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성인권 이슈/성명·논평

[기자회견] “임신중지는 죄가 아니다! 법무부는 형법 제27장 ‘낙태죄’ 폐지 확정하라!”

by kwhotline 2020. 8. 24.

법부무 양성평등정책위원회 임신중지 비범죄화 형법 개정 권고안 환영 및 향후 법 개정 관련 입장 발표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기자회견


임신중지는 죄가 아니다! 법무부는 형법 낙태죄폐지 확정하라!”


        

 ■ 일시장소 : 2020년 8월 24() 11여성미래센터 소통홀

※ 코로나19 확산 방지 노력의 일환으로 비대면 형태 온라인 생중계 기자회견으로 진행되었습니다.

▶ 기자회견 온라인 생중계 보기 링크:  https://youtu.be/nBrn5WhOyy8



주최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건강과대안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노동당녹색당민주노총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불꽃페미액션사회변혁노동자당사회진보연대성적권리와재생산정의를위한센터 셰어SHARE, 여성환경연대인권운동사랑방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장애여성공감전국학생행진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탁틴내일페미당당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단체연합한국여성민우회한국여성의전화 등 23개 단체)


순서

사회 : 문설희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사회진보연대 사무국장)

- 발언

1)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원회 권고안 환영 : 김민문정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집행위원,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2) 임신중지 비범죄화 및 성과재생산권리를 위한 향후 법 개정 관련 입장 : 나영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성적권리와재생산정의를위한센터 셰어SHARE 대표)

3) 임신중지 비범죄화 이후 과제 1 : 김수정 (변호사, 낙태죄 위헌 청구인 공동대리인단 단장)

4) 임신중지 비범죄화 이후 과제 2 : 오정원 (산부인과 전문의,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지난 821일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원회는 낙태죄 법 개정과 관련하여 낙태죄 장 전체를 삭제하여 임신중지를 전면 비범죄화할 것을 법무부에 권고하는 1차 권고안을 제출했습니다.

 

이에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하 '모낙폐')는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원회의 임신중지 비범죄화 형법 개정 권고안환영 입장과 향후 법 개정 관련 입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824() 오전 11시 여성미래센터 소통홀에서 개최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 노력의 일환으로 비대면 형태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되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폭력과 야만, 독재 시대에는 처벌과 통제만이 무언가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고 그것이 옳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민주·평화·정의의 시대입니다. 이제 처벌과 통제가 아니라 이해와 인정, 존중과지지를 통해 가치를 지키고 실현하는 시대입니다. 진정한 생명 보호는 여성을 통제하고 처벌하고 낙인찍는 방식으로는 실현될 수 없습니다. 정책위가 존중·구현해야 할 첫 번째 기본원칙으로 임신·임신중단·출산의 주체인 여성의 목소리와 경험을 적극 반영할 것을 제시한 것은 바로 이런 맥락입니다.“라고 언급하며, 정책위 권고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나영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법무부가 양성평등정책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형법 제27낙태의 죄를 전면 삭제하는 개정 입법안을 마련하고 이를 국회에서 의결한다면 한국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진전이 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지난 40여 년 동안 전 세계 각국에서 밝혀진 사실은 임신 주수와 사유에 따른 제한, 상담 의무제, 의무 숙려제도 등 각종 규제 조치가 임신중지율을 낮추는 데에도 아무런 효과가 없을 뿐더러, 오히려 여성들을 더 위험하고 열악한 상황으로 몰아갈 뿐이라는 사실임을 강조하였습니다.

