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성인권 활동/일상

미라와 은영, 신입활동가 출근기

by kwhotline 2017. 12. 15.


미라와 은영, 신입활동가 출근기

 


성미라(한국여성의전화 교육조직국), 오은영(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첫 출근길의 기분은?


오은영(이하 영)출근길 거리가 꽤 멀어 일찍 출발했는데, 너무 일찍 도착해서 굉장히 여유롭게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어요. 카페에서 따뜻한 밀크티를 마시면서 기다렸는데, 기분이 묘했어요. 이전까지는 회원으로서 가던 곳을, 활동가로 가기 시작한다는 것이 설레기도 하면서 부담감 또한 커서 그런지 복잡 미묘했던 것 같아요. 차를 다 마시고 길을 걸어가면서 지금 이 시간을 잘 활용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성미라(이하 라)겨울 끝자락 쌀쌀함과 매서움 속의 첫 출근길에 이런저런 여러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나요. 출근 시간이 930분이어서 참 좋다는 마음, 사무실이 집과 가까워서 다행이라는 마음, 앞으로 어떤 업무를 하게 될까 궁금한 마음, 잘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 함께 일을 시작하게 될 상담소의 신입활동가 선생님은 누구일까 하는 설렘, 사무실 분위기는 어떨까라는 호기심 등등이 떠오르네요.

 

한 달간 근무하면서 기억나는 일화가 있다면?


막상 어떤 순간을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렵네요. 순간순간이 재미있고, 어렵기도 했던 것 같은데. 어려웠던 건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어쩌지, 으아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드는데 일을 너무 못해서 조바심이 엄청 났어요. 뭐랄까 잘해내야 해!’는 마음이 너무 강했던 것 같아요. 한 달이 지난 지금은 그래, 지금은 모를 수 있어, 지금은 알아가는 시기야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 또 기억나는 일화! 박근혜 씨 탄핵 날이! 그 날 다 같이 모여 방송을 보고 이후에 저희 두 사람 신입 환영회도 했었어요. 다 같이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의미 있고 재미있는 날이었어요.

 

맞아요~ 저도 그날 정말 신나게 축하하고 함께 즐겼던 추억이 떠오르네요. 그날의 저의 메일링리스트 사건도 떠올라요. 부끄러워서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는데요. (웃음) 기본적으로 저는 옛날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어요. 그동안 친구들 사이에서 미개인으로 불릴 정도로 디지털 세계와는 담을 쌓고 살아오다보니 컴퓨터, 핸드폰을 비롯한 기계와 SNS 등에 대해 아주 무지하죠. 그래서 컴퓨터 업무 속도는 너무 느리고, 세상의 흐름을 잘 따라가지도 못하죠. 조금씩 배워가고 있긴 한데 아직도 이 부분은 다른 동료 활동가들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아야 할 것 같아요.

 

한국여성의전화에 지원하게 된 계기


대학 내 여성운동에 참여하다 2000년에 여성학과 대학원에 진학했어요. 여성학 공부와 함께 실천 활동을 고민하다 그 당시 <서울여성의전화>를 통해 가정폭력상담원 교육을 받은 후 회원활동을 몇 년 했어요. 이후 다른 분야에서 다양한 인권활동과 공부, 직업군을 전전하다앞으로 남은 제 삶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어요. 그 고민 속에서 본격적으로 사회적 소수자들(특히 여성, 성적 소수자)을 위한 활동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커졌고, 그래서 이곳에 지원하게 되었답니다.

 

저는 무엇보다 이곳에 오면 편안하다,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단순히 공간의 느낌이라기보다 한국여성의전화 회원들과의 만남 속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작년에 여성상담전문교육(가정폭력상담원교육)을 들으면서 만난 분들이 너무 좋았어요. 지금도 소모임을 하면서 계속 만남을 유지하고 있고요. 다른 곳에서는 저와 같은 사람들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근데 이곳에서는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고 그 속에서 공감대가 형성되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 이곳에선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아도 되는구나고 느꼈어요. 그런 편안함, 안전함과 더불어 내 상황을 헤쳐 나가고 싶다, 행동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동료 활동가를 보면서 느낀 점


가장 오랜 시간 동안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하는 활동가들이 제가 소속된 상담소 활동가들인데, 보면 볼수록 정말 멋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부럽다는 느낌은 당연하고요.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지, 어떻게 이렇게 말할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부럽고, 더 많은 공부, 더 많은 고민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사실, 이런 다짐은 모든 활동가들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기도 해요.

 

맞아요. 오리엔테이션 기간 가장 많이 들었던 감정과 생각은 팀별로 정말 어마어마한 일들을 해내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놀람과 감탄이었지요. 그리고 본격적으로 함께 외부행사를 치러내면서 든 생각 또한 이곳 활동가 선생님들은 모두가 일당백의 일을 해내시는구나!’라는 것이었어요. 힘들 것 같은 일들도 모두 좋은 팀워크를 만들어가면서 뚝딱뚝딱 멋지게 수행하는 모습에서 여성의전화 30여 년의 내공도 느낄 수 있었지요. 하지만 항상 많은 업무와 활동들에 때로는 압박감과 긴장감을 경험하기도 할 테고, 심신이 지칠 때도 많을 것 같아 걱정되기도 해요. 저 또한 일이나 활동과 삶의 균형을 잘 맞추어 가는 게 가장 중요한 화두인데, 이런 고민을 동료 활동가분들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나는 이런 활동가가 되고 싶다.


교육조직국 활동가이다 보니 아무래도 회원분들과 편하게 마주하고 소통할 수 있는 그런 활동가가 되고 싶어요. 여성운동에 대한 대의나 신념, 사명감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우선은 회원 한 분 한 분, 제가 지금 맡아서 진행하고 있는 20대 여성인권활동가 아카데미 교육생분들과 편하게 소통하고, 서로의 성장을 도와줄 수 있는 활동가가 될 수 있기를 바라요.

 

누군가에게 힘을 주는 활동가가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저도 힘을 많이 길러야겠죠. 작년 상담원 숙박교육 때 힘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저에게 힘을 주신 분들께 지금도 너무나 감사한데 그 마음이 다 전해지지 않는 것 같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이에요.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말 한마디를 하는 것만으로도 힘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요즘 목표는 최소한, 더 힘들게만 하지 말자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저희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



2528754D58917F1B01D60A2405D04D58917F1B04061F2458754D58917F1B3874B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