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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이슈/칼럼

노인들의 아우性

by kwhotline 2015. 5. 14.

노인들의 아우性

 

대한민국 피로회복제라는 광고 문구로 유명한 대표적인 드링크제 박카스’. 하지만 종묘 공원에서는 다른 은밀한 의미가 되기도 한다. 박카스를 파는 이른바 박카스 아줌마들은 박카스 외에 다른 것을 함께 거래하기 때문이다. ‘박카스 아줌마라는 단어는 노인 성매매 여성들을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되어버린지 오래다. 집중단속을 비웃듯 최근에는 종로 일대 외에도 유명 등산 코스에서 노년 성매매 여성들을 일컬어 산새 아줌마’, ‘들병 아줌마라는 단어도 생겨날 정도로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매매는 더욱 더 퍼지고 있는 중이다.

 

 

 

 

중년 여성, 노년기의 여성들이 성매매에 나서게 된 이유는 노인 빈곤과 관련이 깊다. 2012년도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48.6%으로 OECD 회원국 중 독보적인 1위이다. 거기다 연금 소득 대체율은 45.2%으로 OECD 회원국 평균 65.9%에 크게 못 미친다. 여성 노인의 빈곤은 더욱 심각하다. 여성 노인의 빈곤율은 45.9%로 남성 노인의 40.1%보다 높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간하는 보건복지포럼에 따르면 남성노인의 40%는 근로소득이 있었지만 여성노인은 15.8%에 불과했다. 학력이 낮고 건강하지 못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노년기의 여성들은 성매매의 길로 빠지기 쉬운 환경인 것이다. 그렇다 보니 이전에 유흥업소를 운영하거나 성매매 관련업에 종사한 적이 있는 여성들이 노인 대상 성매매 피해 여성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평생을 전업주부로 살다가 뒤늦게 성매매 현장에 나온 사람들도 적지 않다. [1]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매매 피해 여성들은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성매매 피해 여성들과달리 성매매를 해야 하는 억압적 환경이 없거나 적고, 포주에 의해서 폭력이나 통제를 받지 않고 개인적으로 활동한다. [2] 그럼에도 노인 성매매 여성들은 돈 때문에 성관계를 한다는 사실로 인해 수치심과 심리적 갈등을 겪는데 이것이 노년기 우울증과 겹쳐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노인 성매매 여성들은 성병에 노출될 확률이 높은데 구매자인 노인 남성들이 콘돔을 잘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의 2012년도 노인의 성생활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매매 경험이 있는 노인들 중 44.7%가 성매매 시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임신의 가능성이 없어 피임을 굳이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뿐 아니라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성병을 조심해서 무엇 하나 하는 자포자기적인 심정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성기능 촉진을 위해 출처가 불분명한 약물과 성보조기구를 사용하는 것도 문제이다. 노인 성매매 여성들은 대부분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발기부전 치료제와 성보조기구를 남성에게 제공한다. 의사의 진료 없이 임의로 발기부전 치료제를 잘못 복용하면 혈압 상승과 더불어 심한 경우 급성심근경색까지 일어날 수 있어 위험하다. 그리고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성보조기구는 피부질환이나 성병을 유발할 수 있다.

 

노인들의 성적 욕구를 등한시 하는 사회 풍조는 노인 성매매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남성 노인이 젊은 남성에 비해 성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80대가 되어서도 남성 호르몬이 젊은 남성의 80%까지 분비되며 70대 남성이 발기부전이 되는 확률은 35% 밖에 되지 않는다. 남성 노인들도 젊은 남성들처럼 성욕을 느끼고 성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성 노인들은 여성의 성을 억압하는 사회적 관습으로 인해 늙어서 성생활을 하는 것을 남사스럽고 부끄러운 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아 노인 부부들 간에 성생활로 인한 갈등이 적지 않다. 2011년 사단법인 인구보건복지협회의 노인 성상담 사례를 보면 부부 성갈등 상담이 19%로 약물이나 성병 등에 관한 상담, 성기능 상담에 이어 3번째를 차지하였다. 고령화 사회가 되고 건강수명이 연장되면서 배우자와 사별하거나, 황혼 이혼으로 혼자가 되는 노인들의 수가 많아져 부부 관계를 통해 성생활을 할 수 없는 노인들도 늘어났다. 하지만 재산분할 문제 등으로 인해 노부모가 연애하는 것을 달갑지 않게 보는 가족들의 시선 속에서 노인들은 자유롭게 이성을 만나는 것도 어렵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상담의 기회가 적을 뿐만 아니라 욕구를 배출할 수 있는 문화활동이나 각종 복지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성욕구를 건강하게 해소할 방법이 적은 남성노인들은 성구매자가 되기 쉬운 환경인 것이다.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매매가 일어나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은 채 단속을 강화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단속으로 인해 더욱더 음성적으로 성매매가 이루어지게 될 뿐이다. 노인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소득이 보장하는 것이 우선 되어야 할 것이다. 여성노인의 경우 평균수명이 남성보다 더 길기 때문에 빈곤상태가 오래 지속되고 심화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 우리나라의 노후소득 보장체계는 소득활동과 기여금을 얼마나 납부했느냐가 급여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경제활동에 참여 기회가 제한적이고 가족돌봄자 역할을 해온 여성 노인들은 사각지대에 놓이기 매우 쉽다. 연금의 실질 급여액이 노인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해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며, 특히 임금수준이 낮은 여성노동의 특성을 반영하고 돌봄 노동의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3] 또한 노인들의 성을 인정해주는 사회분위기가 되어야 할 것이며,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교육, 레크레이션, 문화생활 등의 기회가 늘어나야 할 것이다.

 

세경_한국여성의전화 대학생기자단

 



[1] [그 섬, 파고다]7-"여성 가난과 노인 성욕의 일그러진 결합" 아시아 경제 2013.11.29

[2]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매매 피해 여성연구: ‘박카스 아줌마실태조사 및 노인상담적 접근 (2011) 이호선

[3]연금 없고 수명 길고”…여성노인 빈곤 더 심각 2013.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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