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성인권 이슈/기타 자료

여성주의 상담의 역사

by kwhotline 2021. 9. 24.

* 이하 내용은 한국여성의전화 운동 역사를 기록해온 '여성인권운동 아카이브 문(MOON)'에서 더 자세히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http://herstory.xyz/exhibits/show/counsel/about_counsel)

 

여성주의 상담이란?

여성주의 상담이란 여성 내담자를 가부장제 사회에서 성차별에 억압당해 온 존재로서 이해하고 상담하는 상담치료기법을 말한다.

여성주의 상담은 모든 문제는 자신에게서 비롯된다는 전통 상담치료의 개인적인 관점을 거부하고 내담자의 문제를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거시적으로 접근한다.

 


여성주의 상담의 원리

 

원리Ⅰ: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

 

 이는 여성 내담자의 특성을 고려할 때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의 경우 가정을 지키지 못했다거나 자신이 살기 위해 아이들을 두고 나왔다고 자책하고 성폭력 피해 여성들의 경우 사회가 피해자를 대하는 냉담한 시선 속에서 자신의 행동이 가해를 유발하거나 방관한 것이 아닌가라는 자책을 하곤 한다. 

 그렇기에 가정폭력이나 성폭력의 피해자들에게 그들이 입은 폭력의 피해가 특수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너와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화 구조 속에서 발생하는 여성과 남성의 문제라는 것을 인지시키는 일, 다시 말해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해주는 일 자체가 하나의 치료가 될 수 있다.

 

원리Ⅱ: 상담자와 내담자는 평등하다

 

 여성주의상담에서는 상담자 역시 여성폭력이 만연한 사회에서 폭력의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피해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내담자의 폭력 피해에 대해 공감한다. 내담자를 자신의 삶에 관한 최고의 전문가라고 인정하고 피해자가 아닌 생존자로 바라봐야 한다.

 내담자의 문제와 감정에 대한 상담자의 개입을 최소화 하는 전통 상담치료와는 달리 여성주의 상담자는 자신의 여성주의 가치관을 명료히 하고 내담자의 잠재적인 가치관에 영향력을 끼친다.

 

원리Ⅲ: 역량강화

 

여성주의상담자는 내담자들이 적응보다 변화를 지향하도록 도와야한다. 여성들에게 무력함을 사회화시키는 사회 권력 구조에 대해 자각하고 분석하고 이에 대해 다른 여성들과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여성들이 개인적, 관계적, 제도적 영역에서 힘을 성취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전업주부라면 가사노동의 가치를 인정받고 가정 내의 재산권을 획득할 권리가 있다고 이해하도록 돕는 등, 내담자가 자기 욕구에 초점을 두고 경제적, 정신적 독립을 할 것을 강조한다.

 

원리Ⅳ: 여성의 시각으로 재조명하기

 

내담자로 하여금 기존의 가부장제 질서의 사회 안에서 낮에 평가되어 왔던 ‘여성의 경험’을 긍정하고 재평가하도록 촉진한다.

기존의 언어를 여성의 언어로 바꾸어 보거나(ex.폐경기→완경기) 여성의 경험에 입각해 사춘기, 2차 성징, 성관계, 임신, 출산, 양육, 노화 등의 발달 과정과 가사노동을 재해석하는 일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의식향상집단

(Consciousness Raising Group: CR집단)

 

의식향상집단은 1960년대 서구의 여성해방운동의 성과물로서 생긴 여성들의 지지집단이다. 여성들이 모여서 여성으로서 억압받아온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나누며 여성주의상담의 제1원칙인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 즉 나의 문제의 원인이 내가 아니라 여성에 대한 사회구조적 차별임을 이해하는 상담치료기법이다여성억압의 역사가 수천 년간 이어져 옴에 따라 여성에 대한 문화적, 심리적, 경제적, 정치적 차별들이 여성 스스로에게도 내재화 되어 있다. CR훈련은 이러한 여성의 인식 능력을 확장시켜 현재의 사회문화적인 상황에서 여성의 의미가 무엇인지 자각하게 하는 과정이다. , 여성에게 무심코 행해지는 일상적 차별들에 대해 자각하고 이를 여성 각자는 어떻게 느끼는가를 언어나 몸으로 표현해 내면서 여성들이 각자 자신의 삶 속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며 이러한 문제들이 무엇때문에  일어나는지 알게 된다.

