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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한국여성대회를 다녀와서

by kwhotline 2016. 2. 25.

한국여성대회를 다녀와서

 


김동호| 한국여성의전화 자원활동가

 



처음 들었어. 저런 문제가 있는 줄도 몰랐어.” 한국여성의전화 <페미니스트에게 듣다> 상영회가 끝난 후 귀가하던 중에 친구가 말했다. 뒤풀이 자리에서 오고갔던 여성과 성소수자의 솔직한말들이, 자신에겐 새롭고 낯설게 느껴졌다고 그 친구는 토로했다. “문제는 언제나 있었을 텐데. 왜 난 몰랐을까.” 언제나 거기에 있지만, 들리지 않는 수많은 목소리들에 대해서 이야길 나누다가 헤어졌다. 아직 추운 2월의 밤거리였다.




 



38, 완연한 봄날에, 광화문 광장에서 제 31회 한국여성대회가 개최됐다. 나는 여전히 그 밤거릴 헤매고 있었는데, 어쩌면 답을 구하는 마음으로 대회에 참석한 걸지도 모르겠다. 도착하니 기념식 행사가 한창이었다. 국내 여성이 처한 현실과 성평등을 위한 과제들이 발표되고 있었다. 내용에 귀 기울이며 한국여성의전화 부스를 찾았다. 부스에선 <사소한 고민 전당포>를 진행하고 있었다. '사소한 고민'을 맡고 그 값으로 포츈 쿠키를 건네는, 전당포 형태의 캠페인이었다. "그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습니다"라는 연중 캠페인의 일환이라고 했다. 흥미롭게 들여다보던 차에, 함께 하면 어떻겠느냐고 활동가 분이 제안하셨다.

 





부스 앞에 쪽지를 내걸었다. 지나가던 사람이 발길을 멈추고 그 내용을 읽었다. 피식 웃고는 자신의 고민을 적었다. 쪽지가 계속 늘었다. 어느새 더 걸 곳 없이 가득 찼다. 학업과 취직 스트레스를, 외모 지적을, 강요된 성역할을, 임금 차별을, 직장과 육아 병행의 고단함을, 그리고 사는 만큼 다양한 고민들을 말하는 쪽지들로 전당포는 와글와글했다.

 

들리지 않는 게 아니라, 듣지 않는 것뿐이라고, 그 쪽지들이 말하는 듯했다. 주류의 가치관과 이데올로기에 가려지고 지워지는 목소리들은, 그러나 살아있기에 버젓하다고, 그것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고 항변하는 듯했다. 다양한 목소리를 한정적인 틀 안에 가두는 사회는 누굴 위함인지, 그 외의 것들을 차별하고 억압한 위에 세워진 제도는 무얼 위함인지 묻는 듯했다.

바로 그런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여성주의가 필요하다고 외치는 듯했다.

 

봄이었다. 밤거리를 다 지나온 나는 광장에 있었다. 축하 공연을 끝으로 행사가 마무리 되고 있었다. 울려 퍼지는 'Dancing Queen' 음악에 맞춰 참가자들이 춤추는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여성 운동이 가는 길이 그렇게 흥겹기를 바라며, 오늘도 분투하는 많은 분들께 응원과 지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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