 

    이어서 임신중지 전면 비범죄화 이후의 과제에 대한 김수정 변호사와 오정원 산부인과 전문의의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낙태죄 위헌 청구인 공동대리인단 단장인 김수정 변호사는 임신중지의 권리는 개인이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에서 나아가 차별과 폭력없는 사회에서 살아갈 권리와 연결됩니다.” 낙태죄 폐지 이후 법을 제정함에 있어 우리 사회는 임부의 처벌이 아니라, 어떻게 보다 안전하게 건강권을 보장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없애나갈 것인지의 문제를 중심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대독으로 이어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오정원 산부인과 전문의 역시,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는 낙태였기 때문에, 의사는 여성이 적시에 안전한 임신중지를 하지 못할 경우 여러가지 질환과 부작용, 모성사망 등의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신을 도와줄 수가 없습니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수련과정에서 정식교육도 받기 어려워 의료진은 위축되고 방어적인 진료와 처치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언급하며,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하루빨리 벗어나 어떠한 경우에도 임신중지를 원하는 당사자 그리고 이들을 대하는 의사가 죄책감이 아닌 안전함을 느끼고 진정한 건강을 추구할 수 있길 바란다. 이를 위해 국회는 임신중지 비범죄화를 넘어 임신중지를 권리로서 보장하는 대체입법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법무부는 권고에 따라 임신중지를 처벌해왔던 시대착오적 형법27장을 전면 삭제해야 합니다. 또한 모자보건법은 임신·출산 의무를 다한 자를 보호하겠다는 편협한 관점이 아닌 성과 재생산 과정 전반을 권리로서 보장하는 제도로 개선되어야 합니다. 피임과 포괄적 성교육, 임신유지 및 중지, 출산과 양육 등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자율적으로 결정할 권리 보장, 건강권에 대한 접근권 확대, 공공의료와 사회복지 지원 체계 확립 등이 임신중지 비범죄화 이후 우리가 논의해야 할 과제입니다.




[첨부자료1]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 권고 환영 기자회견 발언문(전문)

 

<발언> 정부는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 권고를 수용하여

처벌과 통제가 아닌 권리 보장을 위한 입법을 조속히 추진하라.

 

김민문정(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집행위원)

 

기자회견을 준비하면서 오늘 기자회견이 국회가 형법 낙태죄를 완전히 폐지한 입법을 완료 한 후 진행하는 환영 기자회견이었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이 있었습니다. 지난 해 411일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있었음에도 아직까지 법이 개정되지 않아 오늘 이 순간에도 불법화된 몸으로 살아가는 여성들이 존재합니다. 조속한 후속 입법을 통해 처벌과 통제가 아니라 권리 보장의 관점으로 법과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여 67년 간 지속된 형법 낙태죄가 만들어온 차별과 폭력의 시대를 끝낼 것을 촉구합니다.

지난 821일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원회에서 법무부와 정부에 형법27(낙태의 죄)를 폐지하는 개정안을 마련하고 여성이 평등·건강·안전·행복하게 임신·임신중단·출산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며 이를 통해 태아가 건강·안전·행복하게 출생·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법·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이번 정책위의 권고는 한국여성단체연합 논평에서 밝혔듯 헌법재판소 결정의 핵심을 잘 담았습니다.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입법 목적의 실질적인 실현은 원치 않는 임신을 예방하고 낙태를 감소시킬 수 있는 사회적, 제도적 여건을 마련하는 등 사전적, 사후적 조치를 종합적으로 투입하는 것이지 여성의 권리를 침해하는 형벌권에 있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헌재 결정의 핵심을 정확하게 포착한 정책위의 권고를 환영합니다.

 

정책위 권고 소식이 알려진 후 천주교에서 낙태죄 폐지 권고안은 태아의 생명에 대한 국가의 보호 의무를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라는 의견서를 냈다고 전해졌습니다. 폭력과 야만, 독재 시대에는 처벌과 통제만이 무언가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고 그것이 옳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민주·평화·정의의 시대입니다. 이제 처벌과 통제가 아니라 이해와 인정, 존중과지지를 통해 가치를 지키고 실현하는 시대입니다. 진정한 생명 보호는 여성을 통제하고 처벌하고 낙인찍는 방식으로는 실현될 수 없습니다. 정책위가 존중·구현해야 할 첫 번째 기본원칙으로 임신·임신중단·출산의 주체인 여성의 목소리와 경험을 적극 반영할 것을 제시한 것은 바로 이런 맥락입니다. 우리는 정부 입법의 방향성을 분명하게 보여준 정책위 권고를 지지합니다.

