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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이슈/칼럼

상담원이 행복한 상담실

by kwhotline 2011. 3. 23.
상담원이 행복한 상담실

사람들은 아무에게도 말 하지 못하는 속 이야기를 수화기 너머 상담원에게 털어놓습니다.

몇 번이나 수화기를 들었다, 놓았다, 망설이다 전화를 걸었을 마음을 헤아리며, 상담원은 그 분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습니다. 결혼생활 20년 동안 최선을 다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무시와 욕설뿐이었다는 한 서린 이야기, 헤어진 남자친구가 집 앞에서 매일 기다리고 있어 집에 가는 길이 겁난다는, 가해자에겐‘연애’요 당사자에게는‘스토킹’ 범죄인 이야기를 듣습니다.

옥탑방 할머니를 3년째 괴롭히는 할아버지의 대책 없는 범죄(스토킹)에 함께 화내고, 남편의 폭력에 대해‘참고 사는 게 답인 줄 알았다’는 아내의 말에 지금이라도‘할 말은 하고 사시라’며 함께 속 터져 합니다. 이제는 참는 게 답이 아니라는 걸 알았으니 다른 삶을 시작하라고 힘을 북돋아 봅니다.

급하게 갈 곳을 찾는 분은 쉼터로 연계하고, 가해자가 근처에서 위협이 될 경우 근처 지구대로 도움을 요청합니다.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인생은 아름다워” 마지막은 매회 꽈당 넘어지는 장면으로 끝이 났다지요? 누구나 한번은 넘어지는 게 인생이라는, 작가의 철학이 담겨져 있다고 합니다.

오늘도 상담실에는 전화벨이 울립니다.

그리고 오늘도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꽈당”넘어진 사람들의 손을 기꺼이 붙잡습니다.“당신의 잘못이 아니에요”라는 아주 간단한 사실만으로도 맞잡은 손에는 힘이 실립니다. 보이지는 않아도 마음을 마주하는 방, 그래서 참 행복한 상담실입니다.


이혼을 <실패>라고 보는 시선에 대해서

● 김순남의 논문에는 이혼 경험에 대한 남성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걸 보니, 사회가 가진 이혼에 대한 편견, 예를 들어“이혼은 실패다”,“이혼을 성급하게 한다”는 등의 말은 전적으로 남성의 경험이며 남성의 언어인 것 같다. 여자들은 이혼을 오랫동안 고민하지만, 남자들은 이혼하고 나서도 이혼의 원인을 모르고. 자신이 변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았다며 아내를 원망한다. 그들의 경험대로라면 이혼은 성급한 것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참고, 참고, 참고, 또 참고 참다가 이혼하는 여자들에게 이혼은 성급한 것일 수가 없다.

● 남자들은 이혼을 상실과 박탈로 경험하지만 여자들은 결혼을 상실로 경험한다. 그렇다면 남자들에게는 이혼이 상실, 즉 실패일수 있다. 하지만 이혼함으로서 자기 자신을 찾게 되었다고 일관되고 말하는 여자들에게, 이혼은 실패이기 보다는 밝은 미래다.

● 이혼 담론을 바꾸기가 왜 이렇게 어려울까.. 생각해보니, 이게 전적으로 남성의 경험에 의존해있기 때문인 것 같다.

● 떠밀려서 이혼당하는 사람들에게 이혼이 실패일수 있지 않을까. 가진 것 없고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이혼하기 싫은데도 이혼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2010. 7. 14.
전화상담원 모임 주제세미나 <이혼> 서기록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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