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안」
제정 이후를 상상하다
희진|한국여성의전화 인권정책국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안」 제정이 필요한 이유 ●
스토킹 범죄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적극적인 애정표현 정도로 치부되어 오랜 시간 방치되어 왔다. 2014년 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 상담통계에 의하면, 전체 스토킹 상담 건수 중 가해자가 아는 사람의 경우는 96.1%으로 적어도 안면이 있거나 일정한 관계를 형성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중 과거/현 애인, 채팅 상대자 등 데이트 관계에서의 스토킹 피해는 66.3%로 나타났다. 이처럼 스토킹 범죄는 가해자가 아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친밀한 관계이다 보니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여도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되는 것이 현실이다.
스토킹 범죄에 대한 경찰의 대처가 미약한 것은 스토킹 범죄에 대한 인식 부족도 있지만, 스토킹 범죄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 ‧ 제도가 미약하기 때문이다. 현재 스토킹 범죄는 경범죄처벌법의 ‘지속적 괴롭힘’으로 처벌이 가능하지만 피해자의 두려움과 공포에 비해 처벌은 벌금 10만 원 이하에 불과하다. 또한 스토킹 범죄의 행위가 점차적으로 강화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살인, 상해 등 발행하기 전 단계에서 개입할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
이에 한국여성의전화는 2013년부터 스토킹범죄 특성에 맞는 법안을 마련하고, 제정되기 위한 활동을 시작하였다. 한국여성의전화가 마련한 법률안은 스토킹 범죄 전반에 대한 체계적인 규제가 가능하고 스토킹 행위자를 기소하고 처벌하는 내용뿐만 아니라 피해자 보호와 같은 중요한 측면이 포함될 수 있도록 하였다. 본 법률안은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안」으로 지난 2월 13일 남인순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하였고, 6월 15일 소관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안건으로 상정되어 논의되었다. 이후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원회에 상정되어 논의될 예정이다.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안」 이 제정 된다면 ●
제시된 사례들은 한국여성의전화 스토킹 상담사례 및 언론에 보도된 사례를 재구성한 내용임.
[사례1]
전 남자친구에게 헤어지자고 한 이후부터, 저에게 수시로 전화나 문자를 통해 사랑한다고 말하고, 한 번만 만나달라고 해요. 저는 만나는 건 아닌 것 같아 다 거절하고, 전화를 받지 않았어요. 어느 날은 저희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전 남자친구를 보고 스토킹일까 하는 생각에 불안했어요. 하지만 전 남자친구는 협박을 하거나 폭력을 하지는 않고, 그저 저에게 사랑한다고 할 뿐인데 스토킹에 해당되나요?
[사례1]과 같이 신체적인 폭력이나 협박이 없더라도 전화, 지켜보기 등의 행위가 피해자의 동의 없이 반복적으로 발생했다면 ‘개인의 자유’와 ‘자유로운 생활형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스토킹 범죄로 신고할 수 있다.
[사례2]
3개월 동안 사귄 애인에게 헤어지자고 했어요. 처음에 애인은 무릎까지 꿇고 헤어지지 말자고 애원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목을 조르고, 칼로 위협까지 하며 헤어지면 저희 가족을 죽여버리겠다면서 협박까지 하고 있어요. 저는 부모님께 해가 갈까 봐 두려워요. 사실 애인이 저희 집의 위치도 알고 있고, 부모님의 얼굴까지 알고 있거든요. 막을 방법이 없나요?
[사례 2]의처럼 스토킹 범죄가 피해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 친구 등 주변인에까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스토킹 범죄 처벌 법안은 주변인의 안전까지 포괄할 수 있도록 하였다. 따라서 피해자, 피해자의 동거인, 피해자의 친족, 피해자의 직장동료 등 피해자와 가까운 관계에 있는 사람이 생명, 신체의 안전에 위협을 느낄만한 공포나 두려움을 주는 등 자유로운 생활형성을 침해한다면 가해자를 스토킹 범죄로 처벌할 수 있다.
