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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이슈/성명·논평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 2017 하반기

by kwhotline 2017. 11. 24.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일주일의 어느 하루, 화요일. 여성폭력 생존자를 응원하고 우리와 작별한 이들을 기억하는, 여성폭력근절을 위한 공동행동의 날입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2015년 2월부터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화요논평’>을 통해 여성인권의 시각으로 우리 사회를 날카롭게 살피며, 성평등과 인권이 바로 서는 세상을 위한 목소리를 담아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화요논평’은 매주 화요일 한국여성의전화 홈페이지(www.hotline.or.kr)와 SNS(@kwhotline)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나는 오늘 페미니즘에 투표한다 #Vote_for_feminism]

20170411


‘여성’에게 ‘그냥’ 주어진 것은 없었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페미니즘 진영의 오랜 슬로건처럼 여성의 삶 어느 것 하나 정치적이지 않은 것은 없었다. 그러나 여성이 ‘정치’의 ‘주체’로 인정된 역사는 알다시피 그리 길지 않다.

 

‘참정권’은 여성의 권리는 아니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고, 가정을 지키는 것이 본분이며, 여성의 이익은 남성에 의해 대변된다는 이유로 여성의 정치참여는 인정되지 않았다. 여성에게 참정권을 줄 것을 외치며, 달리는 말에 몸을 던졌던 에밀리 데이비슨처럼 이 ‘당연’하고 ‘기본적’인 권리 획득을 위해 수많은 여성들의 절박하고, 간절한 투쟁이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투쟁은 1893년 뉴질랜드부터,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2017년 현재까지도 진행 중이다.

 

한국 정치 운동의 역사 속에서 여성들은 목소리를 멈춘 적이 없었다. 민주화를 위해, 노동권 쟁취를 위해, 차별과 폭력에 맞서, 여성들은 광장에서, 거리에서, 일상에서 소리 높였다. 최근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으로 촉발된 페미니즘에 대한 높은 관심은 ‘낙태죄’ 폐지를 위한 ‘검은 시위’, 각계각층의 젠더폭력을 고발하는 피해자들의 말하기 #00_내_성폭력' 해시 태그 운동, 행정자치부의 ‘대한민국 출산지도’에 항의한 ‘가임거부 시위’, 집회 내 성폭력 성차별에 대한 문제 제기와 페미존 운영, 성별임금격차에 대한 조기퇴근 시위 등의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7년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지금, ‘우리’는 여성을 둘러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 투표권 확보에 집중했던 운동의 의미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여성 삶의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 우리 페미니스트 유권자들의 끊임없는 집단적인 말하기와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며, 이는 언제나 ‘다음’ 문제로 치부되었던 ‘여성’ 문제가 ‘지금’의 과제가 되어야 함을 선포하는 것이다.

 

페미니스트의, 페미니스트에 의한, 성평등한 사회를 실현하는 모두를 위한 정치를 위해 페미니스트 주권자로서 다음과 같은 행동을 제안한다.

 

‘우리’는 성별에 근거한 모든 억압과 차별, 착취에 저항하고 분노한다.

‘우리’는 페미니즘 정치로 만들어 나갈 세상을 상상한다.

‘우리’는 국회, 정부부처, 광장을 넘나들며 행동하며, 관련 법·정책 이행상황을 감시하고 변화를 촉구한다.

‘우리’는 ‘성평등’에 ‘투표권’을 행사한다.

 




[성폭력범죄를 모의한 홍준표 후보는 즉각 사퇴하라!]

20170425


"꿈꾸는 로맨티스트"로 기억되길 바란다며 "돼지 흥분제 이야기"를 자서전에 담은 자가 20년 넘는 시간동안 국회의원과 지자체장, 이제 대통령 후보로까지 나오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어릴 때 저질렀던 잘못"?

"혈기왕성한 대학교 1학년 때 벌어진 일"?

그러니 "너그럽게 감안"해서 "이제 그만 용서"해달라고?