 


 

왜 '여성주의' 상담인가

 

왜 여성주의 상담인가[단행본]

여성주의 상담의 궁극적인 목표는, 각 여성의 개인적 특성에 가치를 두고면서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힘을 깨닫고 스스로 자유로워지고 불편등한 사회구조를 변화시켜 인간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함이다(‘왜 여성주의 상담인가?’ 발간사, 황경숙)여성주의 상담은 사회의 성차별 문제를 자각하고 여성차별 철폐와 성평등한 사회 건설을 위해 노력하는 여성주의적 가치체계에 근거한 상담이고 여성주의 상담가는 이러한 여성주의적 가치체계에 부합하는 상담접근을 선택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성주의 상담은 단순히 상담이론이나 기법에 관한 것이 아니라 그간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사회에서 소외되고 평가 절하 되었던 여성을 ‘여성의 눈으로’ 새롭게 바라보는 전환된 가치관에 관한 문제이다.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원리 아래 기존 전통상담기법이 내담자 안에서 원인을 찾던 관념을 타파하고 사회구조적 성차별을 경험하는 여성으로서 내담자를 이해하고 내담자의 문제를 해석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여성운동이다.

 

 


여성주의 상담의 역사

상담원 교육

 

한국여성의전화는 ‘폭력의 희생자들을 돕고 가정에서 폭력을 추방하는 동시에 사회 전체의 심리적 건강에 기여하고자 하는 상담사업으로 여성운동의 일환(여성의전화 창립취지문)’으로서 1983년부터 여성주의상담을 시작했다. 개소와 동시에 상담원 교육을 실시하였고 1984년부터는 면접상담, 1987년에는 쉼터를 개설하면서 쉼터상담을 시작하였다. 한국여성의전화의 상담과 상담원교육은 기존 상담의 한계를 벗어난 여성주의상담이 한국 사회에서 전개되는 데에 가장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였다. 1983년 1기부터 2017년 49기까지 계속되고 있는 한국여성의전화의 여성폭력 전문 상담원교육은 한국 여성주의상담의 기원이다.

 

한국여성의전화의 상담원 교육은 여성의전화가 창립된 1983년부터 시작되었다. 여성주의상담의 제 1원리인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근본 틀 아래 한국 최초로 여성중심상담의 장을 열었다. 1983년 1기로 시작했던 상담원교육은 이후 성폭력 전문 상담원 교육과 가정폭력 전문 상담원 교육으로 나뉘어 2017년 현재까지 각각 20기, 49기까지 진행되어 왔다.

 

처음 여성의전화에서 진행한 상담원교육은 한국 사회의 여성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인식하고 여성주의 의식향상 훈련, 성폭력 상담의 기초지식과 이론 그리고 기본적인 상담이론에 관한 것이었다. 이 교육을 진행하면서 여성의전화는 여성주의 관점이 상담 현장과 상담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 반영되어야 할 필요를 느낀다.

 

1984 1기 여성학당 수료
성폭력관련법 입법을 위한 공청회
성폭력 관련 법 제·개정운동
1994 여성상담 심포지움

 

1994년 성폭력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여성주의상담에 대한 수요도 증가한다. 그에 따라 여성의전화는 <여성상담 심포지움> <1회 여성상담 전문 워크숍>을 개최하며 본격적인 여성주의 상담가 훈련을 시작했다. 이 때 여성의전화는 여성주의 상담가에 대해 자신의 가치관을 내담자에게 분명히 밝힐 수 있어야 하고 여성운동에 참여하고 자신의 삶을 극대화 하는 의식화된 여성이라고 정의했다.

