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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2021 여성주의 경제 아카데미 <뜨거운 시선> 후속 스터디 후기

by kwhotline 2021. 10. 14.

성황리에 마무리된 <2021 여성주의 경제 아카데미 '뜨거운 시선' -

'영끌' 아니면 '벼락거지'? 불안한 나를 위한 대안을 찾아서>!

올해의 '뜨거운 시선'에서는 출판사의 도서 협찬을 통해

교육 이후에 관련된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어보는 후속 스터디를 함께 진행했습니다.

10명 내외의 사람들이 모여 교육 때 미처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고,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었는데요.

두 번의 스터디는 어떻게 진행되었을까요? 함께 만나보아요.

 


2021.09.16 19시~21시 후속 스터디 1회차

함께 읽은 책 : <혼자 사는데 돈이라도 있어야지>, 윤경희 지음 (가나출판사 협찬)

 

30대 초중반이 되면 자연스레 집을 사고 안정된 생활을 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30대가 시작된 지 이미 한참이 지났음에도 집을 사는 것은 멀게만 보였습니다. 그래서 경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내 집 하나를 사기 위해서 어떤 방법이 좋을지 청약, 경매, 부동산 매매에 관해서 공부를 진행했습니다. 경매 학원에 다니기도 하고 부동산 관련 및 재테크 서적을 읽으면서 참고하며 플랜을 계획했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늘 불안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진행하는 게 맞을지, 이렇게만 하면 집을 살 수 있을지 말입니다.

꼭 집뿐만이 아니라 미혼인 30대 여성들이 저와 같이 비슷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다면 어떤 형태로 미래를 계획하고 있는지 소통하고 싶어 한국 여성의 전화 <뜨거운 시선> 경제 아카데미에 참여 신청했습니다.

후속스터디까지 진행하게 되어 책을 읽고 다양한 분들과 의견을 나누면서 보낸 저녁 시간이 매우 뜻깊었습니다. 매일 절약만 하면서 살 수는 없기에 사치와 절약을 적절하게 분배하는 것에 늘 고민이었습니다. 모임 도중에 50만 원이 넘는 다이슨 드라이기를 사는 것은 사치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사소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런데 모임에 참여하신 분께서 직접 써보셨는데 머리 말리는 게 스트레스인 사람에게는 필수 기기라며 진지하게 고민을 같이 공유해 주시는 부분이 좋았습니다.

저를 포함해 여성들이 집을 사고 더 안정된 생활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이런 경제 스터디가 더 활성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바잉어홈

 


2021.09.30 19시~21시 후속 스터디 2회차

함께 읽은 책 : <잠깐 애덤스미스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 카트리네 마르살 지음, 김희정 옮김 (부키 협찬)

지난여름 진행되었던 <뜨거운 시선> 강연을 듣고 <잠깐 애덤 스미스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후속 스터디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경제학이 어떤 식으로 발전해왔으며 어떠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 그 과정에서 여성의 존재와 노동이 어떻게 잊혀졌는지를 다룬 책이었기에 후속 스터디에서도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었습니다.

<뜨거운 시선> 강연에서도 다루어진 적이 있지만 '개인'에 대한 정의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여성이 개인에 포함되지 못하였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여성의 경험은 보편적이지 못한 것, 혹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여겨지기 쉬운 것 같습니다. 경제학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책을 통해 알 수 있었고, 이번 스터디를 통해 다양한 여성들의 경제와 관련된 경험을 듣고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특히 많은 분들께서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고, 그에 대한 생각을 나눌 수 있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부당함을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하기, 더 많은 동료를 만들기, 더 많이 이야기하기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조금씩 해나가다 보면 조금쯤은 더 우리가 원하는 곳에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요.

- 린

 


 

지난 8월 17일부터 8월 26일까지 총 4강으로 이어진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주의 경제 아카데미 <뜨거운 시선>을 수강한 다음, 후속 북스터디에도 참가하였습니다. 수강생은 총 두 권의 책 중 하나를 선택해 북스터디에 참여할 수 있었는데요,

대상 도서는 윤경희 저, 《혼자 사는데 돈이라도 있어야지》와 카트리네 마르살 저, 《잠깐 애덤 스미스 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 유쾌한 페미니스트의 경제학 뒤집어보기》였습니다. 

저는 전부터 궁금했던 두 번째 책을 신청하여 읽고, 9월 30일 저녁에 진행된 줌 스터디에 참가했습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한여전 측에서는 도서 외에도 저녁식사비를 지원해 주셨습니다!) 

 

책 본문 중 인상 깊었던 몇 줄을 인용합니다. 

 

베티 프리댄이 『여성의 신비』를 출간한 후 반세기가 지나는 동안
우리는 새로운 종류의 '이름 없는 문제'들에 부딪혀 왔다.

페미니스트 나오미 울프는 "진정한 성공이란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이라는 정의를
우리 딸들에게 가르치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부호로 꼽히는 여성들도 그 돈을 스스로 벌었다기보다는 상속받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성의 재산은 상속된 것이라는 패턴이 너무도 뚜렷해서 컬럼비아대의 리나 에들런드와 보이치에흐 콥추크는 여성의 손에 들려 있는 돈의 양이 많을수록 경제가 침체된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기까지 했다. 

마르크스가 언급했던 갈등은 해소됐다. 그러나 그가 상상하던 방식으로 해소된 것은 아니다.
생산 수단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가 변해 버린 것이다. 