 

그동안 홍준표 후보가 끊임없이 쏟아낸 성차별적 발언과 여성인권을 후퇴시키는 정책들은 45년 전 성폭력범죄 모의에 가담했을 때와 한치도 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끝임없이 갱신해대는 데 누구에게 뭘 얼마나 용서를 구했고, 달라졌는가.

 

홍준표 후보는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자격조차 없다. 사퇴만이 답이다. 이제 제발 돌아가 분명한 각성과 변화의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 





[‘합의’는 피해자의 권리이지, 가해자의 권리가 아니다]

20170627


동거여성을 폭행하여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암매장하고 범행을 은폐하려다 4년 만에 붙잡힌 가해자가 2심에서 ‘피해자 유족과의 합의’를 이유로 이달 1일, 감형을 받았다.

 

살인범죄를 비롯한 강력범죄 사법처리에 있어 감형의 이유로 매번 등장하는 ‘합의’.

현행 형사사법처리과정에서 합의는 당연한 절차이자 피고인의 권리인 마냥 전제된다. 수사·재판기관은 가해자가 합의를 성사시킬 때까지 기다려주고, 심지어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한다. 역으로 특히 여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가 합의의 ‘ㅎ’만 꺼내도 피해를 의심받기 일쑤이니, 합의는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가해자의 처벌 면피를 위한 수단이라 해도 모자람이 없다.

가해자들이 하나같이 피해자 측과의 ‘합의’에 매달리는 이유는 폭력범죄를 비롯한 대부분의 범죄에서 합의 여부가 형사 입건과 기소 결정부터 시작해서 처벌의 형량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폭력범죄 양형기준

- 처벌불원(피해 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 포함)

●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에 대하여 뉘우치고, 피해자 또는 유족이 이를 받아들여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를 의미한다.

● 피해 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 끝에 피해자 또는 유족과의 합의에 준할 정도의 상당한 금액을 공탁한 경우도 포함한다.

 

‘피해 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 ‘자신의 범행에 대하여 뉘우치고’...

위 ‘처벌불원’ 양형기준에 대한 판단의 핵심은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이다. 그리고 그 노력에 대한 요구와 평가, 결과로서 처벌불원의사를 밝힐지 여부는 피해자의 ‘진정한’ 의사에 기반해야 한다. 단지 합의금이나 공탁금의 액수나 그것이 지급되었는지 결과만 가지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가족이나 생활상 밀접한 관계에서 발생한 폭력사건에서 합의는 주변의 합의 종용과 보복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인해 피해자의 진정한 의사에 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피해자가 사망했거나 나이, 장애, 언어 등의 문제로 의사표시가 어려운 경우는 합의 과정과 그 내용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현행 형사사법처리과정은 합의를 둘러싼 이러한 상황과 맥락을 제대로 조사하고 반영하고 있는가. 단지 합의여부만을 기계적으로 고려하여 범죄 처벌에 대한 국가의 책임은 방기한 채 피해자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고 있지는 않은가.

 

상대의 잘못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가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피해회복을 위한 정당한 권리이다. 그러나 합의가 피해 회복이 아닌 가해자의 처벌 면피 수단으로 전락한 현실에서 합의는 피해자에게 가해자에 대한 ‘용서’를 강요하고 피해자가 ‘용서’하면 국가가 처벌하지 않아도 된다는 면책의 결과를 낳고 있다. 형사범죄 당사자 간에 ‘합의’와 관련한 사법처리 전반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아무것도 아닌 것은 당신들의 ‘사과’ - 공직자·정치인들의 반복되는 성차별적 언행에 부쳐]