 

1990년대 성폭력의 사회문제화와 함께 성폭력, 여성노동 등의 여성문제에 대한 사회의 관심도 증가하였다. 따라서 이를 위한 상담과 상담원교육은 하나의 여성운동으로서 여성의전화를 비롯한 당시 여성단체들의 대표적인 사업이 되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에 주부상담실이나 전화상담소라는 이름으로 여성상담소들이 개소하기 시작했고 여성주의상담원 교육과 해당 교육을 이수한 상담원도 증가하였다.  

 

지금바로 1366 포스터

 

1994년 성폭력방지법과 1998년 가정폭력방지법이 제정되면서 여성상담이 제도화되었다. 성폭력상담소를 운영하고자 하는 자는 성폭력방지법 제3장 제23조 2항에 의거 자치단체장으로부터 개설 허가를 받아야 하고 법이 정한 기준을 통과해야했다(*박인혜 논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자격과 교육과정의 내용도 기준이 세워졌으며 과정에 여성학 등의 여성주의 과목이 의무화되었다.

 

1998년 가정폭력방지법이 제정되며 정부는 여성단체에 위탁하는 형태의 ‘1366’ 상담소를 전국 16개 시도에 설치하는 등 법의 제정과 함께 기존에 17개소에 불과했던 여성상담소는 303개소로 증가했다. 이에 발맞춰 여성의전화는 시급히 <여성1366상담원을 위한 상담원 교육>을 준비하였고 1998년 한 해에만 4건의 상담원교육이 진행되기도 하였다.

 

1998 여성1366 상담원교육자료집

여성1366 상담메뉴얼

여성1366 위기안내전화 자원상담원교육 [자료집]

24시간 위기전화 '여성1366'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 [자료집]

여성1366 상담매뉴얼

발전방향과 정책제안을 위한 여성 "1366" 토론회 [자료집]

2000 '여성1366' 위기전화 자원상담원 교육 [자료집]

1366 운영현황 및 발전방향을 위한 토론회 [자료집]

 


2010 여성주의상담의 이론화

 

2010 한국여성주의상담실천연구소 개소식

여성의전화는 여성주의상담전문가양성교육을 꾸준히 진행하면서 여성주의상담에 대한 체계를 마련하고 이를 이론화할 필요를 느낀다. 그 결과물인 책 <왜 여성주의 상담인가?(2005)>는 여성주의상담의 역사, 여성주의상담의 원리와 목표, 여성주의상담가 등 여성주의상담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정리한 여성주의상담의 기본서다. 여성주의 상담의 기본 개념을 정리하고 여성주의 상담자의 역할과 여성의전화에서 진행했었던 상담사례를 통해 실제 상담 시 여성주의를 적용할 방안을 모색한 내용들이 담겨있다. 슈퍼비전, 의식향상훈련, 생존자들의 여성주의 집단 소개를 통해 여성폭력피해자들을 상담하는 데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내용들을 담아 여성주의상담 진행자들이 더 효율적인 상담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하였다. 이를 더 발전시켜 2012년에는 <여성주의상담과 사례 슈퍼비전>을 펴냈다. 이 책은 <왜 여성주의 상담인가>의 실천편으로 여성의전화가 진행한 여성폭력 상담 사례를 여성주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사회구조적 관점에서 설명하며 여성주의상담의 실제 적용법을 발전시킨 내용들이 담겨있다. 한편 이러한 활동들은 2010년 ‘한국여성주의상담실천연구소’의 개소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한국여성주의상담실천연구소’는 여성의전화가 30여 년간 가정폭력, 성폭력 상담소를 운영하면서 한국 최초로 여성주의상담을 표방하고 실천해 온 역사성, 상담 경험과 인적 자원을 기반으로 2010년 개소하였다.

