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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이슈/성명·논평

피임약, 이건 내 문제야. 그리고 너의 문제야.

by kwhotline 2012. 7. 29.

 

무더운 한여름. 금요일 밤에. 그것도 홍대에서. ‘섹스를 외치고, ‘콘돔을 외치고, ‘정액 발사를 외치는 무리들. 이들은 누구인가? 이들은 왜 이곳에 모였는가?

 

 

북적이는 피임약 촛불문화제의 풍경

 

지난 20일 저녁 홍대에서는 여성의 결정권과 건강권을 위한 피임약 정책 촉구 긴급행동의 주최로 모두에게 확실하고 안전한 피임정책과 여성 건강권 확대를 위한 촛불 문화제가 진행되었다. 이 행사는 67일 식약청이 발표한 시전피임약을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하고, 사후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겠다는 정책에 당사자인 여성들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음을 지적하며, 피임약 문제에 대한 여성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된 행사이다.

 

다양한 여성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 위한 집회인 만큼 이 날 행사에는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민우회, 고려대 학생행진,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장애여성공감, 잡년행동을 비롯한 많은 단체와 개인들이 함께하였다. 행사는 참가자들의 발언을 중심으로 진행되었으며, 중간 중간에 고려대 학생행진의 율동과 나는 모호와 페미니스트 가수 지현의 공연이 이어졌다. 턱을 하나 두고 촛불문화제 바로 옆에서는 젊은 홍대 예술인들의 공연이 이어지고 있었고, 홍대 거리를 지나는 많은 사람들로 촛불 문화제 현장은 흥분돼있었다. 분주한 홍대 거리 한복판에서 촛불 문화제를 하고 있는 이들은 누구나 쉽고 안전하게 피임약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누구보다도 큰 목소리로 외치고, 노래했다.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줘.

 

잡년행동의 발언자들

 

촛불 문화제의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피임약 문제에 당사자인 여성의 입장과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음을 분개하며, 여성에게 자신의 몸에 대한 문제를 직접 결정한 권리가 있음을 주장하였다. 노동자연대 다함께의 이서영씨는 우리가 당사자이다. 피임약이 내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우리가 제일 잘 안다, 피임약 문제에 대한 여성의 결정권을 주장하였다. 28일 한국판 슬럿워크인 잡년행진을 준비 중인 잡년행동에서도 우리의 몸은 우리의 것이다. 우리 몸의 결정권은 우리에게 있다는 구호를 시원스럽게 외쳤다.

 

분류가 문제가 아니야.

 

 

장애여성공감의 지성씨

 

발언을 한 참가자들은 피임약 문제의 본질은 분류를 어떻게 하느냐가 아니라, 여성이 안전하고 손쉽게 피임약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임을 지적하였다. 이서영씨는 그동안 의사들은 전문의약품인 사후피임약의 처방을 대충했다, 사전피임약이 전문의약품이 되더라도 진료비가 비싸지는 것 외에 달라질 것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잡년행동의 발언자도 의사들이 피임약 복용과 부작용에 대한 안내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음을 지적하며, “심지어 피임약을 처방받는 여성에게 (의사들이) 경멸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고 하였다. 피임약 문제는 분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피임약에 대한 왜곡된 사회적 시선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임을 꼬집은 것이다. 장애여성공감의 지성씨는 의사가 장애인은 피임약을 먹으면 안 된다며 진료를 거부한 사례를 소개하였다. 장애 여성에게는 피임약에 대한 접근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누구의 문제인가?

 

이날 행사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피임약 문제가 20대 이상의 가임기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며, 직접적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과도 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의 수수씨는 피임약 문제는 청소년과 섹스를 연관 짓는 것을 금기시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청소년 당사자의 목소리가 반영되기가 어렵다, “그러나 많은 청소년들이 섹스를 하는 현실에서 이들의 목소리를 배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였다.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인턴을 하고 있는 도담씨는 나아가 이 문제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문제라며, 피임약 문제의 당사자가 여성만으로 제한되어서는 안 됨을 지적하였다. 이에 대해 페미니스트 가수 지현씨는 피임약을 통해 여성의 몸을 규제·통제하려는 움직임은 인간의 몸을 통제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연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 하였다. 피임약 문제가 인간의 몸을 통제함으로서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침해한다는 점에서 이성애자 여성만이 당사자가 아님을 밝힌 것이다.

 

여성의 문제에 여성이 배제된 상황에서 이 날 촛불 문화제는 많은 여성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드러냄으로서 문제의 당사자가 여성임을 부각시켰다. 또한 이 문제는 직접적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과도 연대가 필요하며, 연대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성의 결정권이라는 측면 외에는 이 문제를 바라보는 다른 시각이 부족했다. 여성의 결정권이라는 시각만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게 되면, 직접적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과 연대의 고리가 강해지기 어렵다. 이들의 다음 행보에서는 다양한 목소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각이 드러나는 발전이 있기를 바란다.

 

 

 여성의 결정권과 건강권을 위한 피임약 정책 촉구 긴급행동은 지난 67일 피임약 재분류에 대한 식약청의 발표 이후 조직되었다. 피임약 문제에 대한 여성의 결정권을 주장하며 기자회견을 하였으며,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김소현(means2123@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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