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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2017 회원 회의 똑똑똑 후기

by kwhotline 2017. 11. 24.


2017 회원 회의 똑똑똑 후기

좌충우돌 생방송 온라인 회원 회의, 그 뒷이야기



나눔_한국여성의전화 교육조직국






지난 7월 6일, 억수같이 쏟아진 소나기를 뚫고 7명의 사람이 독박골 한국여성의전화에서 모였다. 이들은 여성폭력에 맞서는 활동을 하는 회원활동가다. 한국여성의전화 최초로 온라인 생방송 회원회의 똑똑똑을 진행하기 위해서 모였다는데... 과연 여기에 어떤 회원들이 참여했을까, 어떤 댓글이 있을까,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을까? 그 생생한 회원회의 똑똑똑 현장을 지금 소개한다.


등장인물 


BJ 성미라

회원 회의 똑똑똑의 홍보를 위해 얼굴 전면 공개를 강행한 교육조직국 활동가. 어릴 적 라디오 DJ가 꿈이었는데 드디어 그 꿈을 이루게 되었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생방송에서 개그맨(개그우먼이 아닌)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남슬아

상담원 교육을 듣고 한국여성의전화의 매력에 빠져 여성인권영화제 프로그램팀으로 활동하고 있다. 집회 발언과 송년회 사회자 등 존재감 100%인 회원 활동가.


홍혜선

한국여성의전화에 사랑에 빠진 지 4년째. 전화 상담활동뿐만 아니라 너무 많은 영역에서 활동하여 거의 매일 출근하고 있다. 상근 활동가로 오해받기도 하는 회원 활동가. 


푸름 

여성인권활동가의 길을 택하여 20대 여성 인권활동가 아카데미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뉴페이스 회원 활동가.


재재 

늘 자신의 몸집만 한 서류 틈 사이에서 고군분투하고 분노의 게이지를 2016년까지 담당한 베테랑 활동가.



<상담소 이야기 - 전화 상담활동가 혜선의 이야기>


혜선 : 여성폭력상담원 교육을 받고, 4년째 전화 상담활동을 하고 있다. 활동을 시작했을 때는 벨 소리만 울려도 가슴이 쿵쿵 뛰고 어질어질했다. 과거보다 많이 성장했기를 바란다. 내담자는 힘들게 얘기하기 때문에, 들어주는 태도가 중요하다. 많이 힘들었겠다고 위로하고, 네 잘못이 아니라 가해자 잘못이라고 짚어준다. 폭력은 피해자의 두려움을 먹고 자라니, 기죽지 말고, 자신을 위해서 살아야 한다고 응원한다. 주변에서 힘든 일을 얘기할 때도 마찬가지로 대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댓글 : 상담을 4년이나 해야 힘을 주는 상담원이 될 수 있군요!


혜선 : 그래도 많이 부족하다. (겸손) 기억나는 일이 있다. 전화 상담을 하면 내담자 이름이나 얼굴을 모른다. 그런데 한 행사에서 활동가분이 내담자에게 나를 상담자라고 소개하는 순간, 그분이 나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셨다. 그분은 지금 여성인권운동을 함께 하고 계신다. 내담자가 가장 많이 묻는 말이 “이런 상담도 오나요?”이다. 그럼 나는 “네, 많아요.”라고 대답한다. 여성폭력의 문제가 나만의 개인적인 폭력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문제라고 인식하게끔 말한다. 여성주의 상담은 내담자 스스로 피해를 말하고, 참지 않고, 분노하고, 적응하는 것이 아닌, 변화하게 한다. 그 때문에 상담은 여성인권운동이다.


댓글 : 공감과 위로를 나누는 상담활동가 멋져요! 


혜선 : 압니다. (겸손 날아감~)


댓글 : 적응이 아닌 변화! 멋지다. 



<분노의 게이지>


'분노의 게이지'란: 1년 단위로 여성 살해 사건을 집계하여 통계를 내는 활동모임. 현행 범죄통계로는 피·가해자의 성별에 따른 살인범죄의 추이와 양상을 파악할 수 없고, 친밀한 관계에 의한 형사범죄 실태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만들어졌다. ‘여성 살해’, ‘숨지게’, ‘여성’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여 나오는 수천 개의 기사 중에서 남성에 의한 여성 살해 사건들을 찾아서 집계하고 분석한다. 분노의 게이지 활동은 모래알 속에서 바늘을 찾는 작업과도 같아서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다고 한다.


