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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이슈/칼럼

‘다른’ 게 ‘틀린’ 건가요?

by kwhotline 2015. 5. 14.

다른틀린건가요?

다문화주의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공존하는 것!

 

다문화주의21세기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단어이다. 다문화주의의 사전적 정의는 하나의 사회, 혹은 하나의 국가 내부에 복수의 문화가 공존한다는 것을 긍정하면서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상 또는 원칙이다. 헌데, 이 단어의 정확한 의미를 알고 있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수가 1998년부터 2012년까지 308,339명에서 1,445,103명으로 증가(출처: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연보)하면서 우리나라도 점차 다문화사회로 변화해 가고 있다. 결혼 이민자와 외국인 노동자, 외국인 유학생 등의 유입으로 인해 다문화사회로 향해가는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주의는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게 되었고, 다문화사회에 대한 정책도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다문화주의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확립하지 못한 상태이며, 다문화주의에 대한 몰이해와 외국인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왜곡된 의미로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현 시점에서 다문화관련 정책 수립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문화주의에 대한 올바른 의미 확립과 그에 대한 사회 전반의 합의이다. 다문화주의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수립된 정책은 오히려 혼란과 갈등만 안겨줄 뿐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다른 문화를 편견 없는 시각으로 받아들이고, 다문화주의의 올바른 정의를 확립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아직 다문화사회로 나아가기에 한참 부족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특히 어린 아이들은 그에 대한 인식이 더욱 부족한데, 그로 인해 다문화에 대한 왜곡되거나 부정적 인식을 가지게 된다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은 다문화하면 까맣다, 더럽다, 지저분하다는 말이 떠오른다고 했다.[각주:1] 이는 주로 다문화주의하면 백인이나 그들의 혼혈 아이들이 떠오르기보다는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의 까무잡잡한 외국인, 혹은 그들과 한국인의 혼혈 아이가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이는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다문화교육이 아직 제대로 된 체계를 갖추지 못했음을 가리키는 것이며, 다문화교육을 해도 다문화가정 아이에 대한 따돌림 문제가 발생하는 것 등을 통해 학교 교육의 실효성이 낮음을 알 수 있다. 어렸을 때부터 다문화다문화가정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단순히 피부색과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외국인이나 그들의 아이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와 차별적 인식을 가질 수 있다. 그로 인해 생긴 왜곡된 편견과 고정관념은 성인이 되어서도 쉽게 고쳐지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다문화에 대한 올바른 교육은 학교와 가정, 사회 등에서 필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인종이나 국가에 상관없이 모두가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는 것이 다문화임을 인지시켜줄 필요가 있다.

 

 

 

우리가 다문화주의를 받아들이는 데 있어 가장 큰 문제는, 다문화주의를 공존이 아닌 동화로 인식하는 것에 있다. 얼핏 보면 공존동화는 비슷한 의미의 단어로 인식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두 단어는 엄밀히 다른 뜻을 내포한다. ‘공존은 서로의 다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어느 하나를 다른 한 쪽에 맞춰 바꾸지 않은 채 어우러져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동화는 어느 한 쪽이 다른 한쪽에 맞춰지는 것이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외국인이 우리 문화에 동화되기를 바라며, 튀지 않고 되도록 적응해 나가며 살기를 바란다. 나와 다른 것을 틀린 것이라 여기고 너그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한국 사회에서 외국인에 대한 시선은 더욱 엄격해진다. 그로 인해 우리의 무의식에 박혀있는 한국에 왔으면 한국 문화에 따라야지라는 생각은 외국인을 무조건적으로 우리 문화에 맞게 변화시키도록 만들고, 그 생각에는 그들의 문화가 틀렸다는 인식이 은연중에 깔려있기에 문제가 된다.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우리의 것만을 옳다고 강요할 경우 그것은 심리적 폭력이 된다는 위험성을 가진다.

 

EBS의 시사·교양 프로그램인 <다문화 고부 열전>은 외국인 며느리와 한국인 시어머니 간의 관계와 그 속에서 나타나는 갈등을 다룬다. 그 갈등의 원인은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지 못하는 데 있다. 2013126일에 방송된 <‘아들만 최고인 시어머니와 베트남 며느리 레티짱> 편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극명하게 나타난다. 남성도 여성과 함께 집안일을 하는 문화 속에서 자란 베트남 며느리와 남자는 엄연히 바깥일을 해야 한다는 가부장제적 신념을 가지고 있는 한국인 시어머니는 갈등을 겪는다. 남자도 여자와 함께 가사 일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여기는 며느리에게 시어머니는 거기(베트남)는 거기 식이고 여기(한국)는 여기 식이라며 불같이 화를 낸다. 베트남의 문화를 인정하지 못하고 자신의 생각만을 고집하는 것이다. 남편에겐 가사 일을 전혀 시키지 않은 채 농사일을 포함해 모든 일을 자신에게만 시키는 시어머니로 인해 베트남 며느리는 어깨가 너무 무겁다며 힘들어한다. 이처럼 가부장제 문화 속에서 살아온 한국인 시어머니는 다른 문화 속에서 살아온 베트남 며느리를 이해하지 못해 소통하지 못하고 오래된 한국문화를 강요한다.

 

앞에서 예로 든 베트남 며느리와 한국인 시어머니의 갈등은 비단 레티의 가족에게만 해당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오랫동안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상대방의 문화를 이해하기에는 물론 어려움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며, 그 과정 속에서 공존으로 향하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는 과정이 비록 힘들고 어렵더라도 반드시 거쳐야 한다. 그 과정을 거치지 않고 무조건 상대방에게 한국에 왔으니 네가 한국 문화에 맞춰!’라고 강요한다면 그것은 폭력과 다를 것이 없다.

 

우리의 문화와 다른 나라의 문화가 다른 것은 틀린것이 아니다. 단지 다른것일 뿐이다. 외국인이 우리 문화에 동화되기를 바라는 것은 곧 다른 이의 것은 무시하고 우리의 것만을 따르기를 요구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우리는 그들이 가진 문화를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함께 살아가고자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이루어졌을 때 진정한 다문화사회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푸름_한국여성의전화 대학생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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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환봉, 다문화 놀림에 우~, ‘함께 살아요’ 환성 교실 벗어난 ‘차별방지 수업’ 호응 만발, 한겨레, 2011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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