 

또한 획일적으로 일정한 임신 주수를 기준으로 형벌을 면제하거나 부과하는 것은 신체적 조건과 상황이 개인마다 다르다는 현실을 부정하며 형사 처벌 기준의 명확성에 어긋나 타당하지 않다.’는 유념해야 할 문제인식에 대한 정책위 권고도 주목할 대목입니다. 여성의 몸은 사이보그가 아닙니다. 28일 월경 주기는 교과서의 얘기일 뿐 실제로 3개월, 6개월인 여성도 있습니다. 같은 연령이라도 단신도 있고 2M 넘는 장신도 있습니다. 월경주기나 초음파 사이즈로 기준을 정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생명을 사이보그화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선진국에서 임신 주수 구분은 처벌기준이 아니라 적절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준입니다. 법무부와 정부 입법 과정, 그리고 국회 입법 과정에서 정책위 권고의 금과옥조를 제대로 반영할 것을 촉구합니다.

 

- 법무부와 정부는 정책위 권고를 수용하여 조속히 형법 제27(낙태의 죄) 폐지 개정안을 발의하라!

- 정부와 여당은 여성의 목소리와 경험을 적극 반영하여 성과 재생산 건강권을 보장할 수 있는 다양한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

- 국회는 정책위 권고를 수용한 정부 입법이 나오도록 협력하고 조속히 확정하여 형법 낙태죄가 만들어온 차별과 폭력의 시대를 끝장내라!

 

 

<발언> 나영(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성적권리와재생산정의를위한센터 셰어SHARE 대표)

 

먼저 지난 해 411일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이어 14개월여 만에 형법 제27장의 전면 삭제에 대한 공식 권고가 발표되었다는 점에 대해 매우 중요하고 역사적인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법무부가 양성평등정책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형법 제27낙태의 죄를 전면 삭제하는 개정 입법안을 마련하고 이를 국회에서 의결한다면 한국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진전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이미 많은 나라들이 임신중지를 합법화 해 왔고, 캐나다의 경우 1988년 연방대법원의 결정 이후 임신중지 전면 비범죄화가 이루어져 지금까지 어떠한 규제나 처벌도 없이 공공의료 차원에서 건강권 보장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2018년 통계에 의하면 캐나다의 임신중지율은 연간 11% 정도로 한국의 추정 통계치인 15% 보다도 낮으며 대부분 임신 12주 이내에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임신 21주 이후의 임신중지율은 0.7% 정도에 불과합니다.

 

여전히 일각에서는 임신 주수와 사유에 따른 제한, 상담 의무제, 의무 숙려제도 등 각종 규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러한 규제들은 과도한 입증 과정과 절차를 요구하여 오히려 임신중지 시기만을 늦어지게 만들 뿐입니다. 임신중지율을 낮추는 데에도 아무런 효과가 없을 뿐더러, 오히려 여성들을 더 위험하고 열악한 상황으로 몰아갈 뿐이라는 사실이 이미 지난 40여년 동안 세계 각국의 통계를 통해 증명되었습니다. 합법화 상태에서 여러 규제를 두었던 국가들도 지금은 전면 비범죄화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미 3, 40년을 거쳐온 다른 국가들의 과오를 반복할 필요가 없습니다.

임신중지에 대한 판단은 어떠한 시기에든지 임신중지의 필요성에 대한 여성의 진술과 요청을 최우선의 기준으로 하여 의료적, 사회적 지원 방향을 중심으로 판단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제 정부와 국회는 임신중지의 전면 비범죄화와 함께 임신중지를 공공의료 영역에서 제대로 보장하고, 보험을 적용하고, 성교육, 성건강, 성관계, 피임, 임신, 임신중지, 출산, 양육 등 제반의 관련 영역에서 모든 사람들이 보다 안전하고 건강하게, 폭력이나 차별, 낙인 없이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적, 의료적 조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형법 제27장의 삭제 뿐 아니라 지금까지 국가의 인구 관리 목적에 따라 시행되어 온 모자보건법의 패러다임을 폐기하고 성재생산 권리 보장을 위한 법과 정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합니다.