20170711


2만 여명의 학교 비정규직 급식 노동자들이 전국의 초·중·고교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과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참여한 데 대해, 지난 9일 이언주 국민의당 원내수석의원이 “조리사는 아무것도 아니다. 밥하는 아줌마가 왜 정규직 되어야 하는 거냐”라는 등의 반여성적 비하 발언을 하여 파문을 일으켰다. 11일, 이 의원은 “밥하는 아줌마들이라고 말한 의미는 엄마와 같은 뜻”, “어머니가 안 계시는 밥상은 허전한 밥상”이라는 등 횡설수설하는 사과로 더 큰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문제의 본질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성차별적인 인식을 재차 드러낸 이 의원의 사과는 그가 국회의원으로서 자격이 없음을 확실시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당대표는 지난 대선 시기 “남녀가 하는 일은 따로 있으며 하늘이 정한 것”, “설거지는 여자가 하는 일”이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그러나 대선후보 TV토론을 통해 이에 대해 사과한 일이 무색하게도, 연이어 ‘돼지흥분제’를 이용한 성폭력범죄에 공모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퇴 촉구를 받았다. 당시 홍 대표는 대선토론 방송에서 잘못된 행동이었음을 반성한다고 하면서도 “12년 전에 이미 공개되어서 고해성사까지 하고 잘못했다고 했는데 또 문제 삼는 것은 참 그렇다”고 말하며 오히려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성차별적 행태를 끊임없이 갱신했다. 결국 홍 대표는 대선후보 사퇴는커녕 지난 3일 당대표로 선출되기에 이르렀다. 


한편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여성에 대한 폭력과 혐오로 점철된 글들을 수차례 책으로 펴냈고, 이에 대해 논란이 커지자 자신의 SNS를 통해 “10년 전 당시 저의 부적절한 사고와 언행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 “현재 저의 가치관은 달라졌지만 당시의 그릇된 사고와 언행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저서의 내용이 드러나 문제가 되었던 자를 행정관으로 발탁한 청와대에서는 어떤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우리 사회의 정치인과 공직자들의 여성 비하와 성차별적 발언, 그에 대한 진정성 없는 사과와 끊임없는 문제의 반복은 사실 익숙한 일이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2004년 가정폭력의 원인에 대해 “부산 여자들이 드센 이유도 있다”고 발언한 바 있고, 이에 대해 2015년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가정폭력 원인이 술에 있다 하려다 불필요한 말이 나왔다’는 취지의 부적절한 해명과 함께 사과했다.[참고:http://herstory.xyz/items/show/164159]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 “덜 예쁜 여자를 골라야 성심성의껏 서비스를 한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고, “농담이었다”, “성매매 업소가 아닌 발마사지 업소였다”, “모든 사람들에게 골고루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취지였다”는 해괴한 해명을 쏟아냈다.[참고:https://hotline.or.kr:41759/10586] 이후 이명박 정부는 저출산 종합 대책으로 낙태 방지 정책을 시행하는 등[참고:https://hotline.or.kr:41759/10668] 여성 인권을 퇴행시키는 국정 수행의 행보를 이어간 바 있다.


이처럼 정치인과 공직자들의 ‘파문 발언’에 비친 성차별적 의식은 ‘사소한 문제’, ‘실수’로 치부되어 왔으며,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징계를 받기는커녕 화려한 경력에도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았다. ‘성차별’, ‘여성비하’, ‘여성혐오’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대함의 역사는 오늘의 이언주, 홍준표, 탁현민을 만들어냈다. 진정한 사과는 그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를 수반할 때 완성된다. 성평등 실현을 위한 국정운영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들이라면 그 책임이 더욱 엄중할 것이다. 이들의 앞으로의 행보가 예의주시 되는 이유다.





[피해자보호명령제도, 피해자를 보호하고 있는가]

20170718


“가정폭력으로 '접근금지'된 남편, 만나달라며 집에 방화”

“왜 늦게 들어와" 아내와 싸우다 격분, 살해한 50대 검거”

“김천경찰, 3년 전 이혼한 부인 살해·매장 60대 체포”


(전)남편에 의한 ‘아내살해’ 사건들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가정폭력은 살인으로 이어질 수 있는 범죄이며, 가해자와 피해자가 생활상 밀접한 관계라는 특성을 고려했을 때 범죄피해자의 신변안전을 위한 보호조치는 더욱 중요하다. 


