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일주일의 어느 하루, 화요일.
여성폭력 생존자를 응원하고 우리와 작별한 이들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여성폭력 근절을 위한 화요논평은
매주 한국여성의전화 페이스북 페이지 facebook.com/kwhotline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가정폭력범죄자가 경찰이라니요?
아……. 네…….. 거참…….
- 2015 0421
지난 4월 16일, 경찰간부가 자신의 아내를 흉기로 세 차례나 찌르는 가정폭력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가정폭력을 근절하는데 앞장서겠다고 하는 경찰이, 가정폭력 피해자를 보호해야할 당사자인 경찰이 본 사건의 가해자라니 가정폭력을 근절하겠다던 경찰의 다짐은 대체 무엇에 대한 다짐이었을까요.
더구나 본 사건에 대해 담당 경찰서는 가해자인 경찰간부 A씨를 ‘살인미수’ 가 아닌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상해’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고 합니다. 흉기로 세 차례나 찔러 피해여성이 생명을 잃을 수도 있었던 본 사건을 어째서 살인미수로 수사하고 있지 않는 것일까요. 이로써 우리는 그간 가정폭력사건이 왜 사사로이 여겨졌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찰, 조직원 관리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서울시 ‘여성안심특별시’ 정책
UN 공공행정상 대상 수상이 씁쓸한 이유
- 2015 0526
서울시 ‘여성안심특별시’ 정책이 2015년 UN 공공행정상 성인지 정책분야 대상을 수상하였다. 이와 같은 수상소식이 씁쓸하고, 우려스러운 건 왜 일까.
우수 정책으로 선전하는 서울시 ‘여성안심특별시’ 정책들이 ‘여성안심귀가 스카우트’, ‘여성안심택배함’, ‘여성안심지킴이 집’, ‘홈방범서비스’, ‘성폭력 특별관리 구역 관리’ 등 여성을 ‘보호’한다는 맥락에서 비롯된 ‘성폭력 예방’ 정책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정책들은 부분적으로 유용하고, 누군가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여성에 대한 보호를 기반으로 한 성폭력 예방 정책들은 ‘왜 밤늦게 혼자 다녔는지’, ‘왜 주변에 도움을 청하거나 피하지 못했는지’ 등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시킬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성폭력 피해가 아는 사람에 의해 발생하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정책이며, 성폭력이 ‘모르는 사람에 의해’, ‘야간이나 특정 위험 지역’에서 발생한다는 잘못된 통념을 강화시킬 수 있다.
이번 서울시의 UN 공공행정상 대상 수상으로 인해 여성을 ‘보호’하는 측면만 강조되는 성폭력예방정책이 확대되는 결과를 가져올까 심히 우려스럽다.
알맹이 없는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
- 2015 0602
- 가정폭력의 특수성을 반영한, 실질적인 피해자 지원체계 구축 마련 필요
지난 5월 29일,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이번 동법 개정으로 제4조 국가 등의 책무에 피해자 신변노출 방지 및 보호‧지원 체계 구축 추가, 가정폭력 추방주간 신설 등이 신설되었지만, ‘생활보호’ 조항(자산조사 폐지)과 ‘피해자 자립지원금 지원’, ‘이혼과정에서의 피해자 신변보호’, ‘비밀엄수 의무자 확대’ 조항 등 피해자의 생존권 및 안전 확보를 위한 핵심적인 내용들은 폐기되었다.
이번 법 개정을 위해 개정안을 마련하고 개정운동을 추진해왔던 한국여성의전화는 매우 형식적인 수준에 그친 이번 법 개정 결과가 심히 유감스럽다. 본인 소유의 재산에 대한 권리조차 행사하기 어려운 가정폭력피해자에 대한 국가지원을 자산조사하여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문제, 끊임없이 반복되는 생계비와 의료비 부족의 문제, 교육 및 의료기관, 경찰, 공무원, 변호사 등에 의한 신변노출 문제, 이혼과정에서의 부부상담명령 등으로 가정폭력가해자를 만날 수밖에 없는 문제 등 실질적인 해결을 위한 법적조치는 마련되지 않았다.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 및 지원은 시혜적인 복지 차원이 아니라 범죄피해자의 인권 보장이라는 적극적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 앞으로 한국여성의전화는 실질적인 피해자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법 개정운동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이다.
니우나메노스(Ni Una Menos)!
한 명도 적지 않다!
- 2015 0609
지난 6월 3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페미사이드(여성살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 20만 명이 모였다.