 

지금까지 한국 정부는 형법상의 낙태죄를 통해 임신중지 처벌을 명시하는 한편 모자보건법 14조를 통해서는 장애나 질병이 있는 사람들의 임신중지를 법적으로 허용해왔습니다. 명분은 임신중지의 제한적 허용 사유였지만, 이는 사실상 장애나 질병이 있는 이들의 출산을 국가가 나서서 통제해 온 것입니다.

처벌과 허용 사유만 있고 권리에 대한 보장은 없었기 때문에 비장애인 여성, 청소년 여성 등은 처벌이 두려워 위험한 조건에 내몰렸고 장애인 여성은 오히려 정말 출산을 할 거냐는 압박 속에 때로는 강제 불임이나 유산 시술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이런 식의 선별적인 처벌-허용 구도가 존재해서는 안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처벌이 아니라 더 많은 평등과 구체적인 권리의 보장입니다. 임신중지의 비범죄화를 시작으로 성재생산 권리 보장을 위한 법과 정책을 마련하고 보건의료, 교육, 노동, 사회복지 등 전 영역에서 국가 차원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지난 해 헌법재판소는 낙태죄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 침해의 문제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제는 정부와 국회 각 정당들도 과거 낙태죄와 모자보건법의 역사를 반성하고 책임있는 답변을 보여야 할 때입니다. 처벌이 아니라 권리가 우리에게 구체적인 답변으로 돌아올 때까지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은 계속해서 요구하고 싸워 나가겠습니다.

 

<발언>

죄가 아닌 재생산 건강권리로서의 임신중지를 보장하라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원회 권고안을 환영하며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원회가 형법 제27(낙태의 죄)를 폐지하는 개정안을 마련하라는 내용의 권고안을 법무부에 전달했다. 작년 4월 헌법재판소가 형법 2691, 2701항 중 일부 내용에 대해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린 뒤 14개월이 지났다. 입법시한까지 3개월밖에 남지 않아 입법논의가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될 이 시점에서, 양평위 권고안이 진일보한 출발점이 되어 궁극적으로 성과 재생산 권리 보장을 담은 대체입법 논의가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 이제 임신중지 비범죄화를 넘어, 재생산 건강을 보장하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국회에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며 우리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첫째, 성과 재생산 건강을 위해 임신중지 비범죄화를 확고히 해야 한다.

 

임신중지의 범죄화는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사람과 임신중지를 결정하려는 사람을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하여 임신중지를 더욱 음성화한다. 그 부작용은 안전하지 않은 임신중지를 증가시키는 역효과로 나타난다. 실제로 임신중지를 강력하게 규제하는 국가에서는 안전하지 않은 임신중지가 네 배 이상 높으며, 이로 인한 모성 사망률도 세 배 이상 높다.

 

또한 임신중지를 불법/합법으로 구분짓고 특정 조건만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의 법제도는 전인적인 의료적 결정을 제한한다. 기존의 모자보건법에서 열거하는 예외사례들은 과학적 입증근거가 부족하거나, 심지어 인권을 침해한다. 현행 모자보건법의 조각사유들을 새로이 수정한다고 해도 문제다. 의료현장에서 당사자와 의료진은 당사자의 종합적인 건강상태는 물론 사회, 경제, 문화적 맥락까지 고려한 판단과 그에 따른 의료행위가 위협받지 않도록 보호받아야 한다. 특정 시기 이전의 임신중지만을 허용하거나, 단편적인 예외사례를 열거하는 것은 이러한 의료 현실에 맞지 않다. 개개인의 다양한 삶의 스펙트럼 안에서 의학적 지식에 근거하여 당사자와 의료진이 환자중심적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임신중지 비범죄화를 확고히 해야 한다.