현재 가정폭력피해자보호를 위한 대표적인 제도로 임시조치와 피해자보호명령제도가 있다. 임시조치는 가정폭력범죄의 재발위험이 있을 경우 경찰관의 신청에 의하여 검사가 법원에 신청할 수 있는 제도로 피해자 또는 가족구성원의 주거, 직장 등에서 100미터 이내 접근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등을 내용으로 한다. 피해자보호명령제도는 검사나 경찰에 의한 신청이 아닌 피해자가 직접 접근금지 등을 신청할 수 있는 제도로 2011년에 도입된 제도다. 피해자보호명령이 도입된 취지는 검사나 경찰을 거치지 않고 피해자 스스로가 안전과 보호를 강구할 수 있는 방책으로써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하여 피해자보호를 강화하고자 한 것이다. 그 내용은 ‘1. 피해자 또는 가족구성원의 주거나 방실로부터 퇴거 2. 주거, 직장 등에서 100미터 이내 접근금지 3.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4. 친권행사제한’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피해자보호명령제도가 도입된 지 6년이 지났지만 아직 많은 피해자가 이 제도를 알지 못한다. 알고 있다고 해도 신청하여 결정되기까지의 과정이 복잡해 피해자들이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또한 피해자보호명령기간이 6개월을 초과하면 2개월 단위로 다시 신청해야 하고, 최대 기한이 2년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어 기간 상의 제약이 큰 상황이다. 대부분 수년간 폭력을 행사한 가해자가 피해자 및 그 자녀에게 접근하는 것을 막는 일이 고작 6개월, 최대 2년이면 되는 일인가? 최대 기한인 2년이 지난다고 해서 그 폭력이 단절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따라서 피해자보호명령제도 기간을 현행 6개월에서 최소 1년 이상으로 늘리고, 나아가 피해자가 필요로 할 때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보호명령의 내용도 단순히 접근금지를 넘어 그 내용을 확대해야 한다. 가해자의 퇴거를 실질화할 수 있는 거처양도나 자녀면접교섭권 제한 등을 추가해 피해자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가정폭력 피해자보호명령제도는 피해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이다. 피해자보호명령이 피해자의 안전 보장을 위한 실질적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제도변화가 시급하다.   




[‘데이트폭력 집중신고기간’을 공표한 경찰에 고함]

20170725


“신체적 폭력을 수반하지 않는 경우에는 현재 제도여건상 고소가 어렵다” 

“헤어지자고 하니까 속상해서 그러는 거다” 

“(피해자를) 많이 좋아했나보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니까 그냥 잘 헤어져라” 

“이전에 극심하게 신변의 위협을 가한 증거가 있지 않은 이상 가해자가 연락하지 않도록 경고해 줄 수 없다” 

“가해자의 폭력을 막다가 같이 때렸다고 해도 쌍방폭력으로 고소당할 수 있어요, 그냥 합의하시죠” 

“112 긴급신변보호 대상자 등록이라는 게 있어요, (경찰이 할 수 있는 조치임에도)통신사에 문의하세요” …

- 2016년 경찰의 ‘연인 간 폭력 집중신고기간(2016.2.2.~3.2)’ 접수된 상담 중 피해자가 경찰에게 들은 말들 


데이트폭력 관련 보도가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경찰청이 7월 24일부터 8월 31일까지 ‘데이트폭력 집중신고기간’을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찰이 데이트폭력 집중신고기간을 운영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에도 잇달아 데이트폭력 사건들이 보도되면서 경찰은 ‘연인 간 폭력 집중신고기간(2016.2.2~3.2)’을 운영했고, 한 달간 무려 1,279건의 신고가 접수되며 868명(구속 61명)이 형사입건되는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상담현장에서 만나는 피해자들이 호소하는 경찰수사의 문제점은 여전했다.   


