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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2021 여성상담전문교육(가정폭력전문상담원과정) 후기

by kwhotline 2021. 9. 6.

2021 여성상담전문교육(가정폭력전문상담원과정) 후기 1

 

2021 가정폭력전문상담원교육 수료생 진지은

 

 

대학교 때 가족 관련 학과에서 공부를 했었습니다.

당시에는 가족의 정상성에 대해 많이도 들었던 것 같습니다.

과연 정상성이란 무엇일까. 저마다 상황이 다른데, 소위 건강한 가족이라는 틀을 정해놓고 수렴하도록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가능하긴 한 것인지 조금은 불편하고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2021년 여름, 한국여성의전화에서 <가족>이라는 단어를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한여전의 <여성상담 전문교육 - 가족폭력 전문상담원 양성교육>을 들으며

묵은 체증이 씻기는 기분이었습니다.

개인으로서 여성의 삶을 들여다보고, 또 여성이 처한 상황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 속에서 바라보는 눈을 틔운 건, 제가 앞으로 삶을 살아가는 무기를 얻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족을 어떻게 볼 것인지,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과 여성운동의 역사, 피해자 지원, 법과 미디어에 이르기까지 정말로 전방위에 걸쳐 여성주의 관점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결국 어떤 관점을 갖고 바라보는가가 가장 중요하며, 명확한 관점을 갖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동료들과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는 가르침이 기억에 남습니다.

 

사실 '가정폭력전문상담원'으로서 피해자 지원을 내가 잘할 수 있을 것인지는 아직 자신은 없습니다. 배우면 배울 수록 아직 더 배워야할 것 같고 부족함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미 자기 삶의 전문가인 내담자의 힘을 믿고 같이 해나가면 된다고 용기를 내봅니다.

 

안전한 공간과 분위기를 만들어주시고 아낌없이 경험을 나누어주신 약 30명의 강사님들과 담당자 선생님, 따스한 시선으로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며 긍정과 지지를 보낸 약 70여 명의 수강생 동기 여러분.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행복한 연대의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들과의 인연이 때로는 신기하고 참 소중합니다. 이제는 100시간의 수업을 마치고 언제 그랬냐는 듯 각자의 삶을 살고 있지만,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래서 든든합니다.

 

여성주의 상담은 운동이다라는 말씀을 기억하며, 나의 자리에서 나 자신이 여성주의가 되어 살아가고자 합니다. 그리고 연대 활동이나 소모임이 있다면 참여하여 마음을 나누고, 나아가 여성들에게 힘이 되는 삶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2021년 여름을 짙은 기억으로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행동하겠습니다!

 

 

2021 여성상담전문교육(가정폭력전문상담원과정) 후기 2

- 나의 자매들에게 -

 

2021 가정폭력전문상담원교육 수료생 조문주

 

 

가정폭력 교육 참가 소감문 작성 요청에 겁 없이 손을 들긴 했지만 어떤 내용을 써야 되나 고민을 했다. 일단 선지름, 후고민이다. 그러던 중 떠올랐던 건 어린 시절 나의 모습이다.

 

어린 시절의 나는 말이 많았고, 싫은 것도 많았다. “까탈스럽다가 주변의 어른들이 나에게 흔히 붙이는 형용사였다. 그런 내가 좋아했던 동화는 인어공주였다. 사랑받고 싶고, 사랑받기 위해서는 말없이 따르고 순응적인 모습을 보여야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인 거 같다. 뒤에서 묵묵히 사랑을 하고, 버림받아도 혼자 사그라지는 사랑, 희생, 헌신, 순응의 결정체.

그리고 그 모습과 다른 내가 참 못나보이고 시끄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가부장적 전통과 순응적인 여성을 재생산하기 위한 장치들로 가득한 사회 속에서 나 자신으로 산다는 건 부적절감, 죄책감과 싸우는 연속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인어공주가 거센 물살을 헤치는 단단한 비늘로 덮인 자신의 꼬리를 가지고, 자신의 목소리로 분명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길 바란다. 왕자와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함께 고민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갈 자매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

 

한국여성의전화 교육에 참여한 것은 잃어버린 나의 자매들을 찾아가는 시간이었다.

참여자 모두에게 자기소개의 시간을 주는 교육은 참 드문 것 같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의식인 것 같다. 나의 목소리를 갖는다는 것. 그리고 귀 기울여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 그런 자기소개 시간 속에서 우린 비슷한 경험을 하고,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재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감정이 앞서는 것이 아닌 함께 연대하고 싸울 수 있는 근거들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정규 교육 과정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대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되어서 무척 좋았다. 마음과 배움에 그치지 않고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생생함이 있었다. 특히 <56년을 가로지른 연대, 최말자님과의 대담>은 무척 뜻깊은 시간이었다. 최말자님이 재심 신청을 한다는 기사를 보고 한국여성의전화에 어떤 지원을 할 수 있는지 문의를 했으면서도 일상의 바쁨으로 더 이상 행동을 이어가지 못했는데, 이번 교육을 들으면서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한국여성의전화 후원회원가입을 미뤄뒀던 숙제 하듯이 진행할 수 있었다.

 

국민학교 때 늦은 밤 TV에서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영화를 보고 알 수 없는 분노와 울분에 휩싸여 잠 못 이루던 밤이 떠오른다. 그때 그렇게 나를 힘들게 한 것은 아마도 무력감과 얘기할 대상의 부재였으리라. 과거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2021년의 너에겐 지원할 수 있는 힘이 있고, 함께 분노하고, 함께 지지하는 수많은 자매들을 만날 수 있단다.”

세상은 평화롭지 않고, 오늘도 파도는 거세겠지만, 한국여성의전화에서 만난 자매들과, 연대의 힘으로 나아갈 생각을 하면 무척 든든하다. 함께 할 자매들에게 사랑, 경의, 웃음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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