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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이슈/칼럼

<기획: 멈추지 않는 여성폭력> ③ 스토킹으로부터 '안전'하십니까?

by kwhotline 2016. 2. 23.

[기획]

 

 

[멈추지 않는 여성폭력③] 스토킹범죄 처벌법 제정되어야

 

 

스토킹으로부터 '안전'하십니까?

 

최희진| 한국여성의전화 인권정책국 국장



말도 안 돼. 어떻게 스토커가 경범죄인가. 대한민국 법이 왜 이래

- SBS 수목 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의 대사일부 -





‘ 너희들은 포위됐다’ 3회 방송에서 스토킹을 당하는 여성이 스토커에게 칼에 찔리는 사건이 나왔다. 사랑이라고 부를 수 없는 과도한 집착이 끔찍한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장면이었다. 이는 드라마에서만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5월 전남자친구로부터 2년 넘게 스토킹피해를 당하다가 끝내 피해자가 살해당한 사건, 10월 자신의 마음을 받아달라는 이웃의 스토킹으로 경찰에 신고했다가, 가해자가 앙심을 품고 살해한 사건, 12월 제자가 여교사를 몇 년 동안 스토킹 하다가 결혼한다는 소식에 피해여성을 살해한 사건 등 현실에도 드라마보다 더한 스토킹 피해들이 존재한다.

 

 스토킹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스토킹을 심각한 범죄로 인식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안일한 태도이다. 5월 전남자친구의 스토킹에 의해 살해된 사건은 경찰이 단순한 애인사이 말다툼정도라 생각하여 별다른 조치 없이 가해자를 돌려보내 목숨을 잃었고, 10월 이웃의 스토킹피해로 인해 사망한 사건은 피해자가 경찰에 피해사실을 알렸지만 경찰이 신고한 피해자를 보호조치도 하지 않아 목숨을 잃었다. 제자에 의한 스토킹사건은 가해자 부모에게 알려 주의를 주는 수준으로 그쳐 목숨을 잃었다. 스토킹을 스토킹 행위자의 피해자에 대한 애정공세로 보고, 사회적 범죄로 보지 않는 잘못된 인식과 스토킹 피해자를 보호할 만한 법적인 조치가 없었기 때문에 아까운 목숨을 잃은 것이다.

 

 2013년 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의 상담 내용을 보면 스토킹 상담은 총 138건이었다. 이 중 아는 사람인 경우가 131(95%)으로 적어도 안면이 있거나 일정한 관계를 형성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애인/과거애인, 채팅상대자 등 데이트 관계에서의 스토킹 피해는 전체 피해사례(138)75.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애인이나 가까운 이웃에게 스토킹을 당하다 목숨을 잃은 그녀들처럼 스토킹은 친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 2013년 스토킹 피해에서의 피해자/가해자 관계

(단위 : , %)

총계

데이트 관계 105(76.1%)

(·)부모

인척

()

배우자

()

애인

직장

관계자

동급생

선후배

채팅

상대자

서비스

제공자

동네사람

단순

대면인

모르는사람

미파악

138

1

1

1

101

12

1

4

2

4

4

6

1

100

0.7

0.7

0.7

73.2

8.7

0.7

2.9

1.4

2.9

2.9

4.3

0.7

(출처 : 2013년 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 상담통계)

 

 

 스토킹 범죄는 상대의 동의 없이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행위를 통칭하는 범죄이다. 현재 스토킹은 경범죄처벌법의 지속적 괴롭힘으로 처벌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피해자가 겪는 두려움과 공포에 비해 처벌은 벌금 8만원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피해 당시 묵시적 거부는 효력이 없고, 3자를 통해 근황을 묻거나 SNS로 사생활을 확인하는 행위 등은 해당되지 않으며, 피해자가 전화나 구두, 서면 등으로 거절 의사를 뚜렷하게 밝혀야만 범죄 적용이 가능하다.

 

 친밀한 관계 내에서의 스토킹은 피해자가 거절할 경우, 가해자의 협박과 폭행이 동반되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가해자에게 끌려 다니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본회 상담사례 중 헤어진 전 남자친구에 의해 스토킹 피해를 당하던 A씨는 전 남자친구가 헤어진 것이 너무 억울하다며 돈을 내 놓아라, 못 내놓으면 몸이라도 대라, 응하지 않으면 사무실에 알리겠다등의 협박을 했고, 이후 5개월 동안 성관계를 강요당했다. 또 하루 50통 이상 전화를 걸어와 회사업무를 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가해자가 없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퇴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피해자는 극도의 공포와 불안감 속에서 생활했다.

