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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일상

신입활동가 유진과 나눔의 출근기 잡담

by kwhotline 2016. 11. 1.

신입활동가 유진과 나눔의 출근기 잡담


나눔 한국여성의전화 교육조직국

신유진 한국여성의전화 기획홍보국


왼쪽부터 상희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상담소 소장, 신입활동가 나눔 교육조직국, 닷 성폭력상담소, 유진 기획홍보국




Q.첫 출근 할 때 기분이 어땠나요?


유진(이하 진): 엄청 떨렸고 사고는 치지 말아야 하는데 싶어 걱정되고 그랬어요.


나눔(이하 눔): 저도 며칠 전부터 잠을 못 잤어요. 사무실에서 어색하게 서 있을 제 모습이 상상 됐어요. 첫 날 너무 일찍 와서 혼자 북한산 생태공원에 앉아 모두가 출근하는 걸 지켜봤어요. 말해놓고 나니 좀 무섭네요.(웃음) 그런데 교육이 진행 돼서 걱정했던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너무 좋았습니다.


Q.첫 근무를 마쳤을 때는 어땠나요?


진: 첫날 교육에서 한국여성의전화가 걸어온 길을 담은 30주년 기념 영상 보면서 내가 한국 여성운동 역사에서 큰 역할을 한 단체의 일원이 됐다는 생각에 자부심도 들고, 사무실의 분위기가 하나의 공동체라는 느낌이 강해서 ‘내가 좋은 곳에 왔구나.’ 하는 생각에 기쁘고 안심이 됐어요.


눔: 저도 활동가로서의 책임감도 다시 한 번 들었어요. 단순히 업무에 대한 인수인계가 아니라 역사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한여전 가족이 되었다는 기분이 확실히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5시 반 퇴근이라서……. 좋았습니다. ^~^


Q.부서별 교육에서 무엇이 가장 인상 깊었나요?


진: 둘째 날의 재판 참관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스토킹 살인사건 가해자 심문이 있는 날이었는데 재판 내내 우시는 피해자 가족들의 모습에서 고통이 전해져 저도 눈물이 났어요. 그리고 가해자가 끝까지 피해자를 물질적 가치밖에 모르는 나쁜 사람인 듯 몰면서 처벌을 면하려 하던 모습에 정말 화가 났고요. 실제 여성혐오 범죄의 끔찍함을 피부로 체감하고 나니까 앞으로 정말 열심히 활동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눔: 저도 마찬가지로 실제 가해자의 논리를 생생히 느끼고 분노할 수 있어서 가장 인상 깊었어요. 인권정책국에서 ‘침묵을 말하라’ 다큐멘터리를 보고 토론한 것도 기억에 남아요. 피해생존자들의 상처를 딛고 변화를 끌어내는 모습이 감동이었습니다. 


Q.2주간 근무하면서 제일 재밌었던 에피소드를 말해주세요


진: 저희 교육이 여성인권영화제 준비 기간과 겹쳐서 사무실이 엄청 바빴어요. 5일째인가 초청장 우편 발송 작업을 온종일 했는데 활동가 분들이랑 다 같이 모여서 부업하듯이 작업하니까 재밌었어요. 천 통 가까이 되는 우편물들을 문 닫기 직전의 우체국까지 옮기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그때 상담소 활동가가 우체국에서 메모하시다 메모하던 볼펜으로 우체국 카드기에 결제 서명을 하시는 바람에 다들 엄청 웃었던 게 기억이 납니다. 재밌었어요.


나눔: 맞아욬ㅋ 그래서 제가 그거 손으로 문질러서 지웠어요 ㅋㅋㅋㅋ


Q.교육 프로그램이 일정이 빠듯했는데 힘들진 않았나요?