명백한 증거 제출이 가능한 가시적인 신체적 폭력을 수반하지 않는 이상 법적 절차조차 밟지 못하는 경우가 여전히 발생하고 가해자의 폭력행위를 공적으로 제재할 수조차 없다. 피해자는 “차라리 죽도록 때리기라도 했으면 좋은데...”라고 호소한다. 피해자들은 상당기간 일상적으로 가해졌던 수많은 폭력 중에 일부만이라도 인정이 될 거라는, 적어도 더 이상의 폭력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고소하지만, 수사가 시작되면 이러한 기대는 산산이 부서지기 일쑤다. 


수사과정에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데이트 관계’였다는 것은 피해자에게는 전혀 고려되지 않거나 피해사실을 희석시키는 근거로 작동한다. ‘폭력상황에서 왜 도망가거나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는지’, ‘가해자와 왜 다시 연락을 하고 만났는지’ 등 ‘완벽한 타인’에 의한 폭력상황에서의 맥락을 적용하며 피해를 의심한다. 그러나 같은 상황에서도 되려 가해자에게는 자신의 폭력을 정당화하거나 은폐하는 손쉬운 근거가 된다. 가해자는 피해자와 친밀한, 사랑하는 관계를 강조하며 폭력사실을 부인하거나 피해자의 방어적 행동, 폭력을 막기 위한 압력행사나 피해회복을 위한 정당한 보상요구 등의 본질을 왜곡하며 피해자를 쌍방폭행, 명예훼손, 협박 등으로 고소한다.


경찰은 데이트폭력 신고율 4.8%(한국여성의전화, 2016년 데이트폭력 실태조사)를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데이트폭력의 특성을 고려한 분명한 수사와 조치를 취해야 한다. 신고 당시 형사처벌이 가능한 범죄행위가 발생했는지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관계 내에 가해자에 의한 감시와 통제, 협박 등의 행위들이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자행되었는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또한 신체와 생명의 안전을 위협할 정도의 직접적인 폭력이 없었을지라도, 피해자의 개인정보는 물론 취약한 부분을 잘 알고 있는 가해자가 가할 수 있는 위협과 폭력의 가능성을 고려하여 가해자의 접근을 차단하고 피해자 신변을 보호할 수 있는 조치들을 적극적으로 취해야 한다.  


데이트폭력을 비롯해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 여성폭력의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요구하기 어려운 맥락 또한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다. 과거나 현재 연인관계였던 가해자에게 갖는 복합적인 감정으로 피해자는 처벌을 요구하기 어려울 수 있고, 가해자는 이러한 피해자의 심리를 이용하여 ‘너를 사랑해서’, 그저 단지 ‘욱하는 마음에’ 저지른 ‘실수’ 정도로 무마하려는 일이 흔하다. 이를 고려하지 않고 수사과정 중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는 것은 사실상 가해자에 대한 사법처리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이나 마찬가지다.


어제부로 두 번째 ‘데이트폭력 집중신고기간’이 시작되었다. 작년에 경찰이 시행한 조치에서 크게 달라진 내용은 없다. 그러나 적어도 데이트폭력에 임하는 경찰의 태도는 보다 나아졌기를, 제발 나아지기를 기대해본다.



한국여성의전화 화요논평 리스트


4/11 나는 오늘 페미니즘에 투표한다 #Vote_for_feminism

4/18 여러분에게 자립은 어떤 의미인가요?

4/25 성폭력범죄를 모의한 홍준표 후보는 즉각 사퇴하라

5/23 가정폭력 가해자를 안방 말고 경찰서로 보내는 다섯 가지 방법

5/30 가정폭력 피해당사자의 생생하고 당당한 말하기는 계속된다

6/14 신분을 위장해 성폭력 피해자와 합의하라 지시한 게 조직 ‘위신’을 지키려 한 것이라고?

6/27 ‘합의’는 피해자의 권리이지, 가해자의 권리가 아니다

7/12 아무것도 아닌 것은 당신들의 ‘사과’ - 공직자·정치인들의 반복되는 성차별적 언행에 부쳐

7/18 피해자보호명령제도, 피해자를 보호하고 있는가 

7/25 ‘데이트폭력 집중신고기간’을 공표한 경찰에 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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