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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이슈/성명·논평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는 믿음과 변화를 위한 행동

by kwhotline 2016. 7. 21.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는 믿음과 변화를 위한 행동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강남역 10번 출구. 우리가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공간입니다.  

 

지난 5월 17일 강남역 10번출구 인근 화장실에서 그 여성이 겪었을 두려움과 공포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고 고통스럽습니다. 끝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살해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고인의 넋을 위로하고 유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수 있도록 가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지금 현재 한국여성의전화에서는 강남역 여성살해 처벌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유가족과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루어지는 여성에 대한 폭력과 살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일상이 된지는 오래되었습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매년 발표하고 있는 언론에 보도된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게 살해당한 여성 통계 분석에 따르면, 2015년 최소 1.9일의 간격으로 1명의 여성이 살해당하거나 살해당할 위협에 처해 있습니다. 경찰청에서도 살인·강도·방화·강간 등 강력범죄 피해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2013년 기준 90.2%에 달했다고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젠 여성폭력, 살해에 사회가 답해야 할 차례입니다.’강남역 10번 출구 여성살해 사건을 추모하는 포스트잇에 누군가가 써놓은 말입니다. 여성에 대한 폭력과 죽음을 막기 위해서는 이제는 문제의 본질을 똑똑히 보고 정부의 제대로 된 대책과 사회구성원 모두의 행동이 필요합니다.화장실과 정신질환자의 문제라는 정부의 문제규명방식이나 범죄의 성격을 흐리게 하는 일부 언론의 보도태도는 문제를 더욱 왜곡시키고 악화시킬 뿐입니다.  


여성에 대한 폭력사건에서 가해자 범죄행위에 대한 ‘깊은’ 공감과 ‘상당한’ 이해를 하는 반면, 여성들이 처해 있는 현실에는 전혀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젠더규범을 걷어내야 할 때입니다.    


변화를 위한 말하기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강남역 10번 출구 여성살해 사건이후 이루어지고 있는 추모행렬과 직접적인 행동들은 가부장제 한국사회에서 ‘사소하게’,‘개인적으로’,‘피해자의 탓으로’으로 만들어 놓았던 여성에 대한 폭력문제가 몇몇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우리들의 문제임을,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안되는 사회구조적 문제임을, 성차별적 사회문화를 바꾸지 않고는 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행동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성이 생존을 넘어 다른 삶을 꿈 꿀 수 있는 세상을 원합니다.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목숨을 잃은 수많은 피해여성들을 기억하며 추모합니다. 사회곳곳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없애기 위해 행동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응원하며 깊은 연대의 마음을 전합니다. 

다른 세상은 우리들이 목소리와 행동을 통해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는 믿음과 변화를 위한 행동. 다른 세상이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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