“한 명도 적지 않다!”는 부에노스아이레스 광장 가득 울려 퍼진 외침은 한국여성의전화가 매년 3월 집계하여 발표하고 있는 ‘분노의 게이지’를 다시금 떠오르게 한다.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 의해 발생한 살인사건 중 언론에 보도된 사건을 분석하여 발표하고 있는 ‘분노의 게이지’는 실로 엄청난 한국의 페미사이드의 현실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자료를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지난 6년간 애인이나 남편 등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 의해 살해당한 여성은 최소 566명, 자녀와 부모 등 피해여성의 주변인이라는 이유로 살해당한 사람은 최소 108명이다. 미수를 포함하면 최소 1,064명이 살해당했거나, 살해당할 뻔 했다. 요약하면, 지난 6년간 여성폭력으로 인해 최소 이틀에 한 명 살해당했거나, 살해당할 뻔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최소치일 뿐이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여성살해는 우리 사회의 만연한 성차별의식과 여성폭력에 대한 무관심의 처절한 증거다. 바로 어제도 군포에서 데이트관계로 추정되는 남성의 칼부림으로 2명의 여성이 살해당하고, 여성 1명이 부상을 입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여성들이 여성폭력으로 고통 받으며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범죄예방을 위한 가장 기초적인 자료가 되는 여성살해범죄에 대한 국가의 공식통계조차 내놓지 못/안하고 있다.
“한 명도 적지 않다!”
이 당연한 명제가 일상에 내려앉기까지 얼마나 더 많은 희생을 방관할 것인가. 여성폭력, 그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다. 여성폭력에 대한 무관심과 죽음의 행렬을 멈춰야 한다!
퀴즈! 함께 생각해봅시다.
이것은 사과일까요?
- 2015 0610 (하지만 오늘은 수요일)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가 “여성비하”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네요.
청문회에서 “불필요한 말을 한 것에 대해서는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라고 발언했다고 하는데요, 이 말은 사과일까요? 아닐까요?
황교안 후보자는 ‘가정폭력의 원인이 술에 있다’라는 취지의 말을 하려다가 ‘불필요한 말’을 하게 됐다는 답변을 한 모양입니다.
우선, 황교안 후보자가 잘못알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가정폭력은 술 때문에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것은 가정폭력예방교육의 통념깨기 파트에서 기초적으로 다루는 부분입니다. 가정폭력은 술 때문이 아니라, 술을 핑계 삼아 발생하(기도 하)는 범죄입니다. 70% 이상의 가정폭력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합니다.
둘째, 가정폭력의 원인에는 부산여자가 드센 이유도 있다는 취지의 말은 “불필요한 말”이 아니라, 폭력의 피해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 반영된 “잘못된 말”, “피해자를 비난하는 말”, “폭력적인 말”입니다.
어쨌든, 그런 말을 한 것은 잘못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불필요한 말을 한 것에 대해서는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는 말이 사과일까요? 이것이 사과라면, 이 사과의 대상은 누구인가요? 이 말은 '사과'가 아니라 '자괴'입니다. 그것도 매우 미흡한 수준의 '자괴'이지요.
그러나 우리는 지금, 후보자부터 언론에 이르기까지, 대상없는 사과를 사과로 저마다 해석하고 있는 희한한 풍경을 지켜보고 있는 중입니다. 유체이탈화법은 확실히 전염성이 강한가봅니다.
혐오에는 무지개반사를!
퀴어 레볼루션!
- 2015 0623
오는 28일 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가 열린다. 혐오세력의 조직적 방해와 공기관의 방조로 축제성사여부조차 불투명했던 제16회 퀴어문화축제가 예정대로 서울광장에서 퍼레이드를 진행하게 된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혐오 세력의 조직적인 반발이 거세다.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폭력을 ‘권리’로 포장하고, ‘중립’이라는 허상에 매달려 폭력을 방관하거나 다시 퍼트리는 이들의 행보를 멈춰야 한다. 오늘 오전 서울광장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차별 선동에 반대하는 평화 인간 띠 잇기 범종교계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은 이를 방관하지 않겠다는 목소리이다. 어떠한 폭력도 ‘권리’가 될 수 없음을, 인권에는 ‘조건’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아는 이들이 나설 때이다. 올해 퀴어문화축제의 슬로건인 ‘사랑하라, 저항하라, 퀴어 레볼루션!’처럼, 6월 28일 일요일 서울시청광장을 뜨겁게 채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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