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논평] 반려동물도 함께 쉼터에 입소할 수 있나요?

반려동물도 함께 쉼터에 입소할 수 있나요?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이하 쉼터)로 입소를 원하는 여성들이 반려동물과 함께 동반입소가 안 된다는 것을 알고 폭력 상황이 심각함에도 입소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자신이 떠난 후 가해자가 반려동물에게 폭력을 가하거나 죽일 수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이런 암담한 현실 속에서 지난 2월 12일 경기도는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올해부터 쉼터에 입소한 피해자를 대신해 반려동물을 돌봐주는 ‘가정폭력 피해자 반려동물 돌봄 서비스’를 본격 시작한다'고 발표하였다. 가정폭력 피해자의 쉼터 입소 기간에 1개월을 추가해 돌봄 서비스를 지원할 예정이며, 피해자가 부득이하게 돌봄을 포기하는 경우 제3차 입양도 추진한다고 한다. 장기적으로는 반려동물과 동반입소가 가능한 쉼터 설치를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국여성의전화는 동물 학대와 가정폭력의 상호연관성에 주목하면서 가정폭력이 동물 학대에 미치는 영향과 폭력 가정 탈출 시 반려동물과 동반입소가 가능한 다양한 쉼터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해온 바 있다. 이에 경기도의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의 특수성과 다양성을 반영한 정책을 환영하며, 이번 정책이 경기도를 시작으로 가정폭력 피해 여성과 반려동물이 안전한 환경에서 생존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전국적으로 확대되기를 바란다. 또한 한국은 동물 학대와 가정폭력의 연관성에 대한 조사나 연구 결과가 거의 없음으로 이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한편 현행 가정폭력 처벌법 목적조항은 ‘가정유지’관점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과태료 처분, 상담조건부기소유예 등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반면 피해자는 폭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쉼터로 피신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피해자와 반려동물이 자신의 주거 공간에서 안전하게 생활하고, 가해자는 제대로 처벌받고, 보호감호처분 등으로 격리되는 것이 마땅하다.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세상을 위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것은 가정폭력은 명확한 범죄이며, 가해자는 응당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 그리고 피해자는 ‘보호’를 넘어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일상에서부터 목소리를 내고 실천하는 것이다.

한국여성의전화는 다시 한번 이번 경기도의 '가정폭력 피해자 반려동물 돌봄 서비스'를 환영하며, 가정폭력 피해자가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가정폭력 처벌법 목적조항에서 ‘가정유지’가 사라지는 그날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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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2020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