북유럽 복지 국가들에서 신자유주의적 경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경제 체제는 여성들이 아주 낮은 비용으로 특정 임무를 수행해 내는 것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이 현대에 태어났다면 간호사가 되었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그녀는 의사, 연구원, 보건 전문 경제학자, 또는 통계학 교수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면 간호사는 누가 하나?  

우리 삶의 모든 부분을 이렇게 절실히 그 환상과 일치시키고자 한다는 사실은
우리가 어떤 존재인가를 알 수 있게 해 준다.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도.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스스로 인정하기 어려워하는 점이다. 
따라서 경제적 인간이 우스울 정도로 단순하다고 해서
그가 꼭 우리 자신의 내면적 갈등과 전혀 관계없이 존재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애써 부정한다.


스터디에 들어가서는 우선 진행자님이 소개해 주시는 한여전의 활동을 전해듣고, 돌아가면서 자기소개를 했습니다. 

저는 간략하게 나이와 하는 일을 밝히고 비혼주의 페미니스트라고 소개했는데요, 연령대와 세부 지향은 다양한 편이었습니다. 다른 분들의 자기소개를 들으니 여성주의 활동가 비율이 대체적으로 높은 편인 듯했고요. 

 

우선 제가 이 책을 읽기 전에 기대한 것은 많은 수식과 충분한 도표와 그에 기반한 경제학적 논증이었는데, 그게 기대만큼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책의 내용이 별볼일 없었다는 뜻은 아니고요. 문자 그대로 예상과는 달랐다는 뜻입니다.

 

제가 스터디에서 가장 처음 했던 이야기를 간략하게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김난주님 강의(2강 '불황과 성차별적 경제 구조 속 여성들의 분투기')에서 난주님이 그래도 일 그만두면 안된다는 요지의 이야기를 하셨어요. 그런데(이 책의 논지 및 여러분의 경험담처럼)여성이 경제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을 가능성이 없다면 내가 일을 그만두지 않는 게 도움이 되기는 하나 하고 좌절할 때가 많습니다. 특히 산업현장에서의 성차별을 목도할 때 그래요. 어쨌든 먹고살려면 일을 해야 한다는 건 사실이지만, 우리의 목표가 나 하나 잘 사는 것을 넘어서 궁극적으로 부의 재분배를 이루는 거라면, 나 개인으로서 대체 뭘 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비관적인 태도일지도 모르지만,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해보신 분이 많을 것 같아요.

그런데 말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다른 참가자분이 '경제 주체인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좋은 인사이트를 주셨습니다.  

 

저는 국가 예산에 성 인지 관점이 어떻게 반영되는지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연구를 할수록 국가 차원에서 부의 재분배 자체를 거부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요. (몇몇 사례를 제시한 뒤) 성 인지 예산이라고 해도 여성에게 쓰지 않는 경우가 많고, 불용(남은 예산)은 도로 돌려주거나 내년으로 넘겨 버립니다. 정책 입안자, 집행 당사자들은 성 인지 예산을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할지조차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예산이 이런 식으로 편성 및 분배되는 데 대해 시민들이 의견을 내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이런 형태의 예산 분배가 반복될 거예요.

(위 문장은 참여자분의 말씀을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고 맥락을 고려해 발언을 재정리하였습니다.)

 

요컨대 실제로는 일부 남성분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여성정책에 배정되는 예산이 과하다'는 것과는 정반대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데, 그자들은 여기에 대한 검증을 전혀 안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부끄럽지만 저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짐작만 했지 제대로 알지 못했고요. 

 

중앙정부 혹은 지방정부의 성 인지 정책, 특히 예산 편성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도 여성주의자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유의미한 참여행동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물론 스터디에 참여하면서 얻은 인사이트는 그밖에도 많이 있는데요, 비혼주의자이지만 아픈 가족을 위해 돌봄노동을 제공한 경험을 공유해 주신 참여자분 덕분에 비혼이라고 해서 돌봄노동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의미하는 바를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열정적인 참여자분들과 함께 시간을 꽉 채워 열심히 경청하고 또 각자의 의견을 말했는데요, 스터디에 대한 저의 총체적인 감상을 가볍게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저는 요즘 여성주의 모임에 참여하면 대부분이 비혼주의자여서 비혼이 아닌 분들의 입장을 들을 일은 잘 없었습니다. 그런데 페미니스트들이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를지언정 서로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을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네요. 말하자면 집단지성이 필요한 시대가 아닐까요. (다른 분 말씀을 언급하며)여성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의식을 느낄 수도 있고, 오늘 제가 얻은 인사이트처럼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실질적인 실마리를 얻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진행자분께서 스터디원 전원에게 공평하게 마이크가 돌아갈 수 있도록 원활하게 진행해주신 점도 좋았습니다. 갑자기 일정이 많이 생겨서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바빴는데 무사히 완독하고 예정대로 스터디에 참여할 수 있어서 뿌듯했어요. 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한여전에서 진행하는 다른 온라인 스터디에도 참여하고, 후기를 남겨볼까 합니다. 

- cardia


두 번의 후속스터디 모두 교육 참여자분들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기에

스터디에 참여한 활동가들에게도 뜻깊은 시간이었답니다.

이후에도 회원들과 함께 하는 경제 소모임 등을 꾸려볼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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