 ‘움직이는’은 사람들의 생각, 의식변화에 초점을 맞춘 활동으로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성과로 드러나기 힘들기 때문에 ‘긴 호흡’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발제자들의 발제에 이어 황정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권익연구센터장, 방데레사 가정폭력 없는 움직이는 마을 모델 만들기 사업 기획위원, 최순옥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장의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에서는 ‘움직이는’이 앞으로 지속되어야 하되, 새로운 전략 및 컨텐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함이 요청되었다.


  토론회를 들으면서 ‘움직이는’ 마을 모델 만들기 사업이 진행된 3년 동안  많은 시도들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 시도들로 이루어낸 성과들을 기반으로 앞으로 어떤 ‘움직이는’ 마을 모델이 만들어질지 궁금했다. 토론회가 끝나고 나서도 김홍미리 여성주의활동가가 강조한 ‘긴 호흡’에 대해 한 얘기가 머릿속에 남았다. 그동안 어떤 정책이나 사업이 시작되면 실적을 내기 위해 숨가쁘게 달리고, 뚜렷한 실적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 초조해 하고 다급해지는 상황들을 많이 보았다. 하지만, ‘움직이는’ 마을 모델 만들기 사업은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더라고 가정폭력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변화를 위해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람이 중심이 되어 변화를 이끌어 내기가 얼마나 힘들고 더딘지를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힘든 길이지만 누군가는 그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하고, 그 노력이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앞으로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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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대회를 다녀와서

 


김동호| 한국여성의전화 자원활동가

 



처음 들었어. 저런 문제가 있는 줄도 몰랐어.” 한국여성의전화 <페미니스트에게 듣다> 상영회가 끝난 후 귀가하던 중에 친구가 말했다. 뒤풀이 자리에서 오고갔던 여성과 성소수자의 솔직한말들이, 자신에겐 새롭고 낯설게 느껴졌다고 그 친구는 토로했다. “문제는 언제나 있었을 텐데. 왜 난 몰랐을까.” 언제나 거기에 있지만, 들리지 않는 수많은 목소리들에 대해서 이야길 나누다가 헤어졌다. 아직 추운 2월의 밤거리였다.




 



38, 완연한 봄날에, 광화문 광장에서 제 31회 한국여성대회가 개최됐다. 나는 여전히 그 밤거릴 헤매고 있었는데, 어쩌면 답을 구하는 마음으로 대회에 참석한 걸지도 모르겠다. 도착하니 기념식 행사가 한창이었다. 국내 여성이 처한 현실과 성평등을 위한 과제들이 발표되고 있었다. 내용에 귀 기울이며 한국여성의전화 부스를 찾았다. 부스에선 <사소한 고민 전당포>를 진행하고 있었다. '사소한 고민'을 맡고 그 값으로 포츈 쿠키를 건네는, 전당포 형태의 캠페인이었다. "그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습니다"라는 연중 캠페인의 일환이라고 했다. 흥미롭게 들여다보던 차에, 함께 하면 어떻겠느냐고 활동가 분이 제안하셨다.

 





부스 앞에 쪽지를 내걸었다. 지나가던 사람이 발길을 멈추고 그 내용을 읽었다. 피식 웃고는 자신의 고민을 적었다. 쪽지가 계속 늘었다. 어느새 더 걸 곳 없이 가득 찼다. 학업과 취직 스트레스를, 외모 지적을, 강요된 성역할을, 임금 차별을, 직장과 육아 병행의 고단함을, 그리고 사는 만큼 다양한 고민들을 말하는 쪽지들로 전당포는 와글와글했다.

 

들리지 않는 게 아니라, 듣지 않는 것뿐이라고, 그 쪽지들이 말하는 듯했다. 주류의 가치관과 이데올로기에 가려지고 지워지는 목소리들은, 그러나 살아있기에 버젓하다고, 그것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고 항변하는 듯했다. 다양한 목소리를 한정적인 틀 안에 가두는 사회는 누굴 위함인지, 그 외의 것들을 차별하고 억압한 위에 세워진 제도는 무얼 위함인지 묻는 듯했다.

바로 그런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여성주의가 필요하다고 외치는 듯했다.

 

봄이었다. 밤거리를 다 지나온 나는 광장에 있었다. 축하 공연을 끝으로 행사가 마무리 되고 있었다. 울려 퍼지는 'Dancing Queen' 음악에 맞춰 참가자들이 춤추는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여성 운동이 가는 길이 그렇게 흥겹기를 바라며, 오늘도 분투하는 많은 분들께 응원과 지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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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

 
201238일은 104번째 맞는 세계여성의날이다. 여성의 권리가 높아지다 못해 여성상위시대라는 말이 공공연히 들려온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성폭력사건, 데이트폭력으로 인한 살인사건과 줄어들지 않는 가정폭력 상담건수들, 아들 선호로 인해 여전히 균형을 찾지 못하는 출생성비 등은 여성상위?”라는 말에 물음표 하나를 더하게 된다.

 

2011년 순위

2010년 순위

아이슬란드

1

1

노르웨이

2

2

핀란드

3

3

스웨덴

4

4

아일랜드

5

6

필리핀

8

9

독일

11

13

미국

17

19

프랑스

48

46

중국

61

61

일본

98

94

한국

107

104

<2011WEF(세계경제포럼)가 발표한 각국의 성평등지수> 한국은 135개국 중 107위를 차지했다.