[사례3]
남편과 이혼한 후, 남편은 아이들이 보고 싶다며 하루에 몇십 통씩 전화를 해서 협박을 해요. 전화가 안 되면 제가 살고 있는 집으로 찾아와 폭력을 행사하기도 하고요. 애들만 집에 있을 때가 걱정되기도 하고, 남편을 만나는 것이 두려워 현재는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집에만 있어요. 이제 외출하는 것마저 너무 두려워요.
[사례 3]과 같이 남편으로부터 스토킹은 가정폭력으로 인한 피신 중이거나 이혼 후, 이혼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며, 자녀들을 핑계로 스토킹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남편(가족)에 의한 스토킹 피해는 가족이기 때문에 ‘스토킹’이라는 용어조차 사용되지 않고 있다. 이에 본 스토킹 처벌법이 제정된다면, 남편(가족)으로부터의 스토킹 범죄도 처벌이 가능하며, 피해자의 신변보호도 가능하게 된다.
[사례4]
3년 전, 직장 동료가 저희 집 앞을 서성이거나, 장문의 편지, 문자를 보내는 등 일방적으로 호감을 표현했어요. 저는 동료에게 불편하다는 의사와 함께 거절을 표현했지만 동료는 멈추지 않고 계속 호감을 표현했죠. 그래서 저는 회사 감사부서에 알렸고, 동료가 퇴사하면서부터 더 이상의 연락은 오지 않게 되었어요. 하지만 최근에 다시 제 앞에 나타났어요. 제가 다니는 직장에 찾아와 “너 때문에 회사에서 잘렸다며” 소란을 피웠어요. 이후에도 직장 앞에서 저를 계속 기다리고 있어 너무 무서워 경찰에 신고했으나 물리적 피해가 없기 때문에 그 동료를 제지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하더군요.
경찰이 초기 스토킹 범죄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는 스토킹 범죄의 지속 및 발전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본 법률안은 기다리는 등의 경미했던 스토킹 범죄가 납치, 폭행 등의 행위로 돌변할 수도 있고, 보복 폭행의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에 물리적인 피해가 없어도 경찰의 응급조치 의무 및 신변안전조치 의무 조항에 따라 피해자의 신변안전을 확보하고 더 중대한 범죄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사례5]
직장 선배로부터 스토킹 피해를 당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말을 거는 정도였지만, 계속 메시지를 보내고 퇴근 후에 만나자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어요. 선배이다 보니 정중히 거절도 해보았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직장 상사에게 피해사실을 알렸지만 결국엔 제가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어요.
[사례5]처럼 스토킹 범죄 피해자가 스토킹 피해를 알렸거나, 신고했을 경우 직장 내에서 불이익 처우를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본 법률안은 ‘불이익 처우의 금지’를 포함하였다. 따라서 본 법률안에 의거한다면, 스토킹 범죄에 대한 형사적인 보호와 별개로 고용상의 불이익으로부터도 보호받을 수 있다.
이 밖에도 본 법률안은 스토킹 범죄자에 대한 형사처벌과 병행하여 피해자에 대한 법원의 보호명령이 가능하도록 규정하였다. 또한 스토킹 범죄 전담 사법경찰관과 전담 검사제, 전담 재판부, 변호사 선임의 특례를 두어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의 발생을 예방하고 법률적 조력을 보장할 수 있게 하고, 스토킹 범죄에 대한 적절한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였다.
● 1999년부터 발의와 폐기를 반복해온 ●
스토킹 범죄 처벌법,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19대 국회에서 스토킹이라는 정의가 모호하다는 이유로, 범죄의 양태에 따라 협박죄, 폭행죄, 명예훼손죄 등 각각의 법률을 적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스토킹 범죄 처벌법의 제정으로 인해 ‘사랑의 행위’가 과도하게 해석될까 봐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더 이상 법 제정을 미루지 않길 바란다. 이러한 문제의식들은 법안이 통과되어 시행되고 스토킹 처벌과 관련된 사안이 축적되고 법을 집행 해석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해결될 수 있을 것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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