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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이슈/성명·논평

[가족 내 차별과 폭력에 대한 기획 기사]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내 가족입니다 – 생활동반자법과 가족구성권>

by kwhotline 2019. 7. 6.

[가족 내 차별과 폭력에 대한 기획 기사]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내 가족입니다 생활동반자법과 가족구성권>


지영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생활동반자법이 뭐야?

201955일 기준,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생활동반자법 관련 글은 총 11개이다. <동반자 등록법 촉구합니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내 가족입니다)>라는 청원은 총 59,611명이 참여하기도 했다. 11개의 청원에 동의한 사람들의 숫자는 모두 다르지만 꾸준 글이라는 점을 볼 때 생활동반자법에 대한 욕구가 상존해왔음을 알 수 있다.

생활동반자법, 동반자 등록법, 파트너 등록법, 시민결합제도 등 다양한 이름으로 존재하지만, 핵심은 하나다. 이성애를 중심으로 하는 기존의 결혼 관계가 포괄하지 못하는 다양한 가족의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1989년 덴마크의 파트너십 등록제(Registreret partnerskab)가 최초의 시민결합 제도로 꼽힌다. 이 제도는 성과 무관하게 성인 2인이 파트너로 등록하면 결혼에 준하는 수준의 권리와 의무를 부여한다. 프랑스는 1999년 시민연대협약(Pacte civil de solidarité, PACS)을 도입했다. 프랑스 시민연대협약은 연인이 아닌 친밀한 관계의 결합도 보장한다. 독일은 2001년 생활동반자법(Eingetragene Lebenspartnerschaft)'을 제정했는데, 동성에 한해서만 동반자 등록을 허용한 것이 특징이다.[각주:1] 일본의 파트너십 증명제도는 지방자치단체 조례다. 혈연과 혼인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생활공동체를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는 일본 법률의 한계를,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나서서 보완한 것이다. 2015년 도쿄도 시부야구가 도입했는데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구() 내에서 가족용 구영주택 입주, 수술동의서 작성 등 혼인 가구와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생활동반자 관계에 관한 법률안’(생활동반자법안) 발의를 준비한 바 있다. 진선미 의원의 법안은 혈연이나 혼인 관계가 아닌 동거가족 구성원들이 기존 가족 관계와 마찬가지로 법률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중심으로 한다. 진선미 의원은 2014년 당시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가족을 구성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면 국가는 사회 공동체가 혼란스러워지지 않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결혼제도의 위기는 결혼 강화 캠페인으로 해결할 수 없다. 또 국민은 누구나 삶을 함께할 특별한 사람을 가질 권리가 있다. 이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에 해당한다. ‘특별한 한 사람을 법률적으로 꼭 결혼한 배우자에 한정해서는 안 된다.”고 법안의 목적을 밝혔다. 20186.13 지방선거 때에는 녹색당과 정의당이 서울특별시 동반자 관계 증명 조례 제정을 공동 공약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정부 또한 1인 가구 증가, 혼인율 감소, 출산율 감소에 대한 대책으로 생활동반자법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 <가족 다양성 존중하는 제도적 기반 마련 위해 1인 가구 포함, ·세대·계층별 현장 의견 수렴 중> 여성가족부(장관 진선미)결혼한 부부와 그 자녀로 구성된 전통적 가족형태가 아닌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겪는 법·제도적 차별과 사회적 편견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자 다양한 가족들과 연속 간담회를 진행 중입니다. (출처 : 여성가족부 홈페이지)


서울특별시 동반자 관계 증명조례 제정 녹색당-정의당 공동 공약 발표 기자회견 (출처 : 여성신문)


생활동반자법의 출발점 : 가족을 구성할 권리를 허하라!

국회의원 발의, 총선, 정부 대책 등 정계를 중심으로 한 생활동반자법 입법 논의는 최근의 것이지만 그 저변에는 10년도 더 전부터 관련 논의를 활성화해 온 시민사회의 움직임이 자리 잡고 있다. 시민사회는 위기 대응책이 아닌 인권의 관점에서 다양한 가족에 대한 논의를 구성해왔고, 관련 제도 마련 요구에 힘써왔다.

2005다양한 가족 형태에 따른 차별 해소와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연구모임이 결성됐다. 2005년 호주제 폐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족을 특정한 혈연관계 중심으로 정의하는 한계가 극복되지 못했다는 문제의식 하에 다양한 인권, 소수자 단체, 학자들이 모였다. 연구소는 6차에 걸친 가족 정책 포럼을 열어 정부의 가족 정책 방향, 낙태, 출산장려정책, 다문화 정책, 주거제도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 외에도 강연회, 토론회 개최 및 참석 찬란한 유언장행사 등 연구와 대중 캠페인을 벌였다. 연구모임은 지난 129가족구성권 연구소로 단체를 재정비했다.