한국 성평등지수
? 135개국 중 107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성평등 지수는 얼마나 될까? 2011WEF(세계경제포럼)가 발표한 글로벌젠더보고서에 따르면 정치, 경제, 보건, 교육 등 4개 분야의 남녀간 성평등 상태를 지수로 산출해 평가한 결과 한국은 분석 대상인 세계 135개국 가운데 107위를 기록했다. 2010104위보다 더 낮아진 수치다.

특히 1인당 국민 총소득(GNI)를 기준으로 세계은행(WB)이 분류한 고소득국가 45개국 가운데에서는 한국이 41위를 차지하여 성차별적인 고소득 국가라는 타이틀도 갖게 됐다.

 

남아선호 여전, 사라진 1,094명의 딸들

성비불균형 문제도 정상궤도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기형적인 성비불균형은 벗어났지만, 여전히 셋째아이의 성비는 110.9이다. 자연 성비를 106으로 두고 계산할 때, 아들을 낳기 위해 대략 1,094명의 여아가 낙태된 것으로 나타난다. 한때 셋째아이의 성비는 207에 달했었다(2007). 여자 아이의 두 명 중 한명은 태어나기도 전에 낙태됐다는 이야기다. 15년 전에 비해 나아지긴 했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2012년에도 남아선호로 인한 성감별과 여아낙태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성별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45,076

41,450

42,114

45,913

44,333

41,862

49,932

여아

19,347

18,144

18,977

21,283

20,462

19,532

23,676

남아

25,729

23,306

23,137

24,630

23,871

22,330

26,256

성비

133.0

128.5

121.9

115.7

116.7

114.3

110.9

<셋째아이 출생 성비> (단위: , 여아 100명당)자료출처: 통계청, 인구동향조사

자연 성비를 106으로 두고 계산할 때, 아들을 낳기 위해 대략 1,094명의 여아가 낙태된 것으로 나타난다

 

성차별은 좀 그렇지만, 집안일은 여자가 해야지

딸이 더 좋다는 말은 그래도 아들은 있어야 한다는 뿌리깊은 고정관념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여자도 직장을 가져야한다는 말도 남자가 책임져야한다는 무게에 눌렸다.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다시 50% 아래로 떨어졌고, 임금도 남성의 63.9%의 수준이다. “함께 일은 하겠지만 여자상사는 좀 그렇다는 정서도 사라지지 않았다. 남자는 일을 하고, 여자는 애를 본다는 공식은 고리타분해졌지만, 여전히 육아휴직자의 98.6%가 여성이고, 많은 여성들이 임신출산과 동시에 퇴직한다. ‘도둑질은 나쁘다만큼이나 성차별은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상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하는 수준이다. 성차별은 무의식의 수준에 자리를 잡았고, 아직까지 평등한 의식이 불평등한 무의식을 따라잡지 못했다.

 












1)연신내 물빛공원에서 진행한가 가정폭력가해자 처벌을 위한 1만명 서명운동 




가정폭력 허용하는 사회
- “폭력은 나쁘지만, 남편을 처벌하는 건 좀...”

성차별이 사회 곳곳에 만연할 때 여성에 대한 폭력도 광범위하게 일어난다. 30년 전에 비해서 가정폭력이 줄어들지 않는 것은 아직도 여성의 지위가 평등해지지 않았음을 반영한다.

2010년 여성가족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정폭력은 2가구 중 1가구에서 일어나며, 신체적인 폭력도 6가구 중 1가구에서 일어난다. 가정폭력신고를 받은 경찰은 집안일이라며 돌아가고 가해자를 처벌해달라고 법원에 호소해도 기소되는 것은 10%도 안되는 실정이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피해자가 가해자를 처벌해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할 만큼, 우리 사회는 가정폭력 가해자를 처벌하는 데에 인색하다. 서로 모르는 사이라면 폭력이 1회로 끝나 회복의 시간을 가질 수 있지만, 가정폭력은 가해자와 매일 마주해야 하는 특수성을 갖는다. 숨지 않는 한 폭력이 지속되며, 회복할 시간도 추스릴 시간도 없다는 이야기다. 벗어날 곳이 없다는 것, 이것이 가정폭력이 살인이나 자살 등의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이유이다. 가정폭력을 집안일로 치부하는 한, 가해자가 아니라 한 집안의 가장으로 불리는 한, 가정폭력으로 인한 비극은 지속될 것이다 




은평구에 송출되는 가정폭력예방 공익광고


은평구는 3·8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3월 한 달 동안 가정폭력예방공익광고를 은평구내 동사무소 등에 EBN방송을 통해 송출할 예정이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제작한 이 광고는 극단적인 폭력상황만을 보여줬던 기존의 광고 틀을 깨고 일상을 잠식한 가정폭력의 현실과 시민의 적극적인 관심이 가정폭력을 막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광고에 등장하는 당신이 침묵하면 폭력은 사라지지 않습니다는 문구는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동사무소나 구청에서 공익광고를 만나면 눈여겨 보아두자. 그리고 어느 집에서 그치지 않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거나 아내들의 구조요청이 있을 땐 남의 집안사라며 외면하지 말고 경찰을 불러 도움을 받게하자. 안전하고 살기좋은 은평구를 만드는 것은 바로 우리 모두의 일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김홍미리(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
※ 이 글은 은평시민신문에 기고 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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