 

둘째, 국회와 정부는 비범죄화를 넘어, 임신중지를 실체 있는 권리로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의료적, 사회경제적 환경이 구축되었을 때 비로소 임신중지 권리는 허울이 아니라 실체 있는 권리로서 행사될 수 있다. 따라서 비범죄화를 넘어, 실질적으로 건강권과 재생산 권리를 안전히 행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회는 임신중지권리를 사회적, 경제적, 의료적으로 뒷받침하는 인프라를 공급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 먼저, 안전한 임신중지를 시행할 수 있는 의료인력 양성, 임신중지를 시행할 수 있는 의료기관의 보편적 공급이 필요하다. 또한, 임신 제 1삼분기 초기에 그 유효성과 안정성이 이미 여러 나라에서 입증된 유산유도약 미페프리스톤을 도입하여 의사들이 적절한 교육을 받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경제적인 이유로 접근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임신중지와 피임에 대한 급여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 이순간에도, 누군가는 자신의 삶 속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임신중지의 상황을 맞닥뜨리고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는 낙태였기 때문에, 진료실에 들어와 임신중지를 요구하는 사람에게 의사는 "당신이 유전학적 정신장애 또는 신체질환이 있거나, 성폭행 피해로 인한 임신이거나, 혈족간에 임신이 된 경우이거나, 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히 해하고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나는 당신을 도와줄 수가 없습니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당사자가 적시에 안전한 임신중지를 하지 못할 경우 여러가지 질환과 부작용, 모성사망 등의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더욱이 수련과정에서 정식교육도 받기 어려워 의료진은 위축되고 방어적인 진료와 처치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하루빨리 벗어나 어떠한 경우에도 임신중지를 원하는 당사자 그리고 이들을 대하는 의사가 죄책감이 아닌 안전함을 느끼고 진정한 건강을 추구할 수 있길 바란다. 이를 위해 국회는 임신중지 비범죄화를 넘어 임신중지를 권리로서 보장하는 대체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발언> 김수정(변호사, 낙태죄 위헌 청구인 공동대리인단 단장)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낙태죄 조항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하면서 형사처벌은 태아의 생명보호는커녕 임부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하다면서, 형사처벌이 아닌 임부의 권리보장, 사회보장제도를 강화하는 것이 오히려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는데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는 취지로 판단하였습니다. 법무부양성평등정책위원회의 이번 권고는 임신의 주수별로 낙태의 허용과 조건부 허용 불허용으로 처벌기준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전면 비범죄화가 법 개정 방향이어야 함을 분명히 하여 위와 같은 헌재의 결정취지에도 완전히 부합합니다.

 

헌재가 22주를 언급했다는 이유로 처벌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하나, 나이가 어리거나, 성폭력을 당한 피해로, 또는 장애가 있어 초기에 임신사실을 알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적기에 임신중지를 하지 못한 여성들, 가장 도움이 절실한 취약한 여성들이 형사처벌에 노출될 것이라는 점에서 이는 헌재결정의 취지에도 완전히 반하게 됩니다. 임신중지의 권리는 개인이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에서 나아가 차별과 폭력없는 사회에서 살아갈 권리와 연결됩니다. 그런 점에서 향후 대책 마련에서모자보건법의 전면개정과 교육의 실시, 사회서비스의 확충, 차별과 폭력없는 성평등하고 안전한 사회 조성을 위한 조치를 포함하여야 한다는 이번 권고는 매우 의미 있습니다. 낙태죄 폐지 이후 법을 제정함에 있어 우리 사회는 임부의 처벌이 아니라, 어떻게 보다 안전하게 건강권을 보장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없애나갈 것인지의 문제가 중심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임부의 안전권과 건강권을 중심으로 새로운 입법이 마련되기를 촉구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