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성희롱,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
이현혜|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
‘교수의 애인이 되었다는 건 조상 은덕이다’
‘뽀뽀해주면 얼마나 예쁘겠니. 뽀뽀해줘’
‘뽀뽀한 남자가 몇 명인데 나는 왜 안 돼? 네가 논개냐?.....’
3월 7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975회 ‘캠퍼스 문자 괴담의 진실, 그들은 왜 침묵하는가‘에 방영된 가해 교수의 음성 내용 일부다. 어떻게 이런 말을
교수가 학생에게 할 수 있는지 경악스러울 뿐이다. 대학 교수는 우리사회 지성의 표본이 되는 사람이다. 가장 인격적이어야 하는 교육자가 성희롱, 성추행이라니. 그것도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을 성추행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교수와 학생의 관계’. 성희롱, 성추행 문제의 핵심은 ‘불평등한 권력관계’다. 학생과 교수의 관계에서 교수는 소위 ‘슈퍼(super)갑’이다. 혹자는 갑을 관계가 아니라 ‘슈퍼갑과 병(?)’ 관계라고도 한다. 그만큼 교수는 학생에게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특히 석․박사 논문을 준비 중인 대학원생에게 교수는 절대적인 존재다. 피해자로 보도된 K대 대학원생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피해 대학원생은 국가장학금을 받고 있는 터라 교수의 평가가 무엇보다 중요했을 것이다. 그래서 아마 참고, 참고 또 참았을 것이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사실을 털어놓았는데, 피해 학생은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의 대학원생 연구환경실태 보고서 결과(2014.10.29)를 보면, 대학원생 2,354명 대상 조사에서 2명중 1명이 부당한 처우를 경험하고 있었다. 언어적·신체적·성적 폭력 등 ‘개인 존엄권 침해'에 관한 사항이 31.8%로 가장 많았고, 성희롱, 성추행을 경험한 대학원생도 4.8%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65.3%의 학생들은 참고 넘어간다고 응답했다. 불이익이 두렵고(48.9%), 해결이 안될 것 같아서(43.8%)란다. 이것이 대학원생의 현실이다.
더욱이 피해 학생이 어렵게 문제를 제기해도 교수는 여전히 강의를 하고, 심지어 해임이 된 교수도 다시 강단으로 돌아오고 있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가 교수에 대한 징계를 심의하면서 수위를 낮춰준 비율이 한해 평균 30% 선이라고 한다(JTBC 뉴스 2014.12.5 일자). 3명 중 1명은 다시 강단에 설 수 있는 구조다. 그러니 성추행 피해를 입은 학생들이 참을 수밖에 없고, 피해 사실을 노출할 수가 없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위를 가진 약자인 학생을 대상으로, 피해 학생이 거부하거나 문제를 삼기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 행위를 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 큰 분노를 느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해당 대학교는 피해 학생의 인권 보호보다는 ‘가해 교수 보호’에 초점을 두어, 시급한 사표수리로 사건을 처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과연 학생들이 꿈꾸는 ‘대학’과 ‘교수’의 모습이 겨우 이 정도인가, 하는 생각에 서글퍼진다. 물론 성희롱, 성추행의 문제는 일부 잘못된 인식을 가진 교수의 문제다. 이 같은 부적절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학생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수많은 교수들이 자괴감을 느끼고 상처를 입을까봐 걱정도 된다. 그러나 어쩌랴! 조직의 문제이니 아프지만 함께 노력해야 한다. 그냥 덮어두거나 참으면 더 많은 고통과 불신이 생기니까.
교수에 의한 성희롱, 성추행! 절대 권력을 가진 교수 앞에서 거부도, 사실도 밝히기도 어려운 학생의 입장과 성추행 피해로 인해 학생들이 겪은, 그리고 앞으로 겪어야 할 고통을 생각해보라.
“낙인이 찍힐까봐, 주홍글씨가 새겨질까봐 너무 무서워요, 죽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학생의 고통과, “아이를 살려내려고 시작한 일이 아이를 잡는 게 아닌지...”라는 피해 학생 아버지의 심정이 느껴져 마음이 아프다.
이젠 정말 학교가 변해야 한다. 학생을 배려하고, 성장시키는 교수, 그런 교수를 존중하는 학생이 있는 대학. 공부를 잘하는 명문대학이어서 가고 싶은 ‘대학’이 아니라 사람 냄새가 나는 인권이 존중되는 ‘대학’이어서 학생들이 가는 싶은 학교로 탈바꿈하기를 바란다.
* 이 기사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일부 수정한 것입니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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