 


인권지원

 

여성의전화는 여성폭력피해자들의 전화상담을 진행하고 필요할 경우 면접상담, 나아가 피해의 정도가 심각하고 도움이 시급할 경우 내담자가 폭력의 피해나 그 이후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법률상담 등의 사건 지원을 해왔다.

가정폭력 피해여성 정당방위 지원

 

1. 여성의전화의 최초의 구명운동 – 구타남편 살해 혐의로 구속된 남00씨 사건

1991년 2월, 당시 임신 4개월이었던 남00은 남편에게 폭력(옆구리와 배를 발로 차이고 머리채를 휘어 잡힘)을 당해 장이 파열되고 아이를 사산했다. 10여 년간 남편의 구타에 시달려왔고 결혼해주지 않으면 친정 식구들을 몰살시키겠다는 협박 때문에 결혼한 경우였다. 피해자는 극심한 구타에 못 이겨 가출도 해보았으나 남편이 친정을 협박하는 바람에 꼼짝없이 폭력을 감내하며 살았다. 여성의전화는 피해자의 정당방위를 확신하고 다양한 형태로 구명운동에 나섰다.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출처: 한국여성인권운동사(한국여성의전화,1999) 중에서」

성폭력 피해여성 무고 지원
성폭력을 다시 쓴다 [단행본]
여성인권운동사례집

 

2. 이00씨의 정당방위 지원사건

피살자 천씨는 직업이 없고 평소 한 번에 술을 7-8병정도 마시며 결혼 25년 동안 아내와 자녀를 상습적으로 구타했다. 아내 이씨는 날품팔이 일로 가족의 생계를 꾸렸으며 보통 새벽 4시에 나가 저녁 8시가 되어야 귀가해서는 잠자기 전까지 구타를 당하는 게 보통이었다. 천씨는 칼을 감추고 지냈으며 목을 조르거나 불을 지르겠다며 가스 줄을 자른 후 쓰레기나 신문에  불을 붙인 적도 여러 번 있고 다. 이씨는 맞으면 무조건 잘못을 빌었지만 언제나 몸은 부어있고 상처투성이였다. 방화하거나 목을 조를 때 가족들이 옆에서 말리면 더 심하게 때렸다. 실제로 방화가 있었을 때 경찰이 출동하였으나 가정문제라며 별다른 조치도 취하지 않고 되돌아갔다. 

 사건 당일 날도 천씨는 새벽 2시까지 머리채를 잡고 목을 누르며 마구 구타하였고 방화하려했다. 이씨는 그날 밤 여러 차례 맞았는 데다가 남편이 “이제까지는 많이 참았는데 이제부터 시작이다”고 한 말을 듣고 이대로 있다가는 맞아 죽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그날 밤 남편을 살해하였다.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당시 아내구타 피해자가의 심리상태가 ‘기타 불안스러운 상태아래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한 것으로 보여지지도 아니하므로’ 라는 검사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징역 3년에 집행유예5년의 유죄 판결을 내렸다.

 

 

3. 2013년 폭력 가해 남편 살해혐의로 구속된 정숙현씨 사건

사건 당일(2012년 7월) 남편은 정숙현씨에게 폭언과 구타를 하는 상황에서 제발 그만하라고 애원도 하고 달래도 보았지만 남편의 폭언과 폭력은 계속되었다. 정숙현씨는 도저히 안되겠다고 판단하여 단순히 남편에게 겁을 줄 생각으로 부엌에 있는 칼을 침대아래에 두었다. 

계속되는 폭언 폭행에 그녀는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과 함께 이성을 잃고 남편을 사망에 이르게 하고 말았다. 정숙현씨의 자녀는 여성의전화와의 상담에서 “누가 피해자이고 가해자인지 모르겠다. 엄마가 한 없이 불쌍하다. 내가 세상에 안 태어났어도 좋으니까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엄마가 다른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하였다. 정숙현씨는 살인죄로 1심에서 5년형을 선고받았으며 2심에서 4년형을 선고받았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