 

 친밀한 관계였던 사이에서의 스토킹은 가해자가 피해자의 생활 반경을 파악하고 있고, 지속적인 괴롭힘과 주변을 이용한 협박까지도 서슴지 않기 때문에 법 적용기준처럼 거절의사를 구두와 서면으로 뚜렷하게 밝히기란 쉽지 않다. 피해자가 스토킹에서 벗어나고자 취할 수 있는 안전하면서 가장 손쉬운 방법은 전화를 받지 않거나 가해자를 피해 도망 다니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묵시적 거부로서 법적 효력이 없는 거절의사이기 때문에 경범죄 처벌법에 의거하여 처벌받을 수 없다.

 

 최근에는 인터넷과 모바일의 발달로 SNS에 따른 사이버 스토킹도 발생하고 있다. 본회 상담사례 중 피해자 B씨는 봉사활동지역모임에서 같이 활동하는 가해자가 카카오톡으로 여러 번 항상 만나고 나서 헤어지면 더 보고 싶다”, “나는 외롭다. 나를 개인적으로 위로해 달라”, “밤이 무섭다”, “나는 덜 컸다. 키워주면 안되겠나”, “안고 만지고 쓰다듬고 싶다. 나를 만져 달라등을 보내 괴롭다고 호소하였다. 다른 피해자는 얼굴만 알고 지내던 후배의 구애를 거절했음에도 가해자의 페이스북에 피해자의 사진을 크게 캡쳐해 올리고, 실명을 공개하며, 사랑하고 연애중이라고 올렸다고 한다. 이렇게 SNS를 이용한 사이버 스토킹은 장소적 제약이 없고, 거절의사를 표현했어도 멈춰지지 않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범죄 처벌법에는 관련 처벌규정이 없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볼 수 있으나, 적극적 해석과 적용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 현실이다.

 

스토킹피해로 얼마나 많은 여성이 목숨을 잃어야 제대로 보호할 법을 제정해주시겠습니까?




 

 스토킹은 피해자의 일상적인 생활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다치다가 끝내는 죽어가고 있는 심각한 범죄임에도 우리나라는 경미범죄로 분류하여 경범죄 처벌법에 따라 벌금형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일본, 미국, 영국, 독일의 경우 스토킹을 중한 범죄로 보고 스토킹 법에 따라 스토킹 범죄를 처벌하고 있다. 일본은 개인의 신체, 자유 및 명예에 대한 위해의 발생을 방지하고 아울러 국민생황의 안전과 평온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2000년부터 스토커행위 등의 규제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으며, 스토킹을 경죄와 중죄로 구분하여 처벌하고 있다. 미국은 1990년 캘리포니아에서 스토킹 방지법이 제정된 이래 각 주에서 관련법이 제정되기 시작했으며, 영국은 괴롭힘 방지법1997년 제정되어 잉글랜드, 웨일즈, 스코트랜드 및 북아일랜드에서 적용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2007년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는데, 스토킹의 유형에 전기통신수단 또는 그 밖의 통신수단을 이용하거나 제3자를 통해서 그 사람과의 접촉을 시도하는 행위’, ‘생활형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경우도 포함되어있다. 이밖에도 오스트리아, 호주, 아일랜드, 벨기에, 네덜란드, 프랑스에도 스토킹에 대응하는 법을 제정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스토킹 처벌 법안을 제정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 하지만 1999, 2003, 2007년 세 차례나 발의됐음에도 불구하고 어디까지를 범죄 행위로 규정할 지를 놓고 논란만 거듭하다 번번이 폐기되기를 반복하고 있다. 현재 이낙연 의원이 발의한 스토킹 처벌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과 김제남 의원이 발의안 스토킹방지법이 국회에 계류 중에 있다. 위 발의안 모두 스토킹 피해를 막기 위한 고민들이 녹아 있으나, 보호처분 위주로 되어 있어 피해자가 안전을 기대할 정도의 강력한 처벌을 할 수 없다.

 

 이에 한국여성의전화는 스토킹 범죄를 강력하게 처벌하고,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기할 수 있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제정 준비 중에 있다. 법안의 주요내용으로 스토킹범죄가 사생활 영역뿐만 아니라 공·사 공간을 아우르는 생활영역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정의하였고, 기존 발의안들과 달리 보호범주를 [생활영역]으로 확대하였다. 스토킹 정의부분에서도 지속성 요건을 삭제하여, 스토킹의 행위가 반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처벌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경찰의 신변안전조치 및 응급조치 의무 조항을 포함하여 피해자의 신변안전 및 스토킹 범죄의 초기대응을 강화하고자 했다. 마지막으로 형사사법기관 각 단계별로 스토킹 범죄 전담 사법경찰관과 검사를 두어, 스토킹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예방하고자 했다.

 

 앞으로 한국여성의전화는 제대로 된 스토킹 처벌법이 정비되는 그날까지 제정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더 이상 스토킹 범죄로 인하여 여성들의 무고한 목숨이 잃지 않도록 우리나라에 스토킹처벌법이 하루빨리 제정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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