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성인권 이슈/성명·논평

김포공항 사태에 대한 분노, 여성노동의 현실 바꾸는 시작점 되어야

by kwhotline 2016. 8. 31.

김포공항 사태에 대한 분노, 

여성노동의 현실 바꾸는 시작점 되어야


지원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가벼운 차림보단 양손 가득 짐과 캐리어를 동반한 모습이 더 자연스러운 김포공항의 1층. 로비 한 가운데에는 한국공항공사 소속인 김포, 김해, 제주 공항의 높은 평가 순위를 자랑하는 원기둥 형 전광판이 비치되어 있다. 그러나 공항운영의 ‘효율성’ 평가에서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는 이들은 여성노동자의 시각에서 보았을 땐 결코 떳떳하지 못하다. 최근 김포공항의 청소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인권유린의 실태가 폭로되면서, 이들의 원청업체인 한국공항공사가 구설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열악한 노동조건과 지속적인 성추행 문제 제기… ‘공항 마피아’가 문제일까




김포공항 청소노동자들이 지난 12일 파업결의 대회를 기점으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이들이 겪는 고충이 하루가 다르게 널리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국내선, 국제선, 화물청사 등 김포공항 내 모든 시설의 청소를 담당하고 있는데, 연간 7만 명의 승객이 이용하는 규모에 비해 청소노동자의 수는 150여 명에 불과하다. 웬만한 학교 운동장보다 넓은 공항 한 층에서 청소노동자들이 카트를 끌고 다니는 모습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노동조합에 가입한 어느 청소노동자의 말에 따르면, 층별로 배치된 노동자는 2명에 불과하다고 하니 이들이 잘 보이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 해마다 늘어나는 승객 수에 비해 일하는 사람의 수는 정해져 있으니 고강도·장시간 노동은 기본이다. 또한, 시간당 8,200원의 시중 용역단가와 상여급 400% 지급을 규정한 정부 지침이 무색하게, 이들은 최저 시급과 175%에 그친 상여급을 받고 있었다.


논란에 더욱 불을 붙인 것은, 용역업체 관리자들에 의한 상습적인 성추행 실태이다. 파업결의 대회에서 손경희 지부장은 공항청소노동자들이 용역업체 관리자들로부터 상습적으로 ‘추행과 술접대 강요’를 받아왔다고 했다. 열악한 노동환경과 그에 따라 정당한 보상조차 이뤄지지 않는 체계, 이에 여성에 대한 폭력까지 더해진 절박한 상황에서 그들은 자연스레 ‘인권’을 외치게 되었다. 사태의 핵심적인 원인으로 한국공항공사의 ‘낙하산 인사’가 지목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의 퇴직자들이 낙하산 인사를 통해 공항의 주차, 청소 업무를 관리하는 용역 업체의 간부가 되는 관행 속에서 부당한 대우가 계속된다는 것이다. 정치인, 언론사는 공항 마피아, 소위 ‘공피아’라는 이름으로 이들을 소리 높여 비판하고, 시민들의 분노 또한 이에 집중되는 듯하다.


여성노동의 얼굴을 비추는 청소노동


김포공항 청소노동자들이 겪은 고충의 일차적인 가해자인 ‘공피아’와 원청업체인 공항공사에 대한 분노는 합당하다. 그러나 관심과 분노의 수렴 점은 ‘공항 마피아’에 그칠 것이 아니라, 청소노동으로 대변되는 여성노동의 현실로 모여야 한다. 청소노동자들이 겪는 불안정 고용, 장시간·저임금 노동, 성추행과 같은 비인간적 대우는 근본적으로 한국사회에서 여성노동의 문제와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공피아의 척결은 분명 필요한 일이지만, 문제 해결의 전부는 아니다.






여성노동은 ‘여성의 임금노동’이란 포괄적인 표현으로 정의되는데, 자본주의의 발전 속에서 그 내용이나 성격은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가사·돌봄과 같이, 한 사람과 사회의 ‘재생산’을 위한 노동이 여성의 일로 간주하는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가정의 안에서도 밖에서도 이는 여전히 ‘여성노동’의 이름을 하고 있다. 재생산 노동은 집안에서 꾸준히 여성이 해오던 일이고, 많은 부분 시장화된 현재에도 여전히 그 자리를 메우는 것은 여성의 몫이다. 그간 여성들이 무급으로 가정의 재생산 영역을 맡아오면서, 청소노동과 같은 여성노동은 여성이 원래 하는 일(앞으로 여성이 맡아 하는 것이 당연한 일), 중심적이기보단 부차적이고 보조적인 일로 취급받는다. 이에 더해, 우리 사회에는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여성을 단순히 남성 배우자의 수입에 대한 보조적인 역할로 간주하는 통념이 자리하고 있다. ‘반찬값 벌기 위해 나온 여성’이라는 왜곡된 시각은 여성을 한 명의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고, 부당한 성별 임금 격차와 저임금을 합리화한다.


그뿐만 아니라, 여성노동자들은 일터에서 성희롱·성추행 등의 폭력에 노출되기도 한다. 성인 성폭력 피해의 경우 직장 내 고용주 및 상사에 의한 피해가 매우 빈번한데, 고용주와 직원 간의 불평등한 권력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가 2015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 특별히 대처하지 않고 참고 넘어갔다고 응답한 비율은 10명 중 8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중심적인 직장 문화 속에서 문제를 제기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불안정한 고용상태를 경험하는 여성노동자가 가해자를 상대로 맞서는 것은 생존권의 문제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결국, 김포공항 사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성노동에 대한 차별과 여성에 대한 폭력이 응축된 문제이다. 공항공사의 공피아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지만, 이는 공항이 아닌 학교, 마트, 기업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문제이다.


여성노동자들의 현실 바꾸는 시작점 되어야


김포공항 청소노동자들의 싸움에 야당 의원들, 전국의 여러 사회단체와 시민들이 지지를 보내고 있다. 아직 앞서서 노동조합을 결성하지 못한 다른 용역업체 노동자들이 몰래 응원의 눈짓을 보낼 때도 있다고 한다. 이들의 투쟁이 저마다 다른 곳에서 비슷한 아픔을 겪는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부당한 ‘갑’의 횡포에 맞서는 속 시원한 투쟁이 될 것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이들의 승리는 노동조건의 최저선을 상승 시키는 의미를 가질 것이다. 필자는 이번 싸움이 여성노동자들 스스로 직장 내 성차별, 여성노동에 대한 차별을 바꿔가는 투쟁이라 생각한다. 청소노동자들의 투쟁, 사람들의 높은 관심과 지지가 갑질과 낙하산 인사에 대한 분노에 그치지 않고, 여성노동과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을 개선하는 시작점이 되길 기대해본다.












온라인서명 바로가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