가해자의 입이 되는 언론


슬아 : 기사를 찾을 때, “왜, 안 만나줘”나 “00녀”를 검색하면 여성폭력 관련된 사건들이 무더기로 나온다. 이러한 현상을 언론이 가해자의 시각에서 가해자의 변명을 보도하는 지금 언론 보도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건 살해와 폭력의 이유가 될 수 있는 것은 없다. 분노가 치민다.


여성 살해에 무관심한 국가


재재 : 성별에 따라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 양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면밀하게 봐야 폭력의 실체가 무엇인지,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다. 국가에서 경찰에 신고한 피해자가 피해를 드러낸 사건만으로도 범죄 통계가 충분히 나올 수 있는데 대체 왜 하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  


슬아 : 국가가 여성에 대한 통계 중, 출산에 관련된 통계만 낸다. 출산 관련한 통계는 빠르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지 열심히 고민한다. 하지만 여성폭력 관련한 통계는 자료도 거의 없고, 쓸 수 있는 자료도 거의 없다. 이는 국가가 여성을 어떻게 보고, 대하는지를 보여준다. 여성폭력에 관련된 활동을 하고 싶고, 고민이 많았는데, 한국여성의전화에서 활동하면서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찾았고, 하고 싶은 활동도 생겼다. 무엇보다 같은 고민을 하고,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만난 것이 큰 힘이 되었다.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모르는>


미라 : <그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습니다.>출판 기념회에 참석해 주셨다. 소감이 어떤가?


푸름 : 가정폭력 문제가 내 세대와는 관계가 없고 한 세대나 두 세대 위의 일로 인식했었다.  하지만 출판기념회에 가서 글을 쓰신 생존자분들을 보니 제 나이랑 많이 차이 나지 않는 것을 보고,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도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직접 당사자의 말씀을 들으니 아픔에 공감도 많이 되고, 남의 문제가 아닌 나의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라 : <가정폭력 피해 성인 자녀 집담회>에도 참석했다. 가정폭력에 관심이 많은가?


푸름 : 가기 전에는 내가 가정폭력피해자라고 인식하지 않았다. 신체적 폭력이 있거나, 피해 여성인 아내의 일만 가정폭력에 해당한다고 좁게 생각했다. 집담회에서 나와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가정폭력을 경험하고, 목격하고, 정신적 폭력, 감정적 학대를 당한 분들을 봤다. 나도 피해자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 최초로 성인 자녀 집담회가 열렸는데, 이 자리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다. 10대 캠프를 준비하면서 가정폭력피해 자녀에 대한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연구 자료나 개념이 없기 때문에 피해 경험이 언어화되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를 인지하기도 힘들고, 해결하기도 어렵다. 집담회가 당사자 말하기가 되니까 힘이 컸다. 집담회가 정기적으로 필요하다고 느꼈다.


미라 : 말하기라는 것이 모든 변화와 운동의 출발이다. 그만큼 굉장한 힘을 가지고 있다. 


댓글 : - 자기 경험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는 것은 소중한 일이다. 

용기를 내어 발언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이 아픔을 나눠주신 여러분이 계셔서 당사자분들의 하루는 따뜻했을 거예요.


미라 : 푸름은 현재 여성인권활동가 아카데미 교육을 통해 한국여성의전화에서 활동하고 있다. 어떻게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푸름 : 여성인권활동가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듣고, 워크숍도 진행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처음에 여성인권활동가라는 타이틀이 어색하고, 뭔지 잘 모르겠고, 부담스러웠다. 아카데미를 통해 여성인권활동가의 본질이 무엇인지 계속 고민하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점이 참 좋다. 여성인권활동가 과정을 통해 알게 되는 것, 읽고, 생각하는 것들이 실천이 되고, 내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 큰 배움인 것 같다. 페미니즘을 처음 접하고 혼자서 분노를 많이 했을 때, 외롭고 희망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와서 활동을 시작하니, 나의 삶이 많이 바뀌었다.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조직에서 연대하고 활동하는 것이 큰 힘이 되고 있다.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품게 된다. 많은 분이 한국여성의전화에 와서 함께 활동하면 좋겠다. 


서로 얼굴도 모른 채 각자의 영역에서 열심히 활동해 오던 회원 활동가들. 처음 보는 이들의 활동 이야기였음에도, 진행하는 사람도, 댓글 다는 사람도 ‘한국여성의전화’라는 공통점을 통해 함께 웃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 다른 분야의 회원 활동가들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하다면, 세 번째 회원회의 똑똑똑을 놓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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