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의전화는 8월 13일 ‘56년을 가로지른 연대, 최말자 님과의 대담’을 개최하였습니다. 150여 명이 참석한 이번 행사는 온라인 줌(ZOOM)을 통해 생중계되었습니다.
본 행사는 재심 청구에 관한 부산고등법원의 두 번째 결정을 앞둔 시점에서 당사자와 사건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성폭력 정당방위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대담은 1부와 2부로 진행되었는데, 1부 첫 순서로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이사가 ‘성폭력 정당방위 운동의 역사’를 주제로 여성폭력 관점에서 본 정당방위의 의미와 성폭력 정당방위 관련 주요 사례들을 살펴보면서 여성폭력 사건을 다루는데 있어 변하지 않고 있는 현실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배은하 부산여성의전화 성·가정폭력상담소 소장이 ‘56년 만의 미투 진행 경과’에 대해 보고하였습니다. ‘56년 만의 미투’는 1964년 5월 6일 피해자가 성폭력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방어행위를 ‘고의에 의한 상해’로 보아 도리어 피해자가 구속수사 및 유죄 판결을 받은 후, 56년 만인 2020년 5월 6일 재심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최말자 님은 2018년 12월에 처음으로 한국여성의전화에 재심 청구를 문의하셨습니다. 이후 2019년 7월 부산여성의전화에서 피해자 상담이 진행되었고, 공동지원을 결정했습니다. 2020년 4월 변호인단을 구성하였고 그해 5월 6일 재심 청구서를 제출하면서 한국여성의전화와 함께 ‘성폭력 피해자 정당방위 인정을 위한 재심 개시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2021년 2월 18일 부산지방법원의 재심청구 기각 결정이 있었고 2월 22월에 변호인단이 즉시항고장을 제출하였으나 9월 6일 항고심도 기각 결정이 난 상태입니다.
1부 마지막으로는 재심 변호인단 중 한 명인 김수정 변호사가 ‘재심 청구 톺아보기’라는 주제로 1964년 당시의 판결문과 이번 재심 기각 결정문 등을 살펴보며, 항고·재항고를 통해 반드시 재심 개시를 이끌어내겠다는 각오를 다졌습니다.
2부 ‘최말자 님과의 대담’에서 최말자 님은 “57년 전 18살 때는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뒤바뀐 당시의 상황이 억울하기만 하고 맞서 싸울 힘이 없었지만, 60살이 넘어 공부를 시작하고 힘이 되어주는 지지자와 단체, 변호사,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해줘서 재심 청구까지 할 수 있었다.”며 “나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다. 대한민국 전부가 잘못 되었다고 하는 걸 왜 사법부만 모르고 변하지 않는 건가. 이제 남은 건 당시의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고, 후손들에게 이런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정당방위를 인정한 판결이 나올 때까지, 그래서 이 사회가 변화될 수 있도록 내 생명이 다할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하였습니다. 재심 청구 이전부터 최말자 님을 조력해 온 윤향희 님을 비롯하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최말자 님의 전화를 처음으로 받았던 상담자, 온라인 참여자 등이 연대 발언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참여자들은 "56년이 넘더라도 억울함을 풀어내는 게, 앞으로 살아갈 여성들의 삶을 바꾸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힘내서 재심 청구 승리해주세요.", "수많은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최말자 님과 함께하겠습니다!!", "재심을 청구하고 지금 이 시대 여성의 현실에 공감하고 분노해주시는 것이, 그리고 최말자 님의 삶이 같은 여성인 저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함께 싸우는 사람으로 항상 존재하겠습니다. 삶이 곧 전쟁이지는 않게, 싸우다가 죽지 않게, 좋은 것들을 잊어버리지 않게 우리 함께 싸우기로 해요.", "다시 용기를 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힘을 일으켜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연대의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재심 기각결정에 대한 부산고등법원의 항고기각결정 이후 피해자와 변호인단은 재항고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본 사건의 정의로운 해결과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수사·사법 기관의 잘못된 통념을 바로잡고 여성의 방어권이 인정될 때까지 한국여성의전화는 뜻을 함께 하는 모든 이들과 끝까지 함께할 것입니다.
56년만의 미투, 터무니없는 이유로 재심이 기각되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와 변호인단은 정당방위 인정을 위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재심 개시를 위해 연대와 응원을 담은 서명, 재판부에 전하는 한마디를 남겨주세요. ▶ 재심개시 촉구 서명: https://bit.ly/3BBM2v6 |
'여성인권 활동 > 후기·인터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1년 여성주의 경제 아카데미 <뜨거운 시선> 교육 후기 (0) | 2021.09.09 |
---|---|
스토킹, 당사자의 목소리로 '정책'을 말하다 (0) | 2021.09.09 |
2021 여성상담전문교육(가정폭력전문상담원과정) 후기 (0) | 2021.09.06 |
7월 22일 페미로:여성주의판례읽기모임 후기! (0) | 2021.08.24 |
2021 ‘차별의 시대를 불태우는’ 제 22회 서울퀴어문화축제 후기 (0) | 2021.07.2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