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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이슈/성명·논평

낙태죄는 위헌이다. 우리는 승리했다.

by kwhotline 2019. 4. 19.



낙태죄는 위헌이다우리는 승리했다.


이선재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낙태죄 위헌 심판 판결을 앞두고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여하기 위해 서울에 올라왔다. 오후 1시쯤 안국역에 도착해 헌재 쪽으로 걸어가는데 낙태죄 폐지에 반대하는 세력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마치 누군가 일부러 나누기라도 한 듯 언론사 취재 카메라를 가운데 두고 폐지 반대 진영과 폐지 찬성 진영이 양쪽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었다. 좁은 길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기자회견이 잘 보이지 않았고, 반대 세력의 큰 마이크 소리 때문에 잘 들리지도 않았다. 유독 이 쪽으로 쏟아지는 것만 같은 햇빛 탓에 날씨도 무더웠다. 하지만 낙태죄가 폐지되기를 간절하게 염원하는 이들은 그들의 목소리를 단호하게 전달했다.

오후 240분 쯤 헌재가 선고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어 현장 분위기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고조되었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의 기자회견이 진행되려던 찰나, 헌재 판결이 낙태죄 헌법불합치로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현장에 있던 모두가 환호하고 포옹했다. 호주제가 폐지됐을 때 여성들의 심정이 이랬을까. 여성들이 승리를 쟁취한 몇 안 되는 순간에 함께 있어서 감격스러웠다. ‘우리는 연결될수록 강하다는 구호를 외치는데 괜히 가슴이 찡했다. 이어진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의 입장 발표에서 현장에 계신 몇몇 분들은 지난 긴 싸움을 회상하는 듯 눈물을 글썽거리셨다.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수많은 여성 중 한 명으로서, 열심히 싸워주신 분들께 감사했다.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와서 다행이었지만, 단순 위헌 결정이 나와서 아예 그 순간부터 낙태죄가 폐지되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하지만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보장돼야 하고, 여성의 몸을 국가의 재생산 도구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을 헌재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이 사회의 여성인권이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갔다고 생각한다. 사실상 위헌에 가까운 헌법 불합치가 나온 만큼 이제부터는 관련 법안을 어떻게 새롭게 개정할 것인지를 논의해야 한다.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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