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낙태죄'의 폐지와 함께 권리의 보장으로 성큼 나아간
정의당의 형법, 모자보건법, 근로기준법 개정안 발의를 환영한다.
지난 11월 5일, 정의당은 형법 제27장 '낙태의죄' 조항을 전면 삭제하는 형법 개정안과 함께 권리 보장 및 지원을 기본 방향으로 하는 모자보건법·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이하 '정의당 이은주 의원안'). 이로써 제21대 국회에는 권인숙 의원안에 이어 두 번째로 임신중지 전면 비범죄화 법안이 발의됐다. '낙태죄' 폐지와 관련된 정당의 책임있는 당론발의 법안으로는 최초 발의안이다. 특히 정의당 이은주 의원안은 권리 보장에 관한 내용을 한층 강화하여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은 정의당 이은주 의원안을 환영하며, 다음 내용에 주목한다.
처벌 금지와 지원을 넘어 권리 보장의 방향을 명확히 제시한 개정안
정의당 이은주 의원안은 '모자보건법'이라는 법제명을 '임신·출산 등과 양육에 관한 권리보장 및 지원법'으로 개정했다. 이에 따라 제1조 목적 규정도 '모든 사람이 인간의 존엄을 바탕으로 임신·출산 등과 양육의 전 과정에서 권리를 보장받고,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지원을 받는 데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생명 및 건강을 보호하고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개정했다. 현행 모자보건법이 지금까지 '모성 및 영유아'를 법의 대상으로 하고 '건전한 자녀의 출산과 양육을 도모'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두어온 한계를 전환하고, 국가의 인구 관리가 아닌 '모든 사람의 권리 보장 및 지원'을 기본 방향으로 명시한 것이다.
제2조 정의 규정은 '모성'을 '임신·출산 등'으로 개정하였으며, 임신, 출산, 유산, 사산, 인공임신중단이 모두 포함되도록 정의하였다. 이어서 제4조는 현행 '모성 등의 의무' 규정을 '임신부의 권리 등' 규정으로 개정하고, '임신 출산 등과 양육 및 생식건강과 관련하여 적합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받고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했다. 제4조의 2로 '비밀보장'에 관한 권리 조항을 신설한 점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우리는 이와 같은 방향이 향후 '낙태죄' 관련 법률 개정안의 의결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반영되기를 기대한다.
사회경제적 상황은 '허용 사유'가 아닌 국가의 책임 조항으로 반영
정의당 이은주 의원안은 법안의 목적을 권리 보장 및 지원으로 명확히 전제함으로써,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도 보다 분명하게 제시했다. 제3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생식건강, 성적 권리, 임신·출산 등과 양육에 대하여 생애주기에 따른 특성 및 욕구에 적합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하고, '장애유형과 특성, 나이, 언어, 인종 및 국적, 소득 수준 등을 고려하여 모든 사람이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소위 '사회경제적 사유' 등을 예외적 허용 조건으로 규정해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방치하고 개인에게 입증 책임을 전가하는 대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게 이를 적극적으로 해소하고 지원해나갈 책임을 부여한 것이다.
이는 중앙 및 지역 '임신·출산 건강안전센터'의 설치와 운영에 관해 규정한 제7조의2, 제7조의3에도 잘 반영되어 있다. 특히 제7조의4는 '임산부등의 지원'에 관해 규정하며, '임산부등의 사회적·경제적·의료적 욕구에 따라 지원' 방향을 구체화하고 있다. ▷맞춤형 방문건강관리, 건강검진, 의료비 등의 지원, ▷장애유형 및 정도, 특성 등을 고려한 장애인의 원활한 의사소통 지원, ▷외국어 통역 번역 서비스, ▷산후조리 서비스 및 산후조리 관련 비용 지원, ▷생활지원, 법률지원, 학업지원, 상담지원, 양육지원 등의 급여 또는 서비스 형태의 지원 등을 내용으로 개인의 상황과 여건에 따라 각각 다른 지원이 필요할 수 있음을 고려하고, 이를 지원기관의 책임으로 명시했다는 점은 향후 관련 법·정책 논의 과정에서도 중요하게 참고해야 할 부분이다.
우생학적 조항의 수정과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한 권리 반영
정의당 이은주 의원안은 국가의 우생학적 인구관리 목적을 드러내 온 현행 모자보건법 제14조를 삭제했으며, '선천성이상아'를 '선천성장애아'로 개정하고 '장애아의 발생 예방'은 '장애아의 조기 발견'으로 개정하는 등 법률 전반에서 장애차별을 해소하고자 했다. 또한,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 뿐 아니라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함께 발의하여 임신중지를 한 경우에도 유·사산 휴가가 보장될 수 있도록 했다. 향후 국회에서 이러한 내용을 충실히 논의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것을 요구한다.
2020년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국가가 인구 정책에 따라 여성들을 처벌하고 통제하며 우생학적 인구 관리로 국가폭력을 저질러온 지난 66년의 역사를 바로잡을 시간이다. 더는 사회적 불평등과 차별, 폭력에 따른 현실을 개인의 몫으로 전가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국회가 책임있는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권인숙 의원과 정의당 이은주 의원안은 그 책임과 요구를 인식하고 형법 '낙태의 죄'의 폐지와 모자보건법 개정을 통한 권리 보장의 방향을 분명히 제시했다. 국회 내 다른 의원들과 정당들도 이와 같은 방향을 지지하고 처벌이 아닌 권리 보장의 방향에 힘을 실을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이에 역행하는 행보는 강력히 규탄하는 행동을 취할 것이며, 끝까지 싸워 반드시 역사의 전환을 이루어낼 것이다.
2020년 11월 10일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건강과대안, 노동당, 녹색당, 민주노총,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노동건강연대,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불꽃페미액션, 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진보연대,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여성환경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장애여성공감, 전국학생행진,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진보당, 탁틴내일,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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