민법

[법률 제471, 1958. 2. 22 제정]

민법

[법률 제7427, 2005. 3. 31 일부개정]

779(가족의 범위) 호주의 배우자, 혈족과 그 배우자 기타 본법의 규정에 의하여 그 가에 입적한 자는 가족이 된다.

779(가족의 범위) 다음의 자는 가족으로 한다.

1.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2.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 자매

1항 제2호의 경우에는 생계를 같이 하는 경우에 한한다.

*2005년 호주제 폐지 후 여성 단체는 민법 개정안에 가족 범위 규정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가족의 범위를 규정하는 것은 그 자체로 다양한 가족의 존재 양태를 반영하지 않았거나, 고려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할 수 있다.

 

성 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 : 가구넷또한 빼놓을 수 없는 단체다. 가구넷은 2013년 성소수자 가족이 겪고 있는 문제를 드러내 사회적 변화를 요구하고, 사회적 지지를 확대하기 위해 네트워크 형태로 결성되었다. 현재 공익인권변호사 단체 공감과 희망을만드는법, 녹색당 소수자인권특별위원회, 대학·청년 성소수자모임연대 QUV,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 한국게이운동단체 친구사이 등이 참여하고 있다. 동성 혼인신고 불수리 처분에 대해 법원에 불복 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소송·입법 정책을 추진하고, 동성 결혼 불이익 사례나 해외의 동성결혼 사례를 수집하고 국내 퀴어 가족을 심층 조명하는 등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가족구성권연구소는 가족구성권을 특정한 가족 규범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논의에서 나아가,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방식과 관계를 구성할 수 있는 권리로 정의한다. 이와 같은 개념은 기존 가족의 정의에서 배제되는 관계를 드러내는 것 외에도 정상가족이데올로기 하에 가려진 대다수 가족 내부의 불평등과 폭력을 가시화하는 작업을 포함한다. 또한 결혼-출산-양육으로 이어지는 기능적 가족을 정상가족으로 강요해 온 국가에 대한 비판과 함께 국가가 보장해야 할 시민권으로서 가족구성권을 요구하기도 한다.

가족구성권 연구소는 지금까지 국가는 결혼 및 출산과 양육의 시기를 정하고 그러한 기능의 총합으로 가족의 형태를 규정해왔다. 정상가족을 경유한 가족책임과 시민권의 교환은 가족관계 내부에서 작동하는 성별 권력, 이성애 규범성, 신체 정상주의, 순혈주의 등의 위계를 비가시화해왔다. 또 정상가족을 해소하거나, 떠나는 존재들, 정상가족 외곽의 다양한 관계들을 낙인찍고 배제해 왔다. 국가는 가족을 규범적인 형태의 고정된 단위로 보는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 생애에 걸쳐 다양한 방식으로 가족을 실천하는 개인의 관점으로 이동해야 한다. 모든 개인이 다양한 방식으로 실천하는 돌봄, 보살핌, 친밀함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생활동반자 : 문제해결이 아니라 권리

2014년 진선미 의원이 준비한 생활동반자법안은 동성애 부부를 인정하자는 거냐는 등의 반대로 발의 자체가 무산됐다. 2018년 경제 정책 방향은 동거 부부 차별 해소를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담았다. 이에 대해 혼외 자녀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냐하는 반발이 일기도 했다.

정상가족이 아닌 다양한 가족이 겪는 차별을 규명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수년 만에 정부 차원에서 나타났지만, 저출산 대책의 하나였다. 이는 출산과 양육이라는 기능 중심적 가족개념을 강화하고 그러한 규범 바깥의 가족은 여전히 부차화하는 한계를 가진다. 물론 이마저도 혼외 출산이라는 정상가족의 낙인에 의해 비판받고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가족의 문제그러니까 가족의 해체나 출산 기피의 문제를 야기한 것은 가족 바깥의 가족이 아니다. 지나치게 협소한 가족의 개념과 거기에 부과된 과다한 기능과 의미를 수행할 여력의 문제다. ‘정상가족의 개념과 여기에 부착된 국가·사회적 의미는 지극히 달성되기 힘든 것이며 이를 완벽하게 달성하는 가족은 오히려 소수이기 때문이다단적으로 말해그런 가족은 없다.

생활동반자법은 혼인과 혈연이 아니라 현재 맺고 있는 관계와 삶의 양태에 주목해 가족을 규정하고자 하는 시도다동시에 다양한 가족이 사회의 실체로서 보장받기 위해 필요한 권리가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찾아가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그런 가족은 없다는 선언과 함께 외치자. 이런 가족이 있다!



  1. 충남공익활동지원센터, 「‘정상가족’을 넘어 다양한 관계를 보장하다 – 시민결합 도입 사례」 2018 https://cncivil.org/bbs/board.php?bo_table=world&wr_id=11&sst=wr_datetime&sod=desc&sop=and&page=1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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