눔: 영화제 기간이라서 워낙 다들 바쁘셔서 제가 힘들다 뭐다 할 처지는 안 되는 거 같네요. 책 3권을 읽고, 참관 보고서, 토론문 등을 작성하는 과제가 있었는데요. 책을 읽으면서 한국여성의전화의 활동 기조와 지금까지 활동해 온 구체적인 역사와 사건들을 알 수 있어서 여전 활동가로서 정체성을 만들고 방향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교육을 하면서 토론한 것이나 참관한 것들을 기록으로 남기는 과제는 저한테 경험을 언어화해서 사라지지 않는 기억으로 만들 수 있어서 유익했습니다. 


진: 부서별 OT마다 써야 하는 보고서들, 여성주의 관련 도서 세 권 읽고 독후감, 화요 논평 토론까지 2주 동안의 일정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빠듯해서 놀랐어요. 안 힘들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교육국장님 말씀대로 지금 이런 공부들을 하지 않으면 앞으로는 기회도 없다는 걸 알기에 감사했어요. 교육 덕분에 2주 만에 한국여성의전화가 하는 일들의 전체 그림을 파악할 수 있었어요. 가정폭력을 비롯한 여성인권침해가 여전히 얼마나 심각한지 그리고 그를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하시는지 알 수 있었고요. 영화제 일이 겹치니까 힘들다고 좀 투정을 부렸는데 사실은 신입 나부랭이들을 위해 이렇게까지 해주는 곳은 드물다는 것 잘 알기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Q.교육 때 기존 활동가들의 연관검색어를 묻는 친해지기 미션은 어땠나요? 그리고 본인의 2주간의 연관검색어는 뭐라고 생각해요?


진: 활동가 선생님들 다 엄청 개성도 강하고 재밌는 분들이라는 걸 알 수 있어서 좋았어요. 배울 점도 많았고요. 일단 거의 매일같이 야근하며 열심히 활동하시는 모습 자체가 존경스럽지만, 인간적으로도 배울 점들이 많았어요. 이런 미션을 통해 그런 사실을 알고 친해질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제 연관검색어는 ‘번역‘일 것 같습니다. 제가 최근에 매일 사무실에서 영화제 상영 영화 자막 번역만 하고 있거든요.


눔: 맞아요. 유진 선생님은 거의 정시퇴근을 못 했던 게 기억 나네요. 광광... 다들 에피소드가 재밌었는데요, 그중에 문숙 선생님의 ‘행복한 외국인’이라는 연관검색어가 가장 재밌었어요. 딱 봐도 문숙쌤하고 엄청 어울리는 연관 검색어잖아요. 저는 문숙 선생님이 진짜 외국인인줄 알았는데, 외국 국적을 가지고 계시긴 하더라고요.(웃음) 그리고 상희쌤 에피소드도 재밌었어요. ‘태초에 그녀가 있었다.’인데, 이게 원래는 팔씨름 일인자여서 붙은 연관검색어라는데 상희 선생님은 본인이 서울의 역사적인 사건들을 직접 겪어서 그렇다고 하면서 사건들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을 생생히 말씀해주셔서 기억에 남네요. 저의 연관 검색어는 ‘계란 집 딸래미’라고 할까요? 부모님이 양계하셔서 사무실로 계란 보내주셔서 같이 계란 많이 먹을 예정입니다. 그리고 계란 캐릭터 실내화를 신고 있기도 하고요… ㅎㅎ


Q.앞으로 독박골에서 어떻게 지내고 싶나요?


눔: 건강하고 많이 웃으면서 지내고 싶네요. 사무실에 거의 웃음이 끊이지 않아서 늘 재밌습니다. 살면서 두 번째로 많이 웃는 시기가 될 거 같아요. 활동가분들 다 개그 코드가 잘 맞는지 정말 웃깁니다. 활동가로서는 나의 위치와 역할 그리고 관계에 대해서 고민하고, 점검하는 제가 되도록 공부 열심히 하고 활동 열심히 하려구용 ><


진: 공기 맑은 북한산 아래에서 우리 사회의 여성혐오와 성차별도 깨끗이 없애는 활동들을 해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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