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명절은 필요 없다]
설 연휴가 끝난 지 닷새가 지났다. 2019년, 우리의 설날은 어땠는가.
“명절 연휴 '가정폭력주의보'”
한 언론의 기사 제목이다. 명절과 가정폭력, 오래전부터 한 쌍이었던 것처럼 친숙하다. 그 때문일까. 경찰청에서도 명절 직후 가정폭력 신고 건수에 대해 해마다 보도자료를 배포한다. 2018년 설 연휴 기간 전국 경찰서에 접수된 가정폭력 신고 건수 1,032건, 평상시 683건에 비해 51.1% 증가, 2019년 가정폭력 신고가 전년 대비 일 평균 9.3% 감소. 그리고 이어지는 또 다른 기사의 제목, “설 연휴 112신고·가정폭력 감소, 대체론 평온.”
우리 사회의 가정폭력은 ‘명절’, ‘주의보’, ‘대체로 평온’ 사이에 기막히게 존재한다. ‘명절’은 우리 사회의 가부장적 가족문화와 성차별적 사회구조의 민낯이 거침없이 드러나는 기간이다. ‘며느리를 친정에 보내주자고 말해서’, ‘동거하는 여성이 자신의 집에 인사를 가지 않아서’, ‘시댁에 소홀해서’ 등 가해자의 말을 받아쓴 가해자의 변명이 가정폭력의 이유로 둔갑한다. 그러니 (잠재적) 피해자가 될 존재들은 ‘가정폭력 주의보’라는 지령에 따라 가부장적 가족문화에 순응하면 되고, 가정폭력은 ‘가정 내에서 알아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니 신고 없이 지나가면 ‘대체로 평온’한 것이 되는 것이다.
피해자가 ‘주의’하고, 신고 안 하면 ‘대체로 평온’한 우리 사회. 이것이 여전히 1%대에 머물러 있는 가정폭력 신고율의 진실이다. 이 불편하기 짝이 없는 ‘대체로 평온’한 상태는 이제 끝나야 한다. 가부장적 가족문화와 성차별적 사회구조를 바꾸고, ‘피해자가 주의하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바꾸고, 가정폭력 신고를 독려하고 올바르게 처리하자. 최소 셋 중의 하나는 하자. 그게 아니라면 ‘주의보’까지 내려지는 명절에 모이지 말자.
* 관련기사: https://goo.gl/FErJjd
*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화요일 ‘